일본제철은 비용 절감과 미국 내 안정적 생산 기반 확보를 위해 141억 달러 규모의 US스틸 인수에 나섰다. 하지만 미국 정부와 정치권은 안보와 일자리 보호를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제조업 부흥을 목표로 한 리쇼어링 전략 속에서 핵심 산업에 속하는 철강업체의 외국 기업 인수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러한 부담 속에서도 일본제철은 내수 한계를 넘어 미국·인도를 중심으로 글로벌 확장을 꾀하기 위해 이번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제철의 이 같은 진취적 행보와 달리 한국 철강업계는 투자와 전략 부재로 입지가 축소되고 있다. 중국 역시 대미 진출에 제약을 받으면서 한국과 중국이 함께 주춤한 가운데 일본 기업이 엔저와 외교 역량을 바탕으로 반등의 기회를 모색하고 나선 것이다. 철강산업 재편의 흐름 속에서 한국은 정체된 채 변화의 타이밍을 놓치고 있지 않나 반성해야 할 때다.
일본제철(Nippon Steel Corporation)의 US스틸(U.S. Steel Corporation) 인수 시도는 단순한 기업 인수합병(M&A)을 넘어 세계 철강산업의 지형, 미·중 패권 경쟁, 미국 제조업 부활 전략, 한국 철강산업의 경쟁력까지 아우르는 복합적 시사점을 내포한다. 비즈니스의 글로벌 전환점에서 일본의 전략은 무엇일까? 일본제철의 인수 시도 과정을 분석해보면서 이를 둘러싼 정치·경제적 함의, 한국 철강산업의 미래에 대해 짚어보자.
일본제철의 인수 목적: 생산비 절감과 미국 내 거점 확보
2023년 중반 한때 ‘미국 철강의 상징’으로 불렸던 US스틸은 누적된 적자와 설비 노후화, 고임금 구조로 인해 매각을 통한 구조 재편을 본격화할 수밖에 없었다. 먼저 첫 인수 후보로 미국의 클리블랜드 클리프스(Cleveland-Cliffs)가 나섰다. 하지만 US스틸 측은 미국 기업이 자사를 인수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반독점 이슈를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특히 자동차 업계는 두 기업의 결합이 시장 지배력을 높여 자동차용 철강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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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영myshin7188@hanmail.net
홍익대 경제학부 초빙교수
신민영 교수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석사, 미국 퍼듀대 박사 과정을 졸업하고 금융감독원을 거쳐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과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한국개발연구원(KDI)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한국 M&A협회 학술부문 부회장과 숭실대 겸임교수로도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