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HBR Korea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스타트업 HR 인사이트

컬처덱은 ‘must’보다 ‘must not’으로
회사가 절대 타협 못할 마지노선 그어야

이수연 ,정리=장재웅 | 420호 (2025년 7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컬처덱(Culture Deck)’은 스타트업이 조직의 정체성과 핵심 가치를 시각화하고 채용과 조직 운영에 있어 일관성을 제공하는 도구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겉보기에만 그럴싸한 ‘구호형 컬처덱’은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효과적인 컬처덱은 ‘이상적인 행동 지향(must)’보다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태도(must not)’를 명확히 제시해야 하며 조직 구성원 모두가 공감하고 실천할 수 있는 행동 규범 중심이어야 한다. 컬처덱의 신뢰성과 지속가능성은 리더, 특히 CEO의 언행일치 여부에 좌우된다. 원칙이 특권이나 예외에 의해 훼손되면 조직 전체의 규율과 몰입이 무너진다. 성공적인 컬처덱 운영을 위해선 포부보다 리더의 가치와 조직의 ‘마지노선’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일관되게 실천하는 것이 핵심이다.



투자 활황기였던 2020~2021년 사이, 국내 스타트업에서는 넷플릭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이른바 빅테크의 HR 원칙과 일하는 방식이 유행처럼 퍼졌다. 이는 과거 제조 대기업 중심으로 GE, 도요타의 인사 정책이나 품질 혁신 방법론이 유행했던 것과 유사하다. 채용 공고와 각종 SNS에는 “우리 회사의 미션과 비전은 무엇이며, 핵심 가치와 인재상은 어떠한지”가 스타트업의 필수 요건처럼 강조됐다. 채용 담당자와 경영진은 이를 적극적으로 알렸으며 컬처덱을 제작했다는 홍보도 활발히 이뤄졌다. 그러나 경제 침체와 투자 혹한기가 찾아오면서 스타트업 HR에 대한 인식과 우선순위에 변화가 생겼고 조직의 성숙도와 별개로 앞서 나갔던 정책들에 대한 비판과 반성이 이어졌다. 그중 대표적인 비판을 받은 것이 바로 ‘컬처덱’1 이다.

컬처덱은 기업의 비전, 미션, 핵심 가치와 운영 방식을 통해 구성원이 공동의 방향성을 이해하고 실천하도록 돕는 문서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에서 컬처덱은 조직 최적화에 어떤 기여를 해야 하며, 무엇을 재검토해야 할까?


컬처덱의 재부상

컬처덱이 널리 퍼지게 된 계기는 2009년 넷플릭스가 온라인에 공개한 ‘Netflix’s Culture of Freedom and Responsibility’라는 슬라이드였다. 130여 장의 슬라이드에는 넷플릭스가 직원들에게 기대하는 행동과 일하는 방식이 명확히 기재돼 있었다. 이 문서가 공유되며 많은 기업이 컬처덱을 스터디하고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이후 구글의 자율과 신뢰 문화, OKR(Objectives and Key Results, 목표 및 핵심 결과) 등이 새로운 HR 트렌드로 떠오르며 그 중요성이 강조됐다.

MS3_1_2


하지만 관련 도서가 베스트셀러가 되고 각종 스터디와 강연이 활성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대대적으로 제도 개선에 반영한 기업은 많지 않았다. 그러던 2020년, 국내 스타트업의 활황기를 맞이하며 16년 전의 이 내용이 다시 주목을 받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유니콘기업이 탄생하고 실리콘밸리발(發) 일하는 방식에 대한 책이 쏟아져 나오며 대유행이 시작됐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기업, 특히 제조 대기업을 중심으로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조직 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신세대 직원들의 의식과 가치관이 변하면서 직장 내에서 신구 세대 간 갈등이 점차 심화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타트업의 젊은 창업자와 직원들은 기존 기업문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수평적이고 협업과 자율성을 강조한 새로운 문화를 추구했다. 이 흐름은 기존 기업들의 위계적이고 경직된 문화와 대조를 이루며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컬처덱과 채용, 그리고 채용 실패

급격한 투자금 유입과 조직 확장으로 스타트업의 인재 확보와 유지가 최우선 과제가 됐다. 아무리 활황기를 맞이했어도 인지도와 안정성 면에서 채용 경쟁력이 현저히 낮은 스타트업은 기존 기업들이 제공할 수 없는 가치를 강조하며 인재를 유치해야 했다. 초기 기업이 약속할 수 있는 것은 심리적 안전감이 아닌 큰 기업에서 누리기 어려운 설렘을 기반으로 한 자율성, 주도성,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정보의 투명성, 큰 포부와 달성 시의 압도적 보상 등이었다. 이러한 가슴 뛰는 메시지가 인재 확보의 핵심이었고 컬처덱은 이를 효과적으로 강조하는 도구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영진과 구성원이 내실을 쌓기도 전에 급격히 진행되는 인력 확장은 많은 시행착오와 성장통을 초래했다. 특히 스타트업에서는 ‘바 레이저(bar-raiser)’와 ‘인재밀도’라는 개념을 도입하며 인재를 선발하고자 했으나 채용된 인재들이 컬처덱의 가치와 맞지 않거나 기대와 다른 현실을 마주하게 되면서 이탈이 잦아졌다. 바 레이저란 ‘회사의 인재 기준(Bar)을 높이는(Raise) 사람’이란 뜻으로 이를 통해 인재밀도를 지속적으로 높여가는 아마존의 채용 정책을 말한다. 인재상과 핵심 가치를 기준으로 사람을 채용하고 여기에 맞지 않으면 헤어지겠단 것이다. 이렇게 어렵게 선발하고 나서도 문제다. ‘컬처 핏(fit)’에 맞는 사람을 채용했는데 이탈자 역시 속출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구호와 다른 현실

많은 기업의 홈페이지에서 미션과 비전을 필두로 핵심 가치와 인재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 내용은 대체로 유사하다. 충성, 헌신, 도전의식 같은 자기 주도적이면서도 조직에 몰입하는 가치에서 창의성, 전문성, 자율성, 글로벌 역량, 고객중심, 성장 등의 가치로 시대마다 강조하는 가치가 달라졌다. 그러나 여전히 주요 기업들의 핵심 가치와 인재상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회사만의 차별적 가치를 내세우기 위해 남들이 쓰지 않는 용어를 찾는 것이 중요한가? 불필요한 단어 싸움에 매몰되면 주객이 전도될 수 있다. 각자의 관점에 따라 HR 관련 모든 가치의 지향점은 결국 성과 창출로 귀결된다. 출발지와 가는 방법은 다르지만 목적지는 동일하다. 그러므로 핵심 가치와 인재상에는 너무 많은 내용을 담을 필요가 없다. 오히려 우리 회사가 절대 타협할 수 없는 마지노선을 명확히 정의해 담는 것이 중요하다.

경험과 지식이 미숙한 창업자나 리더, 인사 담당자는 디테일을 놓친 채 희망을 품고 컬처덱에 이것저것 가득 담는다. 경험이 적기에 포괄적이고 이상적인 원칙을 담을 수밖에 없기도 하다. 그로 인해 실제 일하는 과정에서 괴리가 일어난다. 예를 들면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혁신적이다, 투명하다, 솔직하다, 자율적이다”라고 외치지만 현실에서는 비효율적으로, 모호한 책임 소재로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가? 투명성을 강조하지만 정보는 비대칭적이고, 자율성을 외치지만 각종 규정과 마이크로매니징으로 관리하고 있지는 않은가? 한 기업의 컬처덱을 보고 가슴이 뛰어 기꺼이 합류한 인재들이 실제 그와 전혀 다른 현실에 조직을 금세 떠나지는 않는가? 이런 이상과 현실 간의 간극은 만든 사람, 그걸 보고 기대한 사람 모두 당황스럽고 힘들게 만든다.

GettyImages-2177885235_[변환됨]



Must보다 Must not

컬처덱에서 중요한 것은 ‘절대 타협할 수 없는 마지노선’을 정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빨리 실행해야 한다” “항상 배우고 성장해야 한다” “지독할 정도로 솔직하게 피드백해야 한다” 등의 핵심 가치는 이상적이고 포괄적인 원칙을 제시하지만 이는 종종 현실과 괴리를 일으킬 수 있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뜻의 ‘must’ 구호는 모호하고 변수가 많다. 컬처덱의 본질이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현실적으로 강제를 적용하기 어려운 구호를 쓰면 혼동은 물론 조직 신뢰도 저하를 낳을 수 있다. 대신 ‘must not’ 구호로 바꿔보면 어떨까? “다양한 관점을 무시하거나 편협한 태도를 가져서는 안 된다”와 같은 표현으로 바꿀 수 있다. must가 강한 권고인 반면 지키지 않아도 제재받거나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must not’은 위반 시 문제가 되는 행동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처럼 ‘must not’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더 명확하고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제공할 수 있다.

심리학 및 인지과학 연구에서도 부정적 언어와 긍정적 언어 간의 관계를 다루고 있으며 컬처덱에서 사용하는 ‘must not’은 불필요한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 규범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조직 내에서 핵심 가치와 행동 규범이 명확히 구분되고 심리적 에너지를 절약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다만 ‘must not’은 신중해야 한다. 규칙 적용의 경직성으로 유연성을 떨어뜨릴 수 있고 열린 토론을 저해할 수도 있다. 따라서 핵심 가치의 방향성에는 긍정적 톤의 ‘must’를, 행동 규칙에는 ‘must not’ 방식의 표현을 혼용하는 게 좋다. 우리 조직에서 절대 수용 불가능한 금지 행동에 한해서 말이다.


포부보다 마지노선

컬처덱의 본질은 자원을 최적화하고 핵심에 집중하도록 만들기 위한 지침에 있다. 구글과 넷플릭스도 초기에는 현재의 리더십 스타일을 완벽하게 갖추지 않았다. 많은 시행착오와 점진적인 진화를 통해 지금의 성과를 이뤘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성공적인 기업들이 초기에는 자신의 고유한 문화를 만들고 이를 실현해 나갔다. 따라서 컬처덱에 담긴 가치는 포부보다는 ‘절대 타협할 수 없는 마지노선’을 정의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는 구체적인 실행 가능성과 일관성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리더가 직접 이를 정의하고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다면 지속적으로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일까. 조직 내 가치와 리더십의 일관성을 저해하는 결정적 요소들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리더의 언행 불일치, 두 번째는 예외와 특권에 의해 훼손되는 것이다. 리더, 특히 스타트업에서 CEO의 언행은 조직문화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리더가 말이나 문서로는 컬처덱 내용을 홍보하지만 정작 본인이 이를 어기는 모습을 보이면 구성원은 이를 따를 이유가 없어진다. 가장 빈번하게 언행 불일치를 볼 수 있는 사례 중 하나는 채용과 해고 상황이다. 우리 인재상이나 핵심 가치에 걸리는 게 있음에도 다른 강점이 더 중요하다며 채용하거나, 문제가 있음에도 쉽게 피드백하거나 해고하지 못할 때다. 또한 조직의 원칙이 특정인에게는 적용되지 않을 때 리더십은 급격히 약화한다. 핵심 가치나 인재상, 워크룰에서 벗어남에도 특정인에겐 상대적으로 관대하거나 묵인할 때다. 언행 불일치와 함께 이때 조직에는 편애, 원칙 없음, 예외라는 부정적 정서가 확산된다. ‘~ 하기만 하면 원칙을 어겨도 된다’ ‘누구는 특별 케이스’란 인식은 원칙에 대한 해이함을 낳고 이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전염된다. 이 때문에 스타트업에서 컬처덱을 만들 때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부분은 CEO의 가치와 생각, 일하는 방식, 가장 자주 쓰는 단어, 기질과 선호를 날 것으로 들어내고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것이다. 다른 건 그다음이다. 핵심 가치와 인재상에 대한 CEO의 언어만 구체화돼도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컬처덱의 본질은 단순한 가치 나열이 아니라 그것이 실제로 실행되고 지속가능한지에 대한 ‘약속’이다. 우리의 문화가 무엇인지에 대한 분명한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을 바탕으로 조직을 이끌어가야 한다.
  • 이수연 ssoo@the-prob.com

    프로브 대표

    필자는 서울여대를 졸업하고 고려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컨설팅기업, LG 등 대기업과 핀테크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며 다양한 업종과 규모의 조직에서 인사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있다. 조직문화, 리더십, 조직 구조 설계를 중심으로 스타트업 제도 자문과 컨설팅을 진행하며 현재는 스타트업 대상의 조직 구조 설계 전문 기업 ‘프로브(Prob)’를 창업해 스타트업 자문 및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 정리=장재웅

    정리=장재웅jwoong04@donga.com

    동아일보 기자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

질문, 답변, 연관 아티클 확인까지 한번에! 경제·경영 관련 질문은 AskBiz에게 물어보세요. 오늘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Cl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