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d on “Artificial intelligence versus human service agents: How their presence shapes consumer information privacy concerns” (2025) by Stefanie Sohn, Lauren Labrecque, Dominik Siemon and Stefan Morana in Journal of Retailing, Volume 101, Issue 2, Pages 263-278
무엇을, 왜 연구했나?디지털 전환이 오프라인 공간을 빠르게 변화시켜 나가고 있다. 다양한 물건에 대한 정보를 온라인에서 깊이 있게 탐색하고 클릭 몇 번만으로 원하는 물건을 집으로 간편하게 배송받는 것이 일상이 됐다. 이런 시대에 오프라인 공간이 단순히 많은 물건을 비치하고 판매하는 형태로 운영된다면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이에 최근 많은 오프라인 공간은 고객의 소비와 관련된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오프라인 공간을 단순한 판매 장소를 넘어 고객과 관련된 살아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는 장소로 진화시키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대표적인 매장이 2015년 설립된 미국의 신개념 체험형 매장 베타(b8ta) 스토어다. 이 매장은 다양한 상품을 비치해서 판매할 뿐만 아니라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신제품을 적극적으로 체험하도록 돕고 그 과정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집중한다. 매장 천장에 설치된 다양한 인공지능(AI) 카메라를 통해 고객의 움직임과 제품과의 상호작용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동시에 베타테스터라 불리는 매장 직원들이 제품 구매를 강요하지 않고 소비자들의 체험을 돕도록 훈련받는다. 이들은 소비자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소통하면서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을 수집해 데이터화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결국 베타는 매장에서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매장 내 고객 데이터를 취합하고 해당 데이터를 매장에 입점한 제조사들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판매 수량에 관계없이 제품을 입점시키는 제조사들로부터 정액을 받아 매장을 운영하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하고 있다.
향후 다양한 오프라인 리테일 매장에서 혁신 AI 기술과 매장 직원 간의 협력을 통해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는 시도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판매보다는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이 더 중요해지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 삼성 스토어를 방문하면 ‘무슨 물건을 구매하러 오셨어요?’라고 질문하기보다 손안에 고객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다양한 전자기기를 활용하는 매장 직원들을 만나게 될지 모른다. 온라인 기반의 리테일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온라인 웹사이트에 안내된 전화번호로 전화해 상담원에게 제품이나 서비스에 관한 단순한 질문을 했다면 이제는 웹사이트 내 채팅창을 통해 고객들에게 여러 질문을 던지고 이 질문들을 분석해 추후 고객 경험 혁신을 위한 데이터로 사용할 수 있는 시대다. 디지털 전환 시대, 리테일 서비스 직원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고객들의 질문과 소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깊이 있는 고객 경험을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한편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다양한 리테일 공간에서 혁신 AI 기술이 도입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AI와 인간 직원이 어떤 방식으로 상호작용해 이상적인 고객 경험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리테일 상황에서 고객 관찰이나 상호 소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고객 데이터 확보는 소비자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우려와 연관돼 있다. 이런 맥락에서 AI 서비스 직원과 인간 직원이 함께 존재할 때 소비자들이 각각에 대해 프라이버시 침해를 어떻게 인식하고 반응하는지를 탐구하는 연구들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덴마크남부대, 미국 로드아일랜드대, 핀란드 LUT대, 독일 자를란트대 공동 연구진은 다양한 리테일 상황에서 AI 서비스 직원과 인간 서비스 직원의 존재가 소비자의 프라이버시 우려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일련의 실험 연구를 진행했다. 리테일에서 더욱 깊이 있는 고객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직·간접적으로 제공하는 개인정보에 의존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를 가질 수 있다. 연구진은 리테일 환경에서 타인의 존재를 인식하는 것 자체가 프라이버시 침해를 받거나 감시당하고 있다는 인식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를 바탕으로 AI 직원과 인간 직원 각각의 존재에 대한 인식이 소비자의 프라이버시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봤다.
무엇을 발견했나?연구진은 꽃집, 인테리어 제품 판매, F&B, 약국 등 다양한 리테일 상황에 기반한 실험 연구를 진행했다. 리테일 상황에서 참가자들은 AI 직원 혹은 인간 직원이 존재한다는 두 조건 중 하나에 노출됐다. 예를 들어 한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친구의 생일을 위해 온라인 꽃집에서 꽃을 주문하는 상황을 상상하도록 요청받고 한 온라인 꽃집 웹사이트 정보에 노출된다. 이 온라인 리테일 매장에서는 가상 선물 도우미(Virtual Gift Assistant) 서비스가 제공되며 제품 정보, 배송 시간 등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 채팅을 통해 얻을 수 있다. AI 직원 존재 조건에서는 이 가상 도우미 서비스가 AI에 의해 운영되고, 인간 직원 존재 조건에서는 인간에 의해 이 서비스가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일련의 연구를 통해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AI에 의해 응대받을 때 자신의 개인정보를 더 흔쾌히 노출시킨다는 점을 발견했다. 다시 말해 AI가 고객을 주도적으로 응대하는 리테일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를 덜 느낀다는 것이다. 동시에 이런 낮은 수준의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해당 매장의 높은 재방문으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왔다는 점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런 연구 결과를 심리적 반발 이론(Reactance Theory)을 통해 설명한다.
심리적 반발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자유를 침해받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고 자유를 침해받을 경우 이를 회복하거나 보호하려는 동기가 강하게 발현된다. 리테일 상황에서 단순히 서비스 직원의 개입이나 존재 여부 자체가 소비자에게는 정보 프라이버시 침해, 즉 프라이버시의 자유에 대한 위협 요소로 인식될 수 있다. 또한 연구진은 인간 서비스 직원의 개입이나 존재 여부가 AI 서비스 직원보다 자유 침해에 따른 불편함을 더 크게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서비스 직원(AI vs. 인간)이 가지는 영향력(Power)을 소비자가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이런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소비자가 AI 직원이 인간 직원보다 자신에게 특정 행위를 유도하는 영향력이 약하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높고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AI 직원이 존재하거나 응대하는 상황에서 심리적으로 부정적인 효과가 적어진다는 것이다.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본 연구는 다양한 AI 혁신 기술이 리테일에 도입되는 상황에서 흥미로운 관점을 제공해준다. 리테일 매장을 운영하는 기업이 고객의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를 줄일 다양한 전략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서 연구는 인간 서비스 직원보다 AI 서비스 직원의 존재와 개입이 상대적으로 소비자들의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를 완화할 수 있다는 시사점을 준다. 기업은 다양한 리테일 상황에서 고객의 개인정보를 취합할 때 인간 직원이 직접적으로 나서기보다 태블릿 PC와 같은 전자기기를 사용해 시스템적으로 개인정보와 관련 내용을 수집하는 것이 고객의 우려를 완화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기업은 AI 직원과 인간 직원의 효율적인 상호 보완 방안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고객 경험 향상을 위한 데이터 수집을 위해서는 주로 구매 이전(Pre-Purchase) 단계에서 다양한 고객 개인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는 가능한 AI 기술을 사용해 고객 응대를 하는 것이 좋다. 구매 이후(Post-Purchase) 단계에서는 소비자들이 느끼는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줄어들기에 적극적으로 인간 직원을 활용할 수 있다. 즉 구매 단계별로 AI와 인간 직원 모두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자는 매장 직원을 감시자가 아닌 도우미로 인식할 때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더 자주 리테일 매장에 방문하게 된다. AI 전환 시대, 기업은 다양한 AI 기술을 활용해 고객 응대가 개인정보 침해가 아닌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유익한 도움으로 인식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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