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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英 스포츠웨어 브랜드 ‘짐샤크’ 성장 스토리

고객 피드백 즉시 제품에 반영 ‘D2C’ 전략
한정판 ‘드롭’ 출시, 희소성 높여 팬덤 결속

이정흔 | 425호 (2025년 9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짐샤크(Gymshark)는 2012년 영국 버밍엄의 작은 차고에서 19세 대학생 벤 프랜시스가 시작한 개인 프로젝트에서 출발했다. 나이키·아디다스 같은 글로벌 강자와 정면 승부하기보다 피트니스 인플루언서를 전면에 내세운 팬덤 기반 마케팅과 한정판 ‘드롭(drop)’ 출시 전략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판매 채널은 처음부터 자사 몰에만 집중했다. 가격·경험·데이터를 직접 통제하며 고객 피드백을 즉시 제품 개선에 반영하는 ‘D2C(Direct-to-Consumer)’ 모델을 고수한 덕분에 재고 부담을 줄이고 희소성과 커뮤니티 결속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었다. 2015년에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해 글로벌 확장에 속도를 냈고 2020년 제너럴 애틀랜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0억 파운드(약 1조7000억 원)의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짐샤크의 성장 배경에는 관계·경험·데이터를 정교하게 엮은 D2C 철학과 이를 뒷받침하는 팬덤 중심의 브랜드 문화가 있다.



2012년 영국 버밍엄의 한 평범한 주택가. 낮에는 대학 강의실과 체육관을 오가던 19세 청년, 벤 프랜시스는 밤이 되면 부모님 집 차고로 내려갔다. 주차된 자동차 대신 공업용 재봉틀과 원단이 빼곡히 들어찬 그곳에서 그는 패턴을 자르고, 바느질하고, 다시 뜯어고쳤다. 그의 목표는 단순했다. “내가 입고 싶은 운동복을 직접 만들겠다.”

운동 중에 느낀 작은 불편함을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이 그를 재봉틀 앞으로 이끈 것이었다. 새로운 옷이 완성될 때마다 거울 앞에서 입어보고, 다시 뜯어고치기를 수십 번. 체육관에서 운동할 때 불편했던 부분을 떠올리며 패턴을 수정하는 작업이 매일 이어졌다. 그렇게 탄생한 브랜드가 바로 ‘짐샤크(Gymshark)’다.

초기 자본이 넉넉지 않았던 그는 거대 스포츠웨어 기업과의 정면 대결 대신 독창적인 D2C 전략으로 시장 판도를 바꿨다. 이 전략의 일환으로 먼저 오프라인 매장 대신 온라인을 택했다. 제품 사진을 찍어 피트니스 커뮤니티에 올리고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워가 많은 헬스 인플루언서에게 샘플을 보냈다. 몇몇이 짐샤크 로고가 박힌 레깅스와 후디를 입고 영상을 올리자 브랜드 이름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구매자들은 해시태그와 ‘짐샤크 패밀리’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자발적으로 홍보에 나섰다.

당시 글로벌 스포츠웨어 시장은 나이키, 아디다스, 언더아머 같은 거대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었다. 막대한 광고비와 전 세계 유통망, 전문 스포츠 마케팅을 갖춘 그들의 아성은 공고했다. 그러나 프랜시스는 정면 승부 대신 ‘다른 게임’을 선택했다. 화려한 스타 선수 대신 헬스장 거울 앞에서 땀 흘리는 일반인과 인플루언서를 전면에 내세우고 대량생산·상시 판매 대신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한정 수량의 제품을 짧은 기간만 공개, 판매하는 전략인 ‘드롭(drop)’ 출시로 희소성을 높이고 기대감을 더했다.

이 전략은 예상 밖의 성과를 가져왔다. 출시 직후 품절되는 제품이 늘었고 재고 부담은 최소화됐다. 제품 피드백은 SNS 댓글과 DM으로 실시간 수집해 다음 생산에 반영했다. 창립 10년도 채 되지 않아 짐샤크는 전 세계 180여 개국에 제품을 판매하며 기업가치 1조 원을 돌파했고 나이키·아디다스와 같은 글로벌 웨어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짐샤크가 어떻게 ‘차고 속 신생 브랜드’에서 글로벌 피트니스 웨어의 파워 브랜드로 도약했는지, 그리고 팬덤·민첩성·데이터 기반 D2C 전략이 시장 질서를 어떻게 바꿨는지를 DBR이 분석했다. 작은 조직이 거대 시장에서 기회를 만들어내는 법, 그 성장의 비밀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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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에서 사업으로,
차고에서 글로벌 무대로

2012년 벤 프랜시스가 운동복 제작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그저 “내가 입고 싶은 옷을 직접 만들겠다”는 마음에서 출발한 취미에 가까웠다. 당연히 그가 제작하는 운동복에는 정식 로고도 브랜드도 없었다.

하지만 곧 그는 ‘이 옷에 브랜드를 입혀야 한다’고 결심했다. 기능과 핏에서 차별성을 확보한 제품이더라도 무명의 운동복은 금세 잊히기 마련이었다. 그는 피트니스센터를 드나드는 사람들이 같은 로고 아래 모여 하나의 커뮤니티를 이루는 모습을 상상했다. 장기적으로 다양한 제품군으로 확장하려면 공통의 이름과 상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체육관(Gym)과 상어(Shark)를 결합해 ‘짐샤크(Gymshark)’라는 브랜드명이 탄생했다. 강인함·민첩함·끊임없는 전진을 상징하는 이름이었다.

프랜시스는 제작부터 포장·배송까지 전 과정을 혼자 맡아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주무대는 피트니스 커뮤니티 게시판과 인스타그램이었다. 처음에는 소규모 구매자들이 착용 사진을 올리며 서서히 입소문이 났다. 그러던 중 니키 블랙케터와 데이비드 레이드와 같은 피트니스 인플루언서들이 짐샤크 로고가 박힌 레깅스와 후디를 입고 운동 영상을 공유하면서 브랜드가 폭발적으로 알려졌다. 2010년대 중반 피트니스 유튜브 붐을 이끈 이들은 수십만~수백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기 크리에이터였다. 팔로워와의 친밀한 소통으로 높은 신뢰를 얻고 있던 이들의 채널에 등장한 짐샤크 제품은 자연스럽게 잠재 고객의 관심을 끌었다. 브랜드 인지도는 단기간에 급상승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짐샤크는 취미와 사업의 경계에 서 있었다. 그러나 그 경계를 허무는 순간은 예상보다 빨리 찾아왔다. 2013년 봄, 프랜시스는 버밍엄에서 열린 ‘보파워 피트니스’ 전시회에 작은 부스를 마련했다. 몇 달 동안 밤을 새워 만든 운동복과 액세서리가 첫날부터 불티나듯 팔려나갔다. 일부 제품은 오전 중에 동이 났고 전시회가 끝나기도 전에 SNS에는 “기능성과 디자인이 모두 뛰어난 무명의 신예 브랜드”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특히 대표 상품인 ‘럭스(Luxe) 트랙슈트’는 행사 직후 온라인 판매에서 단 30분 만에 3만 파운드 매출을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이 성공은 프랜시스를 단순한 ‘학생 창업자’에서 풀타임 기업가로 탈바꿈시켰다. 그는 과감히 대학을 떠나 공동 창업자 루이스 모건과 함께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섰다. 이제 짐샤크는 더 이상 차고 속 작은 브랜드가 아니었다.

사업 초반부터 피트니스 인플루언서의 파급력을 확인한 짐샤크는 전통 스포츠웨어 브랜드들이 후원하는 스타 선수 대신 니키 블렉케터와 데이비드 레이드 같은 피트니스 크리에이터를 지속적으로 전면에 내세웠다. 블랙케터는 운동 루틴과 식단, 일상을 솔직하게 공유하며 여성 고객층과 긴밀한 팬덤을 구축했고 레이드는 체형 변화 과정을 영상으로 공개하며 젊은 세대에게 강한 영감을 줬다.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이 같은 전략은 SNS를 기반으로 팬들과 일상적으로 소통하며 짐샤크가 글로벌 인지도를 확산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프랜시스는 이들을 짐샤크 앰배서더로 영입해 신제품을 가장 먼저 착용하게 하고 콘텐츠에 자연스럽게 노출하도록 했다. 이들이 입은 짐샤크 레깅스와 후디가 영상과 사진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소비자들은 이를 단순한 광고가 아닌 ‘신뢰받는 추천’으로 받아들였다. 이렇게 형성된 사용자 생성 콘텐츠(UGC)와 팬덤은 짐샤크 성장의 든든한 토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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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샤크의 매출은 불과 몇 년 만에 수백만 파운드(당시 환율 기준 수십억 원대) 규모로 치솟았다. 그러나 성장 곡선이 가팔라질수록 프랜시스는 자신이 모든 것을 직접 끌고 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2015년 CEO 자리에서 물러나 제품과 브랜드, 마케팅에만 집중하고 조직 운영은 경험 많은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는 결정을 내렸다.

젊은 창업자가 빠른 성장기에 스스로 한발 물러나는 일은 드물지만 프랜시스는 이 선택이 브랜드의 완성도와 글로벌 확장 속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는 길이라고 판단했다. 이 결정 덕분에 짐샤크의 인플루언서 전략은 한층 정교해졌고 ‘짐샤크 애슬리츠(Gymshark Athletes)’ 프로그램이 글로벌로 확장되는 발판이 마련됐다. 실제로 전문 경영 체제 전환 이후 짐샤크는 운영 시스템과 해외 사업 기반을 정비하며 ‘차고에서 출발한 스타트업’에서 ‘글로벌 피트니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도약할 수 있었다. 짐샤크 애슬리츠 프로그램이란 피트니스 인플루언서를 브랜드 홍보 파트너로 묶는, 독자적 인플루언서 마케팅 체계를 뜻한다.

2018년 짐샤크는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했다. 버밍엄 인근의 소도시 솔리헐(Solihull)에 약 500만 파운드를 투자해 새 본사를 세운 것이다. 단순한 사무실이 아니라 짐샤크가 지향하는 ‘피트니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철학을 공간에 담아낸 일종의 브랜드 캠퍼스였다. 이곳에는 마케팅팀과 제품개발팀이 함께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오픈형 사무공간, 인플루언서와 직원들이 직접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최신식 스튜디오, 운동복 테스트와 피트니스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는 대형 체육관까지 갖췄다. 제품 기획에서 촬영, 홍보, 커뮤니티 이벤트까지 모든 과정이 한 지붕 아래서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설계한 덕분에 짐샤크는 제품 출시 속도를 높이고 브랜드 경험을 더욱 일관되게 전달할 수 있었다. 이 공간은 단순한 본사를 넘어 짐샤크의 창의성과 팬덤 문화가 집약된 상징적인 거점이 됐다.

2020년 짐샤크는 사모펀드 제너럴 애틀랜틱(General Atlantic)으로부터 약 3억 파운드의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0억 파운드(약 1조7000억 원)를 인정받았다. 창립 8년 만에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오른 것이다. 이듬해 프랜시스는 CEO로 복귀해 글로벌 확장 전략을 직접 지휘하고 있다. 경영인으로서 그의 철학은 변함없다. 짐샤크를 단순한 스포츠웨어 제조사가 아니라 팬덤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네이티브 브랜드로 규정하며 이를 최고의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

현재 짐샤크는 전 세계 200여 개국에 제품을 판매하며 매출의 절반 이상을 영국 외 시장에서 거둔다. 직원 수는 800명을 넘어섰고 런던·덴버·홍콩에 해외 거점을 두고 있다. 차고에서 출발한 브랜드가 이제는 나이키·아디다스·룰루레몬 같은 글로벌 스포츠웨어 강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D2C 철학, 팬덤을 매출로 바꾸다

프랜시스가 창업 이후 변함없이 고수한 원칙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중간 유통을 거치지 말고 고객과 직접 연결돼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짐샤크는 초기부터 글로벌 스포츠 리테일러나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입점 제안을 수차례 받았지만 모든 제품을 자사 몰에서만 판매하는 직접 판매(D2C) 전략을 일관되게 고수했다. 그는 “판매 채널을 외부에 맡기면 가격과 경험, 데이터까지 통제할 수 없다”고 강조해왔다.

이 전략은 브랜드 운영 전반에 강력한 힘을 실어줬다. 고객의 방문부터 결제, 반품까지 전 과정이 자사 시스템에 기록되면서 짐샤크는 방대한 구매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축적할 수 있었다. 어떤 인플루언서 콘텐츠가 클릭과 구매로 가장 빨리 이어지는지, 특정 국가에서 결제 이탈이 왜 발생하는지, 재입고 알림 신청이 어디에 몰리는지까지 정밀하게 파악했다. 이를 바탕으로 제품 출시 시점과 물량, 가격, 마케팅 메시지를 즉각 조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데이터 기반 민첩성’은 현장에서도 그대로 발휘됐다. 북미의 한 팝업 행사에서 고객이 프랜시스에게 “왜 카모(위장) 패턴 제품은 없느냐”고 묻자 그는 즉석에서 “솔직히 이유는 모르겠지만 곧 만들어 보겠다”고 답했다. 이후 실제로 카모 패턴 제품이 빠르게 출시됐고 이는 매출 상승으로 직결됐다. 이 에피소드는 짐샤크가 ‘고객 피드백 → 즉시 제품화 → 시장 반영’이라는 선순환 문화를 얼마나 철저히 실행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상징 사례로 회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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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채널에 집중한 탓에 치르게 된 대가도 있었다. 2015년 블랙프라이데이 당시 주문이 폭주하면서 사이트가 8시간 넘게 다운되는 사고가 났다. 매출 손실은 컸지만 이 사건은 이후 짐샤크는 대규모 트래픽을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쇼피파이 플러스(Shopify Plus)로 플랫폼을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대규모 접속에도 안정적으로 ‘드롭(drop)’ 이벤트를 운영할 수 있게 되면서 글로벌 투어·팝업스토어 결제까지 한 시스템으로 연결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하나의 D2C 경험으로 묶었다.

제품 판매 방식도 D2C 철학에 맞춰 과감히 재편했다. 기존 의류업계가 시즌별 신상품을 대량생산해 상시 판매하는 방식이라면 짐샤크는 ‘드롭’이라 불리는 한정판 출시 전략을 선택했다. 이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에서 자주 쓰이던 기법으로 특정 날짜와 시간에 맞춰 소량의 제품을 단번에 공개·판매하는 방식이다.

드롭 일정은 SNS와 뉴스레터로 사전에 공지됐다. ‘○월 ○일 오후 7시(영국 시각), 신제품 발매’라는 메시지가 뜨면 팬들은 알람을 맞추고 대기했다. 앱 이용자에게는 일반 판매보다 48시간 먼저 ‘얼리 액세스’ 권한이 주어졌다. 발매 시각이 되면 웹사이트와 앱에는 대기열 시스템이 적용돼 순번이 되면 결제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이 과정 자체가 하나의 ‘발매 이벤트’처럼 설계됐다. 고객 입장에서는 단순한 쇼핑이 아니라 음악 페스티벌 예매나 인기 한정판 스니커즈 구매에 참여하는 듯한 경험이 됐다. ‘이번에 못 사면 다음 드롭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긴장감은 구매 의욕을 높였고 일부 인기 제품은 발매 직후 빠르게 품절되며 높은 수요를 입증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재고를 최소화하고 수요를 한 번에 압축해 효율적으로 생산·배송 일정을 관리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품절=실망’이 아니라 ‘다음 드롭을 기다린다’는 팬심으로 전환되며 브랜드에 대한 기대와 충성도가 강화됐다. 이처럼 드롭 전략은 짐샤크의 D2C 모델이 팬덤과 결합해 얼마나 강력한 마케팅 효과를 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유통 마진을 외부에 나누지 않으니 남는 자본은 콘텐츠 제작, 앰배서더 운영, 물류 개선에 재투자됐다. 인플루언서 촬영, 글로벌 배송 속도 향상, 반품 과정 간소화 등 고객이 체감하는 품질을 높이며 재구매율을 끌어올렸다. 이렇게 팬덤(수요) → D2C 채널(판매) → 데이터 분석(학습) → 제품·콘텐츠 개선(공급)이 하나의 선순환 구조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2020년 짐샤크가 글로벌 투자사 제너럴 애틀랜틱으로부터 지분 21%의 성장 투자를 유치한 때도 마찬가지다. 투자 이후에도 D2C 전략을 핵심 가치로 유지하고자 한 프랜시스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다.

최근까지 온라인 판매에 집중해온 짐샤크는 오프라인 공간에도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2022년 런던 리젠트 스트리트에 문을 연 첫 플래그십 스토어는 단순한 판매 점포가 아니라 커뮤니티·콘텐츠·이벤트를 위한 경험형 공간이다. 온라인에서 형성된 관계를 오프라인에서 강화하고 그 경험을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와 매출로 연결하는 구조다. 핵심 매출과 데이터의 중심은 여전히 자사 채널이지만 브랜드 세계관을 확장하는 새로운 무대로 오프라인을 활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짐샤크의 성장 방식은 경쟁사들과 비교할 때 차별성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룰루레몬은 ‘요가웨어 명가’라는 이미지를 앞세워 프리미엄 오프라인 매장을 전 세계로 확장했다.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니라 요가 클래스, 피트니스 워크숍, 웰빙 이벤트를 결합한 체험형 리테일 전략을 펼치며 고객을 매장에 머물게 하고 커뮤니티 충성도를 높였다. 최근에는 중국 시장에서 이러한 커뮤니티 기반 전략이 주효해 매출이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언더아머는 다른 접근을 택했다. NBA 스타 스테판 커리, 미디어 스타 드웨인 ‘더 락’ 존슨,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 등 세계적 선수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했고 ‘I Will’ 캠페인 같은 퍼포먼스 마케팅으로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했다. 기능성 의류 라인인 HeatGear, ColdGear는 온도 조절 기능을 강조하며 소비자들에게 뚜렷한 차별성을 제공했다. 동시에 모바일 퍼스트 전략을 강화해 영국 시장에서는 PWA(프로그레시브 웹앱) 도입으로 전환율 16%, 사용자당 매출 14% 증가라는 성과를 거두며 D2C 경험도 혁신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같은 거대 기업들은 이미 막대한 광고비와 스포츠 스타 스폰서를 무기로 삼아 글로벌 리테일 채널을 극대화하고 있었다. 당시 업계에서는 이처럼 오프라인 매장 확장과 화려한 마케팅이 곧 ‘성장의 정석’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짐샤크는 처음부터 다른 길을 택했다. 짐샤크의 D2C는 단순한 ‘직접 판매’가 아니라 관계·경험·데이터를 직접 소유하고, 드롭 방식으로 수요를 압축하며, 절감한 마진을 고객 경험에 재투자하는 정교한 모델이었다. 화려한 광고 대신 소셜미디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소비자가 곧 홍보대사가 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빠르게 커지는 것’이 아니라 ‘끈끈하게 묶이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이 선택이 성장 속도를 늦추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같은 시기 룰루레몬이나 언더아머처럼 화려한 매출 곡선을 그리지는 못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짐샤크는 오프라인 매장 확장이나 대형 리테일 입점에 의존했던 수많은 애슬레저 스타트업이 비용 부담과 차별성 부족으로 정체에 빠진 것과 달리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반을 확보할 수 있었다.


DBRmini box I: 팬덤 기반 인플루언서 마케팅 전략

인플루언서에 신제품 제공… 팔로워들이 지갑 열게 만들었다


짐샤크의 성장 곡선은 전통적인 광고·스폰서 모델을 거부하고 대신 피트니스 인플루언서와의 유대감을 핵심 전략으로 삼은 독특한 마케팅 전략에서 출발했다. 창업 초기, 벤 프랜시스는 나이키나 아디다스처럼 스타 운동선수를 후원할 자본이 없었다. 대신 그는 ‘사람들이 실제로 신뢰하는 인물’에게 브랜드를 맡기는 방법을 선택했다.

첫 접근은 단순했다. 피트니스 커뮤니티 게시판과 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하며 팔로워와 활발히 소통하는 인플루언서를 직접 찾아 메시지를 보냈다. 당시만 해도 브랜드 협찬에 익숙하지 않은 소규모 크리에이터가 많았기에 신제품 샘플을 무료로 제공하면 대부분 흔쾌히 이를 착용하고 콘텐츠에 노출시켰다. 인플루언서들이 평소하던 방식대로 헬스장에서 운동하거나 집에서 브이로그를 찍을 때 자연스럽게 짐샤크 제품을 입도록 했다. 특히 짐샤크는 브랜드 앰배서더들을 제품 개발과 고객 피드백에도 참여하도록 해 그들 또한 브랜드의 일원이라는 느낌을 강화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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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략이 빛을 발한 대표 사례가 렉스 그리핀, 니키 블랙케터, 스티브 쿡, 데이비드 레이드, 휘트니 시먼스 등이다. 특히 짐샤크 브랜드의 입소문이 폭발하는 계기가 됐던 니키 블랙케터와 데이비드 레이드 역시 우연히 짐샤크 브랜드를 입었다기보다 프랜시스의 치밀한 마케팅 접근이 자연스럽게 빛을 발한 결과라 볼 수 있다.

그 결과 이들이 입은 짐샤크 레깅스와 후디는 운동 영상, 셀피, 브이로그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소비자들에게 단순 광고가 아닌 ‘내가 팔로우하는 사람이 진짜 좋아하는 브랜드’라는 인상을 남겼다. ‘UGC(User Generated Content) 증폭’ 전략이다. 한 명의 크리에이터가 올린 콘텐츠가 팔로워에게 공유·리그램되면서 2차·3차 확산을 거듭하는 구조로 광고 형태를 띠지 않고도 자연스러운 신뢰 전파가 가능했다.

짐샤크는 인플루언서와의 관계를 단순 협찬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 커뮤니티 운영에 적극 활용했다. 제품 출시 전 ‘프리뷰 세션’을 열어 앰배서더들이 신제품을 착용해보고 피드백을 주도록 했으며 주요 행사나 팝업스토어에서는 이들이 직접 팬미팅을 진행하게 했다. 팬 입장에서는 평소 화면으로만 보던 인플루언서를 만나고 그가 입은 옷을 바로 구매할 수 있는 경험이 강력한 구매 동기로 작용했다.

이런 방식으로 짐샤크는 소비자를 단순 구매자가 아니라 ‘짐샤크 패밀리’라는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해시태그 #GymsharkFamily는 인스타그램에서 수백만 건 이상 누적됐고 소비자 스스로 착용 사진과 운동 영상을 올리며 브랜드 홍보에 참여했다. 팬덤은 곧 충성 고객층이 됐고 이는 재구매율과 장기적인 매출 안정성으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짐샤크의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제품 노출’에서 그치지 않고 브랜드와 소비자를 잇는 관계성 설계로 확장됐다. 이는 광고 예산이 부족한 초기 스타트업도 글로벌 브랜드와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로 평가된다.



팬덤을 세계로 확장하다

짐샤크의 성장 전략은 수치로도 입증된다. 드롭 전략 도입 이후 신제품의 평균 완판율은 80%를 넘어섰고 재구매율 역시 25%에서 38%로 상승했다. 앰배서더 프로그램에 참여한 고객은 일반 고객보다 구매 빈도가 2.1배 높았으며 인플루언서 콘텐츠를 통한 D2C 채널 전환율은 6.5%로 업계 평균(3%)을 크게 웃돌았다. #GymsharkFamily 해시태그는 누적 500만 건 이상을 기록하며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단순히 소비하는 수준을 넘어 ‘정체성’으로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매출 측면에서도 2024년 7월 31일 기준 회계연도에 총 6억730만 파운드(약 1조1000억 원)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6억 파운드(£600m) 고지를 돌파했다. 이는 전년 대비 9% 증가한 수치로 무려 12년 연속 매출 성장을 이어간 것이다. 결국 드롭 전략, 팬덤 기반 앰배서더 프로그램, D2C 채널 운영이 결합된 구조는 매출·고객 경험·충성도를 동시에 강화하는 선순환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제 짐샤크가 주목하는 다음 단계는 이 강력한 팬덤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하고 각국 소비자 행동과 문화에 맞춘 전략을 실행하는 것이다. 이미 영국을 넘어 글로벌 피트니스웨어 시장의 강자로 자리 잡았지만 프랜시스의 시야는 여전히 확장 모드에 맞춰져 있다. 목표는 단순한 매출 성장이나 시장점유율 확대가 아니라 핵심 자산인 ‘팬덤’을 전 세계로 확산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프랜시스가 선택한 첫 번째 축은 현지화 전략이다. 2021년 CEO 복귀 이후 그는 영국 본사를 중심으로 한 일방향적 운영에서 벗어났다. 현재 짐샤크는 런던, 덴버, 홍콩에 글로벌 허브를 두고 있으며 시장 특성에 맞춘 제품·행사·콘텐츠를 직접 기획한다. 프랜시스가 CEO로 복귀한 배경 자체에도 창업자 정신 회복과 더불어 현지화란 과제가 있었다. 짐샤크는 2010년대 후반 유니콘 기업으로 급성장했지만 영국 본사 중심의 일방향 운영 구조로 인해 해외시장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현지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지역별 차별화 전략이 부재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프랜시스가 직접 경영 전면에 복귀한 것이다. 그는 “글로벌 소비자는 더 이상 본사에서 발송하는 하나의 메시지에 만족하지 않는다”며 지역별 자율성을 강조했다. 북미에서는 대형 피트니스 엑스포와 팝업 이벤트로 고객 접점을 넓히고 아시아에서는 온라인 플랫폼과 모바일 결제 환경에 맞춘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지역마다 커뮤니티 운영 권한을 독립적으로 부여한 것이다.

투자 유치와 외부 CEO 체제에서 성장의 동력을 확보했지만 브랜드 정체성인 ‘팬덤 기반 문화’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프랜시스는 창업자 특유의 실험적 리더십과 진정성을 내세워 다시금 브랜드 팬덤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짐샤크를 차별화된 문화 브랜드로 자리매김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두 번째 축은 콘텐츠의 글로벌 확산이다. 짐샤크는 단순히 제품을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 문화 자체를 콘텐츠로 만들어 전파한다. 인스타그램·유튜브·틱톡 등에서 활동하는 ‘짐샤크 애슬리츠(Gymshark Athletes)’는 각국의 피트니스 인플루언서를 포함하며 이들이 제작하는 영상·사진은 현지 언어와 트렌드를 반영해 재가공된다. 이를 통해 브랜드 메시지가 글로벌 팬들에게 문화적 장벽 없이 전달되도록 했다. 특히 프랜시스는 ‘우리는 운동복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 사람들이 운동을 사랑하게 만드는 브랜드’라는 원칙을 내세우며 콘텐츠를 팬덤 확장의 핵심 동력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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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축은 옴니채널 경험이다. 짐샤크의 D2C 철학은 변함없지만 최근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해 브랜드 경험을 확장하는 방식에 주력한다. 2022년 런던 리젠트 스트리트에 문을 연 첫 플래그십 스토어는 판매 중심 매장이 아니라 피트니스 클래스, 제품 체험, 라이브 콘텐츠 제작이 동시에 이뤄지는 ‘경험형 공간’이다. 고객이 매장에서 운동 세션에 참여하거나 인플루언서를 직접 만나고, 그 경험이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와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다. 향후 짐샤크는 뉴욕 등 주요 도시에서 오프라인 경험 공간 확대를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기술 기반의 고객 이해를 한층 정교화하고 있다. 쇼피파이 플러스 기반의 자사 몰 운영을 통해 확보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국가, 도시, 심지어 개인 단위까지 구매 패턴을 파악한다. 이를 바탕으로 특정 시장에서 선호도가 높은 색상·핏·소재를 빠르게 반영하고 한정판 드롭 시 물량 배분과 가격 책정을 맞춤화한다. 프랜시스는 “데이터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팬들과의 관계를 더 깊게 만드는 도구”라고 강조한다.

글로벌 공급망 운영도 고도화됐다. 영국과 유럽, 북미, 아시아에 분산된 물류 허브를 통해 배송 시간을 단축하고 반품 과정을 간소화했다. 최근에는 배송 속도를 개선하며 북미와 아시아 주요 도시에서 빠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온라인 직구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는 고객 경험 개선뿐 아니라 재구매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중이다.

향후 짐샤크의 비전은 명확하다. 팬덤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네이티브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글로벌 피트니스 라이프스타일 시장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운동복뿐 아니라 액세서리·영양보충제·트레이닝 프로그램 등 피트니스 전반을 아우르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이를 온라인 커뮤니티와 오프라인 경험 거점에서 통합적으로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프랜시스는 “짐샤크가 존재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운동을 더 즐기고, 서로 연결되며, 스스로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밀어붙이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그리고 있는 미래는 전 세계 어디서든 짐샤크 로고를 입은 사람들이 같은 해시태그를 달고 서로의 변화를 응원하는 풍경이다. 차고에서 출발한 작은 브랜드가 글로벌 강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지금, 짐샤크의 다음 무대는 전 세계 팬덤이 하나로 연결된 거대한 ‘글로벌 피트니스 커뮤니티’다.


DBR mini box II

“회사는 CEO 아닌 팀이 만든다”… 신제품 출시 땐 전 직원 입어보고 피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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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CEO가 아닌 팀이 만든다.”

프랜시스가 짐샤크를 운영하며 거듭 강조하는 철학이다.

짐샤크가 ‘차고 브랜드’에서 글로벌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 속도를 견디게 한 건 화려한 마케팅이나 대규모 투자 이전에 ‘사람’이었다. 창업자 벤 프랜시스는 초창기부터 ‘회사는 내가 아닌 팀이 만든다’는 철학을 반복해 왔다.

대표적인 장면은 2015년의 CEO 사임 결정이다. 창업 3년 만에 매출이 수십 배로 불어나자 그는 “내 경험과 역량으로는 이 속도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신 운영과 조직 관리를 경험 많은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고 본인은 브랜드 방향성과 제품·마케팅 전략에 집중했다. 한창 성장하던 기업의 CEO로서는 파격적인 결정이다. 하지만 이 결정 덕분에 팀 내부의 혼란을 줄이고 글로벌 확장의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프랜시스는 훗날 “내가 회사를 지키려면 회사도 나를 지켜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고 회상했다.

조직문화 설계에서도 그는 ‘팬덤’ 전략을 내부에 그대로 옮겨왔다. 짐샤크 본사에는 제품 개발·마케팅·콘텐츠 제작·이벤트 운영팀이 한 공간에서 일한다. 부서 간 벽을 없애고 회의실보다 오픈형 작업 공간과 라운지를 늘렸다. 런던·덴버·홍콩 등 해외 지사와의 화상회의도 사무실 한가운데서 진행해 물리적 거리를 심리적 거리로 이어지지 않게 했다.

직원들이 브랜드의 ‘첫 번째 팬’이 되도록 만드는 노력도 눈에 띈다. 신제품이 출시되면 직원 전원이 가장 먼저 입어보고 피드백을 전하며 사내 체육관에서 직접 운동하며 기능성을 검증한다. 심지어 마케팅 콘텐츠의 일부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촬영·편집해 SNS에 올린다. 사내에서 이런 참여는 ‘짐샤크 DNA’로 불리며 외부 인플루언서 못지않은 브랜드 홍보 효과를 낸다.

복지와 근무 환경도 브랜드 라이프스타일에 맞췄다. 본사 캠퍼스에는 최첨단 체육관, 영양식 카페, 영상 촬영 스튜디오가 함께 있고 업무 중 운동이나 촬영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일부 팀은 주 4일제를 시범 운영하며 생산성과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 중이다. “회사가 운동과 건강을 중시하는데 직원들이 책상에만 앉아 있는 건 모순”이라는 게 프랜시스의 설명이다. 채용 과정에서도 ‘스킬보다 핏’을 중시한다. 공식 인터뷰 외에도 하루를 함께 보내며 사무실 분위기, 회의 참여 방식, 동료와의 대화 등을 자연스럽게 관찰한다. 이를 통해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인지, 짐샤크 문화에 녹아들 준비가 돼 있는지를 본다.

이 같은 문화 덕분에 짐샤크는 팬덤이 고객뿐 아니라 내부에도 형성됐다. 직원들은 단순한 ‘고용인’이 아니라 브랜드의 팬이자 공동 창작자라는 자부심을 갖는다. 빠른 성장 속에서도 팀이 무너지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프랜시스는 “회사의 가장 큰 자산은 브랜드가 아니라 사람”이라며 “그들이 회사의 방향을 믿고 즐길 때 성장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말한다.



DBR mini box III : 성공 요인 및 시사점

브랜드-소비자 직접 연결… ‘데이터 축적→제품 개선→판매 촉진’ 선순환


이정민 트렌드랩506 대표 mindy@trendlab506.com


트렌드가 변화할 때마다 그에 걸맞은 유니콘 브랜드가 탄생한다. 스포츠 산업은 나이키와 아디다스 같은 거대 브랜드가 강력한 마케팅과 촘촘한 글로벌 공급망을 바탕으로 시장점유율을 굳건히 지켜온 영역이다. 이런 레드오션 시장에서 영국의 19세 창업자 벤 프랜시스가 시작한 젊은 브랜드 짐샤크(Gymshark)는 창업 10년 만에 연 매출 1조 원을 넘어서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며 주목을 받았다. 짐샤크의 성공은 단순히 창업자의 역량이 빚어낸 성취라기보다 2010년대 비즈니스 환경을 뒤흔든 거대한 트렌드를 전략적으로 포착하고 활용한 결과라는 평가가 설득력을 얻는다.

짐샤크의 성공을 들여다보면 세 가지 환경 변화가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기술적 전환이다.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스포츠 패션 산업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DTC(Direct-to-Consumer) 모델이 가능해졌다. 둘째, 미디어 패러다임의 변화다. 전통 광고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고 크리에이터 경제가 부상하면서 진정성 있는 추천이 마케팅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셋째, 문화적 전환이다. 피트니스와 웰니스가 주류 라이프스타일로 부상하며 커뮤니티 기반의 거대한 시장이 형성됐다. 짐샤크는 레거시 브랜드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오프라인 매장 진열 경쟁 대신 쇼피파이 같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활용해 소비자와 직접 연결됐다. 이를 통해 유통 비용을 줄였을 뿐 아니라 확보한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플라이휠(Flywheel)’ 구조를 만들어냈다. 데이터 축적 → 제품 개선 → 판매 촉진으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는 거대 브랜드들이 소비자와 단절된 채 느리게 움직이는 틈을 파고들어 짐샤크가 경쟁에서 앞서 나가도록 했다.

시장 안착에 성공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인플루언서가 주도하는 크리에이터 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이었다. 소비자들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하는 진정성 있는 인플루언서에 주목하자 짐샤크는 이를 적극 활용했다. 창업자 프랜시스는 존경하던 피트니스 유튜버에게 광고 계약이 아닌 팬심으로 제품을 보내는 것에서 시작했는데 이는 자발적인 홍보로 이어졌고 수백만 팔로워는 이를 신뢰할 수 있는 추천으로 인식하며 구매로 연결됐다. 짐샤크는 인플루언서를 단순 광고판이 아닌 ‘가족’으로 대우하며 장기적 파트너십을 맺었고 제품 개발에도 참여시켰다. 이 전략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강력한 커뮤니티 유대를 만들어냈고 짐샤크의 초기 성공을 견인했다.

마지막으로 2010년대는 피트니스가 단순한 활동을 넘어 개인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은 시기였다. 프랜시스 자신도 이런 변화를 주도한 소비자 중 한 명이었다. 인스타그램은 피트니스 문화를 시각적으로 공유하고 확산시키는 핵심 공간이 됐고 운동복을 일상복처럼 입는 ‘애슬레저’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피트니스 의류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짐샤크는 기존 브랜드가 충족하지 못했던 젊은 세대의 니즈를 정확히 공략했고 짐샤크 제품을 착용하는 것은 곧 피트니스 커뮤니티의 일원임을 드러내는 상징이 됐다. 짐샤크는 단순히 의류를 판매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문화적 열망 속에서 ‘소속감’이라는 가치를 제공했다. 결국 짐샤크의 성공은 하나의 묘수가 아니라 기술·미디어·문화라는 세 흐름이 합쳐진 ‘퍼펙트 스톰’의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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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초기 성공을 가능하게 했던 전략은 동시에 새로운 위험을 불러왔다. 매출은 6억 파운드(약 1조 원)를 돌파했지만 영업이익은 감소하며 수익성 악화가 드러났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2024년 회계연도 종료 후 전 직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96명을 감원했다. 특히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미국 시장에서는 중국산 제품 등에 최대 145%의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는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 짐샤크의 성공을 이끈 인플루언서 전략 역시 최근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떠올랐다. 계약 종료 후 경쟁사 홍보를 둘러싼 분쟁이 발생한 데 이어 2024년에는 모델 계약 해지 건으로 논란이 불거졌다. 이 모델은 개인 소셜미디어에 ‘시온주의(Zionism) 지지’ 게시물을 올렸는데 시온주의란 유대인의 민족적 자결권과 이스라엘 국가 건설·유지를 지지하는 운동을 뜻한다. 짐샤크는 브랜드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며 계약을 해지했으나 모델은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부당 해고당했다”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례는 짐샤크가 성장 초기에 무기로 삼았던 인플루언서 중심 전략이 동시에 법적·평판 리스크의 원천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인플루언서의 정치적 발언이나 경쟁사 이동은 언제든 브랜드 충성도와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잠재적 위협이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공급망 의존, 소비자 취향 변화, 경쟁사 모방 속도 역시 지속적인 위험 요소로 꼽힌다.

이런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짐샤크는 오프라인 플래그십스토어와 ‘리프팅 클럽’ 같은 체험 공간을 열어 커뮤니티 결속을 강화하고 있으며 2024년 론칭한 ‘we do gym’ 캠페인을 통해 브랜드 본질을 피트니스 문화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전환했다. 짐샤크의 성장은 기술을 통해 브랜드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고, 미디어를 통해 인플루언서를 매개로 신뢰를 구축하며, 문화를 통해 개인 정체성과 커뮤니티를 연결한 ‘세 가지 연결의 혁신’에 기반한 결과였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의 플레이북은 수많은 경쟁자에게 빠르게 복제되며 한때 블루오션으로 불렸던 피트니스웨어 시장은 치열한 레드오션으로 변했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짐샤크는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플레이북을 모색하고 있다. 온라인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넘어 오프라인 경험을 강화하고 런던 리젠트 스트리트 플래그십스토어와 회원제 헬스장이 아닌 커뮤니티·클래스 중심의 리프팅 클럽을 통해 충성도 높은 고객을 묶어내고 있다.

단순 거래적 관계에 머무는 고객은 언제든 이탈할 수 있지만 공유된 정체성과 유대감을 바탕으로 형성된 커뮤니티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 강력한 방어막이다. 나아가 짐샤크는 ‘GYM’이라는 브랜드 본질로 회귀하고 있다. 2024년 6월 론칭한 ‘we do gym’ 캠페인은 짐샤크가 단순한 스포츠웨어 브랜드가 아닌 ‘짐 문화에 전념하는 브랜드’임을 분명히 하려는 포석이다. 이는 대중적 확장에서 벗어나 핵심 커뮤니티와의 관계를 더욱 깊게 다지려는 전략적 선택이다. 결국 짐샤크는 시대적 변화를 누구보다 먼저 읽고 실행에 옮긴 개척자였으며 향후에는 관세·수익성·인플루언서 리스크 같은 구조적 도전을 넘어설 새로운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정리해 보면 짐샤크의 성공은 ‘연결 방식의 근본적 재편’이라는 시대의 변화를 읽어 기술을 통해 브랜드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했고, 새로운 미디어를 통해 인플루언서를 통해 신뢰를 연결했으며, 문화는 피트니스를 통해 개인의 정체성을 커뮤니티와 연결했다. 짐샤크는 이 세 가지 연결의 변화를 누구보다 먼저 이해하고 실행에 옮긴 개척자였다.


필자는 1999년 국내 최초 온라인 트렌드 정보 사이트 firstviewkorea.com을 운영하면서 패션, 뷰티 등 소비재 분야의 트렌드 예측 서비스를 제공했다. 소비자 라이프스타일과 사회 문화 현상에 대한 관찰을 바탕으로 기업들의 미래 전략 수립을 지원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한섬, 아모레퍼시픽, 롯데백화점, SPC 등 국내 주요 기업의 컨설팅을 진행하는 트렌드랩506의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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