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HR의 토대 전체를 직무 가치와 구성원의 전문성 중심으로 전면 전환하는 직무 기반 HR 제도를 도입했다. HR과 회사의 전략을 정렬하고 비즈니스 성공을 견인할 전문가를 육성할 수 있는 근본적인 체계를 만들고자 서구식 모델을 단순히 모방하지 않고 롯데의 조직문화와 사업 전략에 맞춘 독자적인 직무 기반 HR 제도를 구축했다. 국내 대기업 그룹 최초로 채용, 평가, 승진에 이어 보상까지 전 HR 영역을 직무 기반으로 전환하고 있는 롯데의 내재화 전략은 다음과 같다.
1. 기존 구성원들의 관성이 적은 편인 신생 계열사에 우선 도입 후 규모가 큰 전통 계열사로 확장하는 단계적 도입으로 제도를 연착륙시켰다.
2. 각 계열사의 전략과 특성에 맞춰 커스터마이징해 직무 기반 HR 제도를 설계할 수 있도록 자율 권한을 부여해 실행력을 높였다.
3. 직무 전문성 평가 척도를 구체화하는 과정에 각 계열사별, 직무별 현업 전문가(Subject Matter Expertise, SME)를 참여시키고 전문성 평가 요소(EPIC)를 투명하게 공개해 절차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했다.
4. 일부 계열사는 직무 가치와 직원 수요가 높은 직무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고 수료한 인원에게 직무 이동 기회를 주는 등 실질적인 성장 경로를 마련해 제도에 대한 직원들의 수용성을 높였다.
2022년 8월 롯데그룹 본사에 전 계열사 HR 임원과 인사팀장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위기감에 분위기는 한껏 얼어붙어 있었다. 롯데는 수년간 지속된 유통·화학 등 그룹 핵심 계열사의 실적 부진으로 위기를 겪고 있었다. HR 부문도 예외가 아니었다. 초고령사회 대두에 따라 정년 연장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고연령, 고직급 인력의 적체는 심화됐다. 이에 맞물려 생산성과 무관하게 인건비 부담도 누적되고 있었다. 낮아지는 HR 생산성 추세를 반전시키고자 모인 HR혁신통합TFT는 “현행 인사 제도의 한계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진단을 내렸고 문제를 정면 돌파하기로 했다. 보상 제도만 일부 손보는 것이 아닌 HR 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혁신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런 변화에는 신동빈 회장의 뜻이 담겼다. 신 회장은 일본 기업들이 직면한 장기 저성장과 고령화라는 현실을 보며 지속가능한 기업의 역할을 위해 HR 혁신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하면서 그룹 내 HR 제도를 근본적으로 전환하라고 주문해왔다. 더불어 신 회장은 함께 일하며 스스로 성장하고, 그 과정에서 인생의 가치를 발견하는 ‘직장 공동체(Community)’로서의 기업 역할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박두환 롯데지주 HR혁신실장은 “신격호 롯데 창업주 역시 ‘롯데의 모든 임직원을 책임져 달라’는 말을 유언처럼 남긴 바 있다”며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본원적 경쟁력을 유지하고 영속하는 것을 사회적 책임이자 임직원에 대한 기본적인 책임으로 여기는 기업 철학이 있는 회사인 만큼 이에 맞춰 HR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를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