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소비자 체감가격 낮아져… 4월 수출액 2억 달러 첫 돌파
유통가 수출채널 확대 잰걸음
11번가, 징둥닷컴 자회사에 전문관… 무신사는 티몰 손잡고 中판로 개척
고환율에 한국 제품을 찾는 해외 역직구족이 급증하면서 국내 유통업계도 역직구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K콘텐츠 인기에 K뷰티, K푸드 수요도 확대되며 전자상거래 월간 수출액이 처음 2억 달러를 넘어서는 등 역직구 시장이 유통업계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11번가는 활성 소비자 약 7억 명을 보유한 중국 최대 이커머스 기업 징둥닷컴의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플랫폼 ‘징둥월드와이드’에 ‘11번가 전문관’을 열었다고 10일 밝혔다. 중국 소비자 대상 역직구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서다. 11번가 판매자들은 현지 유통망을 별도로 구축할 부담 없이 중국 소비자에게 한국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11번가 전문관은 징둥월드와이드 메인 화면에 노출된다.
역직구 시장은 최근 빠르게 성장 중이다.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따르면 4월 국내 전자상거래를 통한 수출액은 2억2458만 달러(약 3428억 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1억2691만 달러)보다 77.0% 증가했다. 전자상거래 수출 통계 집계 이후 월간 수출액이 2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이 역직구 시장 확대의 촉매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6월 1300원대 초반이었으나 이달 6일 1560원을 돌파하며 17년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해외 소비자 입장에서 원화 약세는 곧 한국 상품의 달러 표시 가격 하락을 의미하는 만큼, 한국 제품을 사들일 요인이 커진다. 국내 판매자도 해외 판매는 달러로 이루어지는 만큼,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K문화 인기도 역직구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커머스 플랫폼 이베이는 한국 셀러들의 역직구 매출이 2024년 4분기(10∼12월)부터 올해 1분기(1∼3월)까지 6개 분기 연속 최고치를 경신하며 지난해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K팝 관련 상품의 매출 증가율이 높다. 한국산 BTS 응원봉은 최근 공연과 월드 투어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며 글로벌 검색량과 총거래액 모두 1위를 차지했다. 국내 K팝 스타들이 착용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를 모은 ‘김장조끼(Kimjang vest)’도 인기다.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서도 K팝 스타 굿즈와 남성 의류, 키덜트 상품 등의 해외 거래 사례가 늘고 있다. 올해 5월 역직구 거래 건수는 전년 동월 대비 150.6% 증가했다.
이에 국내 유통 및 플랫폼 기업들은 역직구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G마켓은 알리바바 그룹 계열사인 이커머스 플랫폼 라자다와 손잡고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 5개국 시장 진출에 나섰다. 올해 1분기 기준 8000명이 라자다를 통해 해외 판매를 진행 중이며, K셀러 상품 수는 약 700만 개에 이른다. 무신사도 중국 최대 해외 직구 플랫폼 티몰 글로벌에 공식 스토어를 열고 K패션 브랜드의 중국 판로 확대에 나섰다. 컬리는 식품에 특화한 미국 역직구 사이트 ‘컬리 USA몰’을 지난해 10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컬리 USA몰은 육류, 유제품, 알코올 등 미국 통관이 불가능한 제품을 제외하고 미국에서 쉽게 만나기 어려운 한국 상품을 판매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역직구가 일시적인 환율 효과에 의한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기 위해 물류, 통관, 고객 응대, 현지 마케팅 등 플랫폼 운영 역량도 함께 키워야 한다”고 했다.
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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