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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네이티브 익스피리언스(AI Native Experience)

AI 시대 인터넷, 즉각적 서비스 실행
‘정보’ 아닌 ‘상호작용’이 핵심 가치

장진규,정리=김윤진 | 424호 (2025년 9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AI의 등장은 인터넷 패러다임을 검색 경험 중심에서 의사결정 경험 중심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검색해 추천을 받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AI가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실행까지 연결하면서 탐색과 입력, 확인 과정이 불필요해지고 있다. 이런 전환은 ‘AI 네이티브 경험(AI Native Experience, ANX)’이라 불린다. ANX는 고정된 UI(유저 인터페이스) 대신 AI가 상황에 맞게 설계하는 유동적 UI, 과업 중심의 성과 지표, 인간 참여형 인터랙션(Human-in-the-Loop, 이하 HITL)의 설계를 통해 구현된다. 이 같은 패러다임 전환으로 인해 기존 IT 업계 밸류체인은 ‘인터넷-브라우저-앱/웹 서비스’에서 ‘AI(추론)-에이전트(실행)-서비스(결과)’로 이동하는 중이다. ANX의 최종 지향점은 사용자 맥락에 맞는 실행형 인터페이스를 제공함으로써 AI가 사용자의 근본적인 취지에 맞는 형태로 인터넷 경험을 재편하는 데 있다. 그 핵심 가치는 ‘좋은 정보’가 아니라 ‘좋은 상호작용’에 있다.



12 Business Trend Insight

AI 네이티브 익스피리언스
(AI Native Experience)

인터넷 패러다임을 검색 중심에서 의사결정·실행 중심으로 전환하고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불필요한 탐색 및 입력 단계를 줄이고 실행까지 연결하는 새로운 경험 방식.



검색형 인터넷의 종말,
그리고 AI 인터넷의 시작

우리는 지난 40여 년의 인터넷 역사를 뒤로 하고 중요한 패러다임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바로 AI로 인한 변화다. 기본적으로 IT 분야는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이라는 용어에서 보듯이 정보를 혁신하는 기술을 기반으로 사용자를 끌어모으고 그 트래픽으로 광고 등 다양한 비즈니스를 모델링해 신산업을 일으켰다. 그 중심에는 인터넷이 있다. IT의 역사는 다른 분야에 비해 길지 않지만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현재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대다수는 IT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바로 검색이다. 즉 사용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더 잘 찾고, 더 잘 접근하는 법’이 발명되면서 IT를 활용하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혁신이 일어났다. 검색은 사용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적합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방식으로 발명됐고 커머스나 콘텐츠 산업 분야에서의 추천은 사용자의 취향을 정교하게 맞춰주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무한히 탐색하고 클릭하며 입력하고 확인하는 동작에 익숙해졌다.

그러나 최근 AI가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동시에 사용자 대신 그 의도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하면서 탐색·입력·확인으로 대표되던 중간 단계의 의미가 빠르게 퇴색되고 있다. 즉 인터넷 사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정보의 탐색과 접근, 정리의 과정이 AI로 인해 불필요한 행위로 간주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구글을 포함한 검색엔진과 콘텐츠 메타 검색, 추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의 트래픽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은 AI로 인한 사용자 경험의 변화를 시사하고 있다.

필자는 2024년 초부터 AI 기술이 가져다줄 인터넷 시대의 패러다임 변화를 IT(정보기술, Information Technology)에서 IT(상호작용 기술, Interaction Technology)로의 전환이라고 설명하고 싶다. AI의 등장으로 사용자에게 정보를 보여주고 추천해주는 것이 더 이상 유용하고 중요한 서비스 경쟁력이 되지 못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보다는 지능적인 존재로서 AI가 잘하는 역할은 AI에 맡기고 인간은 더욱 인간다운 상호작용과 권한을 바탕으로 인터넷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이른바 AI 네이티브 경험(AI Native Experience), 즉 ANX의 시대가 도래했다.


DBR mini box I

AI-Native Experience란?


· 의미: AI 네이티브 경험(ANX)은 사용자의 의도(Intent)를 파악하고 탐색·입력·전환 단계를 최소화해 AI가 계획을 세우고 에이전트가 실행(Action)까지 연결하는 새로운 인터넷 경험 설계다. 검색·추천 중심이던 기존 패러다임이 의사결정·실행 중심으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한다.

· 왜 지금: 멀티모달 추론의 고도화, 온디바이스 AI 확산, 브라우저·에이전트 상호작용 기술 성숙이 동시에 이뤄지며 ‘찾기’에서 ‘끝내기’로 사용 행태가 이동하고 있다. 개인의 선호·이력·권한 같은 맥락이 웹 전반에 반영돼 즉각적인 서비스의 실행이 가능해졌다.

· UI(유저 인터페이스)의 전환: 공급자가 고정 제작한 화면이 아니라 과업 상황과 수행 방식에 따라 AI가 실시간으로 설계·생성하는 유동적인(Fluid) 인터페이스가 표준으로 부상한다. 이로써 불필요한 클릭·스크롤·검색 과정이 사라지고 사용자 개입은 중요한 의사결정 순간에만 발생한다.

· 기술 구조: AI(추론)와 에이전트(실행)를 명확히 분리하면 설계와 성과 측정이 쉬워진다. 딥 리서치(Deep Research)는 직렬 추론(CoT) 기반으로 정밀성과 신뢰도가 중요한 과업에 적합하고 멀티 에이전트(Multi Agents)는 병렬 행동(CoA) 기반으로 속도와 반복성이 중요한 과업에 유리하다.  

· 성과 지표 변화: 기존의 체류 시간·클릭 수 중심 KPI에서 벗어나 과업 완료율(Completion Rate), 완료까지의 단계 수(Steps-to-Complete), 과업 소요 시간(Time-to-Task), 재사용률 같은 지표가 성과를 설명하는 핵심 기준이 된다.

· 인간의 역할: AI가 모든 것을 자동화하는 것이 아니라 HITL(Human-in-the-Loop) 설계를 통해 책임 소재가 인간에게 필요한 순간 혹은 고위험·고책임 결정이 필요한 순간에 개입하게 함으로써 신뢰성과 안전성을 확보한다.



AI 네이티브 경험:
마침내 인터넷이 생각하고 행동하다

AI 네이티브 경험(이하 ANX)의 핵심은 간단하다. 사용자가 인터넷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모든 환경(웹, 앱 등)에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경험에 대한 목표와 가이드라인을 개략적으로 이야기하면 AI는 사용자가 이야기한 바를 달성하거나 제안하기 위해 계획을 수립한다. 나아가 이 에이전트는 실제 그 과업을 실행하기까지 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UI(유저 인터페이스)나 상호작용 방식 역시 고정돼 있지 않다. 그 대신 과업의 수행 방식과 형태에 따라 적합한 UX를 설계한 AI가 유동적으로 UI를 제공한다. 즉 과업에 최적화된 유동적 UI가 실시간으로 즉시 생성돼 불필요한 사용자의 오해나 단계를 줄여버리는 셈이다.

사용자는 인터넷과 상호작용하는 데 있어 불필요한 과정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쉽게 설명하면 굳이 클릭, 스크롤, 정보 탐색 및 확인과 같은 의미 없는 행동이 필요하지 않다. 인지적 부담이 요구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보다는 금전 거래, 법적 의사표시, 대외 커뮤니케이션처럼 위험과 책임이 큰 결정적 순간에만 의사결정을 한다. 구매 결정을 내릴 때에도 회원가입이 귀찮아 소셜 로그인으로 급하게 가입한다. 이런 과정은 AI의 자동화 능력과 인간의 판단력을 결합해 신뢰성 높은 시스템을 구축하는 인간 참여형 인터랙션(Human-in-the-Loop, 이하 HITL)의 설계를 통해 구현된다. HITL은 오직 경험의 방식에만 집중하므로 사용자가 더 본질적이고 중요한 일에만 집중하면서 인터넷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AI의 수행 결과는 근거와 함께 기록돼 언제든 재현하고 취소할 수 있다. AI와 협업하는 인터넷 경험이 신뢰받을 수 있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AI 인터넷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는 아직 없다. 하지만 지능을 가진 존재로서 AI가 인터넷을 만나 어떤 일을 잘할 수 있는지는 점점 더 자명해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AI는 기본적으로 정보를 탐색하고 재생산하는 것에 매우 능하다. 즉 사용자 입장에서는 정보의 탐색과 재생산 측면에서 더 이상 학습과 경험이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아직 사용자가 스스로 정보를 탐색하고 재생산할 부분이 남아 있다는 것은 ANX가 인터넷 환경에서 구현되는 것이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재 검색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구글은 여전히 인간이 원하는 정보를 빠르고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제미나이 같은 구글의 AI가 아직 검색창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앞으로의 인터넷 환경에서는 이런 검색창이 사라지거나 부수적인 기능으로 축소될 수 있다. 사용자가 원하는 전체 과업을 자신의 목적과 의사결정에 따라 효율적으로 달성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AI와의 상호작용이 중심이 되는 형태로 바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AI 인터넷의 구현은 어떻게 가능해질까? 기본적으로 사용자의 생각과 의도는 사용자가 그동안 인터넷을 통해 해왔던 수많은 행동과 누적된 데이터에 반영돼 있다. AI는 이 데이터를 토대로 계획을 세운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AI의 추론(reasoning)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고 추론의 결과에 따라 계획을 실행하는 것은 에이전트가 담당한다. 에이전트는 사용자에게 중요하고도 핵심이 되는 경험을 빠르게 전달해준다. 쉽게 설명하자면 추론을 담당하는 층과 행동(acting)을 담당하는 층이 각각 AI와 에이전트라는 두 기술 층으로 나뉘고 두 층의 결합이 AI 인터넷 경험을 구현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생각해볼 두 가지 기능이 바로 딥 리서치(Deep Research)와 멀티 에이전트(Multi Agents)다. 두 기능 모두 기본적으로는 AI와 에이전트 기술의 융합이다. 하지만 설계는 전략적으로 다르다. 세간에서는 두 기능의 기술적 설계가 다르다는 점을 간과한 채 같은 범주에서 비교하고 더 나은 것을 평가하지만 사실 이 둘은 상보적이다.

딥 리서치는 인간의 생각 구조와 닮도록 설계된다. ‘생각의 사슬(Chain of Thought, 이하 CoT)’이라는 구조는 인간이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사고의 체계를 모사한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신뢰와 정밀도가 중요한 과업에서 AI를 구현할 때 중요한 구조다. 예컨대 계약 조건 검토나 규정 준수 확인과 같은 과업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는 딥 리서치가 유리하다. 기본적으로 CoT를 바탕에 둔 직렬 추론 방식을 취하는 것이 딥 리서치의 특징이다. 건전지를 직렬로 연결하듯이 과업을 해결하기 위한 일련의 절차를 순차적으로 진행하므로 꼼꼼하게 조건이나 준수를 따라가는 과업에서 신뢰성과 안정성을 높여준다. 물론 챗GPT(ChatGPT)나 클로드(Claude), 제미나이(Gemini), 그록(Grok)의 딥 리서치는 이런 직렬 추론과 아래에서 언급할 멀티 에이전트가 혼합된 채 두 가지의 장점을 모두 취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반면 멀티 에이전트는 다수의 인간이 동시에 같은 혹은 다른 작업을 수행하는 형태로 설계된다. ‘행동의 사슬(Chain of Action, 이하 CoA)’이라는 구조는 다수의 행동을 다수의 인간이 동시다발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모사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속도와 반복이 중요한 과업에서 AI를 구현하는 데 중요한 구조다. 예컨대 가격 정보 수집이나 반복적인 문서 폼 작성과 같은 과업에서는 멀티 에이전트가 유리하다. 기본적으로 CoA를 바탕에 둔 병렬 행동 방식을 취하는 것이 멀티 에이전트의 특징이다. 건전지를 병렬로 연결하듯 과업을 해결하기 위한 일련의 절차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므로 속도와 반복이 생명인 단순 과업을 진행할 때 장점이 극대화된다. 멀티 에이전트로 불리는 마누스(Manus)가 대표적인 서비스 사례다. 직렬 추론을 중심으로 병렬 구조를 혼합하는 딥 리서치에 비해 경우에 따라 멀티 에이전트는 비교적 낮은 수준의 성능을 가진 AI로도 높은 수준의 결과물을 제공해줄 수 있다.


AI 네이티브 경험에서 인간이 중요한 이유

ANX에서 인간, 즉 사용자가 앞으로 더욱 중요한 이유는 AI 인터넷이 제공할 ANX의 본질이 ‘인간다움’을 되찾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인간다움을 갖춘 핵심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게 목적이다. 인터넷 역사의 초창기에는 정보를 탐색하고 찾아가는 여정이 그리 어려운 경험이 아니었다. 제한된 숫자의 정보 제공자가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이렇게 생산된 콘텐츠는 구조화된 형태로 정보를 제공하는 포털 사이트 등을 통해 유통됐다. 이 같은 방식은 전 세계 인류에게 처음으로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수평적 정보 층위를 제공하는 경험을 선사했다.

그러나 인터넷의 발전으로 초고속 통신이 가능해지고 사용자 중심의 정보 생산이 대중화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정보가 전 세계 사용자들로부터 쏟아져 나왔다. 기하급수적인 정보의 생산은 필연적으로 검색 경험의 필요성을 낳았다. 이 패러다임 속에서 구글이 검색창 하나로 전 세계의 정보를 가장 잘 찾아주는 기업으로 자리 잡았고 현재 IT 산업을 주도하는 빅테크의 한 축이 됐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이런 변화는 구글과 같은 지배적 사업자의 독과점적 지위를 공고히 했다. 그리고 이는 검색 결과를 마주하는 사용자 경험의 질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광고와 같은 원치 않은 정보가 검색 결과 상단에 등장하거나 웹사이트 곳곳에서 배너 형태로 배치되면서 사용자의 피로감을 높였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챗GPT와 같은 LLM 기반의 AI가 전 세계 사용자들에게 엄청난 호응을 이끌어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정보의 기하급수적 증가로 인해 사용자가 자신에게 적합하고 질적으로 우수한 정보에 접근할 가능성은 낮아졌다. 그리고 구글과 같은 지배적 사업자의 비즈니스 모델로 인해 사용자가 광고에 우선적으로 노출되면서 경험의 질은 더욱 낮아졌다. 그런데 LLM 기반의 새로운 AI는 이런 불편을 일거에 극복하고 사용자에게 말 그대로 ‘맞춤형’ 정보를 적절한 모달과 필요한 형식으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혁신적이었다. 이는 인터넷의 본질을 되새기게 하고 IT의 역사가 시작되던 시기에 월드와이드웹이 등장하게 된 이유를 다시금 깨닫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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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ANX를 구현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결국 인간이다. 검색이 인간의 언어와 맥락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듯 앞으로의 AI는 이를 압도적으로 잘하는 것은 물론이고 능동적으로 일하고 실행하는 측면에서도 발전해야 한다. 이런 AI의 능동성과 실행력은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설계를 통해 현실화될 것이며 이를 가능케 하는 핵심적인 설계가 바로 앞서 언급한 HITL이다. AI 분야에서 HITL은 AI 인터넷을 통해 사용자가 과연 무엇을 하게 될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핵심 개념이다. 왜냐하면 현재 시중에서 떠드는 것처럼 AI가 모든 인간의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무조건 모든 것을 자동화하는 것이 AI 기술의 지향점은 아니다. 또한 인간의 지능이 그렇듯이 AI의 지능도 지속적으로 학습, 발전해야 한다. 단지 일시적으로 ‘최적화된’ 결과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지능이라 할 수 없다.

이런 차원에서 인간 중심 AI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책임과 의사결정이다. AI는 기본적으로 추론을 하기 때문에 책임 소재가 인간에게 있어야만 하는 상황이거나 사용자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HITL 설계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기존에 AI의 문제로 지적됐던 할루시네이션(환각)이나 편향성 같은 문제를 기술적으로 풀려는 노력보다 사용자가 HITL 설계에 기반한 AI의 개입 요청에 적절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인간과 AI 모두에게 더 나은 방식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AI 인터넷이 바꾸는 산업의 규칙

AI 인터넷이 생각과 행동을 하는 새로운 인터넷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ANX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과 사용자 행동, 산업의 규칙이 동시에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AI는 사용자가 보는 화면의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 영상, 화면 상태까지 이해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즉 멀티모달 추론이 가능한 성능이 실용화 구간에 들어온 것이다. 웹·업무 도구·사내 시스템을 실제로 조작하는 에이전트 기술도 성숙했다. 여기에 클라우드 및 온디바이스 레벨의 AI 성능 향상이 이뤄지면서 비용과 프라이버시 부담도 낮출 수 있을 만한 기술적 구현 가능성도 확보하기 시작했다.

사용자 측면의 변화도 뚜렷하다. 우리는 더 이상 ‘잘 찾고 추천받는 수동적인 경험’에 만족하지 않는다. AI로 인해 남녀노소 누구나 더 나은 정보에 대한 접근과 탐색에 들어가는 비용이 0에 가까워지면서 사용자들은 더 빠르고 신속하게 경험하는 인터넷을 원하고 있다. 심지어 개인의 선호와 이력, 권한 등도 웹을 넘나들며 반영되고 필요한 것이 바로바로 실행되는 인터넷 경험이 가능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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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산업의 규칙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현재 IT 빅테크 분야의 변화는 말 그대로 밸류체인 자체의 변화다. 과거에는 ‘인터넷-브라우저-앱/웹 서비스’로 이어지는 IT 업계의 밸류체인이 표준이었다. 즉 인터넷이라는 네트워크 인프라를 브라우저를 통해 접속해 구체적인 앱/웹 서비스를 이용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AI(추론)-에이전트(실행)-서비스(결과)’라는 ANX가 구현되면서 인터넷 인프라를 활용한 IT 업계의 밸류체인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사용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추론하는 두뇌가 실제 행동을 하고 사용자에게 최종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인터넷이 브라우저를 만나고 모바일 등 폼팩터가 변하면서 앱/웹 서비스의 혁신이 폭발했던 것처럼 AI가 에이전트와 더불어 인터넷의 모든 정보와 서비스를 다양한 결괏값으로 보여줄 수 있게 되면 사용자 경험의 혁신이 또다시 나올 수 있다. 가변적 UI와 사용자 맥락을 고려한 상호작용 방식이 가능해질 것이다.

아울러 규칙이 바뀌면 당연히 IT 분야에서 성공을 가늠하던 지표도 바뀔 것이다. 이미 SEO(검색엔진최적화)와 같이 사용자를 끌어모으고 광고 모델을 통해 메인 비즈니스를 하던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점점 사용자의 체류 시간과 클릭 수의 감소, 이로 인한 비즈니스 파워의 감소가 눈에 띈다. 앞으로는 체류 시간과 클릭 수가 아니라 과업 완료율, 완료까지의 단계 수, 과업 소요 시간, 재사용률 등이 성과를 설명하는 주요 지표가 될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검색 경험 중심의 인터넷에서
의사결정 경험 중심의 AI 인터넷으로

ANX의 구현과 인간의 중요성, 산업 규칙의 변화를 바탕으로 우리는 AI 인터넷에서 ANX를 어떻게 경험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보자.

1) 커머스 구매: 10단계에서 3단계로

오늘날의 커머스는 사용자에게 긴 여정을 요구한다. 메타서치로 최저가를 찾고, 링크를 타고 이동해 회원가입 또는 로그인을 마쳐야 쇼핑이 시작된다. 그리고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고, 주소를 입력하거나 수정하고, 결제 수단을 선택해 인증하는 절차를 거쳐야 구매가 완료된다. 각 단계는 모두 이탈의 지점이 되며 옵션 선택 실수나 주소 오류 같은 작은 문제도 환불·반품으로 이어진다. 이에 반해 ANX 환경에서는 사용자가 구매 의도와 제약 조건(예산, 배송일, 선호 브랜드 등)을 표현하기만 하면 된다. 지시만 하면 AI가 여러 판매처의 가격·재고·쿠폰·배송 일정을 종합해 최적안을 생성한다. 사용자는 결제 여부만 결정하고 에이전트가 나머지를 수행하는 것이다. 옵션 검증, 주소 확인, 쿠폰 적용, 포인트 사용 같은 부수 작업은 자동화되고 모든 과정은 로그(기록)로 남는다. 단계가 줄어드는 만큼 이탈이 줄고 개인 맥락이 반영된 제안은 재구매로 이어진다.

2) 문서 작성→메일 발송: 앱 전환 없는 업무 흐름

많은 실무자는 AI 챗으로 초안을 만든 뒤 오피스 도구로 옮겨 다듬고, 파일을 관리하고, 메일 클라이언트로 복사해 붙여 넣고, 수신자·권한·보안 설정을 확인해 발송한다. 과정이 길수록 실수와 중복이 잦을 수밖에 없다. ANX 환경에서는 사용자가 ‘파트너 A에게 제안서 2쪽, 기존 포맷, 오늘 5시 전 발송’처럼 상황·목적·제약을 포함한 의도만 알리면 AI가 내부 자료를 수집하고 회사 포맷을 반영해 문서를 구성한다. 사람은 핵심 포인트만 검토해 수정하면 되고 에이전트가 나머지 발송·권한 설정·버전 기록을 일괄 처리한다. 한 번의 결재로 문서 작성이 끝나는 셈이다. 앱 전환이 사라지면 시간은 단축되고 버전 충돌과 권한 오류 같은 리스크가 줄어든다.

3) 멀티 OTT 탐색/시청: 하나의 개인 인터페이스

현재의 OTT 경험은 플랫폼별로 분절돼 있어 취향과 시청 이력이 흩어져 있다. 사용자는 매번 앱을 오가며 추천 콘텐츠를 확인하고 다음에 볼 콘텐츠를 직접 수동으로 고른다. 하지만 ANX 환경에서는 개인의 취향·진행 상태·시간대 같은 맥락을 고려해 여러 OTT의 콘텐츠를 하나의 개인 인터페이스로 보여준다. ‘남은 30분, 가벼운 다큐’처럼 상황 기반의 의도만 말하면 AI는 즉시 적합한 콘텐츠를 재생한다. 부모 통제, 등급, 구독 권한 같은 안전·과금 가드도 자동 적용된다. 탐색 시간이 줄고 시작까지의 클릭 수가 급감하면 경험의 연속성이 높아지고 구독 유지율도 자연스럽게 개선될 수 있다.


AI 인터넷과 ‘인터랙터’의 부상

ANX의 핵심은 공급자가 만든 고정된 UI를 사용자에게 경험하게 하는 수동적인 방식을 넘어 사용자 맥락에 맞춰 인터페이스를 즉시 생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구글의 전 CEO이자 회장이었던 에릭 슈밋이 언급한 ‘유동화된 UI(Fluidization UI)’ 기술의 구현이 매우 중요하다. 즉 인터넷에 퍼져 있는 수많은 정보와 하이퍼링크 기반의 페이지 간 연결성을 AI가 인식하고 인터페이스를 즉각적으로 생성하려면 공급자가 만들고 제공하는 정보와 기능을 사용자의 필요 요소로만 정확하게 인식하고 과업을 단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ANX의 최종 지향점은 딥 리서치나 멀티 에이전트로 대표되는 AI의 기능적인 성능이 아니다. 공급자 중심의 화면 소비를 넘어 사용자 맥락에 맞는 실행형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것에 있다. 결국 AI 인터넷의 진정한 의미는 지능을 가진 AI가 인터넷 경험을 사용자에게 근원적 취지에 맞는 형태로 재편하는 것에 있다. 필자는 이를 구현한 AI 인터넷의 중심에 있는 인터페이스를 ‘인터랙터(Interactor)’라고 부른다.

생성형 AI는 정보의 폭발적 생산을 가속화했다. 그러나 기존의 IT 패러다임에서 생성형 AI까지 더해진 정보의 폭발성은 검색 경험을 저하시키고 사용자의 피로감을 높여주는 기폭제가 됐다. 이 시점에서 AI가 정보를 재생산하는 것에 높은 점수를 줬던 사용자들은 과연 인터넷이 지난 40여 년의 역사에서 인간이 추구했던 높은 수준의 가치 있는 정보 접근성과 문제 해결을 가능케 했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게 됐다.

이런 측면에서 ANX의 가치는 좋은 정보가 아닌 좋은 상호작용에 있다. 사용자의 의도와 행동, 결과를 연결하는 상호작용 메커니즘 설계가 집약된 ‘인터랙터’의 구현이야말로 사용자가 특별한 학습 없이도 AI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인터넷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울 핵심 열쇠다. AI 시대를 대비해 한국은 AI 파운데이션 모델에만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어쩌면 한국이 가장 혁신할 수 있고 AI 밸류체인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지점은 바로 이 인터랙터를 찾는 일이 아닐까.
  • 장진규jk.chairman@companoid.io

    컴패노이드랩스 의장

    장진규 의장은 2000년대 초 스타트업을 창업해 3년 만에 M&A를 통해 엑시트했으며 이후 연세대에서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사용자경험(UX) 분야 전문성에 바탕을 둔 스타트업 투자사 겸 컴퍼니 빌더인 컴패노이드랩스를 창업해 의장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AI OS 스타트업 Herbert Computer, Inc.을 창업해 CEO로서 AI 인터넷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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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리=김윤진truth311@donga.com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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