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
오늘날 소비자는 욕망을 무력하게 따르거나 무조건 억누르지 않는다. 대신 ‘설계 가능한 대상’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알고리즘이 소비자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쉼 없이 학습하며 약한 순간을 정교하게 공략하는 환경에서 소비자는 정면 대결 대신 대결 구도 자체를 바꾸는 쪽을 택한다. 이들은 욕망의 강도 자체를 낮춰 끄고(OFF), 하기 싫은 일에 좋아하는 것을 결합하며(AND), 지루한 반복에 놀이와 서사를 더해(BUT) 욕망을 지속가능하게 관리한다. 이에 따라 기업은 제품의 1차 효용에 더해 소비자가 소비의 시작·중단·재개·강도를 스스로 정하도록 돕는 ‘통제 효용’을 제공해야 한다. 질문도 ‘욕망을 어떻게 더 자극할까’에서 ‘소비자가 자신의 욕망을 어떻게 조절하도록 도울까’로 바뀌어야 한다.
02. 앤드-벗 컨슈머And-But Consumer소비자가 욕망에 끌려다니는 대신 욕망을 ‘설계 가능한 대상’으로 다루는 현상. 자극과 거리를 두어 끄고(OFF), 하기 싫은 일에 좋아하는 것을 결합하며(AND), 반복 행위를 놀이로 전환해(BUT)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욕망을 관리함.
소비자들의 하루는 욕망과 의무 사이의 작은 전쟁과 같다. 한쪽에는 즉각적인 만족을 주는 음식, 쇼핑, 숏폼 영상이, 다른 한쪽에는 건강, 저축, 업무처럼 미래의 자신을 위한 목표가 있다. 알고리즘은 소비자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쉼 없이 학습하고 브랜드는 더 정교한 자극을 공급한다. 소비자는 “나도 모르게 또 결제했다” “끊고 싶은데 끊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 ‘도파민 돈다’는 말이 유행할 만큼 소비자는 스스로를 자극과 도파민에 끌려다니는 존재로 본다. 이는 기업 전략에도 스며들어 있다. 소비자의 주의를 더 오래 붙잡는 것이 곧 경쟁력이라는 전제 아래, 기업들은 욕망을 어떻게 더 정교하게 자극할 것인가를 고민해왔다.
그러나 2027년의 소비자를 단지 자극에 중독된 수동적 존재로만 보면 중요한 변화를 놓치게 된다. 소비자들은 욕망에 끌려가거나 욕망을 무조건 억누르는 두 가지 선택지 사이에서 제3의 길을 만들고 있다. 욕망 자체를 삭제하고(OFF), 하기 싫은 일에 좋아하는 것을 결합하고(AND), 지루한 일을 놀이와 미션으로 바꾼다(BUT). 해야 하는데 어물쩍거리며 미적대거나, 안 해야 하는 유혹에 저항하거나 참는 대신 자신의 반응을 스스로 설계하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자를 ‘앤드 벗 컨슈머(AND-BUT Consumer)’라 부르고 이들이 시도하는 전략을 ‘욕망조절법(AND-BUT Consumption)’이라 부르고자 한다.
욕망조절법의 세 가지 전략
· OFF(끄다) : 욕망의 강도 자체를 낮춰 유혹이 발생하는 지점을 없앤다.
· AND(결합하다) : 하기 싫은 일에 좋아하는 것을 묶어 저항감을 낮춘다.
· BUT(놀이화하다) : 반복되는 일상에 미션과 서사를 부여해 지속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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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는 왜 지속되지 못하는가 전통적인 자기통제의 서사는 단순했다. 눈앞의 유혹을 참으면 미래에 더 큰 보상을 얻는다는 것. 다이어트는 배고픔을 견디는 일이었고, 생산성은 하기 싫은 일을 참고 끝내는 능력이었다. 그러나 의지력은 유한한 자원이다. 하루 동안 여러 크고 작은 선택을 내리다 보면 소모돼 저녁 무렵이면 바닥을 드러낸다. 낮 동안 애써 참아온 식욕이 밤에 폭발해 결국 야식을 시켜 먹게 되는 경험을 해본 적 있을 것이다. 절제를 유지하려는 시도 자체가 또 다른 피로가 되고, 그 피로는 결국 반작용으로 돌아온다.
기업은 이미 오래전부터 음식 배치, 알림 빈도, 결제의 편리함 등을 욕망의 강도를 바꾸는 데 이용해왔다.
소비자도 이제 같은 원리로 스스로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유혹과 정면으로 싸워 이기려 하기보다 애초에 대결 구도 자체를 바꾸는 쪽을 택하는 것이다. 이 자기 절제, 욕망과의 싸움에 세대 차이는 없지만 대응 방식 차이는 있다. 어릴 때부터 알고리즘 추천과 함께 소비를 배운 세대일수록 자극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이미 체감하고 있다. 이들은 자극과 공존하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그 흐름을 구부리도록 설계한다. 절제가 자극과의 단절을 전제로 한다면 욕망조절법은 자극이 남은 상태에서 삶의 리듬을 스스로 짜는 능력에 가깝다.OFF: 욕망을 삭제하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위고비, 마운자로 같은 GLP-1 계열 비만치료제다. 기존 다이어트의 전제가 ‘먹고 싶지만 참아야 한다’였다면 GLP-1 약물은 포만감과 식욕 신호에 개입해 갈망의 강도 자체를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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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력을 더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의지력이 필요한 갈등 자체를 줄이는 방식이다. 즉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음식에 대한 생각과 충동 자체가 줄어드는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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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흐름을 재치 있게 패러디한 서비스도 등장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가 선보인 ‘마음자로’는 마운자로의 투약 동작을 흉내 낸 가상 체험 서비스다. 스마트폰을 몸에 대고 주사를 놓는 시늉을 하면 진동과 화면 연출이 작동한다. 실제 약효는 없지만 (닥터나우는 이를 ‘구라시보’라 표현한다) 이용자는 이 짧은 의식을 통해 무심코 이어지던 식욕과 섭취 사이에 잠깐의 정지 버튼을 만들었다. 이 멈춤 동작을 통해 자신이 식욕을 관리하고 있다는 인식과 통제감을 스스로에게 환기하는 것이다. GLP-1이 욕망 신호 자체를 낮춘다면 마음자로는 욕망과 행동 사이에 심리적 환기 장치를 끼워 넣는 방식이다.
GLP-1과 마음자로가 욕망의 신호 자체를 낮추는 방식이라면 자극원의 해로운 성분만 덜어내는 방식도 있다. 논알코올 맥주와 무설탕 음료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소비자는 술을 마시고 싶은 욕망, 단 음료를 마시고 싶은 욕망과 매번 싸우는 대신 그 욕망의 자극원 자체를 저강도 버전으로 대체함으로써 갈등 상황 자체를 피한다. 절제해야 한다는 부담 없이 사회적 자리에는 여전히 참여하되 다음 날의 컨디션이나 체중 관리에 대한 걱정은 함께 덜어내는 것이다.
이 변화는 소비 시장에도 흔적을 남기고 있다. 미국 가구 패널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GLP-1 사용 가구의 식료품 지출은 복용 시작 후 6개월 이내 평균 5.3% 감소했고 짭짤한 스낵처럼 열량 밀도가 높은 가공식품의 감소폭이 특히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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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요구르트처럼 적은 양으로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는 품목은 오히려 늘었다.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구성과 목적이 재편되는 것이다. 체형 관리의 중심이 식이 조절에서 근력 운동으로 옮겨가는 근육 경제 현상도 이와 맞닿아 있다.
식품업계 경쟁 구도도 바뀌고 있다. GS25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단백질 음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8% 증가해 처음으로 바나나우유 매출을 앞질렀고 4월 말 선보인 고단백 김밥과 저당·저지방 삼각김밥은 출시 3개월 만에 누적 250만 개 넘게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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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이 맛과 편의는 그대로 누리면서 죄책감과 영양 부담만 덜어내는 쪽을 택한 것이다. 저당·저칼로리 상품만 선별해 파는 무인 편의점 ‘제로스토어’는 2025년 1월 9개 점포로 출발해 2026년 3월 기준 185개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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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실제 배달 없이 메뉴 탐색과 주문의 즐거움만 제공하는 가짜 배달 앱 ‘음식만안와요’까지 등장했다. 소비자가 원한 것은 음식 자체가 아니라 고르고 결정하는 순간의 만족이었다는 뜻이다.
기업이 물어야 할 질문도 달라진다. “어떻게 더 자극할 것인가”가 아니라 고객이 언제 욕망의 볼륨을 낮추고 싶어 하는지, 그 지점에서 브랜드가 어떤 대안을 줄 수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식음료 기업이라면 ‘더 많이, 더 자주 먹게 만드는’ 전략의 유효성 자체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대신 소량이라도 만족감이 높은 상품, 포만감과 맛을 동시에 채우는 상품에 대한 수요가 커질 수 있다. 패션·뷰티 기업이라면 체형 변화가 빨라진 소비자를 위한 사이즈 전략과 제품 리뉴얼 주기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 핵심은 자극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자극으로부터의 해방’을 상품화하는 것이다.
AND: 하기 싫은 일에 좋아하는 것을 더하다 욕망을 끌 수 없다면 방향을 바꾸는 방법도 있다. 해야 하지만 하기 싫은 일에 즐거운 요소를 결합하는 ‘유혹 묶기(temptation bundling)’다.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확산된 ‘어드민 파티’가 대표적이다. 친구들이 노트북과 간식을 들고 모여 세금 신고, 병원 예약, 이메일 정리처럼 미뤄둔 행정 업무를 함께 처리한다. 혼자였다면 몇 주 미뤘을 일이 ‘사람들과 함께’라는 이유만으로 두어 시간 만에 끝난다. 최근에는 밀프랩 파티, 비전보드 나이트처럼 생산성과 교류를 결합한 모임도 확산되고 있다. 공통점은 의무적인 활동 자체는 그대로 두되 그 활동이 일어나는 맥락에 사회적 재미와 관계를 끼워 넣는 것이다. 친구의 효과는 실증적으로도 확인된다. 친구와 함께 체육관을 방문해야 보상을 받도록 설계했을 때 혼자 가도 같은 보상을 받는 조건보다 체육관 방문 빈도가 약 35% 늘었다는 한 실험 결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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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 역시 해야 하지만 하기 싫고 귀찮은 일이다. 특히 1인 가구들은 집 안에 세탁기가 없어 코인 세탁방 등을 찾는데 미국에서는 보편화돼 있어 영화 속에서도 자주 발견된다. 이때 세탁물이 돌아가는 동안 기다리는 지루함의 시간에 게임 등을 할 수 있는 즐거움을 더하기도 한다. 브루클린의 ‘선샤인 런드로맷 앤드 핀볼’은 세탁기 옆에 핀볼 게임을 두어 빨래를 기다리는 지루한 시간을 여가로 바꿨다. 세탁이라는 일 자체는 사라지지 않지만 그 옆에 좋아하는 활동이 놓이면 심리적 비용이 낮아진다.
이러한 사회적 결합은 두 가지 방식으로 나타난다. 하나는 같은 목표를 함께 수행하며 서로의 결과에 책임을 지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서로 다른 일을 하더라도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며 각자의 행동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크로스핏과 같이 함께하는 운동은 동일한 목표를 함께 수행하며 함께 결과에 책임을 지는 방식에 해당한다. 반면 어드민 파티나 카페에서 공부하기(카공), 유튜브의 스터디 위드 미같이 자신이 공부하는 영상을 송출하며 유튜브를 CCTV처럼 활용하는 것은 서로 다른 일을 하지만 동일한 시간이나 공간을 공유하며 상대의 존재를 활용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두 사람이 서로를 감시하지는 않지만 곁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지금은 집중해야 하는 시간”이라는 약한 규범을 만든다.
이러한 결합은 행정 업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걷기나 산책처럼 건강에는 좋지만 혼자 하면 지루한 활동에 수다와 친목을 결합한 ‘워크 앤드 토크’ 모임, 청소나 정리처럼 미뤄두기 쉬운 집안일에 좋아하는 팟캐스트나 플레이리스트, 친구와의 영상통화를 결합하는 방식도 같은 원리를 따른다. 심지어 재테크 공부처럼 부담스러운 자기 계발 활동에도 함께 모여 각자의 목표를 인증하고 소소한 보상을 나누는 소셜 스터디 형태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공통점은 의무 활동 자체는 그대로 두되 그 활동이 일어나는 맥락에 사회적 재미와 관계를 끼워 넣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 무얼 할 수 있을까. 공간 브랜드는 어드민 파티를 위한 좌석과 음악 큐레이션을 제공할 수 있고, 금융 앱은 정산 업무를 진행률로 시각화하며 완료 시 작은 보상을 붙일 수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질문을 바꿔야 한다. “소비자에게 어떤 즐거움을 줄까”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일 옆에 우리 브랜드는 어떻게 함께 설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BUT: 반복을 놀이로 바꾸다 세 번째는 반복에 놀이성과 서사를 부여하는 것이다. 러너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GPS 아트가 대표적이다. 지도 위에 토끼나 호랑이 모양이 그려지도록 경로를 설계해 달리거나 생크림을 매달고 뛰는 ‘버터런’처럼 하나의 미션을 완수하는 형태로 러닝을 재구성한다. 매일 같은 코스를 달리는 지루한 습관이 오늘은 무엇을 완성할지 고민하는 놀이로 바뀐다. 이 원리는 이미 앱 서비스로 상품화돼 있다. 코로나19 시기에 출시된 ‘컨쿼러 버추얼 챌린지’는 일상의 걷기·달리기 거리를 세계 명소를 잇는 가상 여행으로 바꾼다. 파리 개선문에서 에펠탑까지 53㎞를 걸으며 완주하면 기념 메달을 받는 식이다. 누적 이용자 100만 명을 넘겼고 구글플레이·Trustpilot에도 꾸준히 후기가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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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걸음 수만큼 캐릭터를 키우는 ‘찰리와 걷기’가 비슷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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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지 않으면 캐릭터 ‘찰리’가 뚱뚱해지는 등 체형이 변하고 많이 걸으면 아이템을 얻어 찰리를 멋지게 꾸밀 수 있기 때문에 이용자는 하루 5000~1만 보를 걷게 된다. 두 서비스 모두 걷고 뛰는 행동 자체를 바꾸지는 않았다. 다만 그 반복에 가상 여행이라는 서사 혹은 캐릭터를 돌보는 미션을 더할 뿐이다.
반복을 놀이로 바꾸는 힘은 실험으로도 뒷받침된다. 울리와 피시바흐의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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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여러 운동 중 가장 즐거운 것을 고른 참가자들은 건강 목표에 가장 유용한 운동을 고른 집단보다 더 많은 세트와 반복 횟수를 수행했다. 장기적 효용보다 과정의 즉각적 즐거움이 지속성을 더 높인 것이다. 평범한 하루를 기록하는 Z세대 앱 ‘셋로그’ 역시 같은 원리를 보여준다. 1시간에 한 번씩 2초짜리 영상으로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남기고 친구들과 공유하는 이 앱의 월 이용자 수는 2026년 5월 기준 778만 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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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연구팀이 셋로그 이용자들을 인터뷰한 결과, Z세대들이 이 앱을 계속 쓰는 이유는 ‘욕망조절법’의 행태와 연결된다. 첫째는 정서적 연대다. 만나지 않아도 궁금한 친구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서로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준다. 둘째는 기록과 수집이다. 별다를 것 없는 하루도 시간대별로 쌓이고 나면 그 자체로 특별한 하루처럼 느껴진다. 셋째는 자기통제다. 다소 느슨한 나의 모습을 누군가가 보고 있다는 혹은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약한 긴장감을 만들어 스스로를 관리하게 한다. 넷째는 다시점 기록이다. 여행이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그 순간의 여러 시선을 짧게 남겨두면 나중에 그때를 훨씬 입체적으로 되짚어볼 수 있다. 다섯째는 낮은 진입 장벽이다. 편집을 못 하게 돼 있고, 촬영에 2초면 충분하며, 보는 사람도 소수의 내 친구로 제한돼 있어 부담이 크지 않다.
이 다섯 가지 이유는 사실 앞서 살펴본 OFF, AND, BUT의 축소판이다. 만나지 않고도 관계를 확인하는 것은 결합(AND)이고, 누군가 보고 있다는 감각으로 자기통제를 얻는 것은 욕망과 거리를 두는(OFF) 방식이며, 평범한 하루를 특별하게 수집하는 것은 반복의 놀이화(BUT)다. 셋로그가 짧은 기간에 많은 이용자를 모은 것은 하나의 사소한 행동에 세 가지 욕망 조절 기제를 동시에 가볍게 얹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특별할 것 없는 순간도 ‘이번엔 뭘 남길까’라는 작은 미션이 되는 순간, 평범한 하루는 함께 만드는 콘텐츠가 된다.
마운자로와 같은 다이어트 주사나 걷기 밖의 다른 소비자들의 삶에서도 앤드 벗 컨슈머의 요소는 찾아보기 쉽다. 매일 챙겨야 하는 언어 학습이나 명상 앱은 하루라도 빼먹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은 ‘연속 기록(streak)’ 장치로 반복을 게임처럼 만든다. 필자의 아들부터 친구들까지 이동하는 버스나 전철, 화장실 안에서 듀오링고로 새로운 외국어를 학습한다. 주요한 기제가 연속 며칠 달성이라는 숫자를 지키고 싶어서다. 한 번 연속 학습 기록이 깨지면 초기화되고, 오래 안 하면 듀오링고 캐릭터인 부엉이가 화를 내고, 잘해내면 칭찬해준다. 국내에서 확산된 러닝 크루 문화 역시 혼자 뛰면 지루한 훈련을 함께 뛰는 사람과의 페이스 경쟁, 완주 후의 인증 사진과 소모임으로 바꾸어 놓았다. 반복 자체의 내용은 바뀌지 않지만 그 반복을 감싸는 서사와 사회적 의미가 달라지는 것이다.
이때 기업이 팔아야 할 것은 반복 행동의 효율이 아니라 그 반복을 다시 궁금하게 만드는 서사와 성취감이다. 피트니스 앱이라면 단순한 기록 누적을 넘어 사용자가 스스로 미션을 설계하고 완주 결과물을 시각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이 중요해진다. 식품이나 생활용품처럼 정기적으로 재구매가 일어나는 카테고리라면 매번 같은 구매 경험에 작은 변주와 수집 요소를 더하는 방식을 고민할 수 있다.
이처럼 소비자는 더 이상 음식과 콘텐츠, 운동 그 자체만 사지 않는다. 그것을 얼마나, 언제, 어떤 방식으로 소비할지 관리해 주는 ‘조절 기능’을 함께 산다. 식욕을 낮추는 약물, 접속을 제한하는 앱, 함께 시작하게 하는 모임, 반복을 미션으로 바꾸는 플랫폼들이 그렇다. 제품의 1차 효용에 더해 소비자가 스스로 시작, 중단, 재개, 강도를 정할 수 있는 것, 이른바 ‘통제 효용’이 새로운 가치가 되고 있다.기업이 던져야 할 질문이 달라진다 위 세 가지 전략은 다른 듯 보이나 공통된 소비자의 모습을 담고 있다. 소비자는 욕망에 끌려가거나 도망치기보다 다룰 수 있고, 상황에 따라 끄고, 결합하고, 놀이화하길 원한다. 그동안 기업의 전략은 “소비자의 욕망을 어떻게 더 자극할까”라는 질문을 던져왔다. 앞으로는 “소비자는 자신의 욕망을 어떻게 조절하고 싶어 하는가” “우리 브랜드는 그 조절 과정에 어떤 도구, 의식, 경험으로 개입할 수 있는가”를 함께 물어야 한다. 알고리즘이 고객의 약한 순간을 정교하게 공략할수록 기업은 더 큰 윤리적 책임을 지게 된다. 진짜 통제 효용은 고객을 더 오래 붙잡아 두는 기능이 아니라 고객이 스스로를 더 잘 운영하도록 돕는 기능에서 나온다.
실무에서는 다음 세 가지를 점검해야 한다. 첫째, 우리 카테고리에서 소비자가 꺼 버리고 싶어 하는 욕망은 무엇인가. 모든 카테고리에 OFF 전략이 통하지는 않지만 소비자가 반복적으로 피로를 호소하는 지점, 즉 과도한 칼로리, 당, 알코올, 자원 낭비, 알림, 지나친 선택지, 잦은 구매 유도를 줄여주는 것 자체가 새로운 가치가 될 수 있다. 둘째, 우리 브랜드가 결합할 수 있는 ‘하기 싫은 일’은 무엇인가. 그 일을 없애주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함께 견딜 수 있게 만드는 설계가 핵심이다. 셋째, 우리 상품의 반복 소비 지점에 놀이성과 서사를 더할 여지가 있는가. 정기적으로 재구매하는 카테고리일수록 작은 변주와 수집 요소가 지속성을 만든다.
욕망을 조절하는 2027년의 소비자 2027년의 소비자는 욕망 앞에서 무력한 포기자도, 욕망을 완전히 끊어낸 금욕주의자도 아니다. 필요하면 욕망의 스위치를 끄고(OFF), 해야 할 일과 좋아하는 일을 결합하고(AND), 지루한 반복에 놀이와 변주를 더한다(BUT). 욕망조절법은 소비자가 자기 욕망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대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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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조절법은 그 연장선에 있다. 소비자는 이제 무엇을 경험할지 뿐 아니라 그 경험을 얼마나, 언제, 어떤 방식으로 원할지까지 스스로 편집하고 있다. 앞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브랜드는 더 강한 자극을 만드는 브랜드가 아닐 것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자신이 돼가는 과정에서 욕망을 끄고 연결하고 즐겁게 지속하도록 돕는 브랜드가 선택될 것이다. 2027년 소비 시장의 승부는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에서 갈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