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ased on Preparing for Tomorrow’s Teamwork: Insights From eSports on How Human Expertise Shapes Training Needs for AI-Integrated Work (2025) by Lancaster, C. M., Flathmann, C., Hsu, J., McNeese, N. J., O’Neill, T. A., & Salas, E., in Journal of organizational behavior, Forthcoming.
인공지능(AI)이 단순한 도구를 넘어 사람과 함께 일하는 팀 동료로 자리 잡아가는 가운데 앞으로 조직이 인간과 AI를 어떻게 같이 훈련시켜야 할지에 대한 힌트를 제공할 수 있는 연구가 발표됐다. 미국 샌디아국립연구소(Sandia National Laboratories)와 클램슨대 연구팀은 이미 AI 봇과 함께 훈련하는 데 익숙한 e스포츠 선수 22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은 팀 기반 게임에서 AI와 함께 연습하며 실력을 다져온 게이머들로 연구팀은 이들의 대화를 질적 민족지 기법과 ‘에피스테믹 네트워크 분석(ENA)’이라는 도구로 분석해 인간–AI 팀(HAT, Human-AI Teams) 훈련에서 무엇이 빠져 있는지, 어떤 훈련이 필요하다고 느끼는지 입체적으로 추적했다.
연구 결과 현재의 인간–AI 훈련은 거의 전적으로 ‘기술 연습’에 갇혀 있다는 점이 가장 크게 드러났다. 선수들은 AI와 함께 훈련할 때 에임(조준), 스킬 타이밍, 파밍 루트 같은 개별 기술을 반복 연습하는 데만 AI를 활용할 뿐 팀원 간 호흡을 맞추고 전략을 조율하는 ‘팀워크 훈련’에는 사실상 쓰지 않고 있었다. AI는 ‘실력을 올려주는 반복 연습 상대’일 뿐 함께 전략을 짜고 상황을 읽는 ‘진짜 팀원’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흥미로운 점은 숙련도에 따라 AI를 바라보는 시각이 극명하게 갈렸다는 점이다. 초보자에게 AI는 비교적 긍정적인 존재였다. 실력이 일정하고 예측 가능한 AI의 움직임은 기본기를 익히고 게임의 흐름을 몸으로 익히는 데 도움이 되는 ‘친절한 연습 파트너’로 받아들여진다. 반면 중급자와 전문가에게 AI는 ‘내 실력과 맞지 않는 존재’로 인식된다. 이들에게 AI는 너무 단순해서 도움이 되지 않거나 반대로 실제 경기에서는 나올 수 없는 비현실적인 움직임을 보여 ‘실전 감각을 왜곡시키는 봇’으로 취급된다. 이 때문에 상급자일수록 AI와 함께하는 훈련을 ‘어쩔 수 없이 채워 넣는 자리’ 정도로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런 인식 차이 뒤에 ‘예측 가능성과 적응성의 긴장’이 자리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초보자는 AI의 예측 가능한 패턴 덕분에 안심하고 연습할 수 있지만 전문가에게는 변수와 예외가 끊임없이 터지는 실제 경기의 복잡성이 중요한 만큼 적응하지 못하는 AI와의 훈련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AI는 결국 사람만큼은 못하다’는 회의적 태도가 겹치면서 특히 고숙련자일수록 AI 팀원과의 훈련을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강화된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그렇다고 해서 선수들이 인간–AI 팀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떤 훈련이 있다면 좋을지”를 묻는 질문에는 숙련도와 상관없이 공통된 요구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초보자들은 무엇보다 “AI가 팀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훈련”을 원했다. 다시 말해 AI의 역할(role), 책임(responsibility), 한계(limitations)를 명확히 설명해 주고 서로의 움직임이 어떻게 맞물려야 ‘시너지’가 나는지 보여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반면 상급자와 전문가들은 AI를 도구가 아니라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는 팀 동료’로 받아들이게 해 주는 훈련을 요구했다. 이들은 AI의 플레이 스타일, 강점과 약점, 특정 상황에서의 의사결정 패턴을 반복적으로 체험하고 그에 맞춰 인간 쪽의 전략과 콜(call-out), 의사소통 방식을 조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대했다. ‘실력 상위 그룹(Expert group)’으로 분류된 e스포츠 선수들은 특히 “AI도 나름의 ‘성향(personality)’이 보여야 정서적 신뢰를 쌓을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AI와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라포(rapport)와 동료의식을 형성하는 장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구팀이 정리한 핵심 시사점은 세 가지다. 첫째, 앞으로의 인간–AI 훈련은 단순한 기능 교육을 넘어 ‘AI 팀원을 안다(know)’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다. 시뮬레이션과 실습을 통해 AI의 목표, 판단 기준, 한계를 체감하게 하고 인간과 AI 사이에 공유된 멘탈 모델을 형성하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둘째, 인간의 전문성 수준에 따라 훈련 내용과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초보자에게는 AI 역할 이해와 기본적 신뢰 형성을, 고숙련자에게는 도전적인 시나리오와 관계 형성, 새로운 전술 실험을 중심으로 구성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학습자의 수준에 따라 행동을 조정하는 ‘적응형 AI(adaptive AI)’를 도입하면 초보자와 전문가 모두에게 의미 있는 훈련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셋째, 지금까지 분리돼 다뤄지던 팀빌딩과 기술 훈련을 인간–AI 팀 환경에서는 통합해야 한다는 점이다. AI의 ‘퍼스널리티’와 상호작용 스타일을 설계하고 이를 이해·해석하는 법을 가르치면서 동시에 관계 형성, 역할 명확화, 신뢰 구축을 함께 다루는 통합형 훈련 모델이 필요하다.이 연구는 e스포츠라는 특수한 경쟁 환경을 기반으로 했다는 점에서 일반 기업에 그대로 대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AI와 함께 일하는 인간을 어떻게 훈련할 것인가’ 특히 ‘초보자와 전문가가 AI 팀원에 기대하는 바가 어떻게 다른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지금 많은 기업이 진행하는 AI 교육이 프롬프트 작성법, 기능 설명, 사용 팁 수준에 머물러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 연구는 ‘AI 사용법 교육을 넘어 인간–AI 팀워크를 훈련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분명하게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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