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기업이 직접 미래 변화를 예측해 기술혁신을 통제하고 사업화하는 ‘폐쇄형 혁신’의 시대가 저물었다. 대신 새롭게 부상한 개념이 개방형 혁신이다. 경계선에 집착하지 않고 회사 안팎에서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찾고 사업화하는 기업이 경쟁력을 갖는 시대다. 이제 기업은 외부 아이디어를 들여오고 내부 아이디어를 밖으로 내보내는 다중 경로로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대표적인 수단으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스몰딜이다. 스몰딜은 대기업의 개방형 혁신에 특히 유용하다. 대형 인수보다 특정 기술·역량·인재 확보에 초점을 둔 스몰딜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한 애플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개방형 혁신 관점에서 스몰딜은 외부의 기술 자원을 내재화하고, 제품·서비스를 다양화하며, 핵심 역량을 확장하고,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다. 특히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기업형 액셀러레이터(CA) 등과 연계할 경우 발굴과 검증, 인수 리스크를 줄일 수도 있다.
‘스몰딜’은 일반적으로 거래 규모가 작은 M&A를 의미한다. 금액적으로는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 수준을 의미하나 산업, 지역 등에 따라 기준이 다르다. 통상 인수기업의 전체 자산 규모에 비해 비중이 작아 협상 과정이 간소화되고 빠른 진행이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일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스몰딜을 활용하는 사례도 있지만 이 글에서는 대기업이 외부 스타트업의 기술 및 시장 자원을 확보하고 인재를 영입하는 ‘개방형 혁신’ 수단으로서의 스몰딜을 살펴보고자 한다.
1. 폐쇄형 혁신에서 개방형 혁신으로폐쇄형 혁신(Closed Innovation)은 기업 내부에서 기술 개발에서 사업화까지의 모든 과정을 직접 수행하는 방식이다. 이런 패러다임에서는 다른 기업보다 신기술을 먼저 확보하고 경쟁우위를 달성하기 위해 고급 연구개발 인력을 직접 고용하고, 독립된 공간에서 자율적으로 연구를 수행하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다. AT&T가 세운 벨연구소나 제록스의 파크(PARC)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환경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업이 직접 미래 변화를 예측해 기술혁신을 통제하고 사업화하는 폐쇄형 혁신은 한계를 맞이하게 됐다. 실제 제록스 파크 연구진이 개발한 신기술은 대형 복사기 사업과 직접 연관성이 낮아 사업화가 지연됐다. 연구자들은 회사를 떠나 신기술을 가지고 스리콤(3Com), 어도비, 도큐멘텀, 시놉틱스 같은 스타트업을 창업하거나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로 이직했다. 2000년대 초반 벨연구소에 막대한 투자를 한 루센트(Lucent Technologies)보다 외부 스타트업 인수와 협력에 주력한 시스코가 시장 변화에 훨씬 빠르게 대응했다.
이에 헨리 체스브로 오픈이노베이션센터 센터장은 2003년 저서를 통해 폐쇄형 혁신 패러다임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을 주창했다. 개방형 혁신이란 가치 있는 아이디어가 회사 내부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나올 수 있으며 그런 아이디어를 사업화는 경로 또한 내부 또는 외부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개방형 혁신 패러다임에서는 지식의 창출만큼 외부 지식의 접근과 활용이 중요하다.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기업은 외부 아이디어를 들여오고 내부 아이디어를 밖으로 내보내는 다중 경로로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최근 스몰딜이 주목받는 이유기도 하다.
2. 스몰딜로 혁신을 품다: 애플의 M&A 전략 사례구글, 메타 같은 글로벌 IT 기업들이 수백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인수로 화제를 모았던 것과 달리 애플은 다수의 스몰딜로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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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 애플 CEO는 2021년 주주총회에서 “과거 6년 동안 약 100개의 기업을 인수했다”고 밝혔는데 산술적으로 3~4주에 하나꼴인 셈이다. 애플은 2019년 상반기에만 20~25개의 회사를 인수할 정도로 스몰딜에 적극적이다. 쿡 CEO는 “우리는 규모에 관계없이 필요한 인수를 검토하지만 우리의 초점은 제품을 보완하고 발전시킬 혁신적인 소형 기업들”이라고 강조했다. 대형 인수보다 특정 기술·역량·인재 확보를 위한 스몰딜을 선호하는 애플의 전략을 보여준다.
실제 애플은 2014년 비츠일렉트로닉스를 32억 달러에, 2018년 음악 인식 서비스 샤잠을 4억 달러에 인수한 게 가장 큰 규모다. 구글의 위즈(Wiz) 320억 달러 인수나 페이스북의 왓츠앱(WhatsApp) 190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의 링크트인(LinkedIn) 262억 달러 인수 등에 비하면 규모 면에서 훨씬 작다. 대신 애플은 AR(증강현실), AI(인공지능), 핀테크, 음원,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들을 두루 인수해왔다.
일례로 애플은 스몰딜로 반도체 기술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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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출시한 애플의 첫 번째 아이폰은 성능 측면에서 다소 실망스러웠는데 스티브 잡스는 그 이유를 칩셋 기술 부재에서 찾았다. 자체 OS를 가지고 있었지만 SW 최적화로만은 성능 개선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애플은 2008년 반도체 설계회사인 피에이세미(P.A. Semi)를 2억7800만 달러에 인수해 자체 프로세서 개발에 필요한 핵심 기술과 인력을 확보했다. 이런 노력으로 애플은 2010년 1월 라이선스 코어 탑재 SoC(System on Chip, 단일 칩 시스템)인 A4를 발표하고 아이패드1과 아이폰4에 적용했다. 칩셋 설계 기술과 인력을 추가로 보강하기 위해 2010년 고성능 반도체 설계 기술을 보유한 미국 팹리스 기업 인트린시티(Intrinsity)를 1억2000만 달러에 인수했고 2012년 애플이 자체 설계한 첫 모바일 칩셋인 A6를 공개하며 아이폰5에 적용했다. 이후 애플은 2013년 9월 업계 최초로 64비트 모바일 프로세서인 A7을 개발하고 아이폰5s에 탑재해 주목을 받았다.
애플은 프로세서 외에도 2011년 플래시메모리 컨트롤러를 만드는 아노비트 테크놀로지스(Anobit Technologies)를 3억9000만 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2013년 저전력 블루투스 칩 설계 기술을 보유한 패시프 세미컨덕터도 인수했다. 특히 패시프의 인수는 애플이 애플워치와 에어팟에서 경쟁사 대비 가볍고 전력 사용이 적은 제품을 만들어 경쟁우위를 달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의사결정으로 평가를 받는다.
반도체 기술 확보를 위한 M&A는 신문에 대서특필될 만큼 상대적으로 큰 규모에 해당한다. 하지만 애플이 진행하는 스몰딜 대부분은 외부 발표 없이 조용히 진행한다. 기술과 인재 확보 자체에 목적이 있고 피인수기업을 별도 브랜드로 키우기보다는 애플의 기존 사업에 녹여내는 것에 방점을 두기 때문이다. 팀 쿡은 CNBC 인터뷰에서 “우리는 주로 인재와 지식재산권(IP)을 보고 인수한다”며 많은 인수가 사실상 ‘애퀴하이어(acqui-hire)’, 즉 뛰어난 인재를 고용하기 위한 수단임을 강조했다.3
즉 스몰딜을 통해 핵심 인재를 영입하면 기존 직원들보다 더 높은 연봉이나 성과급을 책정하지 않아도 되니 내부 반발을 피할 수 있고, 창업자들 체면을 세워주며, 조직에 소프트 랜딩시킬 수 있다. 이렇게 영입한 인재와 기술은 애플 내부 팀에 배치돼 기존 제품의 숨은 기능 개선 혹은 새로운 프로젝트의 씨앗으로 활용되면서 애플의 성장을 견인했다.
3. 스몰딜의 전략적 가치대규모 빅딜과 비교할 때 스몰딜이 가지는 전략적 가치와 장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혁신 시간 단축이다. 자체 개발로는 1~2년 걸릴 혁신 기술을 스타트업 인수를 통해 즉시 내재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네이버는 2017년 3D 전문 기술 스타트업 에피폴라를 흡수 합병해 3D 실내 지도와 증강·가상현실(AR/VR) 기술을 내재화했고 지도 및 콘텐츠 서비스 역량을 한층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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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스몰딜은 디지털 전환처럼 적시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해 혁신의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되는 경우 유용하다.
둘째, 전략적 집중을 하기 용이하다. 대기업이 거대한 회사를 인수하면 통합 과정에서 비핵심 사업부나 인력까지 떠안아야 하지만 스몰딜은 전략에 꼭 필요한 핵심 기술과 서비스만 골라서 취득할 수 있다. 스몰딜은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고 대기업 전략과 명확한 연계성을 확보할 수 있어 효과적인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
셋째, 우수 인력 확보다. 앞서 애플 사례에서 봤듯 스몰딜은 뛰어난 인재를 데려오는 수단이 된다.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하면 그 분야 최고의 기술자와 기업가정신을 지닌 창업팀이 한꺼번에 합류하게 되며 이는 단순 채용으로는 얻기 어려운 뛰어난 인재 풀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구글이 5000만 달러 남짓에 인수한 안드로이드가 대표적이다. 창업자 앤디 루빈과 안드로이드의 OS가 없었다면 구글은 모바일 생태계의 강자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이처럼 스몰딜은 기업에 없던 창의적 인재와 조직문화를 주입해 내부 혁신 역량을 제고하는 부수 효과도 있다.
무엇보다 스몰딜은 절대 금액이 작아 실패 시 재무적 충격이 제한적이다. 한 번에 수조 원을 베팅하는 대형 M&A는 실패할 경우 존폐가 위태로운 치명타가 되지만 스몰딜은 설령 일부 성과가 미흡해도 기업 전체에 미치는 타격이 제한적이다. 다수의 작은 딜을 시도해 그중 몇 개의 홈런을 기대하는 포트폴리오 접근도 가능하다. 스몰딜이 미래 불확실성에 대한 실물옵션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기업들이 대형 인수를 간헐적으로 하는 것보다 적당한 규모의 인수를 꾸준히 추진하는 편이 주주 가치 측면에서 더 나은 성과를 낸다는 연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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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규칙적으로 크게 베팅하는 M&A는 오히려 가치 창출을 저해하는 반면 계획적이고 지속적인 스몰딜 전략이야말로 기업 성장에 실질적 기여를 한다. 스몰딜을 통해 M&A 실패 위험을 분산하고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4. 스몰딜의 네 가지 유형오픈이노베이션 관점에서 스몰딜은 ‘피인수기업의 보유 자원 속성’과 ‘M&A 후 피인수기업의 자율성 정도’ 차원으로 유형을 세분화할 수 있다. 첫째, ‘기술자원 내재화’ 유형이다. 이는 인수기업이 피인수기업을 조직적으로 흡수함으로써 피인수기업의 기술, 특허, 인재 등 기술자원을 확보하는 형태다. 인수기업은 스몰딜을 통해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기술 역량을 강화하거나 현재 추진 중인 신사업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한다. 2021년 카카오모빌리티가 퀵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관련 기술을 배우고자 인수한 손자소프트가 대표적 사례다. 애플의 반도체 기술 확보를 위한 여러 스몰딜 역시 여기에 해당한다.
둘째, ‘제품 및 서비스 다양화’ 유형이다. 피인수기업이 인수기업의 조직에 완전히 흡수되고 통합되며 인수기업이 피인수기업이 보유한 시장 자원을 확보하는 유형이다. 피인수기업이 제공하던 제품 및 서비스의 브랜드, 상품 및 서비스명, 레이아웃 등을 변경해 인수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에 통합된다. 인수기업은 스몰딜을 통해 자신의 기존 고객에게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새로운 시장 진출 또는 고객을 유입시켜 경쟁력을 강화한다. 대표적 사례로는 2018년 카카오페이가 기존 생활 금융 서비스와 시너지효과를 창출하기 위해 인수한 바로투자증권이 있다.
셋째, ‘핵심 역량 확장’ 유형이다. 인수기업이 피인수기업의 기술, 특허, 인재 등 기술자원 확보를 목적으로 M&A를 추진하나 인수 후 조직 통합을 실시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하도록 하는 경우다. 인수기업 내부에서 개발이 어려운 기술을 스몰딜을 통해 확보하고 피인수기업이 인수기업의 지원으로 기술을 고도화하거나 사업화하는 경우다. 2021년 카카오게임즈가 인수한 게임개발사 코드독이 대표적 사례다.
넷째, ‘시장 지배력 강화’ 유형이다. 사용자 기반을 확대하거나 매출 성장 목적으로 인수하나 피인수기업을 구조적으로 인수기업에 통합시키지 않는 경우를 의미한다. 피인수기업이 제공하던 제품 및 서비스는 기존 브랜드나 상품 및 서비스명을 유지한다. 2018년 네이버의 드라마앤컴퍼니 인수나 2021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클로브클럽 인수가 이 유형에 해당한다. 모두 새로운 기술 확보보다는 기존 사업과 보완적 성격이 있는 분야였고 인수 후에도 피인수기업의 서비스명이나 경영 자율성도 유지했다.
5. 스몰딜의 리스크와 해결 방안스몰딜의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리스크 요인이 있다. 작은 인수도 잘못 관리하면 실패로 귀결될 수 있으며 여러 건의 스몰딜을 동시에 추진하는 프로그램식 M&A에서는 체계와 전략 부재 시 리스크가 누적될 수 있다.
첫째, 스몰딜에도 명확한 전략이 필요하다. 기업의 전략과 연계하지 않고 유행을 좇거나 따라 하기식으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은 시너지 창출에 실패하고 쓸데없는 비용만 늘어난다. 스몰딜이라고 해도 결국 경영진의 시간과 조직의 역량을 분산하는 일이므로 우선순위 없는 무분별한 확장은 피해야 한다.
둘째, 인수 후 통합(PMI, Post-Merger Integration) 리스크다. 조직문화 충돌로 인수 후 통합 단계에서 시너지 창출에 실패하는 사례가 전체 M&A의 50~75%에 이른다는 조사가 있을 정도다. 스몰딜이라고 인수 후 통합이 수월한 것은 아니며 오히려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경우 조직문화 충돌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스타트업과 대기업은 일하는 방식, 의사결정 속도, 보상 체계 등에서 다를 수밖에 없다. 서로의 차이를 무시하고 인수기업의 방식만 강요하면 피인수기업의 핵심 인력이 이탈하고 생산성이 저하되며 직원 간 갈등이 심해진다.
셋째, 여러 스몰딜을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 관리 복잡성 문제도 발생한다. 한 건 한 건은 작아 보여도 이를 동시에 진행하면 통합 작업의 누적 효과로 상당한 관리 부담이 생긴다. 법무, 재무, 기술 통합, 인사 정책 조율 등 해야 할 일은 M&A 규모와 무관하게 발생한다. 만약 여러 작은 회사를 한꺼번에 안고 가야 한다면 내부 관리 프로세스가 버거워지고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런 스몰딜의 리스크를 해결하려면 첫째, 기업의 전략을 분명히 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6
경영진은 ‘무엇을-누가-왜-어떻게’ 프레임워크를 사용해 사업부의 전략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리고 ‘전략을 달성하려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다음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목표가 분명하면 이를 내부에서 수행할지, 외부에서 사 올지를 결정해야 한다. 외부에 적절한 인수 대상이 있는지, 비용-시간 효율적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작업은 조직 내 스몰딜에 대한 혼란을 피하기 위해 경영진이 수행해야 한다.둘째, 스몰딜이라도 인수 후 통합에 대한 체계적인 역량과 계획을 갖춰야 한다. 예를 들어 통합 전담 팀을 둬 법무, 재무, IT, HR 각 분야에서 체크리스트를 검토하며 인수 대상별로 맞춤형 통합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조직문화 통합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문화적 융합은 저절로 되지 않으므로 초기부터 경영진이 문화 통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소통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 핵심 인재가 떠나지 않도록 인센티브 구조를 재설계하고 기존 직원들에게는 새 식구의 장점을 공유하면서 팀 결속을 다지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완전한 흡수통합 대신 인수기업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마지막으로 경영진의 꾸준한 관심과 성과 관리가 중요하다. 작은 인수라고 방치해두면 유기적으로 중장기 전략에 녹아들지 못할 수 있다. 인수 후에도 경영진이 정기적으로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애초의 전략적 가설이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 모니터링해야 한다. 필요하면 추가 투자나 사업 방향 피벗(pivot)도 검토하면서 인수한 자산의 가치 극대화를 도모해야 한다. 성공적인 기업들은 M&A 완료 후가 진짜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피인수팀과 긴밀히 협력한다.
6. 인수 후 통합: 과업 vs. 사람스몰딜뿐 아니라 모든 M&A에서 큰 리스크 중 하나는 인수 후 통합(PMI)이다. 통합 대상에 따라 두 가지 유형이 있다. 과업통합(task integration)은 운영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피인수기업의 자원과 역량을 인수기업으로 이전해 합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기술 내재화를 위해서는 과업통합이 반드시 필요하다. 반면 인적통합(human integration)은 두 회사의 직원이 서로 신뢰하고 만족하며 공동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다.
M&A가 성과를 내려면 과업과 인적 차원의 통합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이론적으로 A, B, C 세 가지 경로가 있다. A는 과업통합과 인적통합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다. B는 과업통합을 먼저하고 인적통합을 나중에 추진하는 방법이다. C는 인적통합 후 과업통합을 실시하는 경로다. 이론적으로는 A가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지만 만일 인적통합에 실패하면 B 경로로 빠지게 된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B와 C 경로를 비교하면 C가 성공적인 통합에 더 빨리 다다른다는 점이다. 과업통합은 인적통합을 저해하지만 인적통합은 과업통합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과업통합을 먼저 하는 B는 인적통합이 더디거나 실패할 수 있다.
따라서 경영자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은 A보다 항상 C 경로를 따르는 것이다. 인수 후 가장 먼저 할 일은 직원 이탈을 막고 조직 안정을 우선하며 두 조직이 서로 존중하고 공동의 문화를 만드는 인적통합이다. 인적통합이 일정 수준 달성한 다음 지식 이전, 공동 개발처럼 상호 의존성이 높은 과업통합을 실시해 본격적인 운영 시너지 창출에 돌입해야 한다.
7. CVC·CA 연계 스몰딜 실행 전략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스몰딜의 경우 높은 정보비대칭으로 인수 대상을 발굴하고 평가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따라서 대기업이 스몰딜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Corporate Venture Capital), 기업형 액셀러레이터(CA, Corporate Accelerator)와 연계해야 한다. CVC와 CA는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검증해 인수 리스크를 줄이는 개방형 혁신 도구로 기능한다. 특히 대기업 입장에서는 인수 전에 스타트업의 기술, 조직문화, 대기업과의 정합성 등을 미리 검증함으로써 인수 후 통합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실제 글로벌 기업들도 CA 프로그램이나 CVC 투자를 통해 미래 혁신 동향을 파악하고 스타트업과의 전략적 제휴나 파트너십 구축에 주력하며 잠재적 인수 대상자 파이프라인을 관리한다. 탐색–옵션구축–실행의 3단계 모델로 스몰딜 실행 전략을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 단계는 탐색(Search)이다. 기업형 액셀러레이터(CA) 프로그램을 통해 유망 스타트업을 탐색하고 초기 협업을 진행한다. 공모를 통해 협업 가능성이 있는 스타트업을 모집하고 3~6개월간 집중적인 멘토링과 PoC를 통해 스타트업 기술의 현업과의 시너지를 검증한다. 예를 들어 LG유플러스는 2024년 10월 ‘쉬프트’라는 CA 프로그램을 통해 10개의 AI 분야 초기 단계(시드~시리즈A) 스타트업을 선발했고 CTO 조직과 PoC(Proof of Concept, 개념 증명) 과제를 진행하며 기술을 검증한 바 있다.
두 번째는 옵션 구축(Option Building) 단계다. 탐색 단계에서 가능성이 확인된 스타트업에 CVC를 통한 소수지분 투자를 단행하며 전략적 실물옵션(Real Option)을 확보한다. 즉 대기업은 스타트업의 성장 추이를 지켜보며 필요시 지분을 확대하거나 인수를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이 단계의 목표는 전략적 협업 성과와 성장 지표를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앞서 CA 프로그램에서 추진한 PoC 과제의 성과를 현업에 적용하고 확대하면서 스타트업의 기술 개발 진척도, 외부 시장 반응 등을 살펴본다. 일반적으로 CVC 투자 이후 1~2년 이상의 기간에 걸쳐 대기업과 스타트업은 제품 공동개발, 공동 마케팅, 채널 제휴 등을 통해 실질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한다. LG유플러스 역시 ‘쉬프트’를 통해 발굴한 일부 스타트업에 지분투자를 진행했다. 이 단계를 거치면서 대기업은 스타트업의 사업 안정성, 사업부와의 전략적 적합도를 심층 평가하며 PMI 시 발생할 수 있는 갈등 요소를 사전에 발견하고 조율할 수 있다.
마지막 인수 실행(Execution) 단계는 인수 가치가 입증된 스타트업에 대한 M&A를 실행하는 것으로 CVC를 통해 확보한 실물옵션을 행사하는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전 단계에서 기술·인력을 사전에 검증하고 상호 신뢰 관계가 형성됐기 때문에 인수 협상뿐만 아니라 인수 후 통합 과정도 원활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네이버가 인수한 스타트업 상당수는 네이버 D2SF를 통해 발굴하고 지분투자한 경우다.
8. 결론: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 무기, 스몰딜오늘날 기술혁신의 속도와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런 환경에서 대기업이 경쟁 우위를 유지하려면 더 이상 내부 R&D만으로는 부족하다. 오픈이노베이션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스몰딜은 이를 실행에 옮기는 가장 날카로운 무기임이 여러 사례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적절한 타깃을 골라 신속히 인수함으로써 혁신의 속도를 높이고, 위험을 분산하며, 핵심 역량을 지속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들이 직면한 디지털 전환, 신사업 발굴 과제에 있어 스몰딜은 실험적 시도를 가능케 하는 실용적 수단이 될 것이다. 물론 스몰딜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며 성공을 위해서는 사전에 치밀한 전략 수립과 사후 철저한 통합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곧 기업이 외부의 신선한 아이디어와 인재를 끌어들이는 능력, 다양한 혁신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내는 능력을 의미한다. 앞으로의 경쟁은 개별 기업 vs. 기업이 아니라 자신이 구축한 혁신 생태계 간의 경쟁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스몰딜을 통한 오픈이노베이션은 대기업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핵심 무기가 될 것이다.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허물고 필요한 것을 과감히 받아들이는 기업만이 변화무쌍한 시장에서 앞서 나갈 수 있다. 작지만 의미 있는 M&A를 적시에 실행하는 용기와 능력이 곧 기업 혁신의 추진력이며 새로운 시대의 승자를 결정짓는 요인이 될 것이다. 스몰딜을 적극 활용하는 정교한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으로 미래를 대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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