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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낯선 금융’의 도전

김현진 | 425호 (2025년 9월 Issue 2)
블록체인이 등장했을 때 시장은 거래 기록을 중앙 기관이 아닌 여러 참여자가 나눠 보관·검증하는 ‘분산 원장’의 혁신성에 열광했습니다. 그러나 암호화폐의 가격 변동성이 크다 보니 결제·정산 같은 일상적 활용은 확산되지 못했고 ‘좋은 기술이지만 실생활에선 쓰기 어렵다’는 회의론이 뒤따랐습니다. 이 한계를 보완한 것이 스테이블코인입니다. 법정화폐와 1대1로 연동해 안정성을 확보하면서도 블록체인의 빠른 결제와 확장성을 살렸습니다.

2023년 페이팔(PayPal)은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PYUSD를 출시하며 글로벌 결제 시장에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페이팔은 이를 통해 6억5000만 명이 넘는 암호화폐 사용자에게 실시간에 가까운 결제와 송금 경험을 제공하며 기존에 며칠씩 소요되던 해외 정산을 수 분 안에 처리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 같은 흐름은 리테일 기업에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월마트를 비롯한 대형 유통업체들은 자체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검토하며 공급망 결제 혁신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2025년 6월 기준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이미 약 2550억 달러에 달합니다. 불과 두 달 뒤인 8월 한 달 동안의 온체인 거래량은 3조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또한 최근 스테이블코인의 일일 온체인 거래액이 비트코인을 앞지르는 것으로도 집계된 바 있습니다. 한때 먼 미래로 여겨지던 낯선 디지털 통화 혁명이 이제 글로벌 기업 전략의 핵심 현안으로 어느새 자리 잡기 시작한 것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은 정책 환경과도 긴밀히 맞물려 있습니다. 미국은 올해 7월 스테이블코인의 규제 프레임워크를 구축하는 ‘지니어스법(GENIUS Act)’을 통과시켜 발행자에게 달러·단기 국채 1대1 준비금 보유와 정기 공시·감사 의무를 부과했습니다. 한국 역시 디지털 자산 관련 법을 발의하며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의 강점은 분명합니다. 국제 송금과 공급망 결제에서 비용과 시간을 줄이고, 창작자에게는 실시간 수익 분배를 가능케 하며, 신흥국에서는 통화 불안을 방어하는 ‘디지털 달러’ 역할을 합니다. 더 나아가 다가오는 AI 에이전트 시대에는 초소액·초빈번 결제를 수행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화폐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큽니다. 예컨대 AI 음악·이미지 생성 서비스가 요청마다 자동으로 수수료를 결제하거나 AI 비서가 기사·논문 열람 시 저작권료를 소액 지불하는 구조는 스테이블코인 없이는 작동하기 어렵습니다. 우려의 시선도 여전히 큽니다. 대규모 환매 사태가 발생하면 ‘코인런(Coin Run)’이 촉발될 수 있고 규제 사각지대에서는 자금세탁에 악용될 위험도 있습니다.

이에 한국의 기업과 정책당국은 중요한 분기점에 서게 됐습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아직 제도화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태로 실제 발행과 시장 안착까지는 넘어야 할 관문이 많습니다. 성공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도 적지 않습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기축통화 지위를 기반으로 빠르게 확산된 것과 달리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국제적 수요가 제한적이고 외환시장 개방성, 통화정책과의 충돌이라는 구조적 제약이 크다는 지적입니다.

결국 도입의 성공 여부는 기업과 정책당국이 이러한 기회와 위험을 어떻게 조율하며 새로운 질서를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는 과거 비트코인이 과대 포장된 물건이라는 의미로 “쓸모없는 돌덩이(pet rock)”라 비판했지만 최근에는 “나는 이제 스테이블코인을 믿는다”고 말하며 태도를 바꿨습니다.

제도권이 이처럼 빠르게 ‘발상의 전환’을 시도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낯선 금융’이 열어갈 미래가 궁금하시다면 기회와 도전 과제를 함께 짚은 이번 스페셜 리포트에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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