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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세계 1위 외국어 학습 앱 ‘듀오링고’의 성장 전략

“게임하듯 어학 공부” 3~5분 ‘한입 레슨’
“듀오 죽었다” 바이럴 마케팅에 유저 폭증

이규열 | 416호 (2025년 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글로벌 1위 어학 앱 ‘듀오링고’는 ‘세상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는 목적에서 출발했다. 이처럼 뚜렷한 목적의식하에 무료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이 필요했다. 듀오링고는 학습 경험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구독, 언어 능력 시험, 광고 등의 수익 창출을 위한 테스트를 진행했다. 동시에 효과적인 학습을 위해 국제 표준에 따른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생성형 AI를 적용해 다양한 학습 콘텐츠를 제작한다. 특히 학습 과정에 경험치, 리그 등 게임 요소를 적극 차용해 사용자들이 재밌게 외국어를 학습할 수 있게 했다. SNS에서도 재미에 집중한 파격적인 콘텐츠를 선보이며 유기적인 성장을 거두고 있다.



듀오링고_로고


올해 2월, 이 초록색 부엉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사람이라면 평소 SNS를 꽤 즐겨하며 트렌드에 밝은 사람일 것이다. 세계 1위 유튜버 ‘미스트 비스트’와 넷플릭스 등 전 세계에서 영향력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이들은 자신의 SNS에 이 부엉이를 추모하는 글을 올리며 온라인 장례식에 동참했다.

사실 외국어 학습 앱 ‘듀오링고’의 마스코트인 ‘듀오’의 죽음을 둘러싼 여러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창업자이자 CEO인 루이스 폰 안은 듀오가 ‘사이버트럭’에 치여 죽었다고 발표했는데 공식적인 사인은 ‘사용자들이 제때 영어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용자들에게 지독하게 학습을 하라고 잔소리를 해댄 결과 듀오에게 앙심을 품은 누군가 그를 ‘살해’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듀오링고는 ‘듀오를 살리기 위해선 전 세계 사용자들이 합심해서 학습을 해야 한다’는 캠페인을 펼쳤고 사용자들은 매일 5~10분 정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 형식의 외국어 레슨을 즐기고 더 많은 경험치(XP)를 모아 상위 리그로 진출하기 위해 혈안을 올리며 ‘듀오 살리기’에 동참했다. 다행히 전 세계 사용자들의 뜨거운 참여 덕분에 듀오는 ‘부활’에 성공했고 지금도 집요하게 사용자들의 학습을 독촉하고 있다.

앱 안팎에서 격렬하게 ‘재미’를 좇는 모습과는 달리 듀오링고는 폰 안 CEO의 제법 진중한 문제의식에서 시작한 서비스다. 그는 “교육이 다양한 사회 계층의 불평등을 가져온다고 생각했다. 돈 있는 사람들은 세계 최고의 교육을 받을 수 있지만 돈이 없는 이들은 읽고 쓰는 법을 거의 배우지 못한다”고 말한다. 교육의 접근성을 강화해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그의 목적의식은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과 최고의 교육 방법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는데 최근 듀오링고의 실적이 그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폰 안은 사업을 이해하지 못한다” “듀오링고의 교육이 효과가 없다”는 등 투자자들과 언어학자들의 비판을 딛고 전 세계 가입자 약 5억 명, 2024년 3분기 기준 매일 앱을 방문하는 일간활성사용자(DAU)는 3720만 명에 달하는 글로벌 1위 외국어 학습 앱으로 우뚝 선 것이다. 그러면서도 목적의식을 지키기 위한 무료 교육 정책은 고수하고 있다. DBR이 뚜렷한 목적에 재미까지 잡은 듀오링고의 성장 전략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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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이 있는 ‘게임’
: 듀오링고의 탄생과 목적이 낳은 과제

폰 안은 질투조차 내기 힘들 정도로 난사람이다. 듀크대 수학과를 숨마쿰라우데(상위 5% 이내)로 졸업하고 28세의 나이에 카네기멜론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로 부임한 영특한 천재다. 미국의 대표적인 ‘천재상’으로 꼽히는 맥아더 펠로십의 수상자이기도 하다. 심지어 듀오링고를 창업하기 전에 이미 큰 부자였다. 그가 개발한 ‘ESP(Extra Sensory Perception, 초감각적 지각) 게임’ ‘리캡차(ReCAPCHA)’를 구글에 매각했기 때문이다. 고민 하나 없어 보이는 그가 듀오링고를 창업한 이유는 “세상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는 뚜렷한 목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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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폰 안은 ESP 게임을 개발했다. 두 명의 사용자가 같은 이미지를 보며 서로 소통하지 않은 채로 대상의 이름을 입력하는데 제한된 시간 내에 더 빠른 답을 적은 사람이 승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구글은 이 기술을 ‘구글 이미지 레이블러(Google Image Labeler)’라는 이름으로 도입하며 웹에 존재하는 다양한 이미지에 캡션을 달았다.

예컨대 두 사람이 택시의 이미지를 보고 동시에 ‘택시’를 입력하면 이미지에 택시라는 라벨이 붙으며 이후 컴퓨터가 이를 택시로 인식한다. 지금이야 AI(인공지능)가 이를 능수능란하게 처리할 수 있으나 본래 사람들이 일일이 해야 하는 작업이었다. ESP는 라벨링 작업에 게임의 요소를 도입해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만들었고 구글은 2006년 이 기술을 도입하며 이미지 인식 머신러닝 알고리즘과 이미지 검색의 정확성을 개선했다.

그보다 앞선 2000년 카네기멜론대 컴퓨터과학 박사 과정에 갓 입학한 폰 안은 야후가 주최한 강연에서 야후가 스팸메일로 고생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의 지도교수와 함께 몇 개월 만에 ‘캡차(CHAPTCHA)’를 개발했다. 웹페이지에서 새로운 계정을 만들 때 왜곡된 문자를 보고 어떤 문자인지 적는 보안 문자가 바로 캡차다. 실제 야후에서도 이를 도입해 악성 계정 생성, 스팸 메시지를 예방하는 데 활용했다.

이후 캡차는 생산과 서비스의 과정에 대중을 참여시키는 ‘크라우드소싱(Crowd Sourcing)’ 방식을 차용하며 2007년 ‘리캡차(reCAPTCHA)’를 발표했다. 캡차는 분명 인터넷 악용을 방지하는 순기능도 있었지만 인증을 위해 사람들의 시간을 뺏는다는 단점도 있다. 박사 과정을 마치자마자 카네기멜론대에서 교수로 채용된 폰 안은 이 10초간의 시간이 좀 더 유용하게 활용되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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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리캡차는 뉴욕타임스가 130년간 수집한 아카이브의 텍스트를 암호 문구로 보여줬다. 뉴욕타임스는 이 오래된 책들을 스캔해 문자 인식 소프트웨어로 텍스트를 인식하려고 했으나 책에 얼룩이 많거나 중세 시대의 서체로 쓰여 있는 등의 문제로 전체 텍스트에 30%밖에 해독해내지 못했다.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리캡차에 본인이 사람임을 입증하며 대규모 디지털화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고 이로써 기존에 약 1년 걸리던 작업이 단 며칠 만에 완료됐다. 2009년 구글은 폰 안이 세운 동명의 기업 ‘리캡차’를 인수해 구글 도서의 디지털 도서관과 구글 지도의 스트리트뷰를 구축하는 데 사용했다.

ESP 게임, 리캡차의 아이디어는 그의 연구 주제와 맞닿아 있기도 하다. 그는 2008년 발표한 논문1 을 통해 ‘목적을 가진 게임(Game with a Purpose, GWAP)’이라는 개념을 창안했다. 이는 컴퓨터가 수행할 수 없는 과제에 사람들을 참여시켜 ‘인간 기반 계산(Human-Based Computation)’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게임을 뜻한다. ESP, 리캡차는 각각 이미지에 라벨을 붙이는 목적, 아날로그 자료를 디지털화하는 목적을 가진 GWAP다. 이처럼 과제 해결에 게임 요소를 적극 활용하는 그는 게임화(Gamification)의 선구자로 알려지기도 했다.

ESP의 정확한 매각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리캡차는 약 2500만 달러(약 357억 원)에 인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대학에서 안식년을 갖고 2년간 구글에서 일하다 2011년 학교로 복귀한 폰 안은 사회에 도움이 되고 의미 있는 대규모 솔루션을 고민하게 됐다.

아이디어의 영감은 그의 유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폰 안은 1978년 중앙아메리카의 국가 과테말라에서 독일계 과테말라인으로 태어났다. 그는 여러 인터뷰에서 ‘과테말라는 매우 가난한 국가’라고 강조한다. 미국이 멕시코 불법 이민자들로 고통받는 것처럼 멕시코에서는 과테말라의 불법 이민자들을 꺼린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당시 과테말라에서는 내전이 계속되고 있었고,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금까지도 인구의 절반가량이 절대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그를 홀로 키운 어머니는 과테말라 최초의 여의사로 폰 안은 엘리트 교육을 받았지만 주변에는 빈곤한 이웃들이 넘쳐났다.

어머니는 특히 폰 안의 영어 교육에 열을 쏟았다.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과테말라에서 유창한 영어 실력은 국제적인 교육을 받고 계층 사다리에서 올라가기 위한 발판이었다. 폰 안의 표현을 빌리자면 어머니는 가진 것 전부를 그의 교육에 쏟았다. 그런 덕분에 그는 사립학교에서 영어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그렇다고 폰 안의 영어 교육이 마냥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미국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그는 1200달러를 들여 이웃 국가인 엘살바도르까지 떠났다. 과테말라에 시험장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당시 엘살바도르는 내전의 여파로 치안이 매우 불안정했다. 대부분의 과테말라인에게 영어의 벽은 더욱 높았다. 영어가 중요한 만큼 교육비가 비쌌기 때문이다. 훗날 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50년간 이러한 착취적인 사업이 이뤄져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영어가 다른 과목보다 실질적으로 소득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예컨대 수학을 아는 것만으로는 잠재 소득이 늘지 않는다. 수학을 토대로 물리학, 공학 등의 다른 학문을 배워야 돈을 벌 수 있지만 똑같은 웨이터라도 영어를 쓰는 웨이터는 호텔에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그렇게 폰 안은 2009년부터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로만슈어를 공용 언어로 사용하는 스위스 출신의 박사 과정 학생 세버린 해커와 함께 외국어 학습 앱을 만들기 시작했다.

자금은 어렵지 않게 모을 수 있었다. 2011년 미국의 벤처캐피털 기업 유니온스퀘어벤처스, 배우 애시튼 커처, 투자자 팀 페리스 등으로부터 약 330만 달러(약 47억 원)의 시드 투자를 받아 제품 개발을 위한 총알을 마련했다. 첫 투자자인 유니온스퀘어벤처의 파트너 브랜드 번햄은 “우리는 그가 이전에 이룬 것들, 또한 그라는 사람 자체에 크게 감명했다”라며 듀오링고에 투자한 이유로 창업자인 폰 안의 업적과 역량을 꼽았다. 전 세계에서 10억 명 이상이 외국어를 공부하고 있었고 2010년 기준 모바일 에듀테크 시장 규모는 32억 달러로 2010년부터 2015년 사이 5년간 연평균 성장률(CAGR)이 23%에 달하는 등 시장 또한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2011년 ‘듀오링고’가 설립되고 2012년에는 웹페이지와 모바일 앱이 공개됐다. ‘듀오(Duo)’는 라틴어로 ‘둘’, ‘링고(Lingo)’는 영어로 ‘언어’를 뜻한다. 즉 듀오링고는 ‘두 개의 언어’를 뜻하며 라틴어와 영어를 혼용함으로써 ‘모국어로 외국어를 배운다’라는 의미를 담았다. 초기 버전에는 영어 모국어 사용자를 위한 스페인어, 프랑스어, 독일어 학습 및 스페인어, 프랑스어, 독일어 모국어 사용자를 위한 영어 학습을 제공했다.

듀오링고의 사용자는 무서운 수준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폰 안이 TED의 연사로 서며 온라인 협업에 관한 그간의 작업들과 함께 듀오링고에 대한 비전을 발표한 영상을 100만 명 이상이 시청하면서2 약 30만 명의 베타 테스터를 모집했고 모바일 서비스를 선보인 지 약 1년 후인 2013년 11월에는 사용자가 1500만 명까지 늘었다. 무료로 외국어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사용자들을 끌어모으기에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초기 듀오링고의 학습 방식에도 역시 폰 안의 주특기인 크라우드소싱을 차용했다. 미국의 미디어 기업 버즈피드와 CNN의 콘텐츠 번역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영어 학습자들이 실제 뉴스 기사 문장을 번역하는 과제를 수행하는 식이다. 여러 사용자가 동일 문장을 번역하고 커뮤니티 평가 및 알고리즘을 통해 최종 번역본이 완성되면 이후 버즈피드와 CNN의 글로벌 현지 사이트에 게재됐다. 세상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목적을 실천하기 위해 사용자들에게 돈을 받는 대신 기업으로부터 돈을 버는 B2B 사업 모델로 ‘목적이 있는 게임’을 활용하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사용자의 번역 수준이 매우 제각각이었고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번역하는 사용자도 많았다. 각종 고유명사나 지역적인 맥락이 반영되며 정확한 번역이 생명인 뉴스 콘텐츠에는 외국어 학습자의 번역을 활용하는 접근이 적합하지 않았다. 뉴스에서 사용하는 문장과 실제로 사람들이 생활에서 구사하는 언어에는 차이가 있었다. 무엇보다 사용자들 또한 이러한 방식으로는 외국어를 제대로 학습하기 어려웠다.

2014년 크라우드소싱 모델을 포기하면서 듀오링고는 무료 정책을 지속적으로 지탱하기 위한 사업 모델과 사용자들이 외국어를 효과적으로 학습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해결해야 했다.


목적을 지키는 ‘사업 모델’
: 무료 학습을 위한 수익 창출 실험

듀오링고는 2016년 초까지 4차례 자금을 조달하고 5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큰 투자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넉넉한 자금으로 개발에 몰두할 수 있다는 건 분명한 장점이었지만 이내 수익 창출에 대한 투자자들의 압박이 이어졌다. 2015년에 듀오링고에 투자한 벤처캐피털 클라이너 퍼킨스의 파트너인 빙 고든은 “우리의 파트너들에는 진짜 CEO가 필요하다”며 “폰 안은 사업을 이해하지 못하는데다 사업 자체에 흥미도 없다”고 비난했다.

빙 고든의 당시 발언이 아예 틀렸다고 반박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폰 안은 크라우드소싱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광고, 구독 없이 온전히 무료로 앱을 제공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수익이 필요하다는 점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이치였다. 이에 폰 안은 그의 블로그에 수익 창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듀오링고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서버, 직원 급여, 운영 등에 하루 4만2000달러를 지출하고 있고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비용은 점점 더 커질 것이라며 수익 창출을 위한 실험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실과 타협했다는 건 부정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듀오링고의 목적의식을 저버린 것은 아니었다. 그는 “수익 창출을 위한 실험은 신중하게 고려되고 과학적으로 측정돼 듀오링고가 전과 동일한 참여율을 유지하고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들이 단 한 번도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전체 학습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못 박았다.

듀오링고는 구글 플레이의 글로벌 게임 사업 개발 책임자 출신으로 수익을 25배 성장시킨 경력이 있는 밥 미즈를 최고사업책임자(CBO)로 영입하고 구독, 언어 능력 시험, 광고라는 세 가지 수익원으로 ‘프리미엄(Freemium, 기본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하고 추가 서비스에 대해 요금을 받는 것)’ 모델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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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 미즈 CBO는 “구글 게임과 듀오링고는 매우 많은 유저를 끌어들이지만 적은 사용자가 비용을 지불한다. 그러나 이를 통해 정말 큰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3년 구독 플랜은 듀오링고의 수입에서 약 7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같은 해 유료 구독자 수는 620만 명으로 전년 대비 57%가량 늘었고 2024년 2분기에는 약 800만 명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까지 구독자 수는 940만 명가량 증가하고 구독 수입 역시 전년 대비 30% 증가한 7억 달러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독 모델은 무료 플랜, 슈퍼 듀오링고, 듀오링고 맥스라는 세 단계 모델로 운영된다. 슈퍼 듀오링고는 광고 없는 환경을 보장하며 하트도 무제한으로 제공된다. 연습장 기능을 추가로 제공해 오답을 기록하거나 자주 틀리는 약점을 보충 학습할 수 있다. 사이버틱한 슈퍼 플랜 전용 아이콘은 덤이다.

2023년 3월에 출시한 듀오링고 맥스는 최상위 플랜으로 GPT-4를 적용한 생성형 AI 기능을 지원한다. 핵심 기능은 듀오링고의 인기 캐릭터인 릴리와의 영상통화다. 사용자는 AI가 적용된 릴리와 외국어로 짧은 대화를 나누는데 대화가 종료된 후에는 전사 기록을 바탕으로 더 나은 표현에 대한 피드백도 제공한다.

한편 가족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패밀리 플랜 가입자도 100만 명에 달한다. 폰 안은 2024년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패밀리 플랜은 몇 년 전에 구축하고 손대지 않았다. 만들고 그대로 뒀더니 저절로 엄청난 성장을 거뒀다. 너무 많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야 팀을 꾸렸다”며 “유료 가입자의 20%가 패밀리 요금제를 이용하고 있으며 그 수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언어 능력 시험. 2016년에는 듀오링고 영어 시험(DET)을 출시했다. 토플(TOEFL)이나 아이엘츠(IELTS)와 같이 영어 능력을 측정하고 인증하는 시험이다. 토플이 약 200달러인 데 비해 DET는 65달러로 저렴하고 UNHCR(유엔난민기구)에 등록된 난민 학생들은 무료로 시험을 볼 수 있다. 또한 시험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사전에 예약할 필요 없이 어디서든 온라인으로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단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카메라와 스피커가 작동해야 한다. 시험 시간도 45분으로 짧은 편이며 토플이나 아이엘츠가 결과를 받아보기까지 약 6~8일이 걸리는 데 반해 2일이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대입을 위해 토플을 보러 엘살바도르까지 떠났던 폰 안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된 아이디어로 독점적인 위치를 선점한 경쟁자들이 있었기에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실제로 초기에는 유의미한 수익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2020년 말 팬데믹으로 대면으로 시험을 보는 토플, 아이엘츠 시험장이 문을 닫으면서 DET가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팬데믹이 시작되고 약 두 달 만에 시험 응시자는 10배로 급증했고 대학들도 DET를 인정하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예일대, 듀크대 등 아이리비그 학교들을 비롯해 약 5500개 이상에서 DET를 채택하고 있다.

학자들과 토플 관계자들로부터 학업적 영어 능력을 측정하는 데 부적합하다는 공격도 받았으나 주관식 문제, 말하기 과제 등을 추가하며 시험을 고도화했다. 또한 폰 안은 “두 시험을 모두 치른 2300명 이상의 학생들의 성적을 비교 분석할 결과 DET와 토플 점수 사이 높은 상관관계가 나타났다”고 반박했다. 2023년 기준 DET는 듀오링고 전체 수입 중 약 8%를 차지한다.

광고. 미즈 CBO는 듀오링고가 제공하는 학습 콘텐츠가 게임처럼 느껴졌으며 실제 게임처럼 광고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듀오링고의 엔지니어들을 구글에 파견해 광고 설계를 위한 머신러닝을 배우고 광고로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을 연구하게 했다.

이에 레슨과 레슨 사이에 30초짜리 광고를 띄웠고 2017년에는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상형 광고’를 구현했다. 예컨대 학습자들에게는 5개의 하트가 주어지는데 한 번 문제를 틀릴 때마다 하트가 하나씩 사라지고 0개가 되면 더 이상 학습을 할 수 없다. 학습에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지만 사라진 하트는 5시간 후에 다시 생겨나 더 공부하고 싶은 사용자들에게는 답답함을 안겨줄 수 있다. 그런데 광고를 시청하면 하트를 충전할 수 있다. 광고로 인해 끊길 수 있는 수업의 흐름을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게임의 일부로 인식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광고와 원활한 사용자 경험 사이의 조화를 위해 지속적인 A/B 테스트를 거치며 광고의 길이, 빈도, 보상을 조정한다. 2023년 기준 광고는 듀오링고 전체 수입의 약 9%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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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점에서 듀오링고의 수익화 실험은 순항 중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프리미엄 모델을 가동시킨 2019년 수입은 약 7100만 달러에서 2023년 말 5억3100만 달러로 7배 이상 성장했고 그해 처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21년에는 약 40억 달러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나스닥에 상장했고, 2024년 3월 기준 시가총액은 150억 달러에 달하며, PER은 160배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폰 안은 2023년 TED 강연에서 광고를 끄기 위해 유료 구독을 하는 이들은 대부분 미국, 캐나다 등 부유한 국가의 사용자들이며 브라질, 베트남, 과테말라 등 가난한 국가의 사람들은 무료로 듀오링고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모델에서 마음에 드는 점은 작지만 부를 재분배한다는 것”이라며 “모두를 위한 교육비를 부자들이 지불하게 만든다”고 밝혔다.


목적을 이루는 ‘학습 경험’
: 게임만큼 재밌고 학교만큼 유익하게

1) 교육 설계와 효과 입증

모든 사람을 위한다는 ‘대상의 목적’을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로 달성한다면 외국어를 학습시키겠다는 ‘내용적 목적’은 실제 교육의 효과로 증명해야 했다. 실제로 듀오링고는 교육의 효과성에 대해 꾸준히 도전받고 있다. 짧은 게임 형식의 레슨이 실생활에서 외국어를 구사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심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이에 듀오링고는 학습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그 효과를 입증하는 데 집중한다. 국제 언어 표준인 CEFR 등에 따라 커리큘럼을 구축하며 듀오링고에서 5개 섹션을 학습한 사용자가 대학 수업 5학기에 해당하는 내용을 배울 수 있고 이를 실증적으로 입증한 연구도 있다. 이외에도 4주간 듀오링고를 사용한 신규 학습자 10명 중 8명은 언어 학습에 의욕이 늘었고 10명 중 9명은 1개월 후 말하기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답했다. 더욱 전문적인 효과성을 검증하기 위해 연구자들과 커뮤니티를 구축해 연구를 지원하며 관련 연구 결과를 실제 학술 저널에도 활발하게 발표하고 있다. 이에 듀오링고의 교육 효과를 인정하며 공교육 현장에 활용하는 국가도 있다.

이러한 학습 코스는 ‘커리큘럼 설계-AI 도구 준비-생성 및 수정’의 3단계로 이뤄진다. 학습 전문가가 해당 레슨에 대한 주제, 문제 유형 등을 기획하면 AI에 게임의 규칙을 입력한다. 예컨대 특정 주제와 빈칸 채우기 등의 문제 유형을 제안하면 AI가 약 10개의 연습 문제를 생성한다. 이후 학습 전문가가 그중에서 좋다고 판단한 문장 2개를 선택하며 실제 앱에 반영하기 전에 이를 편집할 수도 있다.

듀오링고는 체계적인 커리큘럼에 따라 영어 모국어 사용자에게는 약 40개 이상의 과정을 제공한다. 그중에는 아일랜드어, 웨일스어, 스코틀랜드 게일어 등의 소수 언어와 심지어는 ‘왕좌의 게임’ 시리즈에 쓰이는 가상의 언어인 발리리아어까지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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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학습의 게임화

이처럼 커리큘럼을 설계하고 효과를 입장하는 과정은 매우 진중하지만 듀오링고의 진가는 마치 게임을 즐기는 듯한 재미에서 나온다. 실제로 듀오링고의 학습 과정은 3개 이상의 같은 캔디를 모아 터뜨리는 모바일 퍼즐 게임 ‘캔디 크러시 사가’와 비유되기도 한다. 빈칸에 알맞은 단어 채우기, 해석에 맞게 단어 순서 맞추기, 들리는 발음대로 따라 말하기 및 따라 쓰기 등 다양한 연습 활동으로 이뤄진 하나의 레슨을 3~5분 내에 완료할 수 있는 ‘한입 크기(Bite-Size)’로 설계했다.

이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 형식으로 학습을 기획한 건 핵심 학습 도구로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폰 안은 2023년 TED 강연에서 “전 세계에 학교를 세우는 건 많은 비용이 들지만 전 세계 인구 대부분이 이미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며 교육 수단으로서 스마트폰의 효과를 설명했다. 그러나 동시에 스마트폰의 단점도 꼬집었다. 스마트폰으로 교육을 제공하고자 하면 엄청난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인류가 만든 발명품 중 ‘가장 중독성이 강한 약물’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숏폼 플랫폼이나 SNS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스마트폰으로 교육을 제공하는 건 브로콜리를 먹길 바라면서 가장 맛있는 디저트를 옆에 두는 꼴”이라며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브로콜리를 디저트 같은 맛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듀오링고는 로제타스톤과 같은 전통적인 외국어 학습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틱톡, 인스타그램과도 경쟁한다. 듀오링고의 무기는 폰 안의 전문 분야인 ‘게임화’다. 듀오링고 곳곳에는 게임 요소가 적용됐다. 예컨대 다섯 개의 하트를 목숨으로 부여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야 하트가 회복되는 시스템은 게임에서 고전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또한 레슨을 마무리하면 게임과 같이 경험치(XP)가 부여되는데 이는 곧 경쟁 시스템인 ‘리더 보드’로 이어진다. 매주 약 20명의 사용자가 획득한 경험치 양으로 경쟁을 하며 상위에 등극한 4명은 다음 리그로 진출할 수 있다. 총 10개의 리그가 존재하고 최상위 리그인 다이아몬드 리그에 등극하면 상위 10위를 대상으로 토너먼트가 진행되기도 한다. 폰 안은 “리더 보드 덕분에 사람들이 듀오링고에 머무는 시간이 20% 증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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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 인스타그램 등 SNS와 실제 모바일게임이 사용하는 심리적 기법도 차용했다. 대표적으로는 연속 학습(Streak)을 꼽을 수 있다. 말 그대로 며칠 동안 연속으로 학습했는지를 보여주는데 앱 내 화면이나 위젯 등에 큼직한 불꽃 아이콘을 박아 연속 학습 일수가 눈에 잘 띄도록 강조한다. 특히 사용자가 연속 학습 목표를 직접 설정하게 만들며 해당 마일스톤에 도달하는 경우 듀오링고의 듀오가 마치 불사조가 된 듯 힘차게 비상하는 화려한 효과를 보여주며 이를 축하한다. 사람들은 힘들게 쌓은 연속 학습 일수가 0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두려워하며 듀오링고에 접속하게 된다. 무언가를 잃는 것을 특히 두려워하는 ‘손실 회피’ 성향이 그 원리다.

실제로 이러한 연속적인 학습의 효과는 심리학 연구에서 입증된 바 있다. 동일한 맥락에서 같은 행동이 충분히 반복될 경우 이러한 행동을 자동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된다.3 특히 이러한 연속 학습의 효과는 초기 학습자에게 더 큰 성취로 다가온다. 실제로 듀오링고의 자체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7일 연속 학습에 성공한 사용자가 한 과정을 완료할 가능성이 3.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이상의 연속 학습 기록을 보유한 사용자는 700만 명에 달하며 DAU의 20%에 해당한다. 또한 연속 학습 일수가 10일 이상인 사람들의 구독 전환율이 3배 이상 높았다.

그러나 하루도 빠짐없이 학습을 이어 나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장기간 출장에 가거나 아픈 가족을 돌봐야 하는 일도 생기기 마련이다. 이처럼 연속 학습이 끊겨 ‘0일’로 리셋되는 경우 학습 의욕이 상당히 떨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에 학습을 하루 쉬어도 연속 학습 일수를 차감하지 않는 ‘일시 멈춤’ 기능을 아이템으로 제공한다. 편법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듀오링고는 이러한 여유가 사람들이 끈기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펜실베이니아대와 UCLA의 연구에서도 사람들이 목표를 추구할 때 지나치게 엄격한 규칙보다는 약간의 느슨한 규칙이 동기부여에 더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4

모바일 알림 또한 똑똑하게 활용한다. 대부분의 알림은 광고처럼 느껴져 번거롭게 인식될 수 있지만 학습을 독촉하는 교육용 앱은 예외다. 듀오링고는 “매일 연습을 잊지 마세요” “연습을 놓쳐서 듀오를 슬프게 했어요” “오늘 연습을 할 마지막 기회예요” 등 사용자가 학습을 할 때까지 끈질기게 알림을 보낸다. 심지어 매일 한 번씩 e메일도 보내고, 일주일에 한 번씩 e메일로 이전 주의 학습 상황도 보고해준다.

듀오링고는 수백만 달러를 투자해 구축한 정교한 AI로 사람들이 앱에 접속할 확률을 높이도록 알림을 보낼 시기, 알림의 내용 등을 조정하는데 알림 시간에 대한 알고리즘은 꽤 단순한 것으로 판명됐다. 바로 앱을 마지막으로 사용한 지 24시간이 지난 때다. 사람들이 주로 같은 시간대에 여유를 갖고 학습을 한다는 뜻이다.

학습자가 7일 동안 듀오링고를 사용하지 않으면 알림이 중단된다. 대신 듀오가 “알림이 더 이상 효과가 없어 보이네요. 이제부터 알림을 그만 보내겠습니다”라며 알림을 남긴다. 재밌는 사실은 이러한 알림을 받으면 사람들이 대개 다시 앱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폰 안은 2023년 TED 강연에서 “수동적으로 공격하는 셈인데 내 어머니가 나에게 쓰는 방법이 듀오링고에서도 통한다”고 설명했다. 공부를 열심히 안 하는 자녀에게 부모들이 일종의 충격 요법으로 ‘이따위로 할 거면 다 때려치워라’고 선포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러한 수동적 공격성(Passive-Aggressiveness)은 듀오가 사용자를 포기했다고 느끼게끔 만들어 학습을 유도하는 전략이다.

이러한 듀오링고의 재밌는 학습 전략은 사용자들의 리텐션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올해 3월 마크로밀 엠브레인에 따르면 외국어 학습 앱의 이용률을 조사한 결과, 통상 사람들이 외국어 교육을 마음 먹은 연말 및 연초에 정점을 찍고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과 달리 듀오링고의 이용률은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3)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사용자의 참여에 대한 듀오링고의 집착은 데이터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졌다. 듀오링고는 매일 수백 개의 A/B 테스트를 진행하며 대시보드와 같은 주요 기능부터 앱 버튼 화면과 같은 사소한 부분까지 효과를 검증하고 적용한다.

이러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서비스 운영 전반의 ‘북극성 지표’는 CURR(Current Users Retention Rate, 현재 사용자 유지율)이다. 사용자의 매일 학습을 지향하는 앱의 특성상 DAU를 가장 중요한 지표로 여겼는데 빠르게 성장하던 DAU가 2018년 무렵 증가율이 한 자릿수에 그쳤다. DAU의 횡보는 무탈한 운영의 신호일 수 있으나 투자자들이 빠른 성장을 기대하는 스타트업에 이는 비상 신호였다.

이에 미래의 사건이 현재의 사건에만 의존한다는 확률적 모델인 마르코프 모델을 차용해 어떤 지표가 DAU에 가장 유의미하게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기 위해 데이터를 심층적으로 뜯어봤다. 신규 사용자, 현재 사용자, 재활성화 사용자, 복귀 사용자, 위험 주간 활성 사용자, 위험 월간 사용자, 비활성 사용자 등 유지율에 따라 사용자의 유형을 세분화했다. 각 유형으로 이동한 사용자의 비율도 모니터링했다.

· 신규 사용자(New Users) : 듀오링고를 처음 사용하는 학습자

· 현재 사용자(Current Users): 오늘 활동한 학습자 중 지난주에 활동한 학습자

· 재활성화 사용자(Reactivated Users): 오늘 활동한 학습자 중 지난달에 활동했던(하지만 지난주는 활동하지 않은) 학습자

· 복귀 사용자(Resurrected Users): 오늘 활동한 학습자 중 마지막으로 활동한 지 30일이 넘은 사용자

· 위험 주간 활성 사용자(At-risk Weekly Active Users): 지난주에는 활동했지만 오늘은 활동하지 않은 학습자

· 위험 월간 활성 사용자(At-risk Monthly Active Users): 지난달에는 활동했지만 지난주에는 활동하지 않은 학습자

· 휴면 사용자(Dormant Users): 최소 30일 동안 활동이 없는 학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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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유형의 사용자를 합산해 DAU, WAU(주간활성사용자), MAU(월간활성사용자)를 구할 수 있으며 어떠한 유형의 사용자가 DAU에 가장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이에 과거 데이터로 성장 모델을 학습시킨 후 성장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각 유형의 사용자가 전월 대비 2% 성장한다면 3년 후 DAU가 얼마나 성장할지를 살펴봤다. 결과적으로 CURR이 DAU를 75%가량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나 다른 지표들 대비 5배 이상 DAU를 예측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으로 밝혀졌다. 이후 CURR을 조정할 수 있는 지표인지 확인하고 실제로 CURR을 조정하면 DAU가 증가하는지 살펴보기 위해 A/B 테스트를 진행했으며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후 CURR을 성장 모델의 핵심 지표로 삼으며 개별 사용자에 대한 CURR을 바탕으로 팀의 분기 및 연간 목표를 설정하며 DAU를 관리해 나간 결과 2019년 대비 2023년 초 DAU가 4배가량 증폭했다. 2023년 초 기준 실제 DAU의 90%가 CURR에 해당했다.

CURR은 폭발적인 성장을 견인했지만 듀오링고는 CURR이 100% 완전한 지표는 아니라고 말한다. 다양한 학습자를 단순 평균으로 이해하는 접근법인 만큼 이를 통해 포착할 수 없는 사용자 행동도 존재한다. 예컨대 하루 정도 쉬고 싶은 사용자는 CURR에는 집계될 수 있지만 DAU에는 기여하지 못한다. 이러한 예외적인 사용자 행동은 사용자 기반이 확대됨에 따라 더욱 다양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DAU라는 최종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높이기 위한 하위 지표를 살펴보는 ‘하향식 방식’ 대신 머신러닝의 일종인 비지도 학습(Unsupervised Learning)5 을 활용해 기존에는 예측할 수 없었던 유의미한 패턴을 데이터로부터 포착하고 그 통찰을 활용할 수 있는 ‘상향식 방식’의 성장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4) SNS 마케팅

온라인상에서 듀오링고가 이름을 알린 건 재밌는 학습 덕분만은 아니다. 듀오링고의 SNS 마케팅은 밈(meme)을 활용하고 그 자체로 밈을 만들어내는 데 조예가 남다르다. 가장 쇼킹한 사건은 듀오링고를 대표하는 마스코트 듀오를 죽인 것이었다.

한편 폰 안은 듀오의 추모사를 전하며 “듀오가 사이버트럭에 치였다”는 내용의 영상도 업로드했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 영향력이 커진 일론 머스트 테슬라 CEO에 대한 사람들의 반감을 유쾌하게 표현했다고 평가받는다.

놀이의 판이 깔리자 다른 브랜드와 인플루언서들이 듀오 추모에 동참했다. 넷플릭스는 ‘오징어게임’ 탈락 장면에 듀오의 얼굴을 합성해 마치 듀오가 오징어게임에서 탈락해 죽음을 맞이한 것처럼 묘사했다. 세계 1위 유튜버 미스터 비스트는 듀오의 묘비 앞에 엎드리며 진중하게 듀오를 추모하는 듯한 사진을 올렸는데 배경에 놓인 사이버트럭에는 초록색 털이 끼어 있었다. KFC도 초록 털이 송송 박힌 치킨 일러스트를 올리며 애도를 표했다.

그리고 듀오링고는 듀오를 살리기 위한 부활 캠페인 ‘듀오 혹은 죽음(Duo or die)’을 공개했다. 듀오를 살리는 최고의 방법은 사용자들이 참여하는 것이며 전 세계 사용자들이 500억 XP를 쌓으면 듀오가 돌아온다는 글로벌 단위의 챌린지였다. 듀오를 구하기 위해 학습을 열심히 하는 국가 명단을 공개하며 국가 간 경쟁을 유도하기도 했다. 다행히 2월 25일 듀오는 약 보름 만에 스스로 관을 열고 나와 자신의 부활을 알렸다.

어처구니없는 캠페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실제 듀오가 죽었다는 소식이 발표된 이후 듀오링고의 안드로이드 전 세계 다운로드 수는 약 38% 증가했고 앱스토어에서 약 15%가 증가하며 콘텐츠 마케팅의 대가로서의 면모를 증명해냈다.

듀오링고가 듀오를 필두로 한 기상천외한 바이럴 마케팅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건 2021년 24살의 소셜미디어 마케팅 책임자 자리아 파르베즈가 우연히 올린 한 영상이 계기가 됐다. 이전까지 듀오링고는 틱톡에 교육 인플루언서들이 외국어 단어를 알려주는 정석적인 콘텐츠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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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느 날 사무실에서 일하던 파르베즈에게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듀오 인형탈이 눈에 띄었다. 실제 사람이 입는 인형탈로 꽤 사이즈가 컸는데 그 거대한 존재감 때문에 파르베즈는 열심히 일하다가도 듀오 인형탈에 계속 시선을 강탈당했다. 이에 그는 “부엉이한테 시달리지 않고 그냥 일 좀 하려고 했을 뿐인데”라는 텍스트와 함께 책상 위에 놓인 거대한 부엉이 인형탈이 찍힌 영상을 올렸는데 그 조회수가 350만 회에 달했다. 이용자들은 사무실에서 마치 직원을 감시하는 듯한 듀오의 모습에 “레슨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 “직원들도 안전하지 않다는 걸 알게 돼 다행이다. 그 커다란 초록색 새는 정말 무자비하다!”라는 등 공감 어린 댓글을 남겼다.

이후 듀오링고는 황당한 콘텐츠를 계속해서 뽑아냈다. 듀오링고와 발음이 비슷해 사람들이 종종 헷갈린다고 언급되는 세계적인 뮤지션 두아 리파를 스토킹하는 내러티브를 만들거나 보통 회사에서 권위 있는 인물로 여겨지는 법무 책임자를 영상에 등장시켜 “나는 대형 마트인 홀푸드에서 방귀를 낀다”라는 텍스트를 얹었다. 사용자가 레슨을 학습할 때까지 집착하는 듀오의 이미지를 웃음의 소재로 활용하거나 관리자를 조롱거리로 삼아 상사에 대한 반발심을 가진 틱톡의 젊은 사용자들에게 소구하는 것이다. 특정한 맥락 없이 그저 유행에 따라 듀오가 사무실 테이블 위에서 트월킹을 추는 틱톡 영상은 ‘좋아요’ 170만 개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듀오링고는 SNS에서 막강한 존재감을 자랑하지만 2023년 기준 영업 및 마케팅 비용은 운영 비용 중 약 20%로 가장 작은 비중을 차지하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R&D 비용의 약 40% 수준이다. 실제로 2019년까지 마케팅에 별다른 비용을 쏟지 않았고 사용자 중 약 80%가 유기적으로 유입됐다. SNS에서 유쾌하고 파격적인 콘텐츠로 바이럴이 이뤄지면서 사람들이 무료 플랜을 제공하는 듀오링고를 큰 부담감 없이 다운로드하게 되고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듀오링고의 밈에 공감하거나 교육 효과를 체감하고 입소문을 내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나는 선순환 고리가 형성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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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목적을 위한 비상


듀오링고는 안정적인 성장 모델과 재미있는 교육과정이라는 두 날개를 달고 더 큰 목적을 좇는다. 작년 3월에는 수학, 음악 과정을 개설했다. 듀오링고가 선언한 ‘동등한 교육의 기회’는 외국어가 우선이었을 뿐 외국어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었다. 듀오링고는 “수학, 음악 또한 문화와 국적을 초월하며 개인의 성장과 기회 창출을 가능하게 한다”라며 출시 계기를 설명했다. 수학 과정에서는 기초적인 연산부터 논리적인 사고 등 다양한 개념을 쉽고 재밌게 배울 수 있으며, 음악 과정에선 친숙한 노래로 음악 이론, 리듬 연습, 악보 읽기 등을 익힐 수 있다.

AI 활용에도 가속이 붙고 있다. 릴리와의 영상통화뿐만 아니라 캐릭터들이 진행하는 라디오를 들으며 언어를 학습하는 형식의 콘텐츠도 선보였다. AI 책임자인 클린턴 빅넬은 “팟캐스트 형식의 에피소드를 들을 수 있는 형식의 콘텐츠는 이미 몇 년 전에 제안됐는데 당시에는 이러한 콘텐츠를 만드는 데 5년이 걸렸다”며 “AI를 적용하며 몇 달 만에 모든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DBR mini box I : Interview : 마주연 듀오링고 한국 대표

“영어회화 능력 절실한 한국 사용자들, 전 세계서 가장 빠른 성장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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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오링고는 2014년부터 한국 시장에 진출했고 2025년 4월 기준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일본어, 독일어와 수학, 음악 학습 과정을 제공한다. 2024년 10월에는 네이버, 넷플릭스 등을 거친 마케팅 전문가 마주연 듀오링고 한국 대표를 영입하며 한국에서의 본격적인 활동에 시동을 걸었다. DBR이 마 대표에게 듀오링고가 한국에 본격 진출한 배경과 듀오링고의 유기적 성장 전략을 들었다.


2024년 7월부터 한국어 공식 틱톡,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하며 본격적으로 한국에서의 마케팅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에서의 본격적인 활동을 펼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폰 안의 말을 빌리자면 사실 오히려 늦은 것이다. 한국에서 별다른 마케팅을 펼치지 않았는데 유기적으로 유입된 사용자들이 상당히 많았고 명백한 성장세가 보였다. 이에 한국에서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한국의 시장성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많은 한국인이 평생 영어로 고통을 받고 있지 않는가. 최근에는 두 살부터 영어 교육을 시킨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외국어 교육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자는 듀오링고의 사명과 시장성, 시장의 반응 모두가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한국 사용자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에 비해 DAU(일간활성사용자)가 120%가량 증가했다. 사실 MAU(월간활성사용자), WAU(주간활성사용자)가 아닌 일별로 사용자를 측정하는 DAU를 기준으로 삼는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사용자 행동을 분석하기도 어렵고 액션을 취하기도 어렵다. 특히 한국 시장은 글로벌 앱에서 사용자들의 리텐션이 매우 낮은 국가이기도 하다. 한국 시장에서의 DAU 급성장이 더욱 이례적인 이유다.


한국 사용자들의 반응이 뜨거운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서베이를 진행하며 듀오링고에서의 학습 동기를 조사하는데 다른 국가의 경우 영어를 배우는 목적이 ‘듀오링고가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라는 단순한 이유가 가장 많이 꼽힌다. 그런데 한국에서만 ‘외국인과 대화를 하고 싶어서’라는 응답이 제일 많다. 영어 교육에 열을 올리는 한국에서도 듀오링고와 같은 서비스가 필요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반대로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글로벌 사용자들도 많다고 들었다.

K-콘텐츠의 영향력이 크다. ‘오징어게임’ 시즌 1이 방영되고 듀오링고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글로벌 사용자가 40% 늘었다. 시즌 2에서는 넷플릭스와 본격적으로 컬레버레이션을 진행했고 구체적인 수치를 밝힐 수는 없지만 상당히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심지어 최근에는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중국어를 배우는 사람들보다 많다. 중국어는 영어 다음으로 사람들이 많이 배우던 언어인데 이렇게 단기간에 중국어를 제친 언어는 한국어가 유일하다. 폰 안 또한 모든 직원에게 “한국어가 우리의 미래다”라고 강조한다.

듀오링고의 특징 중 하나는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다른 외국어 학습 앱들은 전문가 튜터를 내세워 신뢰를 얻으려고 한다.


사람이 아니라 캐릭터이기에 학습에 도움을 주는 측면이 있다. 우선 이들이 사람이 아닌 걸 모두가 알기에 더 편하게 외국어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특히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들은 문법적으로 어색하거나 틀린 말을 하는 걸 매우 두려워한다. 완벽한 문장을 구사할 때까지 말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캐릭터 AI는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영상통화 기능의 주인공인 릴리는 어딘가 시니컬해 보이는데 그래서 더 당당하게 말을 뱉을 수 있다. 맞는 말을 하든 틀린 말을 하든 늘 뚱한 표정이다. 릴리의 반응을 이끌기 위해 더 열심히 말을 거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릴리는 의외의 면도 있다. 사용자가 이전에 한 말들을 기억하고 한 번씩 되물어본다. 한참 전에 릴리에게 “관악산에 등산을 다녀왔어”라고 이야기했는데 얼마 전 릴리가 “이번 달에도 관악산에 다녀올 거야?”라고 내게 물었다. 진짜 친구처럼 일상을 나누고 연속성을 가진 대화를 할 수 있다. 아울러 개성 강한 캐릭터들 덕분에 마케팅 활동에 다른 모델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도 큰 장점인 것 같다.


듀오링고에서는 다양한 학습 과정을 제공한다.
오히려 하나의 언어를 진득하게 학습하기 어려워질 것 같기도 한데.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한국 사용자들은 영어뿐만 아니라 제2외국어를 학습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두세 개의 언어를 공부하는 국가가 많지 않다. 대부분은 영어에만 집중한다. 그런데 사실 여러 언어를 동시에 배우는 건 언어학적으로도 매우 효과가 좋은 전략임이 입증됐다. 아울러 듀오링고는 외국어로 시작했지만 모든 교육의 접근성을 사명으로 시작했다. 따라서 수학, 음악 학습 과정을 선보였고 물리학, 지리학 등 다양한 학습 과정을 개발하고 있다.


듀오링고는 숏폼 콘텐츠로도 이름을 알렸다.
듀오링고가 숏폼에 집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함께하고 있을 뿐이다. 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길목에 듀오링고를 세우는 활동이다. 듀오링고 숏폼 콘텐츠의 특징은 제품을 전면에 세우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케팅 담당자라면 콘텐츠를 기획할 때 성과를 내기 위해선 우리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거나 제품의 실용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을 받곤 한다. 그러면 콘텐츠가 재미없어진다.

듀오링고는 재미에 엄격하다. CMO가 직접 이렇게 이야기한다. ‘당신이라면 이 콘텐츠를 친구에게 공유하겠는가.’ ‘이게 정말 재미있다고 생각하는가.’ ‘너무 제품 중심적이라서 사람들이 안 좋아할 것 같다.’ ‘제품을 알리고자 하는 건 우리 만족을 위한 것이고 더 재밌는 걸 하자’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듀오링고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콘텐츠는 아무런 맥락 없이 캐릭터가 핑크색 비키니를 입고 수영장에 뛰어드는 것이었다. 그게 전부였다. 이게 교육과 무슨 관련이 있지 싶은데 일단 충격적인 비주얼이 웃기고 ‘얘는 대체 뭐지’ 싶은 생각에 계정을 구독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종종 제품에 대한 소식을 반영하거나 학습에 대한 압박을 주는 콘텐츠를 내보내면 사용자들이 큰 거부감 없이 정보나 메시지를 습득하는 것 같다.


모든 마케팅 담당자가 유기적 성장을 꿈꾼다.
듀오링고가 유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러 국내외 글로벌 기업에서 다양한 활동을 경험해봤는데 듀오링고는 긍정적인 사이클을 만드는 방법을 아는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앱 자체가 재밌게 설계돼 있고 지속적으로 참여를 유도하는 너지도 숨어 있다. 한번 유입된 사용자들이 쉽게 록인(Lock-in)된다. 이러한 재밌는 경험은 앱 밖에서도 계속된다. SNS에서도 범상치 않은 콘텐츠들을 노출하고 바이럴이 된다. ‘듀오가 죽었대’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호기심이 생긴 사용자들이 앱으로 유인되고 무료로 앱을 사용한 사람들이 다시 또 록인된다. 이전 회사들에서 막대한 예산을 집행하는 마케팅 활동도 경험해 봤지만 듀오링고는 오히려 초기 스타트업이 추구하는 비용 효율적인 마케팅 전략을 매우 효과적으로 구사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러한 전략은 무료 정책을 추구하는 듀오링고의 방향성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앞으로 한국에서의 마케팅을 어떻게 전개할 계획인가.

한국 사용자들의 열렬한 반응에 더욱 적극적인 활동으로 빠르게 호응하고 싶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은 탐색전 단계이다. 한국 시장을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듀오링고의 구성원들과 협업하면서 의외의 통찰도 발견하고 있다.

글로벌 담당자의 제안으로 작년 말에 1주일 동안 TV 광고를 송출했다. 사실 나는 반대했다.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TV 광고의 영향력이 급감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그는 일본에서 효과가 좋았다며 한번 테스트해 보자고 했다. 그의 설득에 ‘한번 해보지 뭐’라며 큰 기대감 없이 TV 광고를 내보냈다. OTT에 주도권이 크게 넘어간 예능 대신 뉴스를 타깃하기로 했다. 그런데 의외로 정말 많은 사용자가 유입됐다. 주요 시청자라고 예상했던 4050세대뿐만 아니라 20대도 많았다. 이 경험을 통해 깨달은 건 한국 시장에서는 신뢰성(credibility)이 몹시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비교적 진중한 광고가 많이 나오는 시간대에 재치 있는 듀오링고의 광고가 깜짝 등장한 점도 시선을 끈 요인인 것 같다. 신뢰성을 이유로 솔직담백하게 듀오링고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인플루언서들과의 협업도 적극 추진하고 있는데 이러한 마케팅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달에는 지표가 유의미하게 상승한다. 콘텐츠를 통해 직접적으로 유입되기도 하지만 해당 콘텐츠가 소위 말하는 ‘짤’ 형식으로 확산됨에 따라 입소문과 추천으로 가입하는 사용자도 많다. 일종의 네트워크 효과가 발현되는 셈이다.

듀오링고의 주특기라 할 수 있는 SNS 마케팅도 방향성을 잡아가고 있다. 초반에는 현지화가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듀오링고의 고삐 풀린 콘텐츠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한국에서는 다소 충격적이지 않을지 우려가 있었는데 실제 테스트 결과 한국 사용자들 또한 이러한 콘텐츠를 매우 좋아했다. 동시에 한국만의 특색을 살린 K-팝을 소재로 삼은 콘텐츠,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하는 콘텐츠 등 로컬 캠페인도 기획 중이다.




DBR mini box II : 성공 요인 및 시사점

“듀오에게 혼날 걸요” 익살 알림으로 사용자 감정 자극해 학습 유도


윤재영 홍익대 디자인학부 교수 ryun@hongik.ac.k


2025년 2월 듀오링고는 자사의 부엉이 캐릭터 ‘듀오(Duo)’가 사이버트럭에 치여 사망했다는 소식을 공식 SNS를 통해 공개했다. 해당 내용은 곧 밈(Meme)으로 퍼져나갔고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충격과 슬픔, 애도의 반응이 이어졌다. 단순한 해프닝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용자들이 이 캐릭터에 얼마나 몰입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듀오는 사용자들의 학습 동기를 높이기 위해 디자인 및 마케팅 전략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언어 학습을 게임처럼 만들다

듀오링고가 학습 플랫폼 중에서 두각을 나타낸 가장 큰 이유는 학습을 게임처럼 느껴지도록 사용자 경험을 설계했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이 평균 3분 내외의 짧은 학습 세션을 매일 반복하면 연속 학습일수를 나타내는 스트릭(Streak)이 쌓이고, 학습을 하루라도 건너뛰면 스트릭이 사라진다. 이는 사용자의 습관 형성을 도와주고 성취감을 제공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리더보드를 통해 다른 사용자들과 순위를 비교할 수 있고 학습 성과를 SNS에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은 게임적 몰입감과 재미를 강화한다. 언어학습의 게임화(Gamification) 전략은 다양한 연구를 통해 그 효과가 검증됐다. 예를 들어 한 연구에서는 게임화 기능이 적용된 언어학습 앱을 10주간 사용한 그룹이 대조군에 비해 학습 동기와 지속성 면에서 높은 효과를 보였다.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듀오링고를 사용한 학생의 85%가 게임화 기능으로 인해 학습이 즐거웠다고 응답했고 대조군에 비해 어휘력 및 전반적인 성취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 게임화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 실질적인 학습 행동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귀여운 캐릭터를 활용한 정서적 교감

듀오링고의 초록색 부엉이 캐릭터 ‘듀오’는 사용자의 학습에 대한 정서적 장벽을 낮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부엉이는 서구 문화에서 지혜와 학문을 상징하는데 초기 부엉이 캐릭터는 다소 단순하고 딱딱한 모습이었지만 점차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입체적이고 친근한 캐릭터로 진화했다. 이 과정에서 듀오 캐릭터는 듀오링고의 상징적 브랜드이자 SNS상에서 수많은 밈으로 활용되는 존재로 성장했다.

듀오링고는 자사 캐릭터를 피드백 도구이자 감정 전달자로 활용함으로써 사용자가 외국어 학습 과정에서 더 쉽게 몰입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연속 학습이 끊기거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듀오가 눈물을 흘리거나 아픈 모습으로 익살스럽게 등장하는 것은 사용자의 감정을 자극하며 학습을 유도하는 디자인 장치다. 나아가 학습을 독려하기 위해 단순히 “열심히 공부하세요” 식의 무미건조한 메시지 대신 “학습을 건너뛰는 사람들을 보면 무서워요” “듀오에게 혼나지 않을 수 있을까요”와 같이 유머러스하고 개성적인 문구를 통해 사용자와의 정서적 거리를 좁혀왔다. 이처럼 듀오링고 알림 메시지는 단순한 리마인더 기능을 넘는다. 사용자가 학습을 성실히 수행하면 함께 기뻐하고, 소홀히 하면 실망하고 속상해하는 정서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사용자들은 이러한 감정적 메시지에 몰입하고 자연스럽게 학습 동기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최근 듀오링고 ‘릴리’ 캐릭터와의 AI 영상통화 기능을 도입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AI 캐릭터와의 상호작용은 그동안 일방향적 게임화 학습을 제공했던 듀오링고의 한계를 극복한다. 사용자가 심리적 부담을 덜 느끼며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이와 동시에 일종의 사용자 ‘보호장치’로서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캐릭터의 외형을 차용함으로써 사용자는 통화 상대가 인간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듀오링고의 AI 책임자인 클린턴 빅넬(Klinton Bicknell)은 릴리에 대해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사용자가 이러한 규칙에 어긋나는 것 같은 행동을 보일 경우 대화를 정중하게 종료하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UX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AI와의 상호작용에 몰입할 수 있게 하면서도 지나치게 AI에 의존하지 않도록 디자인해야 하는데 듀오링고는 이에 대한 균형점을 잘 모색한 사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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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화된 학습에서 의미 있는 학습으로

게임화와 같은 동기 유발 전략은 학습 참여를 유도하는 데 강력한 도구로 작용하지만 학습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예를 들어 듀오링고에서 제공하는 스트릭(Streak) 기능은 사용자에게 연속 학습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학습의 즐거움’보다는 ‘기록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주된 동기가 되는 역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학습자의 자율성과 내재적 흥미가 약화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내재적 동기가 낮은 학습자의 경우 외적 보상 중심의 설계는 단기적인 몰입을 유도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학습 지속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듀오링고의 학습 알림이나 캐릭터의 감정적 표현에 부담을 느끼는 사례도 일부 등장하고 있다. 특히 듀오를 ‘칼을 든 올빼미’로 표현한 밈은 귀여운 캐릭터가 학습을 독촉하거나 협박하는 존재로 인식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정서 기반의 인터페이스 설계가 사용자의 동기를 유발하는 긍정적 기제로 작용할 수 있지만 동시에 부정적인 정서 반응을 초래할 가능성 또한 내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게임화 전략과 내적 동기의 균형을 통해 사용자가 자율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학습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설계해야 한다.


사용자 중심에서 제품 중심으로

한편 듀오링고는 최근 내부적으로 ‘사용자 경험(UX, User Experi-ence)’이라는 용어 대신 ‘제품 경험(PX, Product Experience)’을 사용하겠다고 해서 주목을 받았다. 이는 사용자 경험보다 제품 자체(기능, 품질, 비즈니스 목표 등)에 더 초점을 맞추겠다는 방향 전환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듀오링고는 방대한 A/B 테스트를 통해 인터페이스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디자인을 설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저명한 UX 전문가인 제이콥 닐슨은 “UX는 수십 년간 발전해 온 의미 있는 용어”라며 PX로의 명칭 변경에 대해 회의적 견해를 피력했다. 듀오링고의 PX 선언은 사용자 중심 설계와 데이터 기반 설계 사이의 관계를 다시금 환기시킨다. 이는 학습 앱을 포함한 온라인 서비스들이 앞으로 어떤 가치를 우선순위에 둘 것인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계기가 됐다.

듀오링고는 언뜻 귀엽고 친근한 앱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사용자의 감정과 행동을 정교하게 설계한 UX 전략이 존재한다. 특히 자신들은 소셜미디어와 사용자의 시간을 두고 경쟁한다고 밝힌 만큼 사용자의 몰입을 유도하는 UX 전략이 학습의 본질적 가치와 어떻게 균형을 이룰 것인가는 아직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앞으로 듀오링고가 더 깊이 있는 학습 경험을 제공하며 기술과 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교육의 가능성을 확장해 나가길 기대한다.


필자는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RISD)에서 시각디자인 학사를, 카네기멜론대에서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 석사와 컴퓨테이셔널 디자인(Computational Design)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실리콘밸리에서 UX 디자인 리서처로 근무했다. 주 연구 분야는 사용자 경험(UX), 인터랙션 디자인(HCI), 행동 변화를 위한 디자인 등이며 산학 협력과 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저서로 『디자인 트랩』『디자인 딜레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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