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금융사고 속에 도입된 금융사 ‘책무구조도’가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지난해 7월 개정된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라 지난 1월부터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이사회에 내부통제위원회를 설치하고 금융사 임직원이 담당하는 직책별로 책무 배분 내역을 문서로 기재하는 책무구조도를 실행했다. 자산 5조 원 이상 증권사(2023년 말 기준)는 오는 7월 2일까지, 그 밖의 증권사는 내년 7월 2일까지 금융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한다. 금융사들은 이제 내부통제를 단순히 준법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요소로 보고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전략적 자산으로서 운용해야 한다.
최근 금융시장에서 각종 금융 사고들이 발생하면서 기존 내부통제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금융 사고의 양상은 전통적인 횡령, 배임 등의 재무적 부정행위를 넘어 복잡한 금융상품에서 비롯된 리스크, 디지털화 및 글로벌화가 초래한 새로운 유형의 리스크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는 기존 내부통제 정책이 오늘날 금융 환경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감지하고 통제하는 데 한계를 지니고 있음을 시사한다. 과거 내부통제 시스템은 주로 시장 리스크나 신용 리스크와 같은 상대적으로 예측 가능한 위험 요소에 집중해 왔다. 하지만 오늘날 금융시장은 사이버 리스크, 환경적 리스크, 규제 변화에 따른 리스크 등 더욱 복합적이고 동적인 위험 요인들이 부각되는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금융의 디지털화 및 글로벌화는 전통적인 내부통제 시스템이 선제적으로 예측하거나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새로운 유형의 리스크를 지속적으로 발생시키고 있다. 그런데 현재 시스템은 사후 대응적 성격이 강하다. 리스크가 발생한 뒤 이를 처리하는 데 집중해 사전 예방에는 한계가 있다.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기술의 발전이 리스크 예측 및 관리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는 한편 기존 내부통제 시스템은 여전히 수동적이고 절차 중심적인 접근 방식에 머물러 있어 변화하는 금융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금융시장의 안정성과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본 글에서는 금융회사의 기존 내부통제 정책이 갖는 한계를 살펴보고 이에 대한 제언을 제시하고자 한다.
1. 기존 내부통제 시스템의 한계
(1) 정적이고 표준화된 방식
기존 금융회사의 정적이고 표준화된 내부통제 방식은 규제 준수와 일관성 있는 관리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지만 금융 환경의 급변과 리스크의 다양화에 적절히 대응하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내부감사 및 법규 준수를 중심으로 설계된 내부통제 시스템은 디지털 금융상품의 등장, 글로벌화에 따른 법적 차이, 복잡한 금융 리스크 등 새로운 유형의 위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금융기관들은 새로운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도입하거나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내부통제 시스템을 실시간으로 조정하거나 신속하게 업데이트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시장과 디지털화가 요구하는 유연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기존 내부통제 시스템은 효과적인 리스크 관리와 금융사고 예방에 실패할 위험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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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sunhkim@deloitte.com
한국 딜로이트 그룹 회계감사부문 파트너
필자는 2008년 회계사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에 입사한 후 하나은행과 하나금융지주에서 내부통제 업무를 10년간 맡았다. 2021년 1월 안진회계법인에 복귀해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 판매 사태 이후 은행의 비예금상품 통합관리시스템 구축 업무를 맡았고 내부통제의 중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