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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 종전 시 글로벌 공급망에 미칠 영향

종전 땐 러시아산 원자재 공급 늘 가능성
러 의존 낮추려는 각국 기조는 계속될 듯

도원빈,정리=이규열 | 414호 (2025년 4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지난 1월 트럼프의 미 대통령 취임 이후 러·우 전쟁이 종식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기 시작하면서 그간 전쟁의 타격을 입은 글로벌 공급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전쟁 이후 러시아의 에너지원, 우크라이나의 곡물 및 희귀금속의 공급이 제한되며 이들 원자재의 가격이 폭등했다. 이는 전 세계 경제의 성장을 저지하고 인플레이션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각국의 우방국을 중심으로 공급망 구조가 재편되며 무역 블록화가 심화됐다. 종전이 현실이 된다면 러시아산 원자재의 공급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지만 러시아에 대한 과도한 원자재 의존도를 낮추려는 주요국의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파괴된 산업 기반과 물류망을 재건하는 등 공급망 회복에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종전 이후 주요국의 대러시아 제재가 완화되면 우리 기업의 러시아 진출 활로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 다만 한번 이탈한 해외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으로 러시아 내에서 우리 기업의 선호도가 전쟁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2월 24일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째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대러시아 제재를 강화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지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은 장기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2025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전쟁은 중요한 변곡점을 맞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몇 주 안에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공언하며 종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으며 양국을 협상의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와의 광물 협정을 우크라이나 보호의 조건으로 내세우는 등 경제적 인센티브를 활용한 접근법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외교적 접근 방식은 국제사회에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고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반발이 크다. 특히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회담이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종료되면서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외교 노선에 불만을 품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다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도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피로감과 회의감이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양국이 평화 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시점에서 지난 3년간 전쟁이 글로벌 공급망에 미친 영향을 되돌아보고 종전이 현실화할 경우 글로벌 공급망은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지, 우리 기업들에는 어떤 기회가 있을지를 살펴보자.


전쟁은 글로벌 공급망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1) 경제지표로 보는 전쟁의 여파

러·우 전쟁은 세계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줬으며 특히 글로벌 성장률 둔화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2021년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은 2022년 글로벌 GDP 성장률을 4.89%로 전망했지만 전쟁 발발 이후 경제 환경이 급변하면서 실제 성장률은 3.55%에 그쳤다. 이후에도 경제 성장률은 당초 전망치를 지속적으로 하회하며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성장 둔화의 원인으로는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 원자재 가격 급등, 주요국 물가 상승, 금리 인상에 따른 투자 및 경제활동 위축 등이 꼽힌다. 특히 원자재 가격 상승은 생산비 증가로 이어져 주요국의 인플레이션을 심화시켰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각국의 긴축 정책이 경기 둔화를 더욱 가속화했다.

또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원자재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국가들이다. 러시아는 석유, 천연가스, 석탄과 같은 주요 에너지원의 핵심 공급국이며, 우크라이나는 곡물과 희귀 금속 등의 생산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2022년 2월 전쟁이 발발하면서 양국의 원자재 수출이 제한됐고 이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에 심각한 혼란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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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초기에는 물류 차질과 생산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 공급 부족을 예상한 기업과 국가들은 원자재를 비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고 이는 수요를 더욱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원유 가격은 2021년 평균 대비 2022년 이후 최대 81.9% 증가했고 천연가스 가격은 613.8% 폭등하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또한 석탄 가격은 235.9%, 니켈은 160.6%, 밀은 103.0% 상승하는 등 에너지 및 곡물 시장 전반에서 가격 변동성이 극심해졌다. 이러한 가격 급등은 단순한 공급망 교란을 넘어 각국의 인플레이션 상승을 가속화하는 요인이 됐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생산비 증가로 이어지면서 제조업과 식품 산업을 비롯한 다양한 산업군에서 비용 부담이 커졌고 이는 최종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귀결했다.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 급등은 글로벌 경제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으며 각국 정부는 에너지 수급 안정화를 위해 긴급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특히 미국은 전쟁 발발 이후 에너지 및 식료품 가격의 급등으로 인해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빠르게 상승했다. 2022년 6월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9.1%를 기록하며 1981년 11월 이후 약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로존의 경우 2022년 10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10.6% 상승하며 1999년 유로존 출범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물가 상승률을 유지했다. 2022년 7월 한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6.3%를 기록했으며 이는 주요국 및 세계 평균에 비해 다소 낮은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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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불확실성 증대는 안전 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하며 외환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리스크 회피 성향을 강화하면서 안전자산인 미국 달러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이에 따라 달러화는 강세를 보였으며 원·달러 환율을 비롯한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흐름을 나타냈다.

최근 들어 국제유가 하락과 원자재 가격 안정화 등의 요인으로 인해 물가 상승세가 다소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추가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줄어들었다는 의미일 뿐 이미 높아진 가격 수준 자체가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즉 인플레이션 완화가 소비자들에게 체감되는 수준의 물가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상황이다.

한국 경제는 이러한 외부 환경 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환율 상승은 특히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 더욱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데 한국의 경우 원유, 천연가스, 곡물 등 주요 원자재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또한 이들 원자재의 결제 통화가 주로 달러화로 이뤄지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상승은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추가적인 비용 부담을 초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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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방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글로벌 경제 질서는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했다. 서방국과 러시아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미국과 EU를 중심으로 강력한 대러시아 제재가 시행됐고 이는 국제 무역과 금융 시스템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과거 특정 국가에 대한 제재가 개별 산업이나 지역적 제한에 그쳤던 것과 달리 이번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글로벌 공급망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변화를 초래했다.

특히 주요국들의 대러시아 수입 추이를 살펴보면 이러한 변화가 명확해진다. 러시아와의 경제적 관계를 유지하거나 강화한 국가는 대부분 러시아에 우호적인 국가들이다. 대표적으로 인도와 중국은 전쟁 이후 대러시아 무역을 급격히 확대하면서 러시아와의 공급망 연결을 더욱 강화했다. 2021년 인도의 대러시아 수입 비중은 1.5%에 불과했으나 2023년에는 10.0%로 급등했다. 중국 또한 러시아와의 무역을 확대하며 대러 수입 비중을 같은 기간 3.0%에서 5.1%로 끌어올렸다.

반면 미국과 EU 등 서방 국가들과 한국은 러시아로부터의 수입을 대폭 축소하며 공급망을 재편했다. 2021년 기준 EU의 대러 수입 비중은 7.0%였으나 2023년에는 1.8%로 급감했다. 천연가스를 비롯한 에너지 자원 공급을 러시아에 의존해왔던 유럽은 노르웨이, 미국, 알제리 등으로 공급선을 다변화하며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빠르게 줄여나갔다. 특히 독일, 이탈리아 등 국가들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를 통해 탈러시아 전략을 추진했다. 우리나라 역시 같은 흐름을 보였다. 2021년 2.8%였던 대러 수입 비중은 2023년 1.4%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미국은 러시아와의 경제 관계를 거의 완전히 차단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2021년 1.0%였던 대러 수입 비중은 2023년 0.2%로 급감하며 사실상 러시아산 제품의 수입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상태가 됐다.

EU는 2021년 기준 천연가스 수입의 44.8%를 러시아에 의존하며 에너지 공급망에서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왔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대러 제재와 러시아의 가스 공급 단절이 맞물리면서 유럽은 신속한 공급망 전환을 추진했고 그 결과 2023년 러시아산 가스 수입 비중은 13.2%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유럽은 대체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전략을 채택했으며 노르웨이산 가스 수입 비중이 13.3%p 증가해 가장 큰 대체 공급원으로 자리 잡았다. 영국과 알제리로부터의 가스 수입도 각각 11.4%p, 8.1%p 증가하며 러시아 의존도를 줄이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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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은 글로벌 공급망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1) 러시아산 원자재 공급:
전쟁 시기와 유사할 것으로 전망

러시아의 원자재 생산량은 2021년 대비 2023년에도 큰 변동 없이 유지됐으며 일부 품목은 오히려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쟁으로 인해 서방의 제재와 물류 차질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원자재 생산 체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지속했다. 특히 천연가스 생산량이 16.3% 감소한 것을 제외하면 밀 생산량이 20.3% 증가했고 석탄(+10.3%), 니켈(+2.4%), 석유(+1.2%) 등 주요 원자재 대부분이 오히려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를 받으면서도 인도, 중국 등 우호적인 국가들과의 무역을 강화하며 수출 시장을 재편한 결과로 해석된다. 따라서 전쟁이 종식되더라도 천연가스를 제외한 나머지 원자재의 생산량에는 큰 변화가 없을 가능성이 높으며 러시아는 지속적으로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 주요 공급자로서의 입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는 세계 총량 기준으로 봤을 때 러시아의 생산량에 큰 변동이 없다는 뜻일 뿐이며 글로벌 공급망의 구조는 확연히 변화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들은 러시아와의 교역을 대폭 축소하며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전략을 택한 반면 인도와 중국 등 러시아와의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국가들은 대러 원자재 수입을 확대하며 새로운 가치사슬을 형성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일시적 조정이 아니라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 무역 블록화가 심화되는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다. 향후 전쟁이 종식되더라도 글로벌 무역 구조가 완전히 이전으로 회귀하기는 어려우며 러시아산 원자재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경계하는 기조는 주요국에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2) 우크라이나산 원자재 공급:
단기적인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

우크라이나는 전쟁 이후 원자재 생산이 급감하며 글로벌 공급망에 큰 충격을 줬다. 석유(-88.2%)와 석탄(-34.0%)의 생산이 큰 폭으로 감소했으나 두 자원의 생산량 자체가 크지 않아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밀(-32.8%), 옥수수(-26.3%), 해바라기씨(-22.3%) 등 농산품 생산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식량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더 컸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대 해바라기씨 생산국이자 주요 곡물 수출국으로 전쟁으로 인한 농업 기반시설의 파괴와 경작지 감소는 글로벌 식량 안보에도 직결되는 문제였다. 종전 이후 우크라이나의 경제가 점차 회복됨에 따라 원자재 생산도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전쟁으로 인해 파괴된 산업 기반과 물류망을 재건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며 이에 따라 공급 회복도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크라이나의 원자재 생산 및 공급 회복은 단기적인 변화보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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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업에는 어떤 기회가 있을까:
러시아 시장 재진입 가능성 전망

러시아는 202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12위 수출국이었으며 전체 수출에서 1.5%의 비중을 차지하는 의미 있는 시장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러·우 전쟁 이후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가 강화되면서 우리나라의 대러 수출도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특히 금융 결제망(SWIFT) 배제 및 주요 무역 제한 조치가 시행되면서 한국 기업들의 러시아 시장 접근성이 크게 위축됐고 이에 따라 수출 순위는 2022~2023년 21위로 하락한 데 이어 2024년에는 28위까지 밀려났다. 수출 금액 또한 2021년 100억 달러 수준에서 2024년에는 45억 달러로 절반 이하로 감소하며 러시아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급격히 축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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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대러시아 수출은 자동차, 자동차부품, 레일 및 철 구조물 등 운송기기 관련 품목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2024년 기준으로 이들 품목의 수출이 급격히 감소하며 러시아 시장에서의 입지가 크게 축소됐다. 자동차 수출은 77.6% 감소했으며 자동차부품은 86.0%, 레일 및 철 구조물은 98.6% 급감하는 등 주요 품목이 70% 이상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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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러시아 칼루가주에 TV와 모니터 생산 공장을, 현대차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자동차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었으나 전쟁 이후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자동차부품 수출과 현지 판매가 급감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의 러시아 시장 내 입지가 크게 위축됐으며 그동안 러시아 내에서 강한 브랜드 인지도를 구축해왔던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시장점유율도 급감했다.

반면 한국 기업들의 철수로 생긴 공백을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차지하면서 반사이익을 누렸으며 특히 러시아 내 자동차 및 전자제품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들의 점유율이 크게 확대됐다. 예컨대 러시아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은 2021년 22.6%에서 2022년 17.8%로 4.8%포인트 감소한 반면 치루이, 창청, 지리 등 중국 자동차 제조사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11.0%포인트 증가하며 빠르게 시장을 장악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러시아 내 스마트폰 점유율은 2021년 12월 35%에서 2022년 12월 2%로 급감한 반면 중국 업체인 샤오미는 25%에서 53%로, 리얼미(realme)는 6%에서 27%로 증가하며 두 배 이상의 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한국 기업들이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는 동안 중국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공백을 메우며 점유율을 확대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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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이후 주요국의 대러시아 제재가 완화되고 우리 기업이 다시 진출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면 한국 기업들은 러시아 시장에서 점유율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2020년 기준 삼성전자의 전체 매출 중 4.4%가 러시아에서 발생했으며 현대차는 2021년 기준 총매출의 5.8%를 러시아에서 기록하는 등 러시아는 비록 최대 시장은 아니었지만 유의미한 규모의 수익을 창출했던 시장이었다. 따라서 제재 완화와 함께 러시아 내 사업이 재개될 경우 기존의 브랜드 인지도와 시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기업들이 다시 경쟁력을 확보할 여지가 있다. 이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상황 속에서 전략적인 재진입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러시아 시장은 폐쇄적인 특성이 강해 한 번 철수한 기업이 다시 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이탈했던 기업들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될 경우 점유율 확대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전쟁 기간 동안 러시아에서 사업을 철수한 글로벌 기업들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약화될 수 있으며 기존 수준으로의 복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1998년 러시아의 모라토리엄(대외 채무 지불 유예) 선언 당시 소니 등 다수의 글로벌 기업이 시장에서 철수한 반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은 오히려 사업을 확장하며 러시아 소비자들 사이에서 선호 브랜드로 자리 잡았던 전례가 있다. 이는 러시아 시장에서 지속적인 존재감과 현지화 전략이 중요함을 보여주는 사례로 향후 우리 기업들이 러시아에 재진입할 경우 신중한 접근과 장기적인 전략이 요구될 것이다.
  • 도원빈wonbin.doh@kita.or.kr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동향분석실 수석연구원

    도원빈 수석연구원은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경제학과 수학을 전공하고, 통계학을 부전공했다. 2020년부터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서 근무하며 공급망분석팀과 동향분석실을 거쳤다. 주요 연구 분야는 글로벌 원자재 공급망, 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한국과 미국 간 무역·투자·통상 이슈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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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리=이규열kylee@donga.com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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