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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활용한 혁신적 마케팅

고객 사로잡을 ‘보랏빛 소’를 창조하라
AI가 열어주는 브랜드-서비스 차별화

김민지,정리=김윤진 | 417호 (2025년 5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세스 고딘이 ‘보랏빛 소(Purple Cow)’라는 개념을 통해 강조했듯이 현대 마케팅의 핵심은 눈에 띄는 ‘리마커블(remarkable)’한 요소를 창출하는 것이다. 즉 기업들이 독창적이고 예외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다. AI는 이러한 보랏빛 소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도구이며 단순한 비용 절감과 효율성 향상을 넘어 소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맞춤형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로레알, 스티치픽스, 코카콜라 등 글로벌 기업들은 AI를 활용해 맞춤형 솔루션과 혁신적인 마케팅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로레알은 AI 피부 분석과 맞춤형 화장품 제조를 통해 뷰티테크 시장을 선도하고 있고 스티치픽스는 AI와 인간 스타일리스트의 협업을 통해 개인 맞춤형 패션 큐레이션을 제공한다. 코카콜라는 AI를 활용한 디지털 광고 및 콘텐츠 제작으로 소비자 경험을 확장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AI로 브랜드를 차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다.



“효과적인 마케팅은 고객의 세계관과 욕망을 먼저 이해하고 공감을 얻으려 노력한다.”

세계적인 마케팅 구루 세스 고딘은 이렇게 말하며 단순한 판매 전략으로서 마케팅의 시대는 저물었다고 강조했다. 고딘에게 마케팅이란 누구를 도울지에 관한 질문으로 시작해 문화를 창출하고 변화를 일으키는 행위다. 마케팅을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는 고객의 공감을 불러일으켜야 하고 그들이 듣고 싶은 것이어야 한다. 또한 고딘은 ‘보랏빛 소(Purple Cow)’처럼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고, 예외적이고, 새롭고 흥미진진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창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를 ‘리마커블(Remarkable)’이라 표현했다. ‘리마커블 마케팅’은 사람들이 이야기할 만한 가치가 있으며 그 자체로 주목할 만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기술이다.

세스 고딘이 말한 보랏빛 소는 마치 초현실주의 화가가 그린 예술 작품처럼 사람들의 뇌리에 쉬이 지워지지 않는 인상을 남기고 신선한 영감을 준다. AI를 비롯한 신기술이 예술, 경영, 경제 등에 접목됐을 때 사람들이 매료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전에 보지 못했던, 혹은 보았으나 뚜렷하게 인상에 남지 않았던 브랜드가 보랏빛 소로 변화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대체 불가능한 작품을 만든 예술가들의 놀라운 작품을 마주할 때와 유사하게 탄성을 자아내는 듯하다. 광고와 예술, 콘텐츠의 경계가 흐려지는 지점에서 AI가 새로운 브랜딩과 마케팅의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 기대하게 되는 배경이다.

물론 AI를 적용했다는 사실 자체가 혁신을 가져올 수는 없다. AI는 보랏빛 소를 만드는 데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을 뿐 그 자체로 보랏빛 소가 되지는 않는다.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단순한 효율성 향상 도구가 될 수도, 완전히 새로운 시장과 문화를 창출하는 리마커블한 혁신의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AI를 통한 초개인화는 고객 감동을 극대화할 수 있다. 마케팅 컨설팅 기업 스토리브랜드(StoryBrand)를 설립한 도널드 밀러는 “고객들은 기업의 스토리가 아닌 자신들의 스토리에 관심이 있다”며 “스토리의 주인공은 브랜드가 아니라 고객”이라고 강조한다. 이런 면에서 AI는 고객의 스토리를 반영한 초개인화 맞춤형 콘텐츠 창작을 통해 고객과 브랜드와의 상호작용 촉진에 기여할 수 있다. 브랜드는 정체성을 표현하는 매체로 진화했으며 고객은 자신의 가치관과 성향, 취향을 반영하는 제품을 구매한다. 그런데 사람들의 정체성은 나이, 성별, 국가, 지역, 교육 수준, 성장 환경 등의 영향을 받아 다채롭게 형성된다. AI는 개별 소비자의 행동 패턴, 구매 이력 등이 담긴 데이터를 분석해서 브랜드의 고객을 예측하고 신규 고객을 발굴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AI는 이미 브랜딩 및 마케팅 분야에서 창의성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유수의 기업과 브랜드는 AI를 도입해 비즈니스 영역에서 보랏빛 소를 창조하는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로레알, 스티치픽스, 코카콜라의 AI 관련 행보와 미래 전략을 살펴보며 브랜딩 및 마케팅 분야에서 AI 기술의 가능성을 가늠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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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레알의 AI 뷰티테크 초개인화 서비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더비즈니스리서치컴퍼니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뷰티테크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591억4000만 달러(약 82조 원)이며 연평균 14%씩 성장해 2028년에는 1161억7000만 달러(약 161조 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특히 AI 기술과 뷰티가 결합된 ‘뷰티테크(Beauty+Technology)’는 뷰티업계의 신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뷰티 산업은 연령, 인종, 성별, 체형, 피부 등 다양한 조건과 요소를 지닌 개인의 상태를 고려해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AI의 초개인화 서비스가 빛을 발할 수 있는 분야다. AI로 개인의 상황, 취향, 선호 등에 맞는 제품 또는 그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진단하고 제안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가 고객 경험 혁신과 브랜드 차별화를 이끌 수 있다.

뷰티 업계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로레알(L’Ore´al)은 매년 60억 개의 제품을 판매하는 글로벌 1위 뷰티 기업이다. 로레알은 500여 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과학 연구 혁신 투자를 지속하며 ‘한국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을 시상하는 등 ‘과학을 통한 뷰티의 재발견’을 모토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는 로레알의 설립 배경과 브랜드 스토리와도 닿아 있는 행보다. 프랑스 출신 화학자 외젠 슈엘러가 창업한 로레알의 시작은 염색약이었다. 그는 1907년, 색이 잘 빠지지 않는 안전한 염색약으로 ‘빛의 후광’ 또는 ‘빛의 무리’라는 뜻의 오레알(Ore´ale)을 개발해 화제를 모았다. 이후 1909년 회사를 설립하고 이듬해 브랜드와 회사를 로레알로 명명했다. 이렇게 헤어 제품에서 시작한 회사는 중저가와 고가 화장품을 아우르는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진해 현재 로레알 파리, 메이블린 뉴욕, 입생로랑 뷰티, 랑콤, 키엘, 조르지오 아르마니 뷰티, 비오템, 모로칸오일 등 35개 글로벌 브랜드를 보유한 회사로 컸다. 최근 발표한 로레알의 실적을 살펴보면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434억8680만 유로(약 65조3137억 원)로 견조했지만 로레알이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35%)을 차지하고 있는 북아시아 시장에서 실적이 하락세를 보였다. 중국의 경기 침체로 인한 시장 둔화로 북아시아 시장에서 로레알을 비롯한 글로벌 뷰티 기업들이 맥을 못 추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매출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로레알은 미국 베이비붐세대를 공략한 수익성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장 동략으로 부상한 게 AI 기반의 뷰티테크다. 뷰티테크의 선도 기업이자 AI 뷰티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한 로레알의 활동을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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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AI 개인화 솔루션 서비스다. 스킨 지니어스(Skin Genius)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한 피부를 AI가 분석해 최적의 스킨케어 제품과 피부 관리 방법을 추천하는 서비스다. AI는 주름, 밝기, 모공, 민감도 등을 세세히 분석해 준다. 소비자는 과학적인 개인화 피부 관리를 경험할 수 있다. 또한 AI 기반 맞춤형 피부 분석 기기 셀 바이오프린트(Cell BioPrint)는 개인의 피부 상태를 디지털 공간에서 완벽하게 재현한다. 그리고 미래의 피부 변화를 예측해 맞춤형 스킨케어 방법을 알려준다.

둘째, AI 개인 맞춤형 화장품 제조 서비스다. 페르소(Perso)는 로레알이 개발한 AI 기반 스마트 뷰티 기기다. 이 기기는 피부 상태와 선호도를 비롯해 날씨와 공기질 같은 환경 요소를 고려해 맞춤형 보습제, 아이크림, 파운데이션 등을 만들어 제조한다. 또한 입생로랑 루즈 쉬르 메쥬르(YSL Rouge Sur Mesure)는 AI 기반 맞춤형 립 컬러 제조 기술로서 소비자가 수천 가지 립 컬러를 조합해 자신만의 립스틱을 만들 수 있게 해준다.

셋째, AI와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기반 가상 메이크업 테스트 서비스다. 로레알은 2018년 AI 기반 가상 시용(Virtual Try-On)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모디페이스(Modiface)를 인수했다. 모디페이스의 AI는 사용자의 얼굴을 3D로 분석하고 각 개인에게 최적화된 색조화장품, 헤어 컬러, 스킨케어 제품을 추천한다.

넷째, AI 기반 개인화 콘텐츠 제작이다. 로레알은 소비자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콘텐츠 제공을 강화하고 있다. 스킨 지니어스와 모디페이스에서 얻은 피부 데이터로 신제품 개발뿐만 아니라 맞춤형 광고 및 교육 영상을 제작한다. 로레알은 소비자의 피부 상태와 관심사를 반영한 스킨케어 콘텐츠, 계절별 메이크업 튜토리얼, 개인 맞춤형 제품 추천 광고 등을 제작해 소셜미디어를 통해 배포하고 있다. 이는 AI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콘텐츠 제공을 통해 개인화 뷰티 경험을 강화하는 주요 사례다.


스티치픽스의 패션테크
AI 초개인화 서비스

하버드경영대학원 출신 카트리나 레이크가 2011년 창업한 미국 스타트업 스티치픽스(Stitch Fix)는 AI 스타일리스트가 나의 옷을 골라주는 온라인 퍼스널 스타일링 서비스 기업이다. 레이크는 실제 지인의 결혼식에 입고 갈 옷을 찾으려고 수많은 온라인 쇼핑몰을 돌아보다 원하는 옷을 발견도 못하고 시간만 소요돼 불편함을 느낀 경험이 있다. 나에게 맞는 옷을 골라주는 쇼핑몰에 대한 개인적 필요가 실제 창업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 서비스는 구독형 모델이 아니라 구매 건수에 따라 과금하는 모델을 취한다. 물론 고객이 전통적인 의류 구독 서비스 방식을 선호하는 경우 정기 자동 배송을 선택할 수 있다. 기간도 매달, 격월 또는 3개월 등 원하는 빈도로 설정할 수 있다. 비용은 남자와 여자의 경우 28달러(약 4만1200원, 2025년 1월 기준)로 시작할 수 있으며 어린이는 12달러(약 1만6700원, 2025년 1월 기준)다. 5가지 추천 상품 중 최소 하나라도 구매하면 구매 비용에서 20달러를 할인해주며 5개 모두 구매 시에는 25% 할인 혜택이 부여된다. 그럼에도 고객의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반품도 허용한다. 이처럼 고객 경험 혁신이라는 본질적 목표에 맞춰 비즈니스 전략을 설계한 스티치픽스는 2017년 창업 6년 만에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했다. 그간 개인 스타일링 서비스는 유명 인사들만의 특권이라 여겨졌다. 그런데 스티치픽스는 패션과 테크를 결합해 대중에게 제공 가능한 스타일링 서비스를 고안했다. 이러한 스티치픽스의 AI 전략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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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기술의 장점과 인간의 전문성을 결합한 AI 큐레이션 서비스다. 스티치픽스는 자체 개발한 AI 알고리즘으로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1000개 브랜드 중에서 엄선한 맞춤형 제품을 추천한다. 사이트에 들어가면 여자, 남자를 비롯해 어린이를 위한 옷도 추천받을 수 있는데 이는 아이 엄마인 창업자 레이크가 본인처럼 아이 옷을 일일이 챙기기 어려운 바쁜 엄마들의 필요를 간파한 설정이자 스피치픽스 주요 고객층의 특성을 고려한 전략으로 파악된다. 주목할 만한 점은 스티치픽스가 AI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최종 큐레이션 단계에 인간을 개입시킨다는 점이다. 즉 AI가 선정한 추천 상품을 스티치픽스 소속 스타일리스트들이 선택해 고객에게 어울릴 만한 5가지 추천 상품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는 인간 스타일리스트가 보유한 안목과 전문성의 가치를 반영해 패션계에 ‘큐레이션 커머스(Curation Commerce)’를 도입한 사례다.

둘째, 스타일 정체성 형성을 위한 AI 초개인화 서비스 도입이다. 스티치픽스는 AI를 기술적으로 도입하는 차원에 그치지 않고 단순한 옷 추천을 넘어 패션을 통한 스타일 정체성 형성을 목표로 한다. AI는 바쁜 고객들의 쇼핑 시간을 절약해 주고 결정하는 피로를 줄일 수 있도록 섬세하게 도와주는 도구다. AI 추천 후 인간 스타일리스트의 큐레이션을 통해 최종 결과물을 선정하는 방식 또한 고객에게 소중한 존재로 인정받는 느낌을 전해주기 위해서다.

셋째, 새로운 고객 경험을 위한 AI 콘텐츠 제작이다. 스티치픽스는 AI 개인화 콘텐츠를 통한 새로운 브랜드 경험의 방안으로 패션과 음악 콘텐츠를 결합하는 흥미로운 시도를 했다. 바로 미국 최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와 협업한 것인데 이 두 기업은 패션과 음악이라는 범주만 다를 뿐 모두 AI 기반의 개인화 추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스티치픽스와 스포티파이는 ‘스타일 튠 업(Style Tune Ups, STU)’이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STU는 스포티파이의 개인화 재생 목록을 기반으로 하는 패션 추천 서비스인데 스티치픽스의 연간 스타일 예측 보고서에 기반한 개인 맞춤형 의상 추천과 스포티파이의 큐레이션된 #OOTD(오늘의 의상) 재생 목록을 결합한 게 특징이다. 스포티파이에서 개인 스타일에 관한 간단한 질문에 답하면 스티치픽스가 스타일 예측 트렌드와 연결해 맞춤형 음악 목록을 들려주는 식이다. 즉 사용자의 음악 취향과 스타일 선호도를 결합해 개인 맞춤형 패션 추천과 함께 스포티파이의 #OOTD(오늘의 의상) 재생 목록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자신의 음악 취향에 어울리는 패션 스타일링에 관한 아이디어를 얻으며 음악과 패션을 동시에 즐기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넷째, 생성형 AI를 활용한 마케팅 콘텐츠 제작이다. 스티치픽스는 AI로 광고 카피와 제품 설명문을 자동으로 생성해 마케팅 콘텐츠 제작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 2017년에는 누적 데이터를 활용한 패션 디자인 알고리즘 AI를 개발해 기존 재고 품목에 없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도 했다. AI가 트렌드를 파악한 후 이를 반영한 패션 디자인을 AI 생성 이미지로 시각화해 실제로 제품화하는 방식이다.


코카콜라의 창의적 AI 활용 전략

최근 미국 MIT는 생성 AI 상용화와 산업별 응용 방안 등을 공동 연구하기 위해 ‘MIT 젠AI 임팩트 컨소시엄(MIT Generative AI Impact Consortium)’이라는 산학협력기구를 발족했다.1 창립 멤버를 살펴보면 대한민국의 SK텔레콤을 포함해 오픈AI, 인도 타타그룹, 미국 반도체 기업 애널로그 디바이시스, 글로벌 벤처캐피털 업체 TWG 글로벌 홀딩스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대중에게 익숙한 코카콜라라는 이름이 눈에 띄었다. 비단 이번 컨소시엄에만 참여한 것이 아니라 일찍부터 코카콜라는 마케팅과 신제품 개발 등에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2017년에는 디지털 혁신 전략의 일환으로 미국과 뉴질랜드 등에 AI 기반 스마트 자판기를 설치해 소비자 데이터 수집을 시도한 바 있다. 소비자는 스마트폰을 사용해 카드나 현금 결제 없이도 음료를 미리 주문하고 인근의 지정 자판기에서 해당 상품을 받을 수 있다. 스마트 자판기는 다른 나라에 있는 지인에게도 음료를 주문해 선물할 수 있는 원격 주문 기능도 갖추고 있다.

가보지 않은 길을 먼저 가다 보면 새로운 성과를 얻을 수도 있지만 시행착오를 맞닥뜨릴 수도 있다. 따라서 세계적인 기업인 코카콜라가 AI를 다방면으로 활용해 온 여정을 되짚어보는 작업은 후발 주자들에게도 의미가 있다. 가까운 시일에 구체적인 AI 도입 방안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영감과 교훈을 전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코카콜라의 AI 활용 방안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AI 데이터 기반 맞춤형 광고 제작이다. 2025년 2월 기준 코카콜라의 페이스북 팔로워는 약 1억900만 명,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약 316만 명이다. 코카콜라는 지난 2020년 SNS에 게시된 코카콜라 병뚜껑 번호, 페트병 사진 등의 제품 이미지를 AI 이미지 인식 기술로 자동 수집해 분석했다. 이를 통해 특정 지역에서 잘 팔리는 제품 정보를 파악하고, 소비자 행동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수집했으며, 맞춤형 인터넷 광고를 제작했다. 당시 기존 대비 4배 높은 클릭률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성과를 기록했다.

둘째, AI 디지털 콘텐츠 제작을 통한 소비자 경험 강화다. 2023년 코카콜라는 ‘크리에이트 리얼 매직(Create Real Magic)’ 캠페인을 통해 오픈AI의 GPT-4와 DALL·E 기술을 활용한 공모전을 개최했다.2 ‘크리에이트 리얼 매직’은 오픈AI와 글로벌 컨설팅사 베인앤드컴퍼니가 코카콜라를 위해 독점 개발한 GPT-4와 DALL-E의 기능을 결합한 최초의 플랫폼이다. 이 캠페인은 ‘일상을 비범하게 만드는 예상치 못한 연결의 순간(magic lives in unexpected moments of connection that elevate the everyday into the extraordinary)’이라는 코카콜라의 브랜드 철학인 ‘리얼 매직’을 반영했다. 전 세계의 디지털 크리에이터들은 웹사이트3 에 접속해 코카콜라의 상징적인 브랜드 이미지로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었다.

코카콜라 하면 바로 떠오르는 이미지는 특유의 컨투어 디자인 병 모양이다. 이 병이 1915년 처음 탄생했으니 사람 나이로 치면 벌써 110세로 장수한 디자인인 셈이다. 이 디자인은 본디 유리공장 디자이너 알렉산더 사무엘슨과 얼 딘 등 5명의 직원이 코카콜라 공모전에서 우승하면서 개발된 것이다. 이들은 코코아 열매의 모양에서 영감을 받아 이 병을 디자인했고 이는 1916년 코카콜라의 공식 디자인으로 지정됐다. 코카콜라의 디자인은 단순한 음료수병을 넘어 팝아트의 선구자 앤디 워홀(Andy Warhol)의 작품에도 등장할 만큼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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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 캠페인의 참여자들은 바로 이 코카콜라 특유의 병 디자인을 비롯해 필기체 로고 등 수십 가지 브랜드 이미지를 차용해 독창적인 AI 디지털 아트 콘텐츠를 창작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전 세계에서 12만 개에 달하는 코카콜라 디지털 아트 콘텐츠가 생성됐다. 코카콜라는 30명의 크리에이터를 최종 선발해 우수작을 뉴욕 타임스퀘어와 런던 피커딜리서커스의 코카콜라 디지털 광고판에 전시하는 기회도 선사했다. 그리고 이들을 미국 애틀랜타에 위치한 코카콜라 본사에서 오픈AI와 함께 주최하는 ‘리얼 매직 크리에이티브 아카데미(Real Magic Creative Academy)’에 초청했다. 3일간의 워크숍에서 크리에이터들은 코카콜라 글로벌 디자인 및 크리에이티브팀과 오픈AI가 협업하는 경험을 누릴 수 있었다. 이들은 향후 코카콜라 라이선스 상품, 디지털 컬렉터블 등의 콘텐츠를 공동 제작하고 이에 관한 보상도 받았다. 이처럼 코카콜라는 AI 기반 디지털 아트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창의적인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브랜드 경험을 강화하기 위한 창의적 시도를 이어왔다.

셋째, 생성형 AI 활용 캠페인 광고 영상 제작이다. 이때 유의미한 두 가지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대중의 호평을 받았고 비교적 최근의 사례에서는 반감을 샀다. 먼저 생성형 AI를 활용한 광고로 대중의 호평을 받은 작품은 2023년의 ‘마스터피스(Masterpiece)’ 캠페인이다.4 마스터피스 캠페인 영상은 2분 분량이며 코카콜라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됐다. 당시 이 작품은 뭉크, 고흐, 앤디 워홀 등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명작과 코카콜라가 만나 벌어지는 흥미로운 스토리를 담은 캠페인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 영상은 생성형 AI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모션그래픽 등의 별도 디지털 기술을 총체적으로 사용한 결과물이었다.

한편 상대적으로 최근인 2024년 생성형 AI를 적극 활용한 코카콜라 광고는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작품은 1995년에 공개된 코카콜라의 상징적 광고를 오마주해 AI로 재현한 영상 ‘The Holiday Magic is coming’이다.5 이 영상에는 겨울의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순록과 사슴, 코카콜라 트럭, 강아지, 크리스마스트리, 어린이 등이 등장했다. 영상 제작에는 시크릿 레벨, 실버사이드 AI, 와일드카드까지 총 세 곳의 전문 AI 스튜디오가 참여했다. 이들은 레오나르도(Leonardo), 루마(Luma), 런웨이(Runway), 클링(Kling) 등 4개의 AI 프로그램을 사용했으며 영상뿐 아니라 텍스트, 이미지, 음성 등 100% 공정에 생성형 AI를 적용해 2개월 만에 광고를 제작했다. 코카콜라 유튜브 채널에서 해당 영상을 언뜻 보면 크게 문제가 될 만한 요소가 도드라지진 않는다. 다만 100% AI 제작 광고란 점이 대중의 본능적인 거부감을 자극했다. 물론 이것이 거부감을 일으킨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우선 영상이 담고 있는 핵심 주제와 이를 구현하는 기술의 상징적 의미가 불일치했다. 코카콜라의 크리스마스 시즌 영상이 담고자 한 주요 내용은 30년 전의 원작과 유사하게 ‘크리스마스가 자아내는 인간적인 정서’였다. 연말에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가족, 사랑 등의 가치를 상기하고 따뜻한 연말을 보내고 싶어 한다. 그동안 코카콜라의 크리스마스 시즌 광고는 크리스마스의 설렘과 기쁨을 잘 담아 왔다. 세월이 축적됨에 따라 단순한 브랜드 광고를 넘어 사람들의 추억에 자리 잡은 문화적 아이콘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영상이 인간성을 핵심 주제와 정서로 표방하면서 인공성을 대변하는 AI 기술을 100% 사용해 구현했다는 점이 시청자에게 불편함을 안겼다. 심지어 AI로 재현한 결과물이 자연스럽지 않아 작품의 진정성을 떨어뜨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다는 불안감을 건드리면서 코카콜라가 광고에 생성형 AI를 100% 적용한 지점을 비난하기도 했다. 이처럼 코카콜라의 생성형 AI 광고 캠페인 사례는 향후 AI 기술을 브랜딩과 마케팅 분야에 도입할 기업들이 어떻게 호감과 불쾌 사이의 균형을 맞출지와 관련해 곱씹을 만한 유익한 시사점을 준다.


생성형 AI 콘텐츠가 야기할 수 있는 불쾌한 골짜기

1970년 일본의 로봇 공학자 마사히로 모리(Mori Masahiro)는 저서 『불쾌한 골짜기』에서 책 제목과 동일한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이론을 설명했다. 인간을 흉내내는 기술이 완벽하지 않을 때 사람들은 심리적인 거부감을 느낀다는 게 이론의 핵심이다. 모리에 따르면 로봇이 인간과 어설프게 닮으면 대중의 호감도가 급격하게 떨어진다. 인간의 행동과 외모를 모방한 휴머노이드 로봇의 형상은 처음에는 친숙함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로봇을 인간의 형상과 유사하게 만든다 한들 진짜 사람이 아닌 이상 어색한 지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렇게 어디서 본 것처럼 익숙하면서도 낯선 로봇은 불쾌한 감정을 자극할 위험이 있다.

모리 이전에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도 ‘언캐니(uncanny)’의 의미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프로이트는 언캐니가 독일어로 ‘운하임리히(umheimlich)’라며 이는 ‘불안하게 하는 이상함’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즉 불쾌한 골짜기 이론은 비단 로봇뿐 아니라 인간의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 설계된 모든 존재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인간을 닮을 때 느끼는 불편함을 설명할 때도 적용 가능하다. 생성형 AI가 만든 캐릭터나 영상이 인간과 매우 유사하게 표현될 때 관객은 그 대상을 자연스럽고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그 표현이 미세하게 어색하거나 비정상적으로 보일 경우 동시에 불편함도 느낀다. 이런 경우 캐릭터나 영상에 대한 관객의 감정적 반응은 줄어들 수 있다. 물론 AI로 생성한 캐릭터가 인간의 감정을 모방할 때 그 표현이 자연스럽고 진정성 있게 느껴진다면 관객은 그 캐릭터에 감정을 이입할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감정 표현이 비현실적이거나 기계적일 경우 관객은 불안감이나 거리감을 느낄 수 있다.

AI가 발전한다고 해서 반드시 언캐니 밸리 현상이 사라진다고 자신할 수는 없다. AI가 인간의 감정, 표정, 움직임을 더 정교하게 재현할수록 관객이 어색함을 느끼는 요소 자체는 줄어들겠지만 관객이 감정적으로 동화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완전히 사실적이지 않더라도 감성적으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이는 오히려 현실과의 차이를 분명하게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히려 기술이 발전해 이런 차이를 부정하고 감추려 할수록 언캐니 밸리가 심화될 수도 있다. AI가 인간을 완벽하게 모방하려 할 때 인간은 더 작은 차이에도 민감해질 것이다. 얼굴의 미세한 표정 변화나 감정 표현 등에서 작은 부자연스러움만 감지돼도 큰 불쾌감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다.


AI 브랜딩과 마케팅에 있어서 인간의 역할

보스턴컨설팅그룹은 2025년 기업들의 주요 과제로 비용 관리와 전략적 재투자를 꼽았다. 금리 변동과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해 경영진의 33%는 비용 절감을 핵심 전략으로 삼은 것이다. 그러나 단순한 지출 축소만으로는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또한 BCG에 따르면 경영진의 75%가 2025년 3대 전략적 우선 사항으로 AI를 지목했다.6

이렇게 글로벌 기업들은 AI를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화에 주로 투입하고 있지만 AI를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브랜드 정체성과 소비자 경험을 강화하는 데 활용해야 한다. 기술이 주도하는 변화 속에서 브랜드를 차별화하는 요소는 인간성, 창의성, 감성적 연결이기 때문이다. AI와 데이터 기반 전략을 기반으로 브랜딩과 마케팅에 인문학적 통찰을 반영해야 한다. AI만으로는 여전히 인간의 본질적인 특성을 완전히 이해하거나 구현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AI는 도구이자 매체일 뿐이다. 특히 콘텐츠를 감상하는 사람들의 정서를 파악하고 인간성을 통찰해 효과적인 AI 콘텐츠 전략을 설계하는 건 여전히 중요한 인간의 역할이다.

인간적인 요소를 어떻게 대중에게 보여주고 전달할 수 있을지에 관한 전략적인 방안을 모색하려면 AI라는 기술이 대중에게 자아낼 정서와 반응에 관한 지속적인 연구와 검토가 필요하다. 여전히 AI에 전적으로 창작의 주도권을 빼앗긴 듯한 느낌을 받으면 사람들은 반발한다. 사람들이 겪는 마음의 불편과 반사적인 부정적인 감정을 사려 깊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AI를 통한 비용 절감과 수익성 개선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AI를 수용하는 사람들에 관한 인문학적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AI 기술의 피상적 도입은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 훼손을 초래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지점에서 리스크를 관리하고 기술과 인간을 유연하고 매끄럽게 만나게 할 인간 브랜딩, 마케팅 전문가의 역할이 필요하다. 인간의 공감을 얻는 이야기를 만들고 브랜드 철학을 구축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 김민지artandtechminji@gmail.com

    Art & Tech 칼럼니스트

    김민지 칼럼리스트는 서울대에서 미학을 전공하고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에서 과학저널리즘 석사 학위를 받았다. 15년간 예술 관련 강의 및 진행 활동을 해왔으며 미래 교육 및 문화예술 콘텐츠 스타트업에서 근무했고, 경제방송에서 ‘김민지의 Art & Tech’ 앵커로 활동한 바 있다. 저서로는 『NFT Art 그 무엇으로도 대체 불가능한 예술(2022, 아트북프레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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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리=김윤진truth311@donga.com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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