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HBR Korea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DBR Column

유튜브 라이트, 선택권 확대일까 착시일까

전호겸 | 422호 (2025년 8월 Issue 1)
콧대 높은 구글이 ‘유튜브 라이트’라는 카드를 꺼냈다. 최근 공정위에 제출한 자진 시정안을 통해서다. 공정위는 유튜브 프리미엄 멤버십이 동영상과 뮤직 서비스를 결합한 유튜브 프리미엄 멤버십이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고 온라인 음악 서비스 시장의 경쟁을 저해했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었다. 공정위가 자진 시정안을 받아들일 경우 기존 유튜브 프리미엄에서 뮤직 서비스를 뺀 저렴한 요금제가 탄생하게 된다.

겉보기엔 소비자 선택권 확대 조치로 보인다. 광고 없는 동영상 시청만 원하는 사용자에게 기존 프리미엄보다 6400원 저렴한 월 8500원(안드로이드/웹 기준)의 대안이 생겼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를 구글의 ‘끼워팔기’에 대한 자진 시정이자 전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가격 비율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프리미엄 대비 가격 비율이 저렴하다’는 설명과 ‘실제 구독료가 저렴한 것’은 다르다. 브라질, 멕시코, 캐나다 등과 비교하면 한국의 라이트 구독료는 실제로 더 비싸다. 2023년 한국의 유튜브 프리미엄 가격은 42.6% 인상됐다. 인상률로 보면 영국의 5배, 미국의 2.5배 수준이다. 라이트 요금제 도입이 국내 음원 시장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도 크지 않다. 라이트는 프리미엄보다 6400원 저렴하지만 벅스(6900원), 지니(7400원) 등 주요 음원 정가 기본 구독료보다 낮다. 음원을 추가 구독하더라도 경쟁 음원 서비스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유튜브는 AI 추천과 개인화된 플레이리스트를 기반으로 이용자의 콘텐츠 소비 패턴을 정교하게 분석하는 ID경제를 구현하고 있다. 특정 콘텐츠를 몇 번만 소비해도 관련 콘텐츠를 계속 큐레이션한다. 수년간 축적한 ‘데이터 자산’은 1000∼3000원 수준의 가격 인하로는 대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결과적으로 유튜브 라이트는 기존 프리미엄 이용자의 이탈을 유도하기보다는 광고 시청에 익숙했던 비구독자층의 신규 유입을 촉진할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가 얻는 혜택보다 유튜브의 시장 지배력 확대 효과가 훨씬 더 클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내 음원 서비스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유튜브와 가격 경쟁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전략이다. 저작권료라는 고정비용 구조 탓에 할인 여력은 제한적이며 무리한 경쟁은 산업 전반을 황폐화시킬 수도 있다. 생존을 위해서는 가격 경쟁보다는 서비스 차별화가 필요하다. 고음질 음원, 몰입도 높은 인터페이스, 팬 커뮤니티, 독점 콘텐츠, 팬 참여형 이벤트 같은 요소를 강화해야 한다. 인디, 국악 등 유튜브가 비교적 취약한 장르에 특화된 콘텐츠 큐레이션도 해법이 될 수 있다.

통신사, OTT 등과의 제휴를 통해 번들 상품을 출시하거나 다양한 디바이스 연동으로 사용자 접점을 넓히는 전략도 병행해야 한다. 콘서트·이벤트 주최, 팬덤 기반 굿즈 판매 등 신규 수익 모델 발굴 역시 필요하다. 유튜브 라이트는 1년간 요금 동결 조건이 붙지만 이후 인상 가능성도 있다. 공정위의 구독료 인상 감시와 함께 지속적 정책 대응이 요구되는 이유다.

전문가 의견을 듣고 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문제가 음원 시장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웹툰·웹소설 업계에서 벌어진 구독형 서비스 전환 논란은 구독경제가 확대될수록 창작자와 플랫폼, 소비자 간 갈등도 커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선택지가 늘어났다고 진정한 선택권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지속가능한 경쟁과 다양성이 보장될 때 비로소 선택은 소비자의 것이 된다.
  • 전호겸

    전호겸kokids77@naver.com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 연구교수

    『구독경제 : 소유의 종말』의 저자이자 경제칼럼니스트로 비즈니스 트렌드, 비즈니스 모델 혁신, 구독경제 관련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KBS1, TBS라디오에서 ‘경제책사 전호겸 교수의 경제 인사이트’ ‘역발상경제’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

질문, 답변, 연관 아티클 확인까지 한번에! 경제·경영 관련 질문은 AskBiz에게 물어보세요. 오늘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Cl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