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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작동하는 안전’ 구축하려면

김현진 | 426호 (2025년 10월 Issue 1)
최근 정부가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이 한층 강화될 전망입니다. 원청 책임 확대, 현장 작동 여부 점검, 안전보건 투자 공시 등은 기업에 전례 없는 부담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입니다.

산업재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처벌만능주의로는 답을 찾을 수 없다는 데 많은 분이 공감하실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 대책 강화에 대한 의도와 시행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라도 시대적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원치 않는 결과를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이에 경영진은 강화된 법적 환경과 책임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신속하게 정교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산업재해는 기업에 평판이나 법적 제재를 넘어 기업의 재무성과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줍니다. 재해율이 1% 증가하면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1.11∼1.21%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을 정도로 치명적인데 이는 안전 확보가 윤리적 의무를 넘어 경제적 생존과 직결된 경영 과제임을 의미합니다.

한국의 산업 현장에서 아직도 안전불감증이 남아 있는 이유를 국가 및 기업 성장사와 연결해 해석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전쟁과 정치적 불안 사태의 경험,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안전을 후순위로 미뤘던 문화가 세대를 거쳐 ‘무의식적인 태도’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그러기에 안전을 문화로 내재화하기 어렵다면 오히려 문화가 저절로 작동하도록 시스템화하는 접근이 빠른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경영 시스템 차원에서 사소한 징후를 조기에 제거하는 것이 대표적인 방법입니다. ‘하인리히의 법칙’에 따르면 대형 사고 1건이 발생하기 전에 29건의 경상사고, 그리고 300건의 아차사고가 일어납니다. 이는 중대재해를 막기 위해서는 사소한 위험 신호들을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모범적인 해외 기업 사례는 실천의 방향을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영국의 앵글로아메리칸은 매년 수십 명이 사망하던 광산에 최고경영자가 직접 방문해 9주간 폐쇄하고 맞춤형 안전 체계를 구축해 연간 사망자를 절반 이하로 줄였습니다. 한편 벨기에의 솔베이는 단순화(규칙의 단순화)·준수(현장 작업자의 참여)·융합(일관된 전달)·스케줄(규칙 준수를 일과에 포함)이라는 네 가지 원칙에 기반한 현장 친화적 안전 수칙을 도입해 사고를 크게 줄였습니다.

안전사고 관련 리스크는 이제 법과 제도를 넘어 노사관계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원청이 협력업체 근로자의 산업안전보건 문제와 관련해 교섭 의무를 지게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사후적 책임을 묻는 성격을 지닌다면 노란봉투법은 사전 협의·합의 의무를 제도화한 것입니다. 두 법이 맞물리면서 기업은 단순히 준법을 넘어 노사 협력 기반의 안전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이러한 도전 과제 해결을 위해 기획된 이번 스페셜 리포트는 정책 변화와 판례 동향, 해외 사례와 산업안전 이론을 종합해 실행 가능한 프레임워크를 제시합니다. 핵심은 네 가지로 압축됩니다. 첫째, 안전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인식하고 최고경영자가 리더십을 발휘할 것. 둘째, 협력업체를 포함한 통합 안전관리 체계를 운영할 것. 셋째, 근로자 참여형 위험성평가와 실시간 신고 체계를 도입해 사소한 징후를 선제적으로 제거할 것. 넷째, AI·IoT·디지털 트윈 등 예측적 기술을 일상적 업무 속에 내재화할 것입니다.지금 기업인이 해야 할 일은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안전 체계를 구현하고 이를 기업 혁신의 촉매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안전이 규제 대응의 수단을 넘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핵심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는 ‘안전 리더십’ 구축 방법에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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