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현장 찾아 ‘안전행동 롤모델’로
안전 미흡 질책보단 노력에 칭찬 필요
Article at a Glance정부, 기업, 유관 기관의 노력에도 산업재해가 크게 줄지 않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산업안전보건 관리 체계가 강화됐지만 여전히 안전보다는 효율이라는 문화가 팽배해 있다. 특히 대부분의 산업재해가 불안전 행동에서 기인하므로 실제 현장에서 안전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안전 리더십(Safety Leadership)’이 요구된다. 다양한 선행 연구에 따르면 안전 리더십이 효과적으로 발현할 경우 안전 행동이 증가하고 사고가 감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영진은 안전에 대한 투자를 비용으로 여기지 않고 실제 현장에서 작업자들의 안전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며 조직 전체가 안전에 참여하도록 가시적인 안전 리더십 행동과 바람직한 롤모델을 보여야 한다. 현장 관리자는 지속적으로 현장의 안전 상태를 점검하며 개선점을 찾는 것은 물론 지적보다는 인정을 중심으로 작업자들과 소통하며 작업자들의 의견이 안전 대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산업재해 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4년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98명, 사망만인율(1만 명당 사망자 비율)은 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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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전년 대비 4.1% 증가했다. 재해자 수는 14만2771명, 재해율(100명당 재해자 비율)은 0.67%로 전년 대비 4.4% 증가했다. 하루에 약 6명, 약 4시간에 1명씩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있고 약 5분에 한 명씩 부상이나 질병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망 재해율은 다른 OECD 선진국들, 특히 독일이나 영국 같은 국가와 비교했을 때 약 6~9배 이상 높다. 특히 50인 미만 중소기업에서 안전 인프라와 관리 체계가 취약해 재해율이 높다.
산업재해는 기업에 막심한 타격을 입힌다. 산업재해로 인한 직접 손실액(산재보상금 지급액)은 7조2849억 원, 직간접 손실을 포함한 경제적 손실 추정액은 36조4247억 원으로 전년 대비 8.95% 증가했고 근로손실일수는 6384만5877일로 5.18% 증가했다. 단순히 계산해도 재해자 1인당 2억5000만 원 이상의 사회적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2020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발표한 ‘재무제표로 살펴본 기업의 산재 예방 투자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상장된 586개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했을 때 재해율이 1% 증가하면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1.11~1.2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이 아닌 영업이익 감소로 기업에 더 치명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또한 2023년 발행된 ‘산업재해가 제조업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재해율이 1% 증가하면 약 383만 원의 노동 생산성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0인 미만 기업들만을 대상으로 하면 재해율 1% 증가 시 노동 생산성이 약 3138만 원 감소한다. 즉 작은 기업일수록 산업재해로 인한 기업 손실이 더 크게 증가한다. 산업재해가 발생해 작업 중지, 치료비, 근로 손실, 현장 복구, 벌금 등 기업이 5000만 원의 손실을 입었다면 궁극적으로 이 손실 비용은 기업의 순이익에서 지출이 된다. 순이익이 5%라면 손실 5000만 원을 메꾸기 위해서는 약 10억 원의 매출이 필요하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기업의 이익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기업의 이윤 창출을 통한 지속가능 경영에 안전이 기본인 것이다. 기업의 경제적 손실 외에도 중대재해를 경험한 근로자 본인과 가족,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받을 다양한 경제적, 신체적, 심리적 고통을 생각하면 더 큰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한편 안전은 ESG 경영과도 직결된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기업의 안전 수준을 주요 평가 요소로 삼고 있으며 안전에 대한 투자는 기업의 신뢰도와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 장기적 관점에서 안전은 지속가능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점은 정부, 기업, 유관 기관들이 산업 재해 예방을 위해 지속적이고 다양한 노력을 해왔는데도 불구하고 큰 손실을 유발하는 산업 재해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7년 이후 지속적으로 재해율이 증가하고 있고 사망자도 2000명대가 계속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지금까지 국가, 기업, 노조의 안전관리에 대한 관점과 방식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기업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안전보건 관리 체계 구축이다. 안전보건 관리 체계는 ‘일하는 사람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기업 스스로 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제거·대체 및 통제 방안을 마련해 이를 이행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도 사고가 발생했다고 무조건 사업주를 처벌하는 것이 아닌 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관리 체계를 갖추도록 하려는 것이다. 효과적인 예방 및 보호 조치를 취하는 것은 일터에서의 위험을 제거 및 최소화하는 데 매우 중요하며 안전보건 체계를 효과적으로 구축하고 정착시킨다면 기업 성과 또한 증진할 수 있다.
그러나 안전보건 관리 체계를 구축하더라도 실행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여러 기업이 안전보건 관리 체계를 강화했지만 산업재해율과 사망자 수가 크게 줄지 않은 점이 이를 대변한다. 여전히 ‘빨리빨리’ 문화와 생산성 우선의 경향이 현장에 남아 있다. 법과 제도는 존재하지만 집행력이 부족하거나 예방보다 사후 처벌에 치우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근로자도 안전 행동보다는 불안전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불안전 행동이 누적되다 보면 결국 사고가 발생한다. 실제로 미국 산업재해의 원인 분석 결과, 불안전 행동이 76%, 행동과 상황이 20%로 전체 원인의 96%가 ‘행동’이 원인이었다. 미국의 산업 안전 전문가 하인리히도 사고 원인의 88% 를 불안전 행동으로 분석했다.
즉 체계를 어떻게 더 견고하게 다듬어 나갈지에 대한 고민과 함께 현장에서의 안전한 행동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이에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리고 안전에 필요한 인력, 시간, 비용 등을 적극 투자하는 경영진의 ‘안전 리더십(Safety Leadership)’이 선행돼야 한다. 현장 관리감독자가 현장의 안전을 모니터링하고 소통과 피드백, 노력에 대한 인정과 보상을 통해 안전한 행동이 준수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1. 안전관리의 시작: 안전 리더십안전 리더십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지만 이 분야의 선구자이자 안전 컨설턴트인 댄 피터슨은 안전 리더십을 “현재 안전 상태를 파악하고 개선하기 위한 비전을 세우고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고안해내는 총체적인 과정”이라고 했다.
경영진의 안전 리더십은 안전보건 정책 수립, 안전에 대한 투자 결정, 조직 구성, 안전 의식 고취, 안전 교육 강화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조직의 안전 문화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조직 규모가 작은 중소 규모 사업장에서는 경영진의 안전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산업재해 감소에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안전 리더십의 정의는 주로 조직의 상위 관리자(임원진, 경영진)의 안전 목표 확립 및 성취 방법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장 관리자들의 안전관리 행동 또한 중요하다. 관리자들의 안전 리더십에 대한 정의는 ‘관리자가 조직의 특성과 개인적 요소를 고려해 구성원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안전 목표를 수립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장 관리자들은 경영진과는 다르게 근로자들과 가까운 곳에서 함께 작업을 하거나 작업을 지시, 감독하기 때문에 관리자의 안전관리 행동 및 안전 의식이 작업장의 안전 수준 및 사고 발생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게 된다. 그런 이유로 관리 계층의 안전에 대한 관심이나 동기가 부족하면 사고 예방에 필요한 안전관리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관리자의 안전 리더십 수준이 조직 내 안전 문화에도 영향을 준다. 조직문화는 집단행동 규범의 영향을 받고 이 규범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관리자의 리더십이다. 따라서 관리자가 안전을 강조하고 안전과 관련된 행동 및 상호작용을 많이 할수록 관리자가 속한 현장 혹은 조직의 집단행동 규범에서 안전이 우선순위가 되고, 근로자들 역시 이에 따라 현장에서 안전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다.
안전 리더십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종합해서 결론을 내린 여러 메타 분석 연구를 살펴보면 경영진과 관리자들의 안전 리더십이 높을수록 구성원들의 안전 행동, 팀이나 조직의 안전 분위기가 증가하고 사고는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현장에서 진행된 안전 리더십 연구에서도 현장 관리자의 리더십 및 안전 의식 수준에 따라 사업장별로 안전 수준 및 사고 재해 발생의 차이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글로벌 건설업체의 14개 현장에 안전 리더십 기반 처치(관찰, 피드백, 커뮤니케이션 등)를 실시한 결과, 근로자의 안전 행동이 증가하고 사고 역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건설 현장에서 관리자와 근로자 간 안전 의사소통에 대한 프로그램을 도입한 결과, 안전 의사소통의 양과 질이 증가했고 현장 안전 수준이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현장 관리자를 대상으로 안전 리더십 기반 처치를 수행한 결과 직원들의 안전보호구 착용 비율이 9%에서 59%까지 상승했다.
2. 안전 리더십 증진 방안1) 경영진안전 리더십을 표명하고 선언하기 위해 사내에 ‘안전 최우선’ ‘생산보다 안전 우선’ ‘구성원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의 가치로’ ‘타협 없는 안전’ 등 다양한 관련 문구를 현수막이나 사내 게시판을 통해 게시하고 있다. 회사 창립기념일이나 새해 인사말에도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물론 이렇게 안전 리더십 의지를 전 사원들에게 표명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렇게 1년에 1~2회 선언하고 게시하는 것만으로는 직원들이 안전 리더십에 대한 경영진의 진정성을 경험하고 인식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즉 가시적인 안전 리더십(Visible Safety Leadership) 행동과 모범적인 역할 모델(Role Model)을 통해 이를 입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가시적인 안전 리더십과 역할 모델이 기업의 긍정적인 변화에 미치는 효과는 여러 사례를 통해 밝혀졌다.
대표적인 사례로 2007~2013년 6년 동안 앵글로아메리칸(Anglo American)에서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신시아 캐럴을 꼽을 수 있다. 앵글로아메리칸은 런던에 본사를 둔 영국의 다국적 광산 기업으로 다이아몬드, 구리, 니켈, 철광석, 제철용 석탄을 주로 생산한다. 백금의 경우 전 세계 산출량 중 약 40%를 생산하고 있고 전 세계 종업원 수는 약 6만 명이다.
그가 남긴 유명한 말로 “나는 실천하는 사람이다” “안전이 다양한 성과의 선행 지표이다” 등이 있다. 그는 CEO 취임 이후 연 40여 명의 사망 사고가 발생한 세계 최대 백금 작업 현장인 루스텐버그 광산을 직접 방문했다. 현장을 확인한 후 안전 문제가 개선될 때까지 광산을 9주간 폐쇄했다. 광산 관리자들은 ‘광산은 위험한 곳’ ‘사고는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고 그에게도 이러한 점을 토로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비관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현장의 안전을 충분히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9주 동안 현장 근로자들과 만나서 안전에 대한 현실적인 상태와 해결 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경청하고 맞춤형 관리 체계를 수립했다. 특히 경영진, 노조, 관계 부처와 실무단을 구성하고 다른 광산과 타 산업의 안전관리 체계를 벤치마킹해 맞춤형 관리 체계를 수립했다.
그의 적극적인 조치 이후 사망자 수는 2007년 40명에서 매해 28명, 20명, 15명, 17명으로 절반 이상으로 감소했다. 그의 취임 전에는 전 세계 현장에서 약 2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나 2020~2023년 사이 사망자는 매해 5명 미만에 그쳤다.
이제 안전은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가는 과정에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가 됐다. 이에 기업의 경영진도 안전에 대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무엇보다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봐야 한다.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작업은 중지되며, 직원들의 사기와 근로 의욕이 저하된다. 생산성은 떨어지고 직원들이 이직하며 법적 리스크, 브랜드 이미지 하락과 이에 따른 불매 운동까지 뒤따를 수 있다. 즉 한 번의 큰 사고로 인해 기업이 큰 타격을 입고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안전 확보는 사고 방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기업의 대내외적인 타격을 예방하기 위한 투자로 봐야 한다.
둘째, 안전을 직원들만의 몫이 아닌 리더들의 역할로 여겨야 한다. 물론 직원들 역시 안전 규정과 절차를 철저히 준수해야 하지만 이것만으로 높은 수준의 안전 문화를 확보할 수 없다. 리더가 변하지 않으면 조직은 변하지 않는다. 하던 대로 하면 과거와 동일한 결과를 얻게 된다. 리더가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말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조직의 안전 수준이 결정되는 것이다.
특히 PDCA 사이클(Plan-Do-Check-Act)은 안전보건 관리 체계의 근간이다. 많은 기업이 계획과 실행에는 집중하지만 검토와 개선 단계는 소홀히 하기 쉽다. 이에 경영진이 정기적으로 안전 회의를 주재하고 평가와 피드백을 통해 지속적 개선을 이끌어야 한다.
경영진은 사무실에 앉아서 결정하고 지시하는 것만으로 안주해선 안 된다. 현장에 자주 방문해야 한다. 현장 방문 시 안전관리 체계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공백은 없는지, 필요한 지원은 없는지 파악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집요하게 질문해야 한다. 현장의 직원들과도 직접 소통하면서 필요한 조치를 제공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2000년대 초 미국의 재무부 장관을 지낸 폴 오닐은 알루미늄 제조회사 알코아(ALCOA)의 CEO로 근무하던 시절 현장 직원들에게 본인 명함을 줬다. 관리자가 안전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할 경우 본인에게 직접 전화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구성원들과도 직접 소통함으로써 현장 작업자들은 물론 관리자들에게까지 안전 문제 해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셋째, 사고는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예방하는 것이다. 대부분 사고가 난 후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대책을 세운다. 진짜 중요한 것은 사고 후 대응이 아닌 사고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근로자의 개인보호구 착용도 중요하지만 설계부터 공정 계획을 세우고 작업 계획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도 사고 예방을 위해 더 나은 방법이 없는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해야 한다. 이때 과거 발생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사고 원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대책을 세워 유사한 작업이나 환경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 대책에는 기술적인 측면과 물리적 환경 변화 외에도 리더들의 관리적인 측면이나 안전관리 시스템, 근로자들의 행동 측면까지 포함시켜야 한다. 특히 중대재해 예방에 집중해야 한다. 작은 사고를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망 사고 가능성이 있는 작업이나 공정에 대해서는 더더욱 철저한 위험성 평가를 통해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
넷째, 안전은 리더가 주도하지만 조직 전체가 관여해야 이룰 수 있다. 조직의 전체 부서와 직원들이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생산 부서 관리자와 안전 담당자만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전 부서가 기업 안전 문화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인사 담당 부서라면 직원들의 경력별 안전 훈련 로드맵을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고 고위험 작업이라면 선발 장면에서 안전 성격 검사나 면접에서 안전 관련 질문을 통해 안전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선발할 수 있다. 구매 부서의 경우 근로자들이 더 편하고 가볍게 착용할 수 있는 개인보호구나 작업 도구를 파악하고 이를 적용해보는 노력을 할 수 있다. 직원들도 안전은 관리자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내 안전은 내가 책임진다는 의식하에 조직의 안전 규정과 절차를 잘 따르고 안전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2) 현장 관리감독자경영진이 안전 리더십의 스타트를 끊었다면 이를 실제 현장 작업자들의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유도하는 것은 현장 관리감독자의 몫이다. 안전 리더십의 낙수(落水) 효과가 경영진에서 현장 관리자, 작업자로 확산하는 것이다.
관리감독자들은 특히 핵심 행동 지표(KBI)를 설정하고 실행할 필요가 있다. KBI는 안전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주요 핵심 행동으로 안전 분야의 KPI(Key Performance Index)로 이해할 수 있다. 다음의 행동들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① 정기적인 현장 안전 모니터링: 영국의 보건안전청(HSE)은 관리자들의 안전 리더십의 핵심 행동으로 모니터링을 강조한다. 현장에 자주 방문하면 그전에 보이지 않았던 혹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안전 관련 사항들도 파악할 수 있다. 현장을 방문할 때는 핵심 안전 행동 및 상태 체크리스트를 마련해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것이 좋다. 현장을 관찰하며 안전 행동이 준수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동시에 안전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다. 반영되지 않았던 사항들이 있다면 체크리스트의 항목을 변경할 수도 있다. 본인의 관리 현장이 아닌 다른 작업 공정이나 현장을 방문할 경우 해당 부서 관리자들이나 경력이 긴 직원들과 동행하면서 현장 상황과 작업에 대해 질문하고 파악해야 한다. 점검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다 보면 현장의 안전 실천 수준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설정해 이를 달성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계획을 세울 수 있다.
② 현장 근로자와의 안전 소통: 관리자 안전 리더십의 또 다른 핵심 행동은 직원들과의 의사소통이다. 보통 현장에 방문하면 정보를 얻거나 숨겨진 점을 발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혹은 무엇이라도 개선할 점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릴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장 직원들은 쉽게 입을 떼지 않는다. 이들은 혹여나 관리자들에게 괜한 이야기를 했다가 자신들의 미흡함이 발각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현장에서 안전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관리자들이 지켜보는 것 또한 현장 직원들에게는 부담일 수 있다.
이에 현장 직원들과 관계를 형성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하면 현장 직원들 또한 많은 이야기를 해줄 것이다. 일단 대화에 물꼬를 터야 한다. 꼭 안전에 대한 것이 아니어도 괜찮다. 회사 전반적인 일들이나 최근에 있었던 이슈도 좋으니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렇다고 위험한 행동을 지나치라는 의미는 아니다. 불안전 행동을 관찰할 경우 교정적인 방식으로 대화와 질문을 통해 스스로 개선의 필요성을 자각하게 하고 실천 의지를 높이는 방향으로 소통해야 한다.
그렇기에 불안전 행동에 대한 의사소통은 지적이 중심이 돼선 안 된다. 질책, 처벌하는 방식(안전 위반 딱지, 벌금 등)의 소통은 오히려 현장 작업자들이 관리자를 피하고 솔직한 이야기를 터놓지 않게 만들 수 있다. 가급적이면 현장 작업자들의 안전 노력에 대해 인정과 칭찬을 하고 그들이 안전하게 작업하는 데 필요한 자원들이 무엇인지 확인하며 이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칭찬 카드나 쿠폰을 제공하면서 대화를 시도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③ 모니터링 자료 기반 안전 향상 방안 논의: 현장 방문 중 기록한 체크리스트 자료를 정리한다. 현장 관리자 본인과 근로자가 각각 정리한 자료를 정기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누가 관찰했는지에 따라 기록이 조금 다를 수 있기 때문인데 일반적으로 현장 작업자들이 관찰했을 때 좀 더 안전 수준이 높은 것으로 기록하는 경향이 있다.
자료가 정리되면 2주나 1달 주기로 현장 직원들과 자료를 토대로 안전 행동 향상 방안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안전 비율이 높은 항목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칭찬과 인정을 해주고 비율이 낮은 항목의 경우에는 질책이나 비난보다는 추가 조사에 집중해야 한다. 안전 비율이 낮은 이유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증진할 수 있는지, 지원이나 도움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등 질문하고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증진 방안을 함께 모색하면 이후 지속적으로 측정하고 관리해야 한다. 이러한 활동은 근로자들에게 회사가 안전을 주기적으로 관리하고 있고 안전을 중요시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
④ 안전 노력과 성과 달성에 대한 인정과 축하:조직의 안전 문화 증진을 위해 안전 노력에 대한 인정은 핵심적인 요소이다. 일부 관리자는 안전에 대한 인정이나 축하를 해본 경험이 부족해 이를 꺼릴 수도 있다. 작업자들 또한 한시가 바쁘고 삭막한 현장에서 인정과 축하가 어색하고 낯부끄럽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경영진과 관리자가 제아무리 엄밀한 안전 대책을 강구해도 실제 작업자들이 이를 실천하지 않는다면 소용없다.
작업자들의 자발적인 안전 행동 준수를 이끌어내는 게 핵심이며 그 과정에는 안전을 지키기 위한 작업자들의 노력을 인정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따라서 높은 안전 수행을 보이는 개인이나 조, 팀을 인정 및 축하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계획해야 한다. 현장의 요구를 적절히 반영해 작업자들을 인정하고 축하하며 행사를 열지에 대한 기준을 세우며 실제 계획을 검토해야 한다.특히 어떻게 하면 현장 직원들에게 감사를 의미 있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이상적인 인정 절차는 현장 부서나 팀의 안전 목표 달성을 모두가 축하하는 분위기에서 개인의 공헌도 인정하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인정과 축하는 개별적일수록 더욱 의미가 있다. 개별 직원들에게 감사 코멘트, 악수와 함께 감사 물품을 나눠주면 더욱 효과적이다. 감사 물품을 특정 장소에서 직원들이 알아서 가져가도록 한다면 의미나 가치가 퇴색된다. 관리자는 상상력을 발휘해 행사나 이벤트에 모두가 참여하며 재미를 느끼도록 만들어야 한다.
끝으로 교육과 훈련도 안전 리더십 증진을 위한 기본적인 요소다. 안전 리더십 교육을 임원 과정에 포함해야 하며 관리자는 위험성 평가와 효과적인 안전 의사소통/피드백 방법을 학습해야 한다. 직원들은 단순한 규정이나 정신 교육을 넘어 위험 요인을 식별하고 이에 대응하는 실질적인 훈련을 받아야 한다. 이런 안전 관련 교육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상사와 동료가 동일 훈련을 이수하는 것이 좋다. 훈련에 참가한 인원 중 일부라도 훈련에서 배운 행동을 실천하면 다른 직원들이 이를 따라 하는 관찰 학습 효과가 나타나며 행동 변화 효과가 커질 수 있다. 즉 공동 훈련이 실질적인 교육 전이 효과를 배가할 수 있다.
그러나 안전 문화는 단기적 교육이나 캠페인으로 정착되지 않는다. 안전 문화는 말 그대로 문화다. 수십 년간 사람들이 익숙하게 행동하던 규범을 바꾸는 일이다. 경영자와 관리자의 안전 리더십을 토대로 최소 5~10년의 장기적인 투자와 꾸준한 실천이 필요하다.
어제 사고가 나지 않았다고 해서 오늘 사고가 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기계, 설비, 장비도 변하고 사람도 변한다. 관련 법과 규정 또한 변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일관되게 안전을 관리하고 개선할 수 있는 키는 안전 리더십의 실현이다. 경영진과 관리자가 안전을 전략적 가치로 인식하고 구체적 행동으로 이를 실천할 때 비로소 변화가 가능하다.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이며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결정짓는 핵심 자산이다. 안전 리더십을 발휘하는 기업만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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