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혁신을 촉진하는 리더십의 핵심은 ‘모든 사람에게는 각자의 ‘작은 천재성(slice of genius)’이 있다’는 믿음 위에서 구성원이 스스로를 ‘혁신의 주체’라고 느끼게 만드는 데 있다. 이를 위해 리더는 혁신을 신기술 개발에만 한정하지 않고 ‘조직에 새롭고 유용한 모든 것’으로 포용적으로 정의해야 한다. 또한 조직 안의 문법과 규칙을 설계하는 아키텍트(architect), 조직 밖의 인재와 기술을 연결하는 브리저(bridger), 산업·국가·섹터를 넘나드는 연대와 움직임을 촉발하는 캐털리스트(catalyst)라는 세 가지 핵심 역할을 통해 혁신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많은 기업이 경쟁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선보이고 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새로운 시스템을 깔고 AI 파일럿 프로젝트를 돌리면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정작 조직 안으로 들어가 보면 일하는 방식과 의사결정 구조, 리더십과 문화는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도 말이다. ‘혁신’은 여전히 전략 보고서 속 수사로만 맴돌 뿐이다. 실제로 구글이 소비재, 은행 및 결제, 자본시장, 보험, 제조 및 공급망 등 전 세계 다양한 업종에서 임직원 1000명 이상의 기업을 이끌고 있는 C레벨급 리더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0% 이상이 혁신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지만 ‘혁신의 정의가 조직 내에 명확히 공유돼 있다’는 데 매우 동의한 비율은 17%에 그쳤다. 조직의 교육 프로그램이 혁신 전략과 일치한다는 데 매우 동의한다고 답변한 비율도 14%에 그쳤다.
직원들은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정답을 맞히는 데 익숙하고 사일로와 성과 관리 시스템은 협업과 실험이 아닌 관리와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겉으로는 미래를 이야기하지만 조직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 여전히 현재를 지배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25년간 이런 딜레마에 빠진 기업들을 관찰해온 린다 힐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는 “혁신이란 기술보다 사람에 관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스스로를 혁신의 주체로 느끼도록 무대를 만들어주는 리더가 있을 때 변화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한다.
힐 교수와 동료 연구진은 109개국, 전 산업군에 걸친 8300여 명의 리더를 대상으로 한 조사와 심층 관찰을 통해 반복적으로 혁신에 성공하는 조직이 공통적으로 갖는 특성과 혁신 리더십의 패턴을 도출했다. 그 결과,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리더의 세 가지 핵심 역할로 조직 안의 문법과 규칙을 설계하는 아키텍트(architect), 조직 밖의 인재와 기술을 연결하는 브리저(bridger), 산업·국가·섹터를 넘나드는 연대와 움직임을 촉발하는 캐털리스트(catalyst)를 제시한다.
AI 혁명과 대외 불확실성, 저성장 압박이 한꺼번에 덮쳐오는 지금, 기업의 리더들은 정답을 모른 채 혁신을 이끌어야 하는 막막함을 호소한다. 힐 교수는 그런 리더들에게 “혼자 혁신을 끌고 가려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관계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공동 창조(co-creation)’가 혁신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이라는 것이다. DBR이 혁신 리더십에 관한 연구 결과를 집대성한 책 『Genius at Scale: How Great Leaders Drive Innovation』의 저자이자 조직행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힐 교수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리더가 어떻게 혁신을 꽃피우는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 들었다.
혁신에 반복적으로 성공하는 조직에는 어떤 공통적인 특징이 있나?지난 25년 동안 동료 연구진과 함께 반복적으로 혁신을 일궈낼 수 있는 팀, 조직, 생태계를 구축하는 뛰어난 리더들을 연구해 왔다. 이 연구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혁신은 흔히 ‘있으면 좋은(nice to have)’ 혹은 부가적인(add-on) 요소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기하급수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이 전례 없는 시대에는 혁신이 필수 요건이 됐다.
우리는 리더들과 그 동료들이 실제로 어떻게 일하는지를 수백 시간 동안 관찰하고 인터뷰했다. 2021년에는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가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임원들을 대상으로 라운드테이블과 설문조사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240여 명의 리더 및 디지털 네이티브들과 글로벌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했으며 109개국 전 산업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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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속한 8300여 명의 리더로부터 횡단면 설문 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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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수집했다.
그 결과, 리더들은 혁신이 언제나 고되고 힘든 여정이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특히 핵심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매일 힘겨운 싸움을 하는 성공한 기존 강자(incumbent) 기업에서는 더욱 그렇다. 리더들은 혁신의 장벽으로 너무나 익숙한 문제들을 지적했다. 협업을 가로막는 사일로, 위험 감수를 억제하는 성과 및 인재 관리 시스템, 빠르고 대규모로 혁신하기 위해 필요한 실험과 학습을 촉진할 디지털 도구와 데이터에 대한 제한적 접근 혹은 이를 수용하려 하지 않는 태도 등이 대표적이다.
거의 모든 임원은 이런 장벽을 제거하고 동료들이 새로운 사고방식, 행동,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신기술과 데이터는 어디까지나 ‘촉진자(enabler)’일 뿐이라는 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디지털 전환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과 문화에 관한 것이다. 점점 더 디지털화되는 세상에서 혁신을 이끈다는 것은 기술자뿐 아니라 조직 전체가 도구와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과 이해관계자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도록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5년 연속으로 연구에 참여한 임원들은 이런 혁신을 성공시키기 위해 중요한 다섯 가지 조직적 특성을 다음과 같이 꼽았다. 고객 중심성, 부문 간 협업, 데이터 기반(data-driven)이 아닌 ‘데이터 참고(data-informed)’ 의사결정, 지속적 학습, 변화에 대한 익숙함이다.
고객 중심성은 구성원들의 방향성을 일치시키고 고객의 통점과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의 인식과 헌신을 강화한다. 부문 간 협업은 차별화된 엔드 투 엔드(end-to-end)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데이터 기반이 아닌 ‘데이터 참고’ 의사결정은 데이터를 민주화해 의사결정이 더 분산될 수 있도록 한다. 이때 의사결정은 가능한 고객에게 가까운 곳에서 이뤄져야 한다. 손끝에 방대한 데이터가 놓여 있는 지금, 구성원들은 데이터를 선별하고 올바른 질문을 던져 비즈니스 성과를 이끌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는 데이터 유창성(data fluency), 즉 데이터 분석력과 비즈니스 감각을 갖춰야 한다. 경영진은 가장 발전된 에이전틱 AI(agentic AI)가 등장하더라도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균형과 윤리적 고려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판단과 창의성이 여전히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한 지속적 학습 문화는 변화하는 고객 및 이해관계자의 기대에 대응하기 위한 민첩성과 혁신적인 문제 해결 능력의 토대다. 마지막으로 오늘날의 불확실성과 변동성 속에서 구성원이 흔들림 없이 일하기 위해서는 변화에 더욱 익숙해지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런 특성을 조직에 잘 활용해 혁신을 이뤄낸 사례를 들려달라.한 대형 병원을 예로 들겠다. 이 병원의 리더십 팀은 혁신을 위해서는 새로운 학습 역량이 병원 전체로 확산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병원의 실제 운영은 병원 곳곳의 수백 개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의사결정은 중앙의 통제가 아니라 팀워크의 산물이었다. 리더들은 스스로 직접 해내려는 본능을 억누르고 구성원이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무대를 마련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했다. 이에 정보기술(IT),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조직효과성(OE)이라는 세 부서를 만들었다. 이 세 부서는 약 90개국 출신의 다양한 의료진이 자신의 역할 안에서 다양한 실험을 해볼 수 있도록 디지털 기술과 셀프서비스 모델을 도입하고 병원의 ‘환자 우선(patient’s first)’ 미션과 미래 의료를 창조하려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했다.
OE팀은 문화적 배경이 다른 직원들이 공감적 소통과 협업 역량을 갖추도록 돕기 위해 15명의 감성지능 코치로 구성된 팀을 운영했다. 이들은 규범 형성(norming) 세션을 통해 팀이 스스로 행동 원칙을 만들도록 지원했고 팀 내부의 갈등을 중재했다. 처음엔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들을 통합하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의료진은 자발적으로 ‘30일 플랭크 챌린지’ 같은 팀 빌딩 활동을 제안하며 학습 문화를 스스로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는 직원들이 안전하다고 느끼며 새로운 방식에 도전할 수 있다는 신호였다.
IT팀과 BI팀은 디지털 도구와 데이터를 통해 직원들의 학습과 혁신을 촉진했다. 이들은 새로운 도구나 기능을 출시하기 전에 사전 홍보 캠페인을 진행해 어떤 기능이 제공될지, 그 기능이 어떻게 업무에 도움이 될지를 미리 알렸다. 워크숍을 열어 직원들이 데이터 질문을 어떻게 구성해야 생산적인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지, 데이터 참고 의사결정을 어떻게 내릴 수 있는지를 교육했다. BI팀은 데이터 도구 사용량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병원의 데이터 역량을 측정했다. 예를 들어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태블로(Tableau) 사용 데이터를 보면 일부 직원은 적극적으로 사용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BI팀은 이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병동 순회나 구내식당 발표 등을 통해 데이터 리터러시 캠페인을 전개하며 덜 적극적인 구성원의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IT팀 역시 사용성 지표를 바탕으로 데이터 앱의 사용자 친화성을 지속적으로 개선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직원들은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해 각자의 역할에서 혁신을 이뤄냈다. 이전까지 데이터를 사용할 일이 거의 없었던 현장 간호사들조차 이제는 일일 업무의 일부로 A/B 테스트를 실행하고 있었다. 그 결과, 환자 경험을 개선하기 위한 수백 가지 아이디어가 간호 조직 전반에서 쏟아졌다. 대기 시간에 대한 환자의 불만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법 등이 대표적이다. 혁신적 사고는 의사들에게도 확산됐다. 병원은 현지 규제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세계 어디에서도 수행할 수 없던 최첨단 로봇 기반 수술을 시도할 수 있는 승인을 받았다. 일부 리더는 IT팀과 협업해 스마트 병실, 원격 환자 모니터링, 디지털 의사 인터페이스, 텔레메디슨 등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 병원은 ‘스마트 병원’의 선도 기관으로 인정받았으며 현재도 고품질·고접점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혁신적 접근으로 주목받고 있다.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리더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우리는 반복적으로 혁신적 솔루션을 만들어내고 이를 확장할 수 있는 팀, 조직, 생태계를 구축하는 탁월한 혁신 리더들에 대해 연구해왔다. 훌륭한 혁신 리더들은 혁신이 천재적인 한 개인의 번뜩이는 ‘아하(Aha)’ 순간에서 탄생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대부분의 혁신적 해결책은 협업, 실험, 학습의 결과다. 사고의 다양성에서 비롯되는 관점의 충돌 없이 혁신이 일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한 조직은 혁신적 해결책을 ‘계획’해서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에 시행착오와 실패를 포함한 실행을 통해 혁신에 도달해야 한다. 한 단계를 완전히 끝내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폭포수 모델이 아닌 애자일 혹은 린 스타트업 같은 방법을 통해 말이다.
훌륭한 혁신 리더들은 조직의 모든 구성원이 스스로를 ‘혁신가’라고 느낄 수 있도록 이끈다. 한 리더는 “모든 사람에게는 각자의 ‘작은 천재성(slice of genius)’이 있다”고 표현하며 이를 공동의 이익을 위해 발휘, 활용하도록 만드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런 리더들은 아키텍트(Architect), 브리저(Bridger), 캐털리스트(Catalyst)라는 서로 연결된 일련의 역할, 즉 우리가 ‘혁신 리더십의 ABC’라고 부르는 역량에 의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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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먼저 아키텍트는 팀 또는 조직 내부에서 혁신을 민주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협업, 실험,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문화와 역량을 구축해 구성원 모두가 혁신에 참여하도록 이끈다. 또한 공동의 목적, 가치, 규범을 심어 구성원들의 혁신 의지를 높이는 공동체 감각을 만든다. 일례로 화이자의 임상 공급망 조직에서 아키텍트로 활동한 한 리더는 조직 전반에 사일로가 심각해지자 행동의 근본 원인을 깊이 파고들었고 많은 동료가 화이자에서 수십 년 동안 한 부서 안에서만 근무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에게 주어진 과제는 사람들을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도록 이끌어 불편함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었다.
그는 리더십 팀의 고정된 사고방식을 깨기 위해 의도적으로 다른 전문성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 접촉할 기회를 만들었다. 개발 운영, 재무, 조달 등 다른 비즈니스 기능의 리더들을 안건에 따라 월례 회의에 초대했다. 리더십 팀 규모가 6명에서 16명으로 늘어나자 예상대로 동료들은 “팀 규모가 너무 커 비효율적이지 않을까?”라고 우려하기 시작했다. 일부는 아무리 잠재력 높은 인재더라도 자신들보다 직급이 낮고 임상 공급망 부서 밖 사람들이 왜 의사결정에 참여해야 하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아키텍트는 이런 우려를 듣고 자신이 왜 이런 결정을 했는지 투명하게 공유하는 기회로 삼았다. 그는 “우리가 환자를 위해 최선의 결정을 내리려면 임상 공급망 조직 내부와 외부의 관점 모두가 필요하다. 그들의 목소리가 반드시 회의실에 있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리더십 팀이 매달 대면 회의를 열도록 의무화했는데 이는 이전에는 없던 관행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리더십 팀의 투명한 운영 방식과 포용적 의사결정 구조는 조직 전체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이처럼 아키텍트는 동료들이 사고의 다양성을 확대하고 조율할 수 있는 역량을 개발하도록 도와 협업, 실험, 학습 능력을 조직에 내재화한다.
조직 내부뿐만 아니라 조직 외부의 파트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혁신을 촉진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은데.그렇다. 바로 브리저가 하는 역할이다. 브리저는 조직 밖의 인재와 도구, 특히 신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역할을 한다. 그들은 각기 고유한 우선순위와 제약, 역량, 업무 방식을 가진 서로 다른 조직들이 공동 창조할 수 있도록 차이를 해석하고 통합하며 필요한 사회적 연결을 구축하는 법을 알고 있다. 기존 기업이 스타트업과 공동 창조하는 상황을 떠올릴 수 있다. 델타항공의 혁신 랩 ‘더 행어(The Hangar)’는 브리저가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델타는 생체인식 기술 스타트업인 클리어(CLEAR)와 함께 생체인식 탑승권을 만들기로 했지만 실제로는 기술보다 사람과 조직을 연결하는 일이 더 어렵고 중요한 과제였다. 혁신 랩을 이끌던 리더들은 프로젝트가 시작되자마자 먼저 코드를 짜거나 화면을 설계한 것이 아니라 화이트보드에 이해관계자 지도를 그리는 일부터 시작했다. 델타 내부의 IT, 보안, 법무, 마케팅, 공항 운영팀, 외부 스타트업 CLEAR, 교통안전국(TSA), 관세국경보호청(CBP) 등 누가 어떤 권한을 갖고 있고, 무엇을 우려하는지 등을 파악해 나갔다.
생체인식 탑승권 프로토타입을 설계하고 구현하는 데에는 법무, 대관, 운영, 보안, 제품, 기술 등 다양한 부서의 의견이 필요했고 각 부서는 서로 다른 관점과 우선순위를 갖고 있었다. 법무팀은 데이터 보안과 프라이버시에 집중했고, TSA와 CBP는 규제 및 승인 절차에 초점을 맞췄다. IT 부서는 기술적 안정성과 리스크 최소화가 최우선 과제였고 운영팀은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느냐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한편 마케팅팀은 고객 메시지 및 브랜드 경험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이처럼 상반된 요구는 프로젝트를 빠르게 진전시키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었다.
그러나 바로 이런 환경 속에서 브리저의 역할이 빛났다. 혁신 랩의 리더들은 모든 이해관계자가 공통된 목표, 즉 고객 경험 개선에 집중하도록 만들고 각 그룹의 우려가 충분히 반영되도록 조정했다. 기능을 최소 단위로 쪼개서 빠르게 구현하고 CLEAR, 법무, IT 등 다양한 팀과 짧고 빈번한 리뷰 사이클을 운영했다. 브리저가 서로 다른 조직이 가진 기술과 역량을 연결한 결과, 델타항공 최초의 생체인식 기반 탑승권 프로토타입을 단 90일 만에 구현하고 실제 공항에서 파일럿 테스트까지 진행할 수 있었다.
다양한 섹터의 이해관계자를 연결해 변화를 이끌어내는 등 혁신의 범위가 광범위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리더의 역할도 달라져야 할 것 같은데.획기적이고 광범위한 비즈니스 혁신에는 캐털리스트가 필요하다. 캐털리스트는 전 세계 또는 기업, 정부, 시민사회 등 여러 섹터에 걸쳐 공동 창조를 이끌 수 있는 리더다. 그들은 자신의 영향 범위를 넘어선 구성원들의 ‘집단적 천재성’을 끌어내기 위해 움직임(movement)을 만들어낸다. 또한 협력적 업무를 지원하는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핵심 이해관계자들을 활성화하고 이들이 조직 경계를 넘어 더 많은 사람을 참여시키도록 권한을 부여한다. 일례로 신흥국의 한 농업기업 리더는 오랜 기간 농업 생태계를 관찰하며 진짜 문제는 다국적 기업도, 개별 소농도 아닌 그 사이에서 연결을 담당하는 수많은 중소기업(SME)이 서로를 모른다는 점, 즉 신뢰의 부재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자원이 부족한 환경에서 정보가 폐쇄적이고 서로 고립된 채 일하는 상황이 생태계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진단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단순한 플랫폼이 아닌 ‘신뢰를 설계한’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했다. 이 플랫폼은 농부, 식품 가공업체, 유통업체, 소매업체, 셰프, 애그테크 기업 등 다양한 SME가 사업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서로의 역량을 검증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공동 창조 공간이었다.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닌 길고 까다로운 신청 및 심사 절차와 정기적 참여를 요구하는 높은 진입 장벽을 뒀다. 함께 성장할 준비가 된 기업가들만 참여하는 일종의 ‘사회적 계약(social contract)’ 개념을 플랫폼에 적용한 것이다. 이처럼 캐털리스트는 가치사슬 한가운데에 서서 정보를 통제하거나 자원을 독점하는 대신 집단적 학습과 공동 가치 창출을 촉진하는 구조를 설계함으로써 혁신을 이끌어낸다.
리더의 말 한마디는 혁신 문화를 크게 좌우한다. 그렇다면 직원들이 스스로를 ‘혁신의 주체’라고 느끼게 만들려면 리더는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많은 조직은 사람을 두 부류로 나누곤 한다. 과학자·기술자는 ‘혁신가’, 그 외 대부분의 직원은 ‘실행자’라고 여기는 식이다. 그러나 우리의 연구에서 뛰어난 혁신 리더들은 이런 이분법을 따르지 않는다. 그들은 혁신의 범위를 넓게 정의한다. 이들에 따르면 혁신은 조직에 ‘새롭고 유용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포함된다. 새로운 제품·서비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 조직 운영 방식을 바꾸는 작은 개선까지 모두 혁신이 될 수 있다. 혁신은 큰 변화일 수도 있고, 아주 작은 개선의 누적일 수도 있다. 훌륭한 혁신 리더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중요하게 바라본다.
한 리더는 혁신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늘 신기술 사례만 언급하곤 했다. 시간이 지나자 제조와 패키징 부문의 직원들은 자신의 일이 혁신과 관련이 없다고 믿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그 리더는 자신의 언어가 미치는 영향을 깨닫고 혁신을 ‘새롭고 유용한 모든 것’으로 정의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조직 전반의 직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기 시작했고 그중에는 고객 경험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프로세스 혁신 아이디어도 포함돼 있었다. 리더가 디지털 도구와 데이터를 활용하는 혁신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하려고 할 때 자신의 수사가 구성원들에게 어떻게 들릴지를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 동료는 어떤 리더에게 ‘변화(change)’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조직 내 불안을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화(evolution)’라는 단어를 대신 사용해볼 것을 제안했다. 진화는 조직의 과거에 대한 존중을 포함하면서도 모두가 미래를 준비하며 앞으로 나아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리더가 ‘데이터 참고 의사결정’을 어떻게 이야기하느냐도 중요하다. 구성원들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자신의 전문성과 경험이 존중받는다고 느껴야 한다. 의사결정을 ‘데이터 기반’이라고 표현하면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 표현은 개인의 전문성과 경험이 가치 없다는 의미처럼 들릴 수 있고 데이터를 만든 사람들, 주로 기술자가 비즈니스 전문가보다 더 많이 안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리더는 데이터 그 자체만으로는 답을 줄 수 없으며 데이터는 의사결정을 보완하고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구성원들이 이해하도록 소통해야 한다.
조직 내 혁신 문화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리더는 무엇을 말하는지뿐만 아니라 언제 말하는지도 중요하다. 한 공급망 리더는 자신이 조직에 처음 합류했을 때 리더십 팀 내부에 일종의 ‘예의(politeness)’ 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침묵을 곧 동의로 받아들였고, 그 결과 과도한 공손함과 눈치 보기는 느린 의사결정, 과도한 보고 체계, 시간이 지날수록 사실상 폐기돼야 함에도 계속 유지되는 이른바 ‘워킹 좀비(walking zombies)’ 프로젝트들을 양산했다. 그러나 갈등을 피하거나 동료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누구도 문제점을 지적하려 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조직에서 의견을 자유롭게 말하도록 독려하기 위해 리더들은 자신의 발언과 질문을 균형 있게 조절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한 회사의 C레벨 경영진은 코치를 고용해 직속 부하 직원들이 혁신 아이디어를 발표할 때 자신들이 질문과 발언을 각각 몇 번 했는지를 측정하게 했다. 그 결과, C레벨 경영진은 스스로의 행동을 개선하며 대화 중 다음 네 가지 질문을 자연스럽게 포함하기 시작했다. “무엇을 배웠는가?” “어떻게 배웠는가? “앞으로 무엇을 더 배워야 하는가?” “우리가 어떻게 도울 수 있는가?” 리더는 조직의 360도 다면 피드백을 받았을 때 혁신적 사고를 장려하려면 자신의 행동을 바꿔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먼저 자신이 받은 피드백을 조직 전체와 공유했고 자신 역시 배울 것이 많다며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는 의지를 보여줬다. 또한 자신이 의도치 않게 대화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고 이에 따라 회의에서 자신의 생각을 가장 먼저 말하는 사람에서 가장 마지막에 말하는 사람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리더의 언어는 중요하다. 많은 리더는 직원들이 서로의 아이디어에 도전하고 실험해볼 가치가 있는 혁신 아이디어의 파이프라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리더들은 시간이 지나면 조직의 변화는 종종 자신들의 개인적 변화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이해하게 된다. 그래야 조직 구성원들이 계속해서 혁신이라는 혼란스럽고 위험한 일을 기꺼이 해내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혁신에 있어 강점 기반(strength-based)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점 기반 팀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조직의 혁신에 기여하나?한 조직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임무를 맡은 경험이 있다. 당시 우리 팀은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는 기본 단위로 ‘강점 기반 팀’을 택했다. 이 팀들은 기능 간, 직급 간을 넘나드는 교차 기능(cross-functional), 교차 레벨(cross-level) 구조였고 의사결정과 문제해결에 있어 고객에게 더 가까운 구성원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자 했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이런 팀이 서로 협업하고, 실험하고, 함께 학습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당시 조직 전체의 문화는 위계적이고 사일로화돼 있으며 경쟁적이었다. 대부분의 구성원은 자신을 변화의 주체가 아닌 변화의 대상으로 여겼고 혁신적 해결책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기대조차 갖지 않았다. 또한 스스로를 혁신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서로 거의 교류해본 적 없는 사람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의견이 다른 사람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일에도 익숙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새로운 사고방식과 행동을 받아들이도록 만들기 위해 우리는 직원의 개선점이 아닌 강점을 파악하고 이를 활용하는 데 초점을 두는 ‘강점 기반 접근법’을 도입했다. 모든 직원이 자신의 성격 유형을 파악하는 갤럽 스트렝스파인더(Gallup StrengthsFinder) 평가를 수행한 뒤 직속 상사와 함께 개인 개발 계획을 세우도록 했다. 이후 팀별 강점 차트를 작성해 팀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재능과 상호 보완적 강점을 파악했다. 그리고 일련의 구조화된 워크숍과 연습을 통해 구성원들이 자신과 동료의 강점을 어떻게 활용해 주어진 문제에 대한 혁신적 해결책을 만들 것인지 스스로 찾아내도록 도왔다.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강점을 알고 있었기에 그들은 가치 있는 존재로 인정받고 있다고 느꼈다. ‘우리는 당신을 고치려는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인정하고 감사한다’ ‘당신이 잘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길 바란다’는 메시지는 직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우리는 구성원들에게 함께 실험하고 학습할 수 있는 도구와 기회도 제공했다. 예를 들어 디자인싱킹 훈련을 통해 인간 중심의 혁신적 문제 해결 방식을 익히도록 했다. 그 결과 팀은 서로 다른 관점, 경험, 기술이 지닌 가치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구성원들은 자신의 의견을 더 많이 공유했고 동료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경청하는 태도를 보였다.
또한 각 팀이 맡은 전략적 과제를 얼마나 잘 풀어가고 있는지 평가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다음 세 가지 질문을 스스로 점검하도록 했다. “팀으로서 어떤 의사결정을 내렸는가?” “팀에 배정된 자원 가운데 무엇을 사용했는가?” “팀은 어떤 위험 요소를 제거했는가?” 그 결과는 우리의 기대를 뛰어넘었다. 많은 팀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핵심 전략 과제나 기회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 솔루션을 제시했다. 결국 우리는 조직의 인재 관리 시스템 전체, 즉 채용부터 승진까지 강점 기반 프레임워크로 재설계했다. 성과 관리 시스템 역시 개인 평가 중심에서 팀 성과 중심으로 변화시켰다.
기업이 진정 혁신적인 조직으로 변화하고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지표에는 무엇이 있나?OKR(Objectives and Key Results)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병원의 CEO는 새로운 전략 기획 및 성과 관리 방식으로 OKR을 도입해 네 가지 핵심 진료 우선순위에 대한 진척도를 평가했다. OKR은 인텔의 전 CEO 앤디 그로브가 처음 도입했고 벤처투자가 존 도어가 널리 확산한 개념으로 대부분의 기존 기업이 사용하는 KPI와는 다르다. KPI는 단기 목표 달성에 초점을 맞춘 반면 OKR은 미래지향적이고 야심적이며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한다. 이 CEO는 단순히 OKR 도입을 지원한 것이 아니라 도입 초기부터 적극적인 추진자가 됐다. 그는 OKR 시스템을 깊이 있게 공부했고 이사회를 설득하기에 앞서 자신의 OKR을 먼저 임원진에 공유한 뒤 각 임원이 각자의 OKR을 설정할 수 있도록 직접 도왔다. 임원진이 OKR을 설정한 후에는 이를 조직 전반에 단계적으로 확산해 모든 목표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각 부서가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분명히 드러나도록 했다.
OKR 도입 첫 분기에 약 80%의 구성원이 자신의 OKR을 제출했다. CEO는 OKR을 설정하는 과정 자체가 협업을 늘리고, 구성원의 주인의식을 강화하며, 데이터 참고 의사결정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이 과정이 조직의 장기적 목표와 단기적 성과에 팀이 지속적으로 정렬된 상태를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OKR이 보상 체계와 분리돼 있었기 때문에 병원의 더 야심 찬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위험 감수를 오히려 장려하는 효과도 있었다. OKR은 매월 또는 분기마다 검토됐고 새로운 상황 변화를 반영해 업데이트됐다. 변화가 상수인 환경에서 이런 정기적인 핵심 지표 논의는 조직이 우선순위를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지 깊이 고민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공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새로운 측정 시스템은 조직 전체의 의사결정 정렬과 다방향 지식 공유를 촉진했으며 이는 혁신 문화를 구축하고 측정하는 데도 필수적이었다.
혁신을 실행하고 측정하기 위한 조직적 인프라나 프로그램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은데.한 제조기업에서는 CEO가 비서실장을 임명해 직원 참여도를 높이고 조직 전반에 혁신 문화를 확산시키는 이니셔티브를 이끌도록 했다. 이들은 직원들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이를 발전, 가속하기 위한 사내 혁신 액셀러레이터를 만들었다. 이 액셀러레이터는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제출하고 동료들의 아이디어를 검토할 수 있는 공간인 ‘디지털 플랫폼’과 경영진이 어떤 아이디어가 관심을 얻는지 관찰하고 이에 대한 투자 및 실행 여부를 결정하는 공간인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했다. 또한 분기별 검토 미팅과 투자 심의를 통해 현장 직원과 최고경영진이 직접 만나 교류할 수 있는 장도 마련했다.
이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은 구조화된 ‘혁신 회계(innovation accounting)’ 시스템을 통해 성과를 측정했다. 이 시스템은 단순히 재무 성과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혁신 여정을 다양한 지표로 추적했다. 예를 들어 제출된 아이디어의 양, 아이디어가 얼마나 빠르고 충분히 검토되는지, 자금을 받는 프로젝트로 발전하는 비율, 아이디어가 실제 성공적인 프로젝트로 전환되는 비율 등의 지표를 측정했다. 이 프로그램은 조직 전반의 협업, 실험, 공유, 학습을 강화했으며 비서실장이 이 프로그램을 3년간 이끌고 개선하는 동안 참여 인원은 전 세계적으로 3500명에서 1만2500명으로 늘었다. 이 이니셔티브는 폐기물을 전기차 배터리로 전환하는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라인을 탄생시키는 성과로 이어졌다.대부분의 조직에서 혁신을 측정할 적절한 지표를 만드는 일은 큰 과제였다. 혁신을 평가하는 지표는 조직문화와 혁신 역량이 성숙해짐에 따라 함께 진화하는 경향이 있었다. 한 금융회사에서는 혁신을 측정하는 초기 지표가 해커톤에 참여한 직원 수, 직원 설문조사에서 ‘혁신이 기업 성공의 핵심 요인으로 얼마나 인식되는지’에 대한 응답 비율 등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혁신 지표는 신속히 중단된 프로젝트 수, 특허 출원 수 등으로 확대됐고 최종적으로는 제품 활력 지수(product vitality index)와 ROI 같은 지표로 발전했다.
마지막으로 내외부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혁신을 추진하려는 한국 기업들에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혁신을 이끈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종종 리더 스스로의 사고방식, 행동, 역량을 변화시키는 것에서 시작된다. 요즘 많은 경영진이 상당한 불안과 취약함을 느끼고 있다. 임원들은 우리에게 “정답을 모르겠다”고 말한다. 특히 새롭게 등장하는 여러 기술의 가능성과 한계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고 털어놓는다. 그들은 상황을 온전히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불안을 느낀다. 그러나 혁신을 이끈다는 것은 형식적 권위에 기대지 않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 리더가 말했듯 “혁신은 자발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공식적 권위는 심지어 자신의 직속 부하를 설득할 때조차 매우 제한적인 힘일 뿐이다.
따라서 성공적으로 혁신을 이끌기 위해서는 리더십의 근본적인 전환이 시급하다. ‘사람들을 자신의 뒤로 따라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신과 함께 미래를 공동 창조’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서로 다른 우선순위, 제약, 역량, 일하는 방식을 가진 여러 주체와 신뢰에 기반한 관계를 쌓기 위해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한다. 이런 사회적 연결이 없으면 공동 창조는 정말이지 험난하고 고된 여정이 된다. 특히 브리저와 캐털리스트 역할을 하는 리더가 더 많이 필요하다. 올바른 파트너와 생태계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많은 기업이 혁신적 솔루션을 만들어내는 것조차 어려워하고 빠르게 확산시키는 것은 더욱 힘들어진다. 따라서 혁신을 추진하고 싶다면 오늘날 핵심 원칙은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혼자서 혁신을 추진하려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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