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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미술관 100주년 특별전으로 읽는 문화예술경영

문화예술로 도시재생-관광-기업 생태계 묶다

신형덕,정리=백상경 | 430호 (2025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 샌디에이고 미술관 특별전’이 열렸다. 미국 샌디에이고 미술관(SDMA)이 개관 100주년을 맞아 준비한 기념전으로 SDMA가 해외 기관과 적극적으로 협업해 온 문화예술경영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

샌디에이고시는 2010년대 도시 공동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문화예술을 ‘도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선택했고 공공–민간–지역 커뮤니티가 협력하는 도시재생 모델을 만들었다. 지역 주민 주도 벽화 프로젝트 등은 도시 활력을 회복하는 동시에 관광 산업과 지역 기업 생태계를 성장시켰다. 이 과정에서 SDMA는 지역 네트워크의 ‘문화적 허브’로 기능하며 도시 경쟁력 제고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이는 문화예술기관이 도시 전략·기업 전략의 핵심 파트너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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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미술관 100주년, 왜 한국인가?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 샌디에이고 미술관 특별전’이 11월 5일에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막을 올렸다. 개관 100주년을 맞이한 미국 샌디에이고 미술관이 이를 기념하기 위해 소장품을 한국에 대거 반출하면서 성대한 전시가 이뤄질 수 있었다.

처음 든 생각은 ‘의아함’이었다. 미국의 미술관이 100주년 기념전을 왜 한국에서 갖는 것일까. 하지만 의문은 곧 풀렸다. 2023년 10월 샌디에이고 미술관에서 열린 한국 전통 회화전이 시작점이었다. 국립현대미술관, 해외문화홍보원, LA한국문화원이 공동 주최한 행사가 개막식에만 800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리며 현지에서 화제를 모았다. 이 전시를 계기로 이번 기념전이 성사된 것은 물론 한국과 서울에 큰 관심을 갖게 된 록사나 벨라스케스 관장이 직접 개막식에 참가했다고 한다.

사실 샌디에이고 미술관은 외부 조직과 협력을 활발히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국제 교류 전시나 산학 협력 등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곳이다. 국립현대미술관뿐만 아니라 도쿄 국립서양미술관과 교토 교세라 미술관과도 협력하며 순회 전시를 했다. UC 샌디에이고와 샌디에이고주립대와 연계해 인공지능 관련 예술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등 첨단기술과 예술의 접점을 넓히는 시도도 활발하다. 그렇다면 이처럼 샌디에이고 미술관을 ‘열린 조직’으로 만들고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하는 동력은 어디에서 비롯한 것일까?

샌디에이고시의 문화예술 전략을 이해하려면 도시의 지리적·산업적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샌디에이고는 멕시코와 인접한 국경 도시로 멕시코계 이민자 문화와 미국 서부 문화가 자연스럽게 혼합된 지역이다. 동시에 방위산업, 해군기지, 생명과학(Biotech), 로봇·AI 등 첨단 기술 산업이 빠르게 성장한 도시로도 유명하다.

이처럼 이질적 산업과 문화가 공존하는 곳에서 샌디에이고시가 2010년대에 선택한 도시재생 전략은 ‘문화예술 중심형(culture-led) 재생 모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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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지역, 그리고 기업

샌디에이고시는 2010년대에 도시공동화 현상을 극복하는 과정 속에서 도시 성장의 동력으로 문화예술을 선택했다. 다운타운 지역의 많은 건물이 유휴 공간으로 방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곳을 창작 공간으로 탈바꿈하려는 시도가 이뤄졌던 때다.

사실 도시공동화 현상은 현대화를 거치는 대다수의 도시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한다. 처음에 도시가 탄생할 때에는 도심에 많은 인구가 집결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도심보다는 넓고 한적한 교외에서 거주하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도시공동화 현상이 진행된다. 도심과 외곽을 잇는 도로가 발달하면서 이러한 인구 분산은 더욱 심화된다.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성장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도시공동화는 도심의 경제적 침체만이 아니라 범죄 증가와 문화적 활력 감소 등 여러 부정적인 현상을 수반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해당 지방정부에서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정책을 통해 도심 재생을 시도하게 된다.

샌디에이고시도 예외가 아니었다. 1950년에 건설된 I-5 고속도로의 영향으로 시 거주 인구는 증가했지만 도심 인구는 감소하는 추세가 도드라졌다. 샌디에이고시에서 선택한 방법은 도심 재개발 계획에 공공기관과 민간 개발업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었다. 이 공동체에 참여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활발히 참여할 수 있도록 협력적 관계를 조성했다. 여기에는 주차장이나 공원 등 사회간접자본의 확충, 문화적 유산의 보전, 저렴한 주택의 보급, 거주지와 직장과 휴식공간의 근접화, 상업시설 개발의 촉진 등이 포함됐다. 모두 도시개발 영역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활동이다.

이 과정에서 문화예술 프로그램은 중요한 매개체로 작용했다. 예를 들어 비어 있는 공간을 새로운 용도로 전환하는 과정이 그랬다.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창작 공간을 만들었다. 멕시코계 이민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바리오 로간 지역에서는 벽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시 정부는 주민 주도형 예술 프로젝트를 위해 예산을 지원하고 전문 예술가가 멘토 역할을 하면서 지역 공동체의 결집을 도왔다. 이런 노력은 공동체의 회복은 물론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효과까지 가져왔다.


기업의 역할:
CSR을 넘어 지역 생태계 파트너로

기업들도 이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벽화가 유실되자 기업들이 기부를 통해 복원 비용을 충당했고 더 나아가 예술가들과 함께 벽화 복원 프로젝트를 운영했다. 초콜릿으로 유명한 기라델리(Ghirardelli) 코퍼레이션이 벽화 복원·재도색 비용을 후원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들은 예술가·주민과 함께 프로젝트 운영에도 참여했다. 이는 단순한 사회공헌 활동이 아니라 ‘브랜디드 커뮤니티 파트너십(Branded Community Partnership)’ 전략으로 평가된다. 지역이 활성화하면 해당 지역에 자리 잡은 기업의 경제적 상황 또한 나아진다. 여기에 지방정부가 세제 혜택을 더하거나 시상을 통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면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인센티브는 더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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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미술관의 역할을 다시 살펴보자. 지방정부와 지역주민과 기업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공동으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도심 재생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추구한다 하더라도 각자의 활동을 적절히 조율하는 것은 매우 힘들 수 있다. 각 조직이 가진 존재 목적 자체가 상이하기 때문이다. 지방정부는 공익을, 지역주민은 거주의 편의를, 기업은 영리를 침해당하는 것을 가장 우려한다. 예술가 역시 창작에서의 예술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이렇게 상이한 이해관계가 서로 충돌하는 순간 공동 프로젝트는 혼란에 빠진다. 서로를 손가락질하며 활동은 일회성에 그치게 된다.

이러한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역할은 누가 담당해야 할까?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경우 강력하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고,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경우 실질적인 시민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는 강점이 각각 있다. 기업이 주도하는 경우 민간의 창의성과 혁신성이 발휘될 것이고 문화예술기관이 주도하는 경우 예술적 전문성이 극대화될 것이다. 즉 지방정부, 지역단체, 기업 또는 문화예술기관 중 누가 주도하더라도 각각의 장점은 존재한다. 다만 전제조건이 있다.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조직이 각 이해관계자의 사정을 이해하고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샌디에이고 미술관의 이번 순회전시를 보면서 이 미술관은 네트워크를 조율하는 능력을 통해 샌디에이고시의 도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아마도 여러 이해관계자를 한 방향으로 향하게 하는 능력을 지녔기 때문인 것 같다. 사실 ‘경영’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것이 바로 조직 내외부의 자원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것이다. 여기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문화예술적 요소가 가미되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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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와 인상주의를 잇는 65점의 서양미술 걸작
샌디에이고 미술관 개관 이래 첫 해외 반출 작품도?


백상경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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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개막한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 샌디에이고 미술관 특별전’은 65점의 걸작을 통해 서양미술사 600년을 조망하는 특별한 전시회다. 미국 서부를 대표하는 미술관인 샌디에이고 미술관(San Diego Museum of Art, SDMA)이 올해 개관 100주년을 맞아 귀중한 상설 소장품 65점을 한국에 선보인다.

이 중 28점은 1925년 SDMA 개관 이래 한번도 해외 반출이 이뤄지지 않은 걸작으로 주목을 받는다. 록사나 벨라스케스 SDMA 관장은 “개관 100년 이래 상설 컬렉션이 이처럼 대거 외부에 공개된 사례는 한국이 최초”라며 “서양미술 거장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현대미술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라고 의미를 밝혔다. 전시는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를 거쳐 2차 세계대전 이전의 모더니즘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명작을 하나의 서사로 엮어낸다.

전시에선 전 세계에 단 25점만이 남아 있는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작품 중 하나를 만나볼 수 있다. 초현실주의적 표현으로 르네상스 시대의 주류 미술과는 다른 길을 걸었던 ‘서양미술사의 이단아’ 보스의 미술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그리스도의 체포’가 주인공이다. 그리스 크레타섬 출신으로 스페인에서 활동하며 서양미술의 새로운 미학을 제시한 엘 그레코의 작품, ‘목자들의 경배’도 전시된다. 그는 인물을 비정상적으로 길게 늘려 표현하는 독창적인 기법, 비물질적인 색면 추상(color field abstraction)으로 빈센트 반 고흐, 폴 세잔 등 후대의 예술가들에게 깊은 영감을 줬다.

베르나르디노 루이니의 ‘막달라 마리아의 회심’도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한때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으로 알려졌지만 미술사학자들의 치열한 연구 끝에 다 빈치의 가장 뛰어난 제자이자 동료였던 루이니의 작품으로 밝혀졌다는 매력적인 이야기를 품은 작품이다. 다 빈치의 대표적인 회화 기법인 스푸마토 기법으로 완성했고 빛과 공기의 미묘한 흐름 속에서 인물의 형태가 부드럽게 드러나는 특징을 갖고 있다. 관람자의 시선에 따라 인물이 움직이는 듯한 착시 효과는 스승의 미학을 계승하면서도 자신만의 섬세하고 감성적인 표현을 살린 루이니의 작품 세계를 잘 보여준다.

그 밖에 클로드 모네가 동료 화가 피에르-오귀스트 르누아르, 알프레드 시슬리와 함께 퐁텐블로 숲에서 완성한 야외 풍경화 ‘샤이의 건초더미’, SDMA 제1호, 제2호 기증 소장품인 호아킨 소로야의 ‘그랑하의 마리아’, 윌리엄 아돌프 부그로의 ‘양치기 소녀’도 전시된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푸른 눈의 소년’, 1430년대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르네상스 시대 화가 코스메 투라의 ‘성 게오르기우스’, 15세기 베네치아의 위대한 화가 중 하나인 카를로 크리벨리의 ‘성모자’도 관람객들의 눈을 사로잡을 만한 작품들이다.

  • 신형덕

    신형덕shinhd@hongik.ac.kr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

    필자는 서울대에서 경영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전략경영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버지니아주 조지메이슨대를 거쳐 2006년 홍익대 경영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주된 연구 분야는 전략경영, 국제경영, 창업, 문화예술경영이다. 저서로는 『기업 윤리와 사회적 책임』 『잘되는 기업은 무엇이 다를까』, 매년 발간하는 『문화 트렌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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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리=백상경baek@donga.com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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