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엔비디아가 사실상 독점했던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 균열이 생겼다. 구글의 ‘제미나이 3’가 AI 시장의 판도를 흔들면서, 구글의 자체 개발 칩이 엔비디아의 AI 칩을 대체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됐다.
2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는 전 거래일 대비 2.59% 하락 마감했다.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M7)’이라고 불리는 빅테크 기업 중 엔비디아를 제외한 6곳은 상승했다. 특히 제미나이 3 공개 이후 시장의 주목을 받고있는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주가는 사상 최고가 경신을 이어가며 시가총액 3조9000억 달러(약 5720조 원)를 넘겼다.
구글의 제미나이 3 공개 이후 엔비디아와 구글의 주가는 엇갈리고 있다. 구글이 자체 개발한 AI 추론 칩 텐서처리장치(TPU)를 활용해 제미나이 3를 훈련시켰다고 밝힌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그간 초거대언어모델(LLM) 기반 AI 학습과 훈련에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수로 여겨졌는데, 구글은 GPU 없이 뛰어난 AI 모델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메타 같은 엔비디아의 핵심 고객사가 구글의 TPU를 구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것도 엔비디아의 독점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전망에 힘을 실었다.
엔비디아는 AI 데이터센터용 GPU 시장 점유율의 90%를 차지한다. 특히 AI 연구자들이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 플랫폼 쿠다(CUDA)를 주로 사용하는 것도 네트워크 효과로 작용해 엔비디아의 ‘경제적 해자’를 더욱 넓게 만들었다. 그 덕에 엔비디아는 최근 3년 동안 매년 매출이 100% 늘면서도 60%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었다. 엔비디아의 성장성과 수익률 덕에 다른 빅테크보다 한 차원 높은 수준의 가치평가가 적용돼왔다.
엔비디아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엔비디아는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구글의 성공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엔비디아는 구글에 칩을 계속 공급 중이다. 엔비디아의 기술은 업계보다 한 세대 앞서 있다”고 밝혔다.
AP/뉴시스
실제로 구글의 TPU가 완전히 엔비디아의 GPU를 대체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TPU가 에너지 효율성 등의 측면에서 AI 모델을 개발하는 하나의 대안으로 활용될 수는 있지만 구글의 클라우드 플랫폼에 종속돼 있고 엔비디아 GPU가 가진 범용성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 황수욱 연구원은 “제미나이3의 혁신이 알파벳의 주가 상승 요인으로 상승되는 것은 타당하다”면서도 “3차원 공간 구현 능력을 요구하는 피지컬 AI 시대까지 고려했을 때 엔비디아의 GPU를 TPU가 완전히 대체할 것이란 해석은 다소 과하다”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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