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준 대한간학회 이사장 “약물 구조적 독성으로 보기 어렵다”
“수백만 명 처방에도 간 손상 보고 없었다”
이상반응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필요 의견도
대웅제약 펙수클루 제품 이미지
지난 8월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성분명 펙수프라잔) 복용에 따른 간 손상 보고 사례가 영국 의학저널을 통해 알려진 가운데 약물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높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의료진 등 전문가들은 해당 사례가 단일 환자 특이성 반응(DILI)으로 약물 자체 구조적 독성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반적으로 공통된 견해다. 특정 환자 한 명에게서 나타난 예외적 특이성 반응이고 약물의 본질적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할 근거로는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단일 증례를 과도하게 해석하면 불필요한 불안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증레가 드물게 발생하더라도 재현 가능한 이상반응으로 향후 처방 후 모니터링이나 추가적인 데이터 확보는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환자 1명에서 발생한 특이 사례… “약물 안전성 우려 근거로 부족”
이번에 보고된 사례는 동일 환자에게서 두 차례 간 기능 변화가 나타났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미는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이를 개인의 대사 특성이나 면역 반응에 의해 드물게 발생하는 ‘특이성 약물유발 간 손상(idiosyncratic DILI)’의 전형적인 사례로 보고 있다.
간질환 분야 권위자인 김윤준 서울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대한간학회 이사장)는 “특이성 약물유발 간 손상은 약물의 구조적 독성보다는 개인 대사 체질, 면역기전 등에 의해 발생하는 예측 불가능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며 “단일 증례를 근거로 약물 전체 안전성을 판단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일 사례 과도한 해석 우려… “오히려 불필요한 불안 조장”
단일 사례로 소개된 학술적 정보가 과도하게 해석되는 것을 우려하는 의견도 제기된다. 환자들이 불필요한 불안을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단일 사례는 감시 체계가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임상적 관찰로 적합하지만 약물 자체의 위험성이나 안전성을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대한간학회는 단일 증례에 의존한 위험성 판단을 권고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윤준 교수(대한간학회 이사장)는 “약인성 간독성을 평가하는 글로벌 기준인 RUCAM 등 인과관계 평가도구를 사용해 종합적으로 근거를 확보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펙수클루의 경우 임상적으로 매우 안정적인 제제로 보고 있고 간독성으로 인해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근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례에 대해서는 이상반응을 조기에 포착하고 대처하는 안전관리 체계가 잘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모든 약물은 개인의 유전적, 면역학적 특성과 기저 간질환 상태 등에 따라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며 “투여 전 간 기능 확인과 이상반응 발생 시 신속한 중단과 모니터링이 안전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펙수클루 실제 처방 데이터, 간 손상 사례 전무
대웅제약에 따르면 펙수클루 주성분 펙수프라잔은 개발 과정에서 기존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계열에서 논의되던 구조적 간독성 요소를 제거해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허가 임상시험에서도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간 손상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대웅제약이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한 펙수클루는 수백만 명에 처방됐지만 해당 사례와 비슷한 간 손상 패턴이 반복적으로 보고된 적은 없다고 한다. 약물 자체에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면 여러 환자군에서 비슷한 양상이 누적돼야 하지만 그런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대웅제약과 의료진들은 해당 증례가 특정 환자에서만 예외적으로 나타난 반응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김윤준 교수도 이 부분을 명확히 짚었다. 김 교수는 “펙수프라잔은 국내외 임상에서 간 수치 변동률이 매우 낮게 보고됐고 시판 후 대규모 환자 데이터를 포함한 리얼월드데이터에서도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간 손상 사례가 극히 드물다”며 “특이성 DILI는 발생 시점과 임상 양상, 회복 속도 등이 환자마다 모두 다른데 이러한 양상이 반복적으로 누적된 사례는 펙수클루에서 확인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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