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경기장 인조 잔디 충전재 ‘고무→PHA’ 교체 바람
EU 2031년 환경규제 앞두고 ‘PHA 충전’ 확산
바이오 신소재 개발기업 BIQ의 예르케어 페네마크 대표가 25일 스웨덴의 한 축구 경기장에서 CJ제일제당의 생분해성 바이오 소재 ‘PHA’를 활용해 만든 친환경 인조잔디 충전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예테보리=유근형 특파원
“천연 잔디와 거의 비슷한 성능을 냅니다.”
스웨덴의 첨단 바이오 소재 개발기업 BIQ의 예르케르 푼네마르크 대표가 25일(현지 시간) 예테보리의 한 축구 경기장에 깔린 인조 잔디 충전재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일반적으로 인조 잔디 축구 경기장에는 검은색 고무 또는 코르크 알갱이의 충전재가 쓰인다. 하지만 이 경기장은 최근 친환경 소재인 녹색 알갱이를 깔았다.
바로 CJ제일제당의 생분해성 바이오 소재 ‘PHA(Polyhydroxyalkanoates)’를 활용해 BIQ가 개발해 특허를 받은 신개념 친환경 충전재다. PHA를 활용한 인조 잔디 충전재는 기존 ‘SBR 고무 칩’ 소재와는 달리 생분해가 가능하다. 폐타이어를 재활용한 기존 고무 충전재는 석유 소재로 만들어져 미세 플라스틱이 발생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각종 인프라를 구축할 때 친환경 소재 사용을 통한 환경 보호를 강조하는 유럽권에서 PHA에 최근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 PHA 인조 잔디 충전재 시장 주목
CJ제일제당의 생분해성 바이오 소재 ‘PHA’를 활용해 BIQ가 만든 친환경 인조잔디 충전재가 25일(현지 시간) 스웨덴 예테보리시의 프리오리테트 세르네케 경기장에 깔려 있는 모습. 예테보리=유근형 특파원
PHA는 미생물이 식물 유래 성분을 먹고 자생적으로 세포 안에 만들어지는 고분자 물질이다. 생분해가 된 후 퇴비로도 쓰일 수 있다. 특히 이 경기장에 깔린 충전재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상업적으로 생산 중인 비결정형 aPHA(amorphous PHA)가 사용됐다고 CJ제일제당 측이 밝혔다.
실제로 접한 PHA 충전재는 천연 잔디와 비슷한 촉감과 탄성을 갖고 있었다. 이 경기장에서 훈련하는 스웨덴 프로축구 IFK의 로케 그란 코치는 “천연 잔디 경기장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편안하다”며 “이 경기장에서 훈련하면서 선수들의 무릎 발목 엉덩이 관절 부상이 확실히 줄었다”고 말했다.
본보 유근형 특파원이 25일(현지시간) 스웨덴의 한 축구 경기장에 깔린 친환경 인조잔디 충전재의 성능을 체험해보고 있다. 고무 재질의 충전재가 깔린 인조잔디보다 충격 흡수가 잘 되고 태클을 해도 다칠 위험성이 적어 보였다.
실제로 경기장에서 뛰어보니 인조 잔디보다 탄성력이 강한다는 게 느껴졌다. 순간 속도를 높일 때 도움이 됐다. 슬라이딩을 할 때도 뻑뻑한 인조 잔디에 비해 자연스럽게 미끄러졌다. 푼네마르크 대표는 “기존 인조 잔디에선 슬라이딩 태클을 하면 피부에 상처를 입기 쉬운데 PHA가 깔린 곳에선 부상 걱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은 고무 충전재의 안전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31년부터 석유 기반 충전재의 사용과 판매를 금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5만여 개의 유럽의 크고 작은 인조 잔디 구장들은 기존 고무 충전재를 친환경 소재로 교체해야 한다.
● 땅에 묻으면 스스로 분해 ‘PHA 빨대’PHA는 현재 빨대, 화장품 용기, 종이 식기류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특히 내년 8월 시행되는 EU의 ‘포장 규제(PPWR)’에 따라 유럽으로 수출하는 기업들은 석유계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 가능한 소재를 사용해야 한다.
한국 정부도 국정과제 ‘순환 경제 생태계 조성’에 따라 올해 안에 ‘탈(脫)플라스틱 로드맵’을 수립하고 있어, 국내에서도 PHA 활용도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CJ제일제당은 2022년 생분해 소재 전문 브랜드 ‘PHACT’를 론칭하면서 다양한 제품에 PHA를 적용해 왔다. 지난해 PHA 비닐 포장재를 개발해 올리브영의 즉시 배송 서비스인 ‘오늘 드림’의 포장에 도입했다. PHA를 활용한 ‘퇴비화 종이 코팅 기술’로 ‘햇반 컵반’ 포장재도 생산했다. 환경 부담을 줄이는 ‘빨아 쓰는 생분해 위생 행주’ ‘생분해성 빨대’ 등도 선보인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PHA로 만든 빨대 등을 집 앞에 묻으면 그대로 퇴비가 된다고 볼 수 있다”며 “PHA의 적용 범위가 여러 분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테보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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