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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R&D

탈모 치료 새 패러다임, 모발 재생 신약 ‘OND-1’ 개발 착수

동아일보 | 업데이트 2026.03.27
㈜오리엔트바이오
바이오산업의 역사는 결국 보이지 않는 생명의 원리를 얼마나 정밀하게 이해하고, 그것을 얼마나 정확하게 치료로 연결하느냐의 역사다. 그리고 그 길목마다 언제나 하나의 질문이 존재해 왔다.

“약은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정확하게 도달해야 하는가.” 경기 성남에 본사를 둔 코스피 상장기업 ㈜오리엔트바이오가 지금 던지는 도전은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 회사는 최근 차세대 정밀 약물전달 기술을 기반으로 한 발모 혁신 신약 후보 ‘OND-1’ 개발을 고도화하며 임상 진입을 위한 독성평가 단계에 본격 착수했다.

이번 개발은 단순히 탈모 치료제 하나를 추가하는 수준이 아니다. 약물이 작동해야 할 정확한 생체 위치, 즉 모낭 미세환경(hair follicle microenvironment)을 직접 겨냥하는 정밀 표적 약물전달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동시에 오리엔트바이오는 인공지능(AI)과 전임상 데이터를 결합해 신약개발의 예측력을 높이는 ‘AI 기반 신경통합 생체예측 영장류 플랫폼(AI NHP Platform)’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하나는 치료의 미래, 다른 하나는 연구의 미래다. 두 축이 향하는 방향은 결국 하나다. 생체를 더 깊이 이해하고, 더 정확히 예측하며, 더 정밀하게 치료하는 바이오의 다음 시대다.

탈모 치료 시장 한계, 왜 근본적 전환은 어려웠나

국내 탈모 인구 1000만 명 시대, 시장 규모 4조 원. 치료 인구의 약 40%가 20∼30대일 만큼 탈모는 이제 단순한 미용 고민을 넘어 삶의 질과 직결되는 건강 문제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시장의 크기와 달리 치료의 본질은 오랫동안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대표적인 경구 치료제는 남성형 탈모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진 DHT(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 생성을 억제해 탈모 진행을 늦추는 데 초점을 두고, 외용 치료제는 두피 혈류 증가나 모낭 자극으로 발모를 유도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러나 경구 치료제는 장기 복용 시 부작용 부담과 복약 순응도 문제가 따르고, 외용 치료제는 피부의 가장 바깥 장벽인 각질층(stratum corneum)을 통과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 때문에 실제 치료 표적인 진피층의 모낭 주변까지 충분한 약물 농도를 전달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결국 탈모 치료 시장은 완전한 회복보다 진행 억제와 부분적 개선 중심의 만성 관리형 시장에 머물러 왔다. 환자는 오랫동안 덜 빠지게 하는 치료와 조금 나아 보이게 하는 관리 사이를 오가야 했다. 오리엔트바이오는 바로 그 지점에서 질문을 바꿨다.

“어떻게 바를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정확히 도달시킬 것인가”로.

OND-1, 모낭 성장 주기 자체 겨냥하는 새로운 치료

모발은 성장기(anagen), 퇴행기(catagen), 휴지기(telogen)를 반복하며 자라난다. 탈모는 이 주기에서 성장기가 짧아지고 휴지기 비율이 높아지면서 나타난다. 최근에는 모낭 줄기세포 활성과 윈트/베타-카테닌 신호전달 경로(Wnt/β-catenin signaling pathway)가 이 성장 주기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연구가 축적되고 있다. OND-1은 이러한 생물학적 경로에 착안해 설계된 후보물질이다.

호르몬 억제나 혈류 촉진에 머무르는 기존 치료제와 달리 OND-1은 모낭 자체의 생물학적 활성 회복을 목표로 한다. 탈모를 단순히 늦추는 것이 아니라 모낭이 다시 성장할 수 있는 미세환경을 재구성하는 접근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그 출발점은 면역억제제 사이클로스포린 A(Cyclosporine A)에서 관찰된 흥미로운 현상이었다. 이 약물 투여 환자 일부에서 전신 발모(hypertrichosis)가 나타난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많은 경우 단순한 부작용 사례로 지나가기 마련이지만 오리엔트바이오는 그 현상 안에서 새로운 생물학적 작동 원리를 읽어냈다. 최근 연구에서는 사이클로스포린이 SFRP1 억제와 윈트/베타-카테닌 경로 활성화를 통해 모낭 성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시돼 왔다.

오리엔트바이오는 면역억제 효과는 최소화하고 발모와 연관된 생물학적 작용만 선택적으로 살리는 방향으로 후보물질을 재설계했다. 그 결과물이 OND-1이다. 이 후보물질은 단순한 발모 자극제가 아니라 모낭 성장 주기와 생체 신호를 조절하는 차세대 치료 개념에 가깝다.

AI 기반 신경통합 생체예측 영장류 플랫폼(AI NHP Platform) 연구하는 모습. 오리엔트바이오 제공

PLGA 기반 정밀 약물전달 플랫폼의 탄생

OND-1 개발의 진짜 전환점은 전달 방식의 혁신에서 나왔다. 오리엔트바이오는 미국 찰스리버사에서 전임상 데이터를 확보하고 FDA(식품의약국) IND(임상계획승인) 관련 절차를 거친 뒤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무작위 배정·이중 눈가림·위약 대조 방식의 엄격한 first-in-human 임상 1상 연구를 진행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피부 장벽을 인위적으로 낮춘 조건에서도 앞서 우려됐던 각질층 구조적 한계가 데이터로 직접 확인됐다.

오리엔트바이오는 이를 실패가 아니라 전달 전략을 근본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과학적 근거로 받아들였다. 약이 좋지 않아서가 아니라 약이 목표에 정확히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효과가 제한된다는 판단이었다. 실패를 끝이 아닌 다음 설계의 출발점으로 삼는 태도는 장기간 산업을 버텨온 기업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연구 문화이기도 하다.

그 재설계의 결과가 PLGA(poly-lactic-co-glycolic acid) 기반 서방형 데포 인젝션(depot injection) 기술이다. 생분해성 고분자인 PLGA를 활용해 약물을 모낭 주변 진피층에 직접 전달하고 장기간 안정적으로 방출되도록 설계된 정밀 약물전달 시스템으로, 국소 약물 농도를 높이고 약효 지속 시간을 연장하며 전신 노출을 최소화한다는 점에서 기존 외용제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접근이다. 관련 제형 특허는 한국과 일본에서 확보했으며 미국·유럽·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도 특허 절차를 진행 중이다.

장재진 오리엔트바이오 회장은 “한국과 일본에서 특허를 받았기에 전 세계 특허를 획득할 확률이 매우 높다”고 강조한다.

현재 NON-GLP 비임상 연구에서는 CD(SD) 래트(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6개월 반복 피내 투여 시험이 진행됐다. 전신 독성 및 주요 장기 이상 소견은 뚜렷하게 관찰되지 않았고 반복 투여 시 약물 축적도 제한적인 수준을 보였다. 약물 방출 패턴 또한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OND-1이 장기 투여 조건에서도 일정 수준의 안전성 프로파일을 가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신약개발의 본질은 언제나 검증이다.

오리엔트바이오가 지금 독성평가 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은 그 가능성을 연구실의 아이디어에서 임상개발의 질서로 옮겨가는 문턱에 들어섰다는 뜻이다.

AI 기반 신경통합 생체예측 영장류 플랫폼(AI NHP Platform) 연구실. 오리엔트바이오 제공

1991년 첫 삽, 35년의 축적이 만들어낸 전환


오리엔트바이오의 도전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지 탈모 치료 때문만이 아니다. 그 배경에는 35년 이상 축적된 실험동물·전임상·바이오 연구 인프라가 있다.

1991년 봄, 장 회장은 ‘바이오제노믹스’를 세우며 바이오산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 국내 실험동물 시장은 사실상 황무지였다. 남들이 완성된 시장을 바라볼 때 그는 시장이 형성되기 전의 기반부터 봤다. 1996년에는 직접 보건복지부를 찾아 국내 실험동물의 문제점과 국제적 신뢰 확보의 필요성을 설득했고, 1997년 대한민국 신약개발 지원 대상기업으로 선정됐다.

이후 행보는 일관된 확장이었다. 1999년 찰스리버사와 기술제휴로 세계 9번째 IGS 기반 무균 실험동물 생산에 성공했고, 2010년 코반스사와의 협약으로 아시아 최초 국제 수준의 비글견 생산시설을 가동했다. 같은 해 캄보디아 오리엔트캄을 통해 순종(purebred) 영장류 공급 체계를 구축했고, 2017년 미국 텍사스에 USDA·CDC 인가 영장류 검역·수탁시설 OBRC를 인수했다. 2021년에는 국제 수준의 고품질 SPF 실험용 토끼 생산에도 성공했다. 국내 바이오 인프라의 수준 자체를 단계적으로 끌어올린 궤적이었다.

이미 사업가로 입지를 다진 뒤에도 건국대와 강원대 대학원에서 수의학 석사(2003년)·박사(2010년)를 취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영자가 연구 현장의 언어를 직접 이해하고 규제와 과학, 산업과 기술을 하나의 시선으로 바라보려 한 것이다. 이 노력은 2010년 과학기술훈장 진보장 수훈, 2011년 장영실 국제과학문화상 과학기술대상으로 결실을 맺었다.

코로나19, 35년 인프라의 가치가 드러난 순간

장 회장의 경영 철학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사명감이다. 그는 “시장이 외면하는 상황에 절망하기도 했지만 오리엔트바이오가 포기하면 다시는 우리나라가 국제 수준의 실험 소재를 생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혼신의 노력을 경주해 왔다”고 밝혔다. 그 철학이 가장 극적으로 시험받은 순간이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2019년 말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치면서 영장류 수요가 폭등했다. 전 세계 공급의 70%를 차지하던 중국이 수출을 전면 중단하면서 공급 대란이 일었고 미국에서조차 구매 신청 후 2년 뒤에나 공급을 논의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마리당 300만∼400만 원이던 가격은 2500만∼8000만 원으로 치솟았다. 글로벌 제약사와 연구기관들조차 연구를 제때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국내에서 고품질 영장류를 공급할 수 있는 민간 기업은 사실상 오리엔트바이오뿐이었다. 오랜 시간 눈에 띄지 않게 쌓아온 인프라가 가장 필요한 순간, 국가의 마지막 보루처럼 기능한 것이다.

장 회장은 망설이지 않았다. 해외 수요가 폭발적으로 몰리는 상황에서도 대한민국에 최우선으로, 심지어 코로나 이전 가격으로 공급했다. 질병관리청 협력 연구,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개발, SFTS 항체 유도 및 혈청 공급까지 정부 보조금 없이 수행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감사만이 아니었다. 키트 검사 논란과 감사 과정의 의혹 제기가 이어졌다. 결국 경찰 수사에서 ‘문제없음’으로 결론 났지만 사명감으로 뛰어든 민간 기업이 감당하기엔 너무 혹독한 대가였다.

장 회장은 “참 많이 속상하고 어려움을 겪었다”고 회고했다. 그럼에도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지난해 3분기 별도 누적 기준 매출 227억 원은 묵묵히 쌓아온 35년 인프라가 위기 속에서도 얼마나 단단한지를 보여주는 숫자였다.

AI NHP 플랫폼, 관찰에서 예측으로

오리엔트바이오의 비전은 OND-1에 머물지 않는다. AI NHP 플랫폼은 전임상 연구의 근본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다. 지금까지 신약개발의 전임상 단계는 본질적으로 투약 후 관찰 중심이었다. 세포배양은 전신 생리 반응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고, 미세생리시스템(MPS)은 장기 간 상호작용 설명에 한계가 있으며, 기존 동물시험은 데이터를 정량적 예측 모델로 전환하는 데 제약이 있었다.

AI NHP 플랫폼은 인간과 높은 생리적 유사성을 가진 영장류를 기반으로 신경계·전신 생리·행동·분자 데이터를 통합 수집하고 AI 분석 엔진으로 연결해 약물 반응을 더 정밀하게 예측하는 구조다. 신경통합(Neuro-Integration), 전신 생리 통합(Whole-body Integration), AI 기반 예측 엔진(AI Predictive Engine),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 핵심 네 축이다. 이 플랫폼이 완성되면 전임상은 투약 후 결과를 해석하는 단계를 넘어 개체별 생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투약 전부터 반응을 예측하는 방향으로 전환된다. 신약개발의 실패 비용을 줄이고, 후보물질 선별의 정밀도를 높이며, 인간 적용 가능성을 더 앞단에서 평가할 수 있게 된다.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도 이미 갖춰져 있다. 오리엔트캄은 캄보디아 영장류센터에서 순종 영장류를 독자 기술로 대량 생산하며 전세기를 통한 안정적 공급 체계를 운영한다. 경기 성남 오리엔트 장기이식 연구센터에서는 CRISPR-Cas9 기반 유전자 편집 모델동물 제작과 동종·이종 장기 이식 연구를 지원하고 있으며, 계열사 제니아를 통한 영장류 시험은 최근 3년간 연간 100건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앞으로 전임상 경쟁력은 시험의 양이 아니라 예측 모델의 정확도에서 갈릴 것이다. AI NHP 플랫폼은 그런 점에서 장기적으로 국가 바이오 연구 인프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

“탈모 치료 넘어 바이오의 다음 시대 준비할 것”
장재진 ㈜오리엔트바이오 회장 인터뷰
장재진 ㈜오리엔트바이오 회장
오리엔트바이오가 그리는 그림은 분명하다. 정밀 약물전달 기반 신약개발과 AI 기반 예측 전임상 인프라, 이 두 축은 서로 연결된다. 장재진 회장(사진)은 거침없이 말한다.

“바이오산업은 하루아침에 성과가 나오는 게 아니다. 인프라를 쌓고, 실패를 견디고, 데이터를 축적하고, 규제 수준의 검증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하나의 기술이 산업이 된다. 나는 그 과정을 35년 동안 걸어왔다.”

35년을 기술과 인프라에만 재투자하며 은행 부채 없이 성장해 온 것도, 글로벌 기업들의 요청에도 국내 우선 공급 원칙을 굽히지 않는 것도 같은 철학에서 비롯된다. 아무도 가능하다고 믿지 않았던 인프라를 홀로 일궜고,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달려갔으며, 임상의 벽 앞에서도 포기 대신 방향 전환을 택했다. 그 모든 선택의 바탕에는 사명감이 있었다.

“국익과 업계를 위해 35년간 한 우물을 파왔습니다. 이제는 미래 후손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한 사명감으로 경쟁력 있는 대한민국 건설에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1990년대 초 척박한 불모지에서 홀로 첫 삽을 떴던 그는 오늘도 흔들림 없이 그 길 위에 서 있다. 오리엔트바이오는 지금 정밀 치료와 예측 전임상, 35년의 생체과학 인프라를 하나로 연결하며 대한민국 바이오산업의 이정표가 되고 있다.

김인규 기자 anold3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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