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99.99% 분석’ 업계 주목
생체 데이터-유전자 기술 접목
진단~예방 헬스케어 생태계 구축
개인 맞춤형 의료 서비스 나설듯
삼성전자가 미국 유전자 분석 장비업체인 엘리먼트바이오사이언스(엘리먼트)의 1대 주주로 올라섰다.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시절부터 미래 먹거리로 점찍었던 ‘메드테크(의료기술·기기)’ 사업 확장의 일환이다. 이번 투자를 통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축적한 생체 데이터 수집 역량에 첨단 유전자 분석 기술을 접목할 것으로 보인다.
● 삼성전자, 美 유전자 장비업체 1대 주주로
10일 삼성전자는 미국 샌디에이고에 본사를 둔 엘리먼트에 1억7500만 달러(약 2670억 원)를 추가 투자해 1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2024년 7월 첫 투자 이후 1년 11개월 만의 후속 조치다. 이번 투자 이후에도 엘리먼트의 경영권은 기존 창업자가 유지하지만, 삼성전자는 최대주주로서 전방위적인 기술 협력에 나설 예정이다.
2017년 설립된 엘리먼트는 생명체의 설계도인 유전자(DNA)를 99.99% 정확도로 읽어내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단 하나의 장비로 DNA뿐만 아니라 몸속 세포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동시에 관찰할 수 있는 차세대 통합 분석 기술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설계도를 파악하는 수준을 넘어, 그 설계도가 몸속에서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셈이다. 이는 암 등 난치성 질병의 발병 원인을 정확히 찾아내고 환자 개인에게 맞는 맞춤형 치료제나 신약을 개발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자사 하드웨어 생태계와 연계해 ‘초개인화 헬스케어 생태계’ 구축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갤럭시 워치나 스마트 반지 ‘갤럭시 링’이 수집한 사용자의 일상 생체 데이터인 수면, 심박수, 활동량 등을 엘리먼트의 유전자 분석 기술과 결합하는 방식이다. 이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삼성 헬스’와 연동시키면 스마트폰을 매개로 개인 맞춤형 질병 예측 서비스의 대중화가 가능해진다. 방대한 유전자 데이터를 처리하는 삼성의 인공지능(AI) 알고리즘 역량이 더해질 경우 질병 판독 속도가 실시간 수준으로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메드테크 투자 속도 내는 삼성전자
이번 투자는 메드테크 분야를 미래 핵심 먹거리로 육성하려는 삼성전자의 중장기 전략과 맞닿아 있다. 메드테크는 이 선대회장이 2010년 선정한 ‘5대 신수종사업’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2011년 의료기기업체 메디슨(현 삼성메디슨) 인수를 시작으로 관련 분야 투자와 인수합병(M&A)을 꾸준히 지속해 왔다.
삼성전자는 최근 2, 3년 동안 메드테크 투자 속도를 높여 왔다. 2024년 5월 자회사 삼성메디슨을 통해 프랑스 의료 AI 스타트업 ‘소니오’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7월 미국의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 ‘젤스’를 사들였다. 같은 해 10월에는 삼성물산과 공동으로 미국 암 조기 진단 기업 ‘그레일’에 1억1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자사 모바일 기기 등에 메드테크를 적용해 질병 진단부터 예방, 맞춤형 치료법 제안까지 한 번에 해결하는 개인 맞춤형 정밀 의료 서비스 사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사장)은 “삼성전자의 AI, 의료기기, 디지털 헬스 전문성과 엘리먼트의 혁신적인 유전체 분석 기술이 결합돼 맞춤형 의료 시너지가 창출될 것”이라며 “정밀 의료기기부터 디지털 헬스까지 폭넓은 분야에서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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