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는 AI 붐으로 커진 반도체 호황이 한국의 증시와 직장 문화, 부동산, 입시 관련 신조어로까지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한국 반도체 산업의 영향력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한국 사회에서 확산하고 있는 반도체 관련 신조어와 밈 문화에 주목했다.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증시를 넘어 직장 문화와 부동산, 입시 담론까지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다.
NYT는 11일(현지시간) “전 세계 AI 붐의 뒤에는 컴퓨터 칩이 있고, 그중 중요한 한 종류의 칩 뒤에는 한국이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이 오래전부터 수출해온 메모리 반도체가 AI 시스템 확장에 필수 부품으로 떠올랐다는 설명이다. 이 반도체가 한국 경제의 새로운 얼굴이 되고 있다고도 했다.
매체는 한국 반도체 산업이 세계 메모리 반도체 생산의 60% 이상을 차지한다고 전했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커지면서 국내 증시도 크게 움직였다. NYT는 코스피가 지난 1년간 두 배 이상 올랐다고 설명했다. 일부 반도체 기업 직원들은 여섯 자릿수 달러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도 전했다.
반도체 호황은 온라인 문화에도 반영되고 있다. NYT는 한국에서 밈과 신조어가 정치·사회 분위기를 보여주는 지표처럼 작동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2026년 한국의 분위기를 설명하는 키워드 중 하나로 ‘반도체 열풍’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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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표현으로는 ‘삼전닉스’가 소개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합친 말이다. 두 기업이 국내 증시를 이끄는 핵심 종목으로 떠오르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함께 언급되는 일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삼멘’과 ‘하멘’도 함께 등장했다. 각각 삼성전자와 아멘, SK하이닉스와 아멘을 합친 말이다.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기도하듯 외치는 표현으로 쓰인다는 설명이다.
NYT는 반도체 기업 직원들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실리콘 칼라’도 소개했다. ‘실리콘 칼라’는 반도체 웨이퍼의 핵심 재료인 실리콘에서 따온 표현이다. 화이트칼라, 블루칼라처럼 반도체 산업 종사자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이제는 반도체 산업 종사자들이 새로운 고소득 직군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취지다.
부동산 시장을 설명하는 표현도 나왔다. NYT는 한국에서 지하철역 인근 아파트를 뜻하는 ‘역세권’과 비슷한 흐름이 생겼다고 전했다. 반도체 기업 셔틀버스 정류장 인근 주거지(셔틀권)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공장과 연구시설로 출퇴근하기 쉬운 입지가 관심을 받는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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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분야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NYT는 한국 최상위권 학생들의 선호 진로를 가리키는 말로 ‘하의치한약수’를 소개했다. 기존 ‘의치한약수’ 앞에 SK하이닉스를 뜻하는 ‘하’가 붙은 말이다. 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 수의대와 함께 반도체 계약학과가 선호 진로로 언급되는 현상을 보여준다.
NYT는 한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의대 선호 현상이 강했지만 AI 시대를 맞아 반도체 산업의 성장성과 높은 보상이 새로운 선택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AI가 촉발한 반도체 호황이 증시뿐 아니라 직장 문화와 부동산, 교육 등 사회 전반의 언어와 문화까지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수연 기자 xunnio4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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