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 통신사 첫 AI 수출
상대 CEO 영상 AI로 분석해 협상
말레이시아 통신사에 AI 통화 비서 ‘익시오’ 수출을 이뤄낸 뒷이야기를 풀어낸 최윤호 LG유플러스 컨슈머부문 AI사업그룹장(상무).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이제 29개 남았습니다.”
지난달 인공지능(AI) 통화 비서 ‘익시오(ixi-O)’의 말레이시아 수출 계약을 매듭짓고 돌아온 최윤호 LG유플러스 컨슈머부문 AI사업그룹장(상무)이 홍범식 대표에게 건넨 보고다. 그동안 “30개 나라에는 익시오를 수출해야 한다”고 말해 온 홍 대표를 향한 너스레였다.
홍 대표는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6’에서 “LG유플러스가 글로벌 AI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익시오 수출을 공언했다. 두 달여 뒤인 지난달 12일 말레이시아 통신사 맥시스와 익시오 현지 출시 합의를 발표했다. 국내 통신사가 자체 개발한 AI 서비스를 매달 이용료를 받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수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익시오는 가입자 수에 비례해 매달 수익이 쌓이는 ‘구독형 모델’을 택했다. 진출에 앞서 현지인 520명을 상대로 수요 조사를 벌여 사업성도 검증했다. 최 상무는 “통신사가 글로벌 사업에서 꾸준히 수익을 내려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사업이 중요하다. 당장의 수익보다는 장기 연구개발(R&D)에 무게를 두고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진출 국가가 늘수록 초기 R&D 비용이 분산돼 서비스가 커질수록 이익률이 오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협상의 밀도는 베인앤드컴퍼니 컨설턴트 출신 홍 대표가 끌어올렸다고 한다. 첫 보고 때 회사 지표만 챙겨 간 최 상무에게 홍 대표는 “맥시스 최고경영자(CEO)의 유튜브 발표 영상은 찾아봤느냐”고 물었다. 이후 팀은 상대 CEO의 발표 영상을 AI로 분석해 관심사와 성향까지 파악했다.
고비도 있었다. 올 초 현지 제안이 사실상 거절당한 것이다. 그날 밤 직원들은 중국 식당에 마시다 남은 고량주 반 병을 맡기며 “계약을 성사시킨 후 마시겠다”고 다짐했다. 5월 계약서에 서명한 뒤 다시 찾은 식당에는 주인이 ‘LG’라고 적어 둔 술병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실무진은 그 술로 축배를 들었다.
다른 나라에서도 익시오에 손을 내밀고 있다. 최 상무는 “통화 AI를 SaaS 형태로 수출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일본 통신사에서 연락이 왔다”고 전했다. 통화 AI를 SaaS 방식으로 해외에 내놓은 통신사가 드문 만큼 익시오의 기술 구조와 운영 노하우를 배우려는 문의가 잇따른다는 설명이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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