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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 연구

미국 의료계도 ‘침술 펠로십’ 운영하고 경혈 연구 활발… 한의학, 세계 무대에서 통합의학 선두주자로 발돋움

동아일보 | 업데이트 2026.09.09
세계 석학 ‘통합의학’ 공유-방향 등 논의, 영상보면서 손상 부위에 약침 정밀 주입
자생한방병원 ‘초음파 약침술’ 소개… 통증 유발조직과 연관 조직 동시에 치료
오피오이드 관련 사망 年 50만 명 육박… CDC, 물리-침 등 ‘비약물 치료’ 우선 권고
메이요클리닉 등 60여 곳서 침 치료 활용… 침-운동-약물-수술을 환자상태 따라 조합
수술 후 재활-요통-스포츠 손상에도 활용
남녀 경혈 위치 3차원 좌표로 구현 연구… 임상 데이터 축적-안전성 입증 등 숙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이진호 자생한방병원 병원장.
《2026 자생국제학술대회 美 인디애나 의과대학과 공동 개최

병을 고치는 것을 넘어 환자의 일상과 삶까지 회복시키는 의료가 중요해지면서 한의학을 포함한 통합의학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약물 부작용과 마약성 진통제 의존, 불필요한 수술을 줄이면서 환자 중심의 치료를 실현하려는 현대 의학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글로벌 전통의학 전략 2025∼2034’를 통해 근거 기반의 전통의학과 통합의학 활용 확대를 주요 방향으로 제시했다.

그중에서도 한의학은 통합의학의 중심에 서 있다. 미국내과학회(ACP)는 ‘만성 요통 치료 가이드라인(2017년 개정)’에서 침 치료와 같은 비침습적 치료를 우선 권고했고 미국 연방정부 건강보험인 ‘메디케어’는 2020년 만성 요통 환자의 침 치료를 보장하기로 결정했다. 이뿐만 아니라 메이요클리닉, 존스홉킨스병원 등 미국 60여 의료기관은 침 치료 등 통합의학적 치료를 위한 센터를 설치하기도 했다.

자생한방병원은 이 같은 흐름 속 통합의학의 과학적 근거를 견고히 다지기 위해 지난달 28∼29일 양일간 미국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2026 자생국제학술대회(AJA)’를 개최했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은 이번 학술대회는 ‘동서의학의 만남: 소아부터 노년까지 근골격계 건강을 위한 통합의학적 접근’이라는 주제로 인디애나 의과대학과 공동으로 진행됐다.

학술대회에서 세계 각국 석학들은 통합의학의 최신 연구를 공유하고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글로벌 의료 석학들은 한의학과 통합의학의 미래를 어떻게 바라봤을까. 문답으로 알아본다.》
이진호 자생한방병원 병원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

이진호 자생한방병원 병원장=“환자의 증상만 치료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능 회복과 삶의 질 향상까지 함께 고려한 전인적 치료의 중요성을 전달하고자 했다. 무엇보다 척추·관절 등 근골격계 질환 치료는 단순히 통증을 줄이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환자의 기능 회복까지 아우르는 것이 진정한 치료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에 대한 한의학적 접근법을 소개하고자 초음파 영상 유도 기반의 약침 치료인 ‘초음파 약침술’의 임상 적용과 활용 방안을 강연 주제로 선정했다. 약침은 한의학의 여러 치료법 중 하나다. ‘약물’과 ‘침’의 효과가 결합된 형태로 한약재의 유효 성분을 정제해 인체 경혈에 주입하는 치료법이다. 한의학은 오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축적된 지식을 첨단 의료 기술과 접목하고 연구개발(R&D)을 통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자생한방병원은 기초·임상·정책 등의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며 한의학의 과학적 근거를 축적하고 있으며 근거 중심의 연구를 통해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학술대회는 해외에서 처음 열린 만큼 단순한 학술 교류를 넘어서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2026 자생국제학술대회(AJA)’ 전경.

―초음파 약침술이 청중의 큰 관심을 받았다.

이 병원장=“초음파 약침술은 초음파진단 기기를 실시간 활용해 손상 부위를 정밀하게 확인하면서 약침을 주입하는 치료법이다. 이 같은 국소 약침법은 통증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에서 출발한다. 통증은 단순히 조직이 손상됐다고 해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실제 임상에서는 MRI상 디스크 탈출이 심해도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경우가 있는 반면 수술 후 영상 소견은 호전됐는데도 통증이 지속되는 환자도 있다. 이처럼 조직 손상만으로는 환자의 통증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통증을 유발하는 조직과 주변 구조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즉 주된 ‘통증 유발 조직’을 정확히 치료하는 동시에 연관 조직의 통증 유발 요인까지 함께 치료하는 것이 핵심이다. 초음파 약침술에 대한 유효성과 안전성은 국제 학술지 ‘메디신’에 게재된 연구를 통해 확인되기도 했다. 통증숫자평가척도(NRS: 0∼10점) 10점의 허리디스크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초음파 약침술 시행 7일 만에 통증이 절반으로 감소했으며 치료 종료 시에는 90% 이상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의학과 첨단 의료 기술의 융합은 앞으로 한의학이 나아가야 할 중요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초음파 약침술은 실시간 영상 기술을 활용해 정밀한 치료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러한 접근이 해외 의료진에게도 새로운 가능성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이번 학술대회에서도 많은 관심으로 이어진 것 같다.”

―글로벌 의료계에서 한의학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매튜 J. 베어 미국 인디애나 의과대학 교수=“최근 미국을 비롯해 유럽·캐나다·호주 등 의료계는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남용 문제와 맞서고 있다. 오피오이드는 암성 통증이나 수술 후 강한 통증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장기간 복용 시 의존성과 중독 위험이 높다. 과다 복용으로 인해 사망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WH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년 약 60만 명이 약물과 관련해 사망하며 이 가운데 약 80%는 오피오이드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022년 오피오이드 처방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만성 통증 환자에게 오피오이드를 우선 처방하기보다 물리치료와 침 치료 등 비약물적 치료를 먼저 고려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한의 치료를 비롯한 통합의학이 만성 통증 관리에 효과적이고 안전한 대안으로 의료계에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재향군인 의료 현장에서는 이미 통합적 통증 관리가 제도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 재향군인부(VA)에 따르면 재향군인의 약 31.5%가 근골격계 만성 통증을 겪고 있다. 이는 일반인 20.1%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에 VA는 침 치료 등 통합치료를 기존 의료 서비스와 연계하는 ‘홀 헬스’ 체계를 운영 중이다. 특히 침 치료는 VA의 의료급여 항목에 포함돼 있으며 2018년부터는 면허를 갖춘 침 치료 전문가를 VA 의료센터가 직접 채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치료 효과도 확인되고 있다. 실제 VA 통합통증팀에 참여한 만성 통증 재향군인을 14주간 분석한 연구에서는 침 치료 이용률이 11%에서 26%로 증가한 반면 약물 치료만 이용하는 비율은 19%에서 5%로 감소했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오피오이드 마약성 진통제 중심의 통증 관리에서 벗어나 침 치료를 포함한 비약물적 치료를 기존 의료와 병행하는 방향으로 치료 전략이 변화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미국 현지에선 침 치료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

아리야 닐슨 미국 마운트시나이 아이칸 의과대학 임상조교수=“미국에서 침 치료는 과거 병원 밖에서 이뤄지는 보완 요법으로 인식됐지만 현재는 의료기관의 통증 관리에 활용되는 비약물적 치료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 마운트시나이 베스이스라엘병원에서는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침술 펠로십을 운영하며 침 치료를 병원 진료에 접목했다. 이 과정에서 각 진료과 의료진을 대상으로 침 치료의 임상 연구와 안전성에 관한 교육을 진행했고 침 치료가 특정 진료과에 국한되지 않고 병원 내에서 활용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미국 의료기관 인증기구인 ‘더 조인트 커미션(TJC)’도 통증 관리 기준을 강화해 비약물적 치료를 의료기관이 제공해야 할 통증 관리 선택지에 포함했다. 침 치료의 임상적 근거도 지속적으로 축적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지원한 ‘백 인 액션’ 연구가 있다. 해당 연구는 65세 이상 만성 요통 환자 800명을 대상으로 침 치료 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일반적인 의료 서비스만 받은 환자보다 침 치료를 병행한 환자에서 6개월 후 요통으로 인한 기능 장애가 유의하게 개선됐으며 이러한 효과는 12개월까지 이어졌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침 치료가 고령 만성 요통 환자에게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미국에서 침 치료는 단순한 보완 요법을 넘어 기존 의료와 함께 활용할 수 있는 비약물적 치료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고속 충돌 위험에 노출되는 모터스포츠 선수에게도 침 치료가 효과적이라고 들었다.

테리 R. 트레멀 미국 인디카 안전 자문의(정형외과 전문의)=“모터스포츠 선수는 고속 주행과 충돌 과정에서 목과 허리, 어깨 등 근골격계에 상당한 부담을 받는다. 특히 충돌 사고가 발생하면 급격한 감속과 강한 충격으로 근육과 인대, 뼈 등 조직이 손상될 수 있고 복원술 이후에도 통증이나 움직임 제한이 이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부상 이후 통증 관리와 함께 신체 기능을 빠르게 회복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때 침 치료는 물리치료와 재활 운동 등 기존 치료를 보완하는 치료법 중 하나로 활용되고 있다. 침 치료는 손상 부위의 통증을 완화하고 혈류 개선을 통해 회복을 촉진한다. 관절 가동 범위와 신체 기능을 회복하는 재활 과정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약물 사용에 민감한 다양한 프로스포츠 선수도 즉각적인 통증 경감에 도움이 되는 침 치료를 대단히 신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근골격계 수술 후 회복 과정에서도 통합의학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들었다.

존 번스 미국 오로라 시나이 메디컬센터 통합의학 전문가=“근골격계 수술은 성공적인 수술만큼 이후의 회복 과정이 중요하다. 수술 후에는 통증과 부종, 관절 움직임 제한 등으로 신체 활동이 줄어들기 쉽고 이는 재활 치료를 진행하는 데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통증 때문에 움직임을 피하면 근력과 신체 기능을 회복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진다. 이러한 과정에서 침 치료는 통증 관리와 원활한 재활을 돕는 치료법 중 하나로 활용된다. 실제 미국 메이요클리닉, 애드버킷 오로라 헬스 등 주요 의료기관에선 침 치료를 기존 치료와 분리하지 않고 환자의 전체 회복 치료 계획 안에서 활용하고 있다. 침 치료 전문가가 재활의학과 등 다른 진료과 의료진과 협력해 환자의 상태에 맞는 치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특히 침 치료와 운동, 수기 요법 등 통합의학적 치료는 통증과 기능 저하를 개선해 재활을 돕고 일상 복귀를 앞당긴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치료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리처드 E. 해리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의과대학 석좌교수.

―침 치료의 핵심인 ‘경혈’은 현대 의학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리처드 E. 해리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의과대학 석좌교수=“침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어디를 자극하느냐’다. 전통적으로 인체에는 침 자극을 통해 치료 효과를 유도하는 특정 지점인 경혈(acupoint)이 존재한다. 하지만 경혈이 해부학적·생리학적으로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은 오랫동안 침 치료 연구의 주요 과제로 남아 있었다. 이에 최근에는 경혈을 더욱 객관적이고 표준화된 방법으로 연구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경혈 연구를 위한 위상학적 아틀라스 및 저장소(TARA)’ 데이터베이스다. TARA는 경혈의 명칭과 위치부터 자극에 따른 생리학적 반응까지 관련 정보를 하나의 체계 안에 구축하는 연구 플랫폼이다. 구체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표준 인체 모델에 공통 기준점을 설정하고 경혈의 위치를 3차원 좌표로 구현한다. 여기에 전통 명칭과 현대적·해부학적 부위를 연결하고 기존 연구에서 보고된 경혈 자극에 따른 생리학적 데이터를 축적한다. 이를 통해 연구자마다 달랐던 경혈의 위치와 정의를 표준화하고 서로 다른 연구에서 나타난 결과를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검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TARA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경혈의 위치를 지도처럼 표시하는 데 있지 않다. 특정 경혈을 자극했을 때 나타나는 생물학적 근거를 체계적으로 규명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연구가 경혈에 대한 과학적 이해와 침 치료 연구의 재현성을 높이고 현대 의료체계 안에서 침 치료가 더욱 폭넓게 활용되는 데 필요한 근거를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수잔 와일랜드 세계보건기구 전통·보완·통합의학 전략 및 기술 자문 그룹 공동의장.

―한의 치료가 국제 진료 지침에서 폭넓게 권고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

수잔 와일랜드 WHO 전통·보완·통합의학 전략 및 기술 자문 그룹 공동의장=“국제 진료 지침은 개별 연구 한 편이 아니라 여러 임상시험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근거를 바탕으로 만든다. 따라서 침 치료 등을 포함한 한의 치료가 더 폭넓게 권고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연구 수를 늘리는 것보다 질 높은 임상 근거를 지속적으로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충분한 규모의 무작위 대조시험(RCT)과 장기 추적 연구, 다양한 국가와 의료 환경에서 재현 가능한 연구 결과가 필요하다. 또한 환자의 통증이 줄었는지뿐 아니라 기능 회복, 삶의 질, 약물 사용 감소, 비용 효과성 등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

제프 듀섹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의과대학 교수.

―통합의학 발전을 위해 동서양 의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제프 듀섹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의과대학 교수=“통합의학은 동양의학과 서양의학 가운데 어느 한쪽으로 대체하는 개념이 아니다.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를 근거에 따라 조합하는 의료 모델이다. 앞으로는 동양, 서양이라는 구분보다 어떤 환자에게 어떤 치료가 가장 도움이 되는지를 중심으로 의료가 발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근거가 중요하다. 무작위 대조시험과 실제 임상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축적해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동시에 의료진 간 협력도 필수다. 다양한 전문가가 하나의 팀으로 환자를 관리하는 다학제 진료 체계가 확대돼야 한다.”

이 병원장=“앞으로의 의료 연구에서는 단순히 통증 감소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 기능, 삶의 질, 신체 활동, 정신 건강, 사회적 참여 등 환자 중심의 결과를 더욱 폭넓게 평가해야 한다. 또한 의료 현장에서는 약물 치료와 수술뿐 아니라 운동, 영양, 침 치료 등 근거가 확인된 다양한 치료를 환자의 상태에 맞게 통합적으로 적용하는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 결국 통합의학의 목표는 특정 치료법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근거 기반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동서양 의학이 서로의 장점을 존중하고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협력한다면 더 많은 환자가 안전하고 효과적인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조선희 기자 hee31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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