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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dio DBR : 5분요약

글로벌 반도체 인재 전쟁

제조 성공 이끈 세뇌 시대 저물어..
새로운 세대에 맞춘 인재 경영 전략 절실

권기범 | 409호 (2025년 1월 Issue 2)
2014년 삼성전자의 14나노 공정 양산 성공이라는 도전에 직면했을 때 TSMC의 창업자 모리스 창은 과감한 결단을 내렸습니다. 400여 명에 달하는 연구개발 인력을 새로 채용하고 기본급 30% 인상과 주식 보상 50% 인상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면서 24시간 3교대 논스톱 연구개발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나이트호크 프로젝트’라 불리는 TSMC의 파격적인 의사결정과 실행력은 내부 구성원들이 조직의 목표와 가치에 깊이 공감하고 행동하도록 만드는 체계적인 사회화 과정을 통해서 가능했습니다. MIT에 저명한 조직 심리학자 에드가 샤인 교수는 이를 ‘세뇌(Brainwash)’라고 표현했는데요. 이 개념은 한국전쟁 당시 포로 심문 과정에서 관찰된 현상에서 착안한 개념입니다. 중공군이 미군 포로들의 기존 신념과 가치관을 완전히 바꿔 나가는 강압적 설득(Coercive persuasion) 과정이 기업에서 신입 직원들이 조직 문화와 규범을 내면화하는 과정과 놀랍도록 유사하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었죠. 이 세뇌 과정은 개인의 기존 가치관을 해체하고 조직이 원하는 새로운 가치관을 주입하는 것을 핵심으로 삼는데요. 동아시아 제조 기업들은 이런 사회화를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했습니다. 기수제로 운영되는 대규모 신입 사원 연수, 현업 배치 후 사수로부터 집중적으로 받게 되는 OJT(On-the-job training), 생산 현장의 분임조 활동 등이 직원들의 가치관과 행동 양식을 조직이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대표적인 장치들이었습니다.

그러나 동아시아 제조 기업들의 강력한 경쟁력이었던 세뇌를 통한 인재 경영 방식은 저물고 있습니다. 한 기업에서 평생을 보내며 회사에 특화된 전문 기술을 쌓던 이전 세대와 달리 2024년 기준 반도체 산업의 이직률은 17.7%에 달합니다.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이 제시하는 파격적인 주식 기반 보상 체계, 자유로운 조직 문화, 유연한 근무 제도 등은 제조 분야에 숙련된 엔지니어들에게 강력한 요인이 되고 있는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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