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향해 질주하는 가운데 친환경 산업의 핵심축으로 알루미늄 재활용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알루미늄 재활용은 1차금속 생산 대비 에너지 사용량을 무려 95%까지 줄일 수 있어 ESG 경영의 필수 요소로 떠올랐다. 업계는 글로벌 알루미늄 스크랩 시장이 2026년까지 연간 2200만 t의 처리 용량이 추가되고 시장 규모도 2030년 114억6000만 달러(약 16조 원)로 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시장 확장의 중심에서 묵묵히 성장해온 기업이 있다. 충북 제천에 본사를 둔 ㈜신월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20여 년 전 작은 업체로 시작해 현재 200억 원이 넘는 매출 규모로 성장한 신월은 국내 알루미늄 재활용 산업의 성공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알루미늄이 점차 주목받는 시대가 온다.” 신성현 대표가 10여 년 전부터 했던 말이다. 당시만 해도 구리가 주요 소재로 각광받던 시절이었지만 그는 남들보다 한 발 앞서 알루미늄의 가능성을 내다봤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우수한 품질을 가진 알루미늄이 자동차 경량화 바람과 만나면서 폭발적 성장을 할 것이라고 확신했던 것이다.
그의 예측은 정확했다. 차체 무게를 줄이려는 자동차 제조사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알루미늄 수요가 급증했고 신월은 그 흐름을 정확히 잡아냈다. 현재 전체 매출의 70∼80%가 현대자동차·기아 1차 협력업체에서 나오고 있다. 자동차 부품 및 알루미늄 완제품 생산 분야에서 확고히 자리를 잡은 것이다.
친환경 공정으로 ‘세 마리 토끼’ 잡아
신월의 경쟁력은 단순한 규모 확장에 있지 않다. 선진화된 알루미늄 공정으로 업계에서 인정받아온 기술력이 바탕이 돼 있다. 특히 최근에는 친환경성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기존에 용해로에서 알루미늄을 직접 녹이던 방식에서 벗어나 스크랩을 최대한 정제하고 불순물을 제거하는 친환경 공정을 새롭게 도입할 예정이다.
이런 공정 혁신은 환경보호를 넘어 제품 품질 향상과 원가절감까지 가져다주는 일석삼조 효과를 내고 있다.
신월의 성장 의지는 투자 현장에서 생생하게 드러난다. 본사 주변 부지를 하나둘 사들이며 생산 기반을 넓혀가고 있고 친환경 공정을 위한 설비투자에도 과감한 결단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상호관세 조치로 당분간 숨 고르기가 필요하지만 오히려 기회로 보는 시각이 더 크다. 정부가 재활용 및 리사이클링 기술 개발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어서다. 특히 국내 알루미늄 캔 수거율이 96%에 달하지만 재활용률은 37%에 그치는 현실을 감안하면 국내 재활용 기술 고도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신월은 이런 시장 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납품사의 요구 사항을 정확히 파악하고 최고 품질 유지라는 경영 철학으로 한번 맺은 거래 관계를 오래도록 이어가는 것도 신월의 큰 장점이다. 탄소중립 시대 핵심 산업으로 주목받는 알루미늄 재활용 분야에서 신월의 걸음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친환경 설비 투자로 미래 수요 대응할 것”
[인터뷰] 신성현 ㈜신월 대표
충북 제천 본사에서 만난 신성현 대표(사진)는 “10∼15년 전만 해도 구리 사용량이 워낙 많았어요. 하지만 저는 일찍이 알루미늄 쪽에 눈을 돌렸습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구리보다 저렴하면서도 품질은 더 우수한 알루미늄이 자동차 경량화 트렌드와 만나면 재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직감했거든요.”
그의 예측은 적중했다. 차체 경량화에 사활을 건 자동차 제조사들의 움직임을 정확히 읽어낸 덕분에 현재 전체 매출의 70∼80%를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 1차 벤더를 통해 발생시키고 있다.
물론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신 대표는 “2014년 5월 신일금속을 차려놓고 전기 용해 공장을 돌렸는데 국내외 경기가 나빠져서 꽤 고생했습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하지만 빠른 판단력으로 사업 전망과 수익성이 제일 높은 쪽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지금 신월이 가장 공들이는 분야는 친환경 공정 혁신이다. 신 대표는 “예전엔 용해로에서 알루미늄을 대충 녹였다면 지금은 파쇄할 때부터 스크랩을 깨끗하게 정제하고 불순물도 철저히 걸러내는 친환경 방식으로 바꿨어요”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앞으로도 친환경 설비 투자는 아끼지 않을 겁니다. 기술에 재투자하는 건 기업가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신월은 환경경영시스템 인증을 비롯해 안전보건, 품질경영 인증을 보유하며 기업이 갖춰야 할 사회적 책임에 동참하고 있다.
전기차 시대를 맞은 계획도 구체화되고 있다. “알루미늄 수요가 더욱 늘어날 테니까 우리도 그 변화에 미리 대비하고 있습니다. 납품 업체들이 뭘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해서 꾸준히 성장하는 회사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신 대표의 눈빛에는 여전히 20년 전 창업할 때의 열정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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