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서의 삶은 나를 바꾸는 실험이자 팀과 함께한 모험이었습니다.”
대전 출신 김민우 씨(26)는 28일 포스텍(포항공대) ‘애플 디벨로퍼(개발자) 아카데미’ 3기 과정을 마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정답보다 이유를, 지시보다 자율을 믿는 공간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풀어가는 힘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경북 포항으로 이주해 2년째 거주 중이며, 현재 아카데미 디자인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김 씨는 “단순히 코드를 짜고 예쁜 디자인을 만드는 것을 넘어 스스로 사고하고 협업하며 ‘왜’라는 질문을 놓치지 않는 성장의 경험을 했다”며 “나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여정을 새롭게 설계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경험은 인생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 AI 선도 도시 포항 포스텍은 2022년 국내 최초로 ‘애플 개발자 아카데미’를 열었다. 약 9개월간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을 중심으로 디자인, 코딩, 마케팅, 인공지능(AI), 프로젝트 관리 등을 공부한다. 4기까지 과정에서 760명이 앱 개발과 창업, 연구개발(R&D) 협업 등을 경험했다. 파킨슨병 환자의 재활을 돕는 앱, 농인을 위해 음과 화음을 시각적으로 설명하는 앱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프로젝트도 다수 나왔다. 현재 5기 교육생을 모집 중이다. 만 19세 이상이면 전공·학력·경력에 상관없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이 아카데미는 미국, 이탈리아 등 전 세계 18개 도시에서 운영되고 있다.
포스텍은 같은 해 ‘애플 제조업 R&D 지원센터’도 개소했다. 이 센터는 1층에 클린룸과 광학현미경 등 애플 첨단 장비 50여 종을 갖추고, 2층에는 강의실과 회의실을 마련했다. 중소기업들이 이곳에서 품질 관리, 공정 제어 과정에 스마트 기술을 접목해 제조 혁신을 추진한다. 지금까지 600여 개 기업이 강의, 포럼, 아이디어 교환, 기술 업그레이드 등을 지원받았다.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이인리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 내에 들어설 국가AI컴퓨팅센터 조감도. 포항시 제공
포항이 AI 거점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애플 아카데미와 제조업 지원센터는 대표적인 R&D 인프라다. 지곡동 연구단지를 중심으로 포스텍 인공지능연구원, 4세대 방사광가속기, 한국로봇융합연구원, 포스코 미래기술연구원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기관이 집적해 있다. 이곳에서는 연간 10페타바이트(PB)에 달하는 방대한 AI 학습용 데이터가 생산된다. 1PB는 고화질 영화 약 20만 편을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다.
포항시는 2023년 AI 전담 부서인 디지털융합산업과를 신설했다. 지난해 11월에는 ‘AI 선도 도시 경북 포항 비전’을 선포하고, 이강덕 포항시장이 위원장을 맡은 ‘경북포항AI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위원회는 구글·아마존·네이버·포스코·KT 등 글로벌 기업과 포스텍, 한동대, KAIST, 서울대, 고려대 등 AI 전문가 25인으로 구성됐다.
시는 최근 ‘경북 포항 AI 전략’을 발표하고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한민국 AI 혁신을 견인할 ‘글로벌 AI 인프라·생태계 구축’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위한 약 1000억 원 규모의 ‘AI 융자 및 펀드’ 조성 △전 산업 인공지능 전환(AX·AI Transformation) 촉진 △기업 글로벌화 지원 등 4대 추진 전략도 마련했다.
민간 중심의 AI 협력 네트워크를 위해 경북 도내 56개 디지털 기업이 참여하는 ‘경북 포항 AI 기업 얼라이언스’도 발족했다. 장상길 포항시 부시장은 “포항이 철강 도시를 넘어 글로벌 선도 도시로 도약하려면 디지털 혁신이 필수이며 그 핵심이 AI”라고 말했다.
● 국가AI컴퓨팅센터 유치 총력
올해 6월 26일 경북 포항시 남구 대잠동 시청에서 글로벌 인공지능(AI)컴퓨팅센터 구축을 위한 투자양해각서 체결식이 열리고 있다. 뉴스1
포항시는 미래 AI 도시 완성을 위해 국가AI컴퓨팅센터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정부가 약 2조 원을 투자해 비수도권에 구축할 국가 규모 슈퍼컴퓨팅 허브로, AI 산업의 ‘심장’ 역할을 할 핵심 시설이다.
포항은 제조업 수요와 투자 생태계, 인재 양성, 세계적 연구 인프라, 전력 확보 등 5대 강점을 갖춘 입지로 평가받는다. 시는 이러한 강점을 내세워 선정의 핵심 기준인 ‘2027년 내 서비스 조기 개시’ 달성에 가장 적합한 지역임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포항은 철강, 이차전지, 기계, 금속 등 국가 주력 산업이 집적해 있는 제조 산업 벨트의 중심지다.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위한 투자 생태계도 이미 준비됐다. 포스텍과 한동대를 중심으로 매년 수백 명의 AI 석박사급 인재가 배출되고, 분산에너지특별법에 따라 값싼 전력 확보도 가능하다.
이 시장은 “AI 산업을 미래 성장엔진으로 삼아 대한민국을 이끌 준비를 마쳤다”며 “최적의 여건을 갖춘 포항에 국가AI컴퓨팅센터를 반드시 유치해 우리나라가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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