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회장-이상엽 KAIST 부총장
대성해강사이언스포럼서 대담
“AI 적용 따라 후대 빅파마 결정
바이오 AI 활용 정책 지원 필요”
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5 대성해강사이언스포럼’ 현장에서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왼쪽)과 이상엽 KAIST 연구부총장이 ‘인공지능(AI) 시대의 바이오 혁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에너지 효율화를 ‘제5의 에너지’라고 부르지만 AI의 시대에서는 ‘제1의 에너지’가 될 겁니다.”(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인공지능(AI)이 등장하고 신약 개발 기간이 10∼12년에서 5∼6년 정도로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2035년에는 AI를 안 쓰고 개발하는 신약은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이상엽 KAIST 연구부총장)
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5 대성해강사이언스포럼’ 현장에선 김 회장과 이 부총장 간의 대담이 별도로 진행됐다. 올해로 8번째를 맞는 이 포럼은 대성그룹이 국내외 석학을 초청해 미래 에너지, 기후변화 등 인류 과제에 대한 논의를 하기 위해 마련한 장이다.
이들은 입을 모아 “이제는 바이오 분야에서 AI 도입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 부총장은 “1980년대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 인터넷을 바로 적용한 기업만이 지금 빅테크로 살아남았다”며 “지금은 AI를 제대로 적용했느냐에 따라 후대의 빅 파마(Pharma)가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 ‘연비’ 좋은 박테리아를 ‘디자인’하는 마법
올해로 8번째를 맞는 이번 포럼은 ‘AI 시대의 바이오 혁신’을 주제로 진행됐다. 시스템대사공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이 부총장은 이날 포럼에서 합성생물학과 AI의 만남이 가져올 산업 혁신에 관해 강연했다. 이 부총장은 2013년 생명공학 기술을 활용해 세계 최초로 대장균이 포도당을 먹고 가솔린을 배출하도록 만드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대성그룹은 국내의 대표적인 에너지 그룹으로, 미래 에너지를 발굴하던 김 회장과 에너지 자원을 생산하는 미생물을 설계하던 이 부총장은 자연스레 가까워졌다. 김 회장은 특히 대구시에서 시작한 ‘폐기물 에너지화 프로젝트’가 계기가 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쓰레기에서 바이오 가스를 얻어내는 사업인데 처음에는 수익성이 좋다가 점점 줄어들었다”며 “원인을 찾아보니 바이오 가스를 만들어 내는 혐기성 박테리아의 효율이 떨어진 게 문제였다”고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비’ 좋은 박테리아를 연구하면서 이 부총장을 만나게 됐다. 이 부총장은 “이제는 생물을 ‘디자인’하는 시대”라며 “생물이 가솔린이나 생분해 플라스틱과 같은 고부가가치의 물질을 만들어내도록 하려면 대사회로를 설계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AI가 유용하게 활용된다”고 강조했다.
AI가 바이오 제조 분야의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바이오 에너지로 기존 에너지를 대체하는 것이 더이상 꿈같은 이야기가 아니게 됐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미생물을 통한 에너지 생산이 아직은 에너지 밀도가 낮은데 AI를 통해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산업에 활용하기는 어렵더라도 가정용으로는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 바이오 AI 혁신 위해 정부 지원 필요
AI가 가져온 또 다른 바이오 혁신 분야는 신약 개발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AI 신약 개발 글로벌 시장은 2023년 9억270만 달러(약 1조3000억 원)에서 2028년 28억9360만 달러(약 4조2000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총장은 “신약 개발이야말로 찾고 실패하는 과정의 반복이다. 이를 간소화하는 데 AI가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며 “신약 후보물질을 찾는 과정뿐 아니라 임상시험 및 신약 심사 과정도 효율화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올해 6월 말까지 반복적인 규제 심사 업무에 AI를 전면 도입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과 이 부총장은 공통적으로 “정부가 AI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바이오 분야에서도 AI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가바이오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부총장은 “신약 개발부터 에너지, 식량 등 다양한 바이오 분야에 AI가 활용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김 회장은 “더 이상 석유 에너지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며 “AI를 활용해 대체 에너지를 찾고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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