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존스홉킨스 의대 연구팀
단백질 결합따라 직진-방향전환
세포 자율주행 메커니즘 첫 규명
암세포가 다른 부위로 퍼져 나가는 암 전이 과정이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면역세포가 이동하는 과정에서 세포가 움직이는 원리를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KAIST는 허원도 생명공학과 석좌교수 연구팀이 조광현 바이오및뇌공학과 석좌교수 연구팀, 이갑상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교수팀과 공동으로 세포가 외부 신호 없이 스스로 이동 방향을 결정하는 ‘자율주행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10월 31일자로 발표됐다.
연구팀은 세포 안에서 단백질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이미징 기술인 ‘INSPECT’를 개발했다. 이 기술로 세포 이동을 조절하는 핵심 단백질인 ‘로(Rho) 계열 단백질’을 관찰했다. 그 결과 이 단백질들이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세포의 앞뒤를 나누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단백질과 결합하느냐에 따라 ‘직진’할지 ‘방향 전환’을 할지까지 결정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15종의 ‘로’ 단백질과 19종의 결합 단백질을 조합해 총 285쌍의 상호작용을 분석했다. 그중 139쌍에서 실제 결합이 일어났고, 특정 단백질 조합(Cdc42-FMNL)은 세포의 ‘직진’을, 또 다른 단백질 조합(Rac1-ROCK)은 세포의 ‘방향 전환’을 담당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이 Rac1 단백질 구조 일부를 변형해 ‘핸들’ 역할을 하는 ROCK 단백질과 결합하지 못하게 하자 세포는 방향을 바꾸지 못하고 계속 직선으로만 이동했다.
허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세포 이동이 무작위적인 운동이 아니라 로 단백질과 다른 단백질들과의 결합에 따라 정밀하게 제어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며 “새롭게 개발한 INSPECT 기술은 암 전이와 신경세포 이동 등 다양한 생명현상과 질병 분자 메커니즘을 밝히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과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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