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A(Computers Are Social Actors)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컴퓨터 등 시스템을 사회적 존재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즉 컴퓨터가 보내는 감정적인 피드백을 마치 인간의 반응처럼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러한 효과는 신선함에서 비롯된다. 사람 같은 시스템을 처음 접하면 그 유사함에 놀라지만 차차 익숙해지면 감흥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시스템이 사용자로 하여금 부담감 등 특정 감정을 압박하는 경우에는 거부감마저 들 수 있다. 그러나 최근 UX 라이팅과 생성형 AI가 발전하며 감정적 인터페이스 또한 더욱 정교하게 진화하고 있다. 시스템이 건네는 유쾌한 표현이 유저 수를 증가시키고 생성형 AI가 맥락에 따라 대화를 이어 나가며 사용자를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향후 AI는 사용자의 생체 정보를 파악해 더욱 정밀하게 사용자와 감정적으로 소통할 것이다. AI에 감정적으로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는 등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평소에 잘 쓰지 않는 서비스를 해지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에서 갑자기 작은 이모지가 등장한다. 동그란 눈엔 눈물이 맺혀 있고 “해지하신다니 너무 아쉬워요”라는 메시지가 함께 나온다. 평범한 시스템 안내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문득 이 작은 표정이 마음 한구석을 건드리는 느낌이다.
시스템의 이 같은 감정 표현을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우는 이모지를 보고 순간적으로 해지를 망설일까? 아니면 단순히 디자이너의 위트라 생각하고 넘어갈까? 혹은 무미건조하고 형식적인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아무 감흥 없이 해지를 계속 진행할까? 온라인 서비스에서 심심찮게 마주하는 이 ‘감정 인터페이스’는 우리의 행동과 경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감정을 표현하는 시스템에 마음이 동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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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영ryun@hongik.ac.kr
홍익대 디자인학부 교수
필자는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RISD)에서 시각디자인 학사를, 카네기멜론대에서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 석사와 컴퓨테이셔널 디자인(Computational Design)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실리콘밸리에서 UX 디자인 리서처로 근무했다. 주 연구 분야는 사용자 경험(UX), 인터랙션 디자인(HCI), 행동 변화를 위한 디자인 등이며 산학 협력과 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저서로 『디자인 트랩』 『디자인 딜레마』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