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
토스는 블로그, 단행본, 매거진, 유튜브 영상부터 오프라인 공간에 이르기까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토스만의 스토리를 풀어낸다. 실패에 관한 이야기까지 가감 없이 다뤄내며 일상 속에서 크고 작은 실패를 경험하는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발행하는 데 토스의 비전과 전략이 스토리 오리지널리티의 원천이 된다. 예컨대 얼굴 인식 기반 결제 서비스인 ‘페이스페이’를 출시하면서 낯선 기술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적 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얼굴에 관한 다양한 의미를 조망하는 다큐멘터리를 선보였다. 금융 앱을 넘어 일상의 슈퍼앱이 되겠다는 선언에 이어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을 창간하기도 했다. 유튜브 채널 ‘머니그라피’에는 토스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도 거부감 없이 금융과 경제 지식을 접할 수 있도록 토스의 색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디브랜딩’ 전략이 녹아 있다.
“토스팀은 오늘도 어김없이 실패하고 있다. 꿈을 이룬 듯 보일 때마저도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현재 진행형인 토스팀의 여정을 돌아보려고 하니 사람들 이야기만 남았다. 인생의 어느 시기, 남다른 목표를 향해 있는 힘껏 경주하는 이들의 이야기다.” 정경화 비바리퍼블리카(이하 토스) 브랜드 헤드가 쓴 책 『유난한 도전』(2022)의 프롤로그다. 그는 이승건, 이태양 창업자를 비롯해 토스의 전현직 구성원 35명을 인터뷰하며 실패를 포함한 토스의 성장 여정을 소개했다. 영어가 서툴러 해외 투자 유치에 실패해 눈물 흘렸던 순간, 연속적으로 발생한 서비스 장애에 대응하며 고통스러웠던 순간부터 처음으로 월 손익분기점을 달성한 순간까지.
정 헤드는 “언제나 새로운 시도를 하는 토스는 자주 실패하고 간혹 성공한다”며 “‘유난한 도전’을 계속하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 사용자들의 응원을 얻고 싶었다”고 책을 집필한 계기를 설명했다. 진솔함을 넘어 적나라한 이야기에 사람들은 박수를 보냈다. “토스의 일원이 된 듯하다” “일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을 때 꺼내 보며 의지를 다진다”라는 공감의 반응이 이어졌고 책은 그해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유난한 도전』뿐만 아니라 토스는 어지간한 미디어 기업 못지않은 다양한 매체를 기획, 운영하며 토스의 스토리를 전달한다. 브랜드 미디어 ‘토스피드’부터 유튜브 채널 ‘머니그라피’, 단행본 『THE MONEY BOOK(더 머니북)』(2024), 매거진 『THE MONEY ISSUE(더 머니이슈)』(2025)에 이르기까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다채로운 콘텐츠를 선보인다.
토스의 제품 출시 등을 다루는 홍보용 소식지는 아니다. 사회 초년생이 꼭 알아야 할 금융 지식을 전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토스 이름표를 아예 떼 버리고 소비문화에 관한 만담을 나누는 토크쇼도 벌인다. 대중의 반응도 뜨겁다. 토스피드의 월 조회수는 150만 회이고 머니그라피의 구독자 수는 55만여 명, 누적 조회수는 무려 5200만 회에 달한다. 특히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서 콘텐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지금, 토스의 채널은 브랜드 미디어의 좋은 롤모델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토스가 이처럼 스토리와 콘텐츠에 각별한 정성을 쏟는 이유는 무엇일까. DBR이 토스의 브랜드 조직을 총괄하는 정 헤드를 만나 토스의 브랜드 스토리텔링 비결을 들었다.
토스에서 자체적인 브랜드 채널을 구축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팬데믹을 기점으로 마케팅과 브랜딩의 중심이 디지털로 완전히 이동했다. 팬데믹 이전에도 소셜미디어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디지털 마케팅이 부상하고 있었으나 오프라인 마케팅과 매스미디어도 나름의 입지를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록다운이 장기화되면서 기업의 거의 모든 활동이 디지털로 전환됐다. 마케팅 활동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은 디지털 마케팅을 더욱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콘텐츠 마케터를 채용하고 소셜미디어 채널을 개설하고 콘텐츠를 발행했다.
토스에서는 그보다 조금 앞선 2018년, 브랜드 미디어 ‘토스피드’를 선보이며 온드미디어를 시작했다. 핀테크를 바탕으로 간편함을 무기 삼은 인터넷 전문 은행들이 출범하며 센세이션을 일으키던 때다. 성장에 박차를 가하던 토스는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하루가 다르게 제품이 출시되고 업그레이드됐다. 기성 미디어를 통해서만 토스의 뉴스를 다루기는 역부족이었다. 한정된 지면과 방송 시간에 토스의 모든 제품 이야기를 싣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브랜드 미디어의 필요성을 체감한 순간이었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도 폭발적으로 사용자를 끌어모으던 때였으나 이미지를 중심으로 텍스트를 최소화하는 소셜미디어 문법으로는 제품에 관한 상세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적합하지 않아 보였다.
그렇게 토스피드를 개설하고 토스의 제품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토스만의 채널인 만큼 어떤 제품을 준비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개발했는지, 어떻게 사용하면 좋은지 등을 구체적으로 소개할 수 있었다. 토스피드는 채용 브랜딩 관점에도 꼭 필요했다. 채용 또한 적극 진행하던 때라 토스의 비전과 일하는 방식을 알려야 했다. 높은 성과와 몰입을 지향하는 토스의 조직문화에 사람들의 궁금증이 쏠리던 때기도 했다. 다양한 직무에서 활약하고 있는 토스의 구성원들을 인터뷰했고 토스만의 온보딩 방식, 업무 공간, 복지 등을 소재로 한 콘텐츠를 발행했다.
이후에는 ‘누구나 금융을 쉽고 간편하게 누릴 수 있게 하겠다’는 토스의 비전에 따라 금융 지식을 전달하는 콘텐츠도 선보였고 현재는 월 150만 조회수를 기록하는 콘텐츠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실용적이거나 전문적인 금융 지식만 전달하는 것은 아니다. ‘2025 토스픽: 생존의 질문들’ 시리즈에는 한동일 교수, 김영민 교수, 천선란 작가, 황석희 번역가 등이 필진으로 참여해 존엄한 삶을 위해 필요한 조건을 경제적 시선에서 조망했고 100만 조회수를 달성했다.
현재 미국에서 ‘스토리텔러’ 채용이 늘고 있다는 뉴스가 있는데 그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한국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체감하는가?팬데믹 기간 콘텐츠의 기초 체력을 기른 기업들이 매체와 형식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의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는 콘텐츠 개발에 나서는 단계에 들어선 것 같다. 토스 역시 블로그, 유튜브 영상, 단행본, 매거진 등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콘텐츠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 성수동에서 10주년 기념 전시 ‘스퀘어 오브 토스’를 열고 GS25, CU 등과 팝업 행사를 진행하는 등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브랜드 콘텐츠가 쏟아지는 지금, 예쁘고 자극적이기만 한 콘텐츠를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무수한 소셜미디어 콘텐츠 가운데 그저 그런 콘텐츠 중 하나로 치부되거나 심지어 사용자들에게 피로감과 짜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이때 스토리텔링은 사용자들과 인간적인 관계를 더욱 진정성 있게 맺을 수 있는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스토리텔링’이라는 용어를 채용 공고 등에 명시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러나 브랜드 마케터, 콘텐츠 마케터, 콘텐츠 매니저 등 다양한 유관 직종에서 스토리텔링 역량을 중요하게 보기 시작했다는 데는 공감한다. 아름다운 비주얼을 뽑아내는 안목이나 화려한 행사를 진행해 본 경험뿐만 아니라 그 브랜드가 가진 이야기를 충분히 이해하고 이를 콘텐츠로 풀어내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스토리로 대중과 인간적인 관계를 맺는다는 말이 다소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린다.사람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와 브랜드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어느 지점에서 교차해야 매력 있고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토스가 서비스를 통해 금융을 쉽고 편하게 만드는 것처럼 토스가 제작하는 콘텐츠 또한 금융과 경제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고 금융 이해력을 높이고자 노력해왔다. 세상엔 많고 많은 투자, 부동산, 경제 콘텐츠가 있지만 금융 생활을 막 시작한 20대 사회초년생에게 친절하게 하나하나 궁금증을 풀어주는 사람은 없었고 물어볼 곳도 없었다. 그 고민을 해결하고자 한 것이 토스의 『THE MONEY BOOK(더 머니북)』이었다. 듣고 싶은 이야기와 브랜드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맞아떨어진 순간이었다. 국제도서전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머니북을 보고 기꺼이 돈을 내서 책을 사고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토스는 새로운 영역에서 남들이 하지 않는 방식으로 끊임없이 도전한다. 그 과정에서 숱한 실패를 겪거나 오해를 사는 일도 생긴다. 그렇기에 우리가 어떤 문제를 풀고 싶고, 어떤 미래를 실현하고 싶은지 충분히 설명해야 사람들에게 공감과 응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유난한 도전』 집필을 시작한 계기이기도 하다. 토스의 구성원 30여 명을 인터뷰하고 토스의 창업 스토리부터 실패와 갈등, 성장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냈다. 토스에 이러한 작업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토스의 히스토리를 담은 책을 쓰고 싶다고 제안했다. 그 제안이 바로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었다. 책을 내기에는 아직 토스가 충분히 무르익지 않았다는 반응이었다. 토스뱅크와 토스증권이 출범하고 ‘금융 슈퍼앱’으로서의 진용을 갖추기 시작하자 다시 한번 책 이야기를 꺼냈다. 토스 내부에서도 사람들에게 소개해야 할 이야기가 충분히 쌓였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1년간 책 집필에 전념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유난한 도전』에는 토스와 구성원들의 실패가 적나라하게 실려 있다. 실패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나?성공만 있는 이야기는 매력적이지 않다. 성취에 앞선 실패는 그 성취를 더욱 빛나게 해준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실패를 마주하기에 실패는 공감을 이끌어내는 좋은 소재이기도 하다.
실패를 단편적으로 말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일 수 있다. 그래서 스토리텔링을 통해 앞뒤 맥락, 실패를 통해 배운 것, 실패를 대하는 태도 등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실패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 것은 토스와 구성원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많은 실패와 실수가 있었지만 우리만의 이득을 취하거나 누군가를 속일 의도에서 비롯된 결과는 아니라는 것이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숙한 의사결정과 우여곡절이다. 이러한 실패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낸다면 사람들이 토스를 실패한 기업이라고 얘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패를 발판 삼아 학습하고 더 좋은 제품을 만들며 나아지는 그 과정을 기록하고 싶었다.
그래도 사람들은 실패를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조직 내부 사람들에게 실패에 관한 이야기를 끄집어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사전 취재가 중요하다. 다짜고짜 실패한 사례를 들려 달라고 하면 실토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인터뷰에 들어가기 전에 인터뷰이의 주변을 먼저 취재하고 실패에 관한 힌트를 수집한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편안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적절한 타이밍에 ‘그때 이런 실패도 있지 않았나요?’라고 넌지시 던진다. 그러면 인터뷰이는 ‘아유, 많이도 알아보고 오셨네’라고 질색하면서도 솔직하게 이야기해준다. 한풀이하듯 술술 말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면 이들 역시 실패를 이야기할 기회를 바랐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실패의 과정이 있었기에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었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토스에 합류하기 전 신문기자로 활동했다. 매체가 아닌 기업 구성원으로서 진행하는 인터뷰는 어떤 차이가 있나?인터뷰이들이 솔직하게 대답해준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이들이 실패담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나 역시 토스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같은 조직문화를 공유하는 구성원으로서 그들의 이야기를 믿고 공감할 수 있는 청자인 것이다. 과감하게 이야기해도 적당히 필터링해 줄 것이라는 신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끼리의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도록 객관성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토스만의 맥락과 암묵지를 가정하며 작성한 내용은 없는지, 배경과 상황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들어갔는지 등을 출판사 편집자들께 꼼꼼하게 리뷰해달라고 요청했다.
마찬가지로 기사를 작성하는 것과 기업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도 차이가 있을 것 같다.토스에서는 2023년 콘텐츠 작성의 원칙인 ‘토스 콘텐츠 프린시플’을 세웠다. 유용성, 보편성, 정확성, 신뢰성, 독창성이 그것이다. 예컨대 보편성은 편견과 고정관념을 강화하지 않고 인종이나 국가, 나이, 지역을 일반화하지 않는 것이다. 아울러 대부분의 사람이 누리고 있지 않은 경제적인 조건을 보편적인 것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30대가 되며 억 단위로 달라진 자산은 어떻게 굴려야 할까?’와 같은 콘텐츠는 지양한다.
또한 전쟁, 참사 등을 조회수를 위해 활용하지 않는다. 저널리스트는 비극적인 사건을 성실하게 취재하고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브랜드의 접근은 좀 더 신중하고 세심해야 한다. 사실 전쟁이 터지면 방산업체의 주가는 크게 오른다. 전쟁 관련주를 소개하는 기사들이 나오기도 한다. 그 또한 유용한 정보일 수 있다. 그러나 브랜드가 직접 ‘누군가의 비극으로 주가가 오른다’는 소식을 전하는 건 도의적으로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브랜드가 이런 메시지를 직접 전하면 거부감을 느끼는 대중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이러한 원칙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 올해 상반기 중 ‘토스 브랜드 프린시플’로 확장할 계획이다.
DBR mini box I
토스 콘텐츠 프린시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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❶ 유용성 · 사용자의 주체적인 금융 생활을 위해 꼭 필요한 순간, 가장 알맞은 콘텐츠를 전달한다.
❷ 보편성 · 지식수준에 관계없이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무분별한 외래어, 유행어 지양) · 차별과 혐오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 콘텐츠가 편견과 고정관념을 강화하지 않도록 한다. · 전쟁, 참사 등 비극적인 사건을 경제적 이익과 결부 짓지 않는다.
❸ 정확성 ·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정보는 사용하지 않는다. · 독자가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곳에 작성일자, 출처 등을 밝힌다. · 전문성과 공신력을 보장할 수 있는 외부 필진을 섭외한다.
❹ 신뢰성 · 단기적 성과를 위해 광고 여부나 특정 정보를 숨기지 않는다. · 토스의 이익에 기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숨기지 않는다. · 성과를 위해 선정적, 자극적 문구를 사용하지 않는다.
❺ 독창성 · 콘텐츠의 소재, 포맷, 채널의 한계를 두지 않는다. · 시대에 필요한 어젠다를 제시한다. · 독자/시청자에게 맞는 화법과 문체, 접근 방식을 유연하게 사용한다. · 토스에서만 볼 수 있다는 기댓값을 만족하는 콘텐츠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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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한 도전』을 직접 제안한 것처럼 토스는 자발성을 강조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구성원들이 제안하는 모든 콘텐츠를 추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콘텐츠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원칙이 있는가?전략과 콘텐츠의 일치다. 토스가 현재 추진하는 비즈니스를 얼마나 잘 뒷받침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아무리 재미있어도 사업적 관점에서 의미가 없다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 9월 토스는 얼굴 인식 기반 결제 서비스인 ‘페이스페이’를 출시했고 그다음 달인 10월 브랜드 조직에서는 얼굴을 주제로 한 오리지널 영상 콘텐츠 ‘The Power of Face(더 파워 오브 페이스)’를 공개했다. 페이스페이는 토스 결제 단말기에 내장된 카메라에 얼굴을 비추기만 하면 토스 앱에서 사전 설정한 결제 수단으로 결제가 이뤄지는 혁신적인 서비스다. 그러나 얼굴 결제는 매우 낯선 기술이다. 신기하고 편리하지만 일단 ‘얼굴로 결제를 할 수 있다’는 인식 자체가 형성돼 있지 않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얼굴이 지닌 다양한 의미를 설명하고 싶었다. 관상가, 배우, 성형외과 의사 등 얼굴과 관련된 업에 종사하는 7명의 이야기를 들으며 먼 과거부터 얼굴은 ‘나’를 증명하는 고유한 특성이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지난해 편의점 브랜드와 팝업스토어를 연 것 역시 현장 경험을 통해 얼굴 결제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적 장벽을 허물고자 한 것이다. 페이스페이는 실제 사용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지갑이나 핸드폰이 없어도 결제를 할 수 있어 간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번이라도 얼굴로 결제를 해 보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CU와는 여의도 IFC몰에서 ‘페이스페이 기프트 팩토리’, GS25와는 성수동에서 ‘토스 페이스페이 스토어’를 열었다. 현장에서 페이스페이를 소개하고 등록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등 인지도를 개선함과 동시에 페이스페이로 결제 시 할인 혜택을 제공해 직접 얼굴로 결제하는 경험을 선사하고자 했다. 예쁜 공간에서 갖고 싶은 물건을 고른 뒤 페이스페이로 결제해 보는 경험을 한 번 갖고 나면 ‘얼굴로 이렇게 빨리 쉽게 결제가 되는 구나’ 하는 재미와 놀라움의 감정을 느낄 것이라 예상했다. 이후 다른 곳에서는 스스로 페이스페이를 시도해보는 팬이 돼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처럼 전략에 따라 매체와 콘텐츠도 변화해야 한다. 토스가 서비스 10주년을 맞이하며 금융을 넘어 일상의 ‘슈퍼앱’으로 거듭나겠다는 새로운 비전을 발표한 2025년에는 매거진 『THE MONEY ISSUE(더 머니이슈)』(2025)를 선보였다. ‘1인분의 삶’을 주제로 한 사람의 몫을 해내며 살아가는 것에 관한 인터뷰, 칼럼, 케이스스터디, 에세이, 단편소설 등 다양한 포맷의 콘텐츠를 담았다. 『THE MONEY BOOK』이 돈에 관한 지식을 알려주는 실용서였다면 『THE MONEY ISSUE』는 돈에 관한 태도를 짚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이다. 매 호 다른 토픽을 선정하며 돈에 관한 다양한 주제의 질문을 던지기에는 단행본보다 매거진의 형식이 적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THE MONEY BOOK』이 퇴직금과 퇴직연금의 차이를 알려준다면 『THE MONEY ISSUE』는 “가진 돈이 한 줌이어도 자산 관리가 필요할까?” “연봉 1억 원이면 행복해질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식이다. 부록으로는 매일매일 들여다볼 수 있는 신년 달력을 준비했다. 연말이면 어르신들은 은행에 줄을 서면서까지 달력을 받는다. 은행에서 주는 달력을 집에 걸어 놓으면 돈이 들어온다는 이야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달력을 전하면서 토스가 사람들에게 행운과 풍요로운 마음을 나누는 브랜드가 되고 싶었다.
모든 브랜드 콘텐츠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브랜드만의 진짜 스토리, 즉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다. 토스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언제나 일관적이고 명확했다. 사용자의 시선에서 질문을 던지고 기술을 통해 답을 찾아 세상의 기준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1원 인증’이 대표적이다. 토스가 사용자의 다른 은행 계좌로 1원을 보내면 입금 메시지에 표시된 고유 문구로 인증하는 식이다. 토스가 제안한 편리한 인증 방법이 지금은 산업의 표준이 됐다. 현재는 금융뿐만 아니라 일상의 모든 불편도 토스가 해소해 나가야 할 대상이 됐다. 토스의 모든 스토리와 콘텐츠는 여기서 시작한다.토스의 유튜브 채널 ‘머니그라피’의 대표 시리즈 ‘B주류경제학’은 ‘소비문화 디깅(Digging) 토크쇼’를 콘셉트로 소비 트렌드를 경제적 관점에서 깊이 있게 분석한다. 김창선 PD, 이재용 회계사와 유튜버 육식맨과 장석종, 스탠드업 코미디언 원소윤, 문학편집자 김민경, 드러머 김간지 등 세대와 직업을 넘나드는 출연진이 각자의 시선으로 취향의 경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각 출연자가 자신의 소비 경험을 나누는 데서 나아가 각 산업 대표 기업의 재무제표를 뜯어보거나 잔뼈 굵은 업계 사람들만의 식견을 공유하는 등 소비문화를 입체적으로 풀어내며 구독자 수 55만여 명, 누적 조회수 5200만 회를 달성했다.
머니그라피는 브랜드의 색채를 의도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디브랜딩(De-Branding)’ 전략을 성공적으로 구현한 사례로 꼽히기도 한다. 토스의 서비스나 상품을 언급하지 않는 것은 물론 로고도 노출하지 않는다. 영상 말미에 ‘오리지널 콘텐츠 바이 토스’라는 문구 한 줄과 협업 제안을 받기 위한 토스 이메일 주소가 전부다. 첫선을 보인 지 5년이 다 돼 가는데 여전히 댓글에는 ‘이거 토스가 하는 거예요?’라는 반응이다. 금융 혁신을 외치는 토스가 진지한 브랜드로만 인식되지 않았으면 했다. 실제로 토스는 꾸준히 ‘금융’ 하면 떠오르는 막연한 어려움을 해소하겠다고 외쳐왔다. 사람들은 기업이 만든 콘텐츠에는 홍보나 광고의 목적이 숨어 있을 것이라고 가정한다. 이는 콘텐츠를 온전히 즐기지 못하게 만드는 방해 요인이 되기도 한다. 토스를 사용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토스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도 거부감 없이 금융과 경제를 쉽게 접할 수 있기를 바라며 토스의 색을 덜어냈다. 그 덕분에 ‘토스가 이런 것도 만들다니’라는 의외성이 호감으로 이어지는 듯하다.
커뮤니케이션이나 콘텐츠 업계 사람들을 만나면 경제 금융 콘텐츠나 브랜드 콘텐츠를 기획하는 이들이 머니그라피를 레퍼런스 삼는다는 소식을 접하곤 한다. 머니그라피와 비슷한 형식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큰 기업들도 많다. 영상을 보면 정말 비슷하고 재밌다. 우리가 만든 콘텐츠가 업계의 표준이 된다는 건 분명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그 오리지널리티는 분명 토스에 있다고 자부한다. 대중 역시 어디서 이미 본 듯한 인상을 주는 콘텐츠에는 크게 호응하지 않는다. 성공이 한 차례 검증된 형식을 따르기만 해서는 브랜드 자산으로서의 스토리를 쌓을 수 없다.
기성 미디어를 통해 전해지는 뉴스는 어떤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나.온드미디어에는 우리의 소식을 무한정 올릴 수 있지만 기성 미디어는 뉴스 아이템으로서의 가치를 엄중하게 평가한다. 그만큼 기성 미디어를 통해 성장과 성공에 관한 이야기가 전달되면 이야기의 가치가 더욱 올라가고 대중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기성 미디어가 보내는 비판적인 우려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인 물이 되고 그 이상의 성장을 거둘 수 없다. 제3자의 시각을 지속적으로 수혈하는 과정은 꼭 필요하다.
콘텐츠 제작에 AI가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토스도 콘텐츠 제작에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가?브랜드 콘텐츠 제작에 AI를 전면적으로 활용하기는 아직 이른 것 같다. 특히 자료 조사 과정에서 AI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은 여전히 주의가 필요하다. 잘못된 정보가 섞일 수 있어 검토하는 데 더 많은 공이 들기도 한다. 다만 관련 기술의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다. 따라서 콘텐츠 형식에 따라 활용도는 높아질 것이다. 현재로서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미처 놓친 부분은 없는지, 아이디어를 더욱 개선할 여지가 없는지 등을 점검하는 전략적 대화 상대로 AI를 활용하고 있다.
다만 스토리의 원재료는 결국 인간에게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인간만이 다른 인간에게서 스토리를 끄집어낼 수 있다. 그래서 인터뷰가 매력적인 콘텐츠 포맷으로 오랫동안 사랑받는 것이다. AI 로봇이 사람들의 실패 이야기를 진솔하게 끌어낼 수 있을까. 이는 인간적인 신뢰가 바탕에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 면에서 인간적인 가치를 지닌 스토리텔러의 역할은 계속해서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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