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HBR Korea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Academia&Business

생태계 모델로 각광받던 베터플레이스, 왜 실패했나?

강진구 | 147호 (2014년 2월 Issue 2)
 


삼성, LG, SK 같은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종종 “내부적으로 모든 것을 다하려고 한다”라는 비판을 받는다. 동시에 애플, 구글, 아마존닷컴과 같은 해외 기업들이 채택하고 있는 ‘공생관계를 중요시하는 열린 생태계 모델(ecosystem model)’과 비교되곤 한다. 애플 등이 채택하고 있는 생태계 비즈니스 모델은 다양한 기업과 개인들의 지식과 혁신을 결합하고 각 협력업체들이 자신의 강점을 특화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다양한 참여자들에게 수익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평등한 부의 분배와 창출에 기여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협력업체들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사회적으로 보다 많은 조직과 인재들에게 기회와 공생의 터전을 제공하는 열린 생태계 모델을 채택한 대표적인 기업들인 애플, 구글, 아마존닷컴과 같은 글로벌 초우량 기업들의 눈부신 선전이 주목받고 있다. 또 그 생태계 모델에 속한 수많은 중소기업들의 동반 성장에 대한 논의도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 많은 이들이 왜 우리 대기업들은 이처럼 기업 개별적으로도, 또 국가적으로도 바람직한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하지 않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일각에서는 한국 대기업들이 채택하고 있는 상대적으로 ‘닫힌’ 형태의 비즈니스모델을 ‘동물원모델’이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다양한 참여자가 다소 동등한 입장에서 제품과 서비스의 제공에 기여하는 생태계 모델과 달리 동물원 모델1 에서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과정들을 하나의 기업이 조직 내부에서 모두 통제하고 수행한다. 흔히 사회 비판적인 논평이나 신문 사설에서는 이러한 동물원 모델을 재벌과 대기업의 탐욕의 발현으로 치부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사실 이 같은 지적도 분명히 옳은 부분이 있다. 전통적으로 한국 대기업들은 지나치게 많은 분야로 사업 확장을 하고, 시장지배력과 정치권력의 영합을 이용해 진출한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다른 경쟁 기업들의 생존을 억압하는 전략을 채택해 온 것도 사실이다. 동물원 모델의 이러한 부작용은 분명히 개선돼야 한다. 그러나 알고 보면 동물원 모델도 그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으며 생태계 모델도 여러 가지 약점을 내포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애플, 구글, 아마존닷컴 같은 기업들의 위대함에 가려져서 간과되고 있는 생태계 비즈니스 모델의 약점과 위험성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생태계 모델의 위험성

1) 통합위험

첫 번째, 생태계 모델은 통합위험(integration risk)의 측면에서 동물원 모델보다 취약하다. 통합위험이란 생태계를 주관하는 주도 기업이 직면하는 위험이다. 하나의 제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는 여러 단계와 많은 참여자 혹은 협력업체를 거친다. 예를 들면, 필자는 과거에 아마존닷컴에서 카메라를 구입한 적이 있는데 필자가 구입한 카메라는 아마존이 아닌 다른 업체에 의해서 판매되는 것이었으며 카메라의 배송 역시 UPS(United Parcel Service)에 의해서 이뤄졌다. 이 구매과정을 쪼개어 보면 필자는 아마존닷컴(제품홍보)-외부업체(물품공급)-아마존닷컴(판매 및 결제)-UPS(배송)로 이어지는 가치사슬(value chain)을 통해서 카메라를 구매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카메라 판매업체와 UPS 중 한 업체라도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소비자에게 제품이 도달되는 과정이 지연되고 예기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그 결과는 생태계 모델을 주도하는 기업인 아마존닷컴의 손실과 소비자의 외면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렇게 기업이 가치사슬을 생태계 모델에 의존할 때에는 믿음직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협력업체들을 생태계의 일원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가 매우 중요한 관건이 된다.

통합 위험은 제품과 서비스가 최종 소비자에게 달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의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 A라는 기업이 고품질 저가격의 LED 전구를 세계 최초로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하자. 그리고 A 기업이 상용 가능한 LED 전구를 개발·생산하는 데는 6개월이 걸렸다고 하자. A 기업은 조명이라는 솔루션을 공급하는 생태계 혹은 가치사슬의 한 고리, 즉 LED 전구의 제조만을 담당하는 기업이다. 따라서 이 전구가 소비자들에게 판매돼 A 기업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생태계 내 다른 협력업체의 역할이 요구된다. 먼저 이 전구에 맞는 소켓과 조명 기구들이 생산돼야 한다. 조명기구 제조업체들이 새로운 LED 전구에 맞는 제품을 생산하고 안정성 검사를 완료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몇 달간의 계획과 생산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이 기간이 4개월 걸린다고 하자. 그다음에 이 제품을 판매할 도·소매점들과의 납품 계약이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절차에 또 몇 주에서 몇 달까지의 기간이 소요될 것이다. 이 기간이 2개월이 걸린다고 하자. 그렇다면 비록 A 기업이 제품을 완성하는 데는 6개월이 소요됐으나 A 사의 제품이 실제로 소비자에게 판매돼 수익을 창출하기까지는 12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처럼 다수의 협력업체로 구성되는 복잡한 생태계 모델에 의존할수록 완성된 제품이 소비자에게 제때 전달되지 못해 수익을 창출하지 못할 위험은 더 증가하게 된다. 위의 예에서 LED 전구를 개발·생산하는 A 기업의 경우 혁신과 제품 개발의 속도에서는 다른 경쟁 기업을 압도했을지 모르지만, 만약 후발 추격자가 조명기구 제작·납품 기능들을 모두 수행하는 수직적 통합(vertical integration), 혹은 동물원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면 시장에서의 최종 승리는 이런 후발 추격자에게 돌아갈 수도 있다. 심지어 동물원 모델을 채택하고 있는 경쟁자가 설령 LED 전구 자체의 성능 측면에서는 다소 뒤떨어지더라도 가치사슬상의 다른 역할들 덕분에 제품을 소비자에게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다면 생태계 모델을 채택한 기업을 이길 수도 있다. 이러한 통합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생태계의 가치사슬 연결 고리의 수를 최소화하고, 각 단계에서 최소의 시간으로 자신의 역할을 완수할 수 있는 협력업체들을 확보하고 통합(integrate)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통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경우, 생태계 모델을 채택한 주도 기업은 통합 위험과 손실에 노출된다.

반면 동물원 모델을 채택하는 기업의 경우 통합위험이 작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어떤 제품이 소비자에게 판매돼 수익을 창출하기까지의 기간은 생태계 모델 안에서 제 역할을 완수할 수 있는 협력업체들을 확보하는 데 달려 있다. 생태계 모델의 심각한 문제는 제품의 개발, 생산, 판매로 이어지는 가치사슬상의 일련의 과정들이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위의 LED 전구 생산 기업의 예에서 LED 전구가 완성되기 이전에 A기업이 조명기구 업체에 LED 전구에 맞는 제품들을 개발하고 생산하기를 요청하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조명기구를 생산하는 업체의 입장에서는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 아직 알려진 바가 없는 미지의 제품(즉, LED 전구)을 위해서 생산라인에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동물원 모델을 채택한 기업은 이러한 측면에서 우위를 가지고 있다. 이른바 ‘동시 공학(concurrent engineering)’이다. A 기업이 LED 전구뿐만 아니라 LED 전구가 사용되는 조명기구까지 생산하는 동물원 모델을 채택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LED 전구를 개발하고 시제품을 테스트하는 동시에 그 전구를 사용하는 조명기구들을 개발하고 생산을 준비할 수 있다. 따라서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기까지의 시간을 줄일 수 있고, 경쟁 업체들과의 시장 선점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생태계 모델을 염두에 둔 주도기업은 유능한 협력업체들을 발견했다 하더라도 이들을 생태계 모델에 참여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각각의 협력업체들은 특정 생태계 모델에 참여할 때 얻는 이익이 비용보다 많을 때 그 생태계에 참여할 것이다. 그리고 그 비용을 산정하는 데 있어서 협력업체들마다 각각 다양한 문제와 이슈에 직면하게 된다. 앞에서 예로 든 LED 조명 생태계에 참여하는 조명기구 제조업체가 직면하는 비용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LED 전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조명기구의 기술적 표준이나 전구 소켓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그 디자인대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생산설비를 바꾸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비용은 비교적 명확하게 산정하고 예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다른 비용들도 존재한다. 예를 들면 생산설비 내의 인력을 재배치하거나 새로운 직원을 추가로 고용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때 기존 인력의 축적된 노하우나 기술을 새로운 환경에 맞게 재적응시키는 비용이 발생할 것이고, 새로운 직원을 교육하고 훈련시키는 비용도 발생한다. 이러한 간접 비용들도 모두 고려해야 협력업체들이 직면하는 비용을 정확하게 산정할 수 있다. 따라서 특정 제품 생태계에 참여할 경우에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이 모든 비용의 합을 초과할 수 있도록 이윤의 배분을 고려해야 한다.

반면 동물원 모델을 채택하는 기업은 이러한 이익-비용의 문제에서 자유롭다. 생태계 모델에서는 독자적인 협력업체에 의해 수행되는 공정이나 단계가 동물원 모델에서는 기업의 하부 부서에 의해 수행된다. 따라서 기업 전체의 수준에서 이익이 비용을 초과하기만 한다면 각 역할을 수행하는 하부 부서의 비용이 그 부서가 얻는 이익을 초과하더라도 조직의 명령체계를 통해 이런 문제를 쉽게 극복할 수 있다. 따라서 동물원 모델을 채택하는 기업일수록 보다 신속한 의사결정과 실행이 가능하게 된다.

15,000개의 아티클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

가입하면, 한 달 무료!

걱정마세요. 언제든 해지 가능합니다.

인기기사

질문, 답변, 연관 아티클 확인까지 한번에! 경제·경영 관련 질문은 AskBiz에게 물어보세요. 오늘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Cl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