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8주년 DBR의 여정은 깊이 있는 경영 지식, 번뜩이는 통찰을 기꺼이 나눠준 필자 여러분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필자 여러분의 소중한 아티클이 DBR을 국내 최고의 경영 매거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했습니다. DBR과 필자 여러분이 함께 채운 방대한 ‘경영 지식의 보고’ 안에서도 유난히 좋은 피드백을 받은 지난해 최고의 아티클 4편을 선정했습니다. 2025년 온라인 누적 조회수, 기업 교육 활용도, 독자 피드백 등을 종합적으로 집계한 결과입니다. 경영 현장을 덮친 환율 위기와 대응 전략, 실리콘밸리를 넘어 국내로 번진 인재 전쟁, 스타트업 해외 진출 전략의 오해와 진실, 기술 발전이 촉발할 경영 현장의 변화를 통찰한 CES 리포트 등의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베스트 아티클 2025(The Best and Most Influential Article of 2025)’로 선정된 필자분들의 소감을 전해드립니다(가나다순).
이 외에도 지난 18년간 DBR과 함께 지식 생태계 조성에 힘써주신 비즈니스 리더, 경영학자 등 한국 경영계를 대표하는 모든 필진분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 “환율은 ‘변수’가 아닌 ‘전략’임을 독자와 함께 확인” 이번 원고가 DBR 18주년 창간기념호 ‘베스트 아티클’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무엇보다 먼저 독자 여러분과 DBR 편집진께 깊이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었다. 빠르게 움직이는 현장에서 실무자와 경영진이 실제로 씨름하는 질문을 담아보자는 마음으로 썼던 글인데 이렇게 많은 분이 공감해 주다니 큰 격려가 됐다.
원고를 준비하며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하나였다. ‘마러라고 합의’와 같은 통화 질서 재편 논의가 실제로 성사될지를 단정하기보다 그 가능성 자체가 기업 의사결정에 가하는 압력과 파급을 냉정하게 바라보자는 것이었다. 통화·무역·안보가 서로 얽히는 지금 이 시대에 환율은 단순한 재무 지표가 아니다. 공급망과 투자, 가격 정책까지 동시에 흔드는 핵심 전략 변수다. 그래서 기업에는 ‘예측’보다 ‘대비’가 더 중요해졌다고 느꼈다.
최근 달러화의 급등락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더욱 날카롭게 만들고 있다. 미국의 금리 정책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맞물리면서 기존의 환율 예측 모형들이 무력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위적 개입 가능성이 계속 거론된다는 사실 자체가 외환 시장이 자율적 균형 메커니즘만으로는 지탱하기 어려울 만큼 불안정하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경영진에게 필요한 것은 적중률 낮은 예측이 아니라 어떤 시나리오가 펼쳐지더라도 생존과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견고한 환 전략이다.
이 불확실성은 궁극적으로 ‘달러 패권’의 미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달러 중심의 일극 체제가 흔들리고 다극화된 통화 질서로 재편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시점에서 우리가 당연시해온 글로벌 거래 규칙마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진은 환율 등락을 방어하는 차원을 넘어 통화 질서의 구조적 전환까지 시나리오에 포함해야 한다. 달러 패권의 향방이 불투명해질수록 특정 통화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고 결제 및 조달 옵션을 다변화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전략적 대응이 될 것이다.
여기에 더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부상은 또 다른 차원의 도전을 예고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국경을 넘는 자본 이동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고 기존 금융망을 우회하는 새로운 결제 레일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기업들에 전통적인 외환 관리 시스템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유동성 관리와 규제 대응 역량을 요구한다. 디지털 금융 인프라에 대한 이해 없이는 다가올 화폐 전쟁에서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
이러한 복합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금융적 헤지(파생상품 등)와 운영적 헤지(생산 거점·조달처 다변화)에 더해 급변하는 디지털 통화 생태계에 적응하기 위한 ‘기술적 헤지’, 즉 결제망과 수탁 인프라 확보까지 필수적이라는 점을 전달하고 싶었다. 단기 변동성에는 재무 기법이 유효하지만 구조적 변화의 국면에서는 사업 구조 자체가 버텨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글은 거창한 전망보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기업이 ‘무엇을 점검하고, 어떤 선택지를 준비해 둘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 실무적 체크리스트를 제안하려는 시도였다. 환율은 ‘변수’가 아니라 ‘전략’이라는 점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보람 있는 작업이었다고 생각한다.
부족한 글을 좋은 기획 안에서 다듬어 주시고 더 많은 독자에게 닿을 수 있도록 편집해 주신 DBR 편집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읽고 의견을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의 관심이 이 글의 완결성을 높였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DBR이 변화의 한복판에서 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깊이 있는 지식과 실행 가능한 인사이트를 전하는 플랫폼으로 더욱 성장하길 응원하며 필자 역시 그 여정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 달러 가치 낮출 ‘마러라고 합의’ 대비해 파생상품 통한 환헤지-생산거점 다변화를 [아티클 보러 가기]
권기범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글로벌 인재전쟁 격화… 한국 기업에 맞는 해법 고민”
나는 DBR의 애독자였다. 사회 초년생 시절, DBR은 기업 경영의 실제를 이해하고 이를 실무에서의 인재경영 활동으로 옮기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플레이북이었다. 미국 유학을 위해 비행기를 타던 날, 터질 듯 꽉 찬 이민 가방 틈새에 DBR 한 권을 기어이 챙겨 넣었다. 막연히 언젠가 공부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를 거쳐 텍사스에 이르는 지난 12년의 여정 동안 함께해 온 DBR 129호(2013년 5월 2호)는 인재경영 분야에 첫발을 내디뎠던 풋내기 시절을 상기시키며 늘 책장 한편에 꽂혀 있었다.
이런 인연 때문인지 지난 2024년 여름, 인재경영 관련 DBR 스페셜 리포트에 필자로 초대받았을 때의 기분은 마치 ‘성덕(성공한 덕후)’이 된 듯했다. 그 설렘 속에서 시작한 인연은 지금까지 총 여섯 편의 기고로 이어졌다. ‘스킬 기반 HR’을 시작으로 엔비디아·TSMC·브로드컴·AMD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인재경영 전략, 2026년 비즈니스 트렌드 인사이트 특집의 ‘하이퍼 인텔리전트 퍼포머’에 이르기까지, 최신 인재경영 이슈와 관련 학술 이론을 미국 빅테크 기업 사례를 통해 가시화하고 이를 한국 기업이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시사점으로 도출하는 작업에 집중해 왔다.
사실 학계에 몸담게 된 이후 늘 느껴온 아쉬움이 하나 있었다. 학계에서 생산되는 지식들이 그 지난한 게재 과정 탓에 정작 가장 필요한 현장에 도달해야 할 시점에는 힘을 잃고 연구실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었다. 연구와 현장의 간극을 줄이는 일은 기업 경영과 관련한 모든 학문 분야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되지만 현실에서는 개별 연구자의 부수적 활동 정도로 여겨지는 풍토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챗GPT의 등장 이후 미국 실리콘밸리 한복판에서 목격한 인재 전쟁의 실상은 이런 문제의식을 더욱 분명하게 만들었다. 첨단산업의 글로벌 밸류 체인에서는 기술 패권을 둘러싼 인재 확보 경쟁이 훨씬 더 빠르고 냉혹하게 전개되고 있었고 이를 하루라도 빨리 우리 기업에 알려야 한다는 절박함이 컸다. 특히 인재경영을 둘러싼 변화는 단편적인 분석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다층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었기에 긴 호흡의 분석과 깊이 있는 논의가 가능한 DBR 지면은 저자로서 더없이 소중한 공간이었다.
이러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인재경영을 주제로 한 대중적인 글쓰기는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조직 내 인재경영 활동은 대개 눈에 잘 띄지 않고 손에 잡히는 성과나 수치로 명확히 설명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만큼 실제 인재경영 사례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과 갈증은 클 테지만 기업들은 이를 외부에 공개하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인재 영입 경쟁이 점점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기업의 인재경영 역량과 평판은 우수 인재들의 경력 선택에 주요 판단 기준이 됐고 이에 따라 기업들의 인재경영에 대한 정보 공개 방식과 수준도 눈에 띄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많은 글로벌 기업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통해 인재경영 관련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기 시작했고 링크트인(LinkedIn)이나 글래스도어(Glassdoor.com), 레벨스(levels.fyi)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구성원 관점의 생생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됐다. 여기에 더해 빅테크 기업 CEO들이 다양한 공식 석상에서 각자의 인재경영 비전을 직접 설파하는 장면들이 늘어나면서 한 기업의 인재경영이 어떤 철학과 의도 아래 추진되고 있는지도 선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런 다양한 자료에 현지 기업 재직자들과 학생들의 목소리를 더해 한국 독자들이 글로벌 인재전쟁의 양상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고자 했다.
20여 년 넘게 이 분야를 천착해왔지만 인재경영이 이토록 기업 경영 담론의 중심에 선 것은 불과 최근 몇 년 사이의 일이다. AI가 촉발한 기술 혁신은 뛰어난 소수 인재의 중요성을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부각시켰고 이제는 어떤 기업도 이를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런 거대한 전환의 시기에 인재경영을 연구하고 그 흐름을 소개할 수 있었던 것은 연구자로서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었으며 이 행운을 의미 있는 기록으로 남길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분들이 바로 DBR 편집진이었다.
DBR 편집진의 전문성과 집요함은 가히 압도적이다. 내가 경험한 DBR은 현장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매체다. 때론 전공자인 필자보다 한발 앞서 시의성 있는 주제를 제안해주기에 아무리 바쁜 일정이 있어도 기고 요청을 쉽게 거절할 수 없었다. 필자 원고의 강약점을 정확히 짚어내는 날카로운 ‘빨간펜’ 수정 제안은 결과물의 완성도를 한 단계 끌어올렸고 이를 언제나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여 왔다. 지면에는 내가 ‘저자’로, 기자들은 ‘정리’ 담당으로만 표기되지만 이 치열한 협업 과정을 거쳤기에 언제나 엄연한 ‘공동 저자’라는 생각을 깊숙이 품어왔다. 이번 기회를 빌려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DBR을 통해 한국 독자들과 소통하며 연계된 강의와 기고 요청을 받는 기회도 점차 늘어났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는 묘한 부채감도 함께 쌓여갔다. 떠난 인재를 다시 데려오기 위해 한국 기업의 인재경영을 혁신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정작 본인은 미국에 머물러 있다는 현실이 스스로에게는 모순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과 결심이 쌓여 올해 3월부터 고려대 교육학과로 자리를 옮겨 영구 귀국하게 됐다. 태평양 너머 관찰자의 훈수보다는 한국 기업의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며 우리 실정에 맞는 인재경영의 해법을 고민하고자 한다.
미국행 짐 보따리에 챙겨갔던 DBR 한 권이 오랜 시간을 돌고 돌아 다시 나를 한국으로 이끌어 준 인연처럼 느껴진다. 감사한 마음을 담아 앞으로도 강단과 현장을 잇는 더 의미 있는 글과 연구로 DBR 독자들과 함께하려 한다.
▶ 하이퍼 인텔리전트 퍼포머(Hyper-Intelligent Performer) [아티클 보러 가기]
김희천 캘거리대 경영대학 교수
“K-스타트업, 세계 시장서 성장 공식 써 나가길 응원”
2026년 2월 2일 한국 벤처기업(K-스타트업)의 글로벌화 관련 오해와 진실을 다룬 원고가 DBR ‘베스트 아티클 2025’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를 계기로 이 원고가 게재된 이후부터 최근까지 기사 내용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특히 주목할 만한 몇 가지 사건을 되짚어 봤다. 그중 하나는 지난해 9월 4일, 중소벤처기업부가 한국을 ‘글로벌 4대 벤처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는 정책 목표를 공식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어 올해 2월 8일에는 그 지원 방안의 일환으로 중소·벤처기업의 글로벌 진출과 성장을 지원하는 신규 창업 인프라 ‘K-스타트허브(StartHub)’ 개관 계획도 발표했다. 이는 정부가 K-스타트업의 글로벌 성장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기초체력이 대기업에 비해 약한 K-스타트업이 해외 시장에서 초기 단계에서 겪기 쉬운 시행착오와 실패의 가능성을 낮추는데 이런 지원이 실질적인 힘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창업 초기부터 해외 시장을 주무대로 삼는 ‘본글로벌(Born Global)’ 스타트업에 이런 인프라는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깝다.
DBR 409호(2025년 1월 2호)에 실린 이 원고를 집필하며 필자는 한 가지 분명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해외 진출을 둘러싼 기존의 사고방식이 과연 여전히 유효한지 묻고 싶었다. 나아가 이를 통해 오늘날 K-스타트업의 밸류업(Value Up) 전략과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 기업 탄생 과정에서 해외 진출이 갖는 역할을 재조명하고자 했다. 레드오션이 된 내수 시장에 안주한 채 조기에 성장 정체에 직면하기보다는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 잠재력을 먼저 검증하고 이를 토대로 상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경로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K-뷰티 스타트업을 대표하는 사례로 ‘미미박스’가 있다. 2012년 2월 설립된 미미박스는 창업 초기부터 구독자들에게 매달 엄선한 스킨케어·메이크업·헤어 제품 등 다양한 정품과 샘플로 구성된 뷰티 박스를 제공하며 차별화된 모델을 선보였다. 창업 2년이 채 되지 않은 2013년 7월에 정부 기관이 공동 주최한 ‘나는 글로벌 벤처다’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고 이를 계기로 같은 해 9월 일찌감치 미국 실리콘밸리로 진출해 미국 지사를 설립했다. 이후 마스크팩을 중심으로 K-뷰티의 전통적 강점인 스킨케어 분야에서 성과를 거둔 데 이어 2018년 9월에는 프랑스 화장품 유통기업 세포라(Sephora)와 협업해 색조화장품으로 제품군을 확장했다. 이런 글로벌 확장 과정에서 미미박스는 글로벌 벤처투자사들로부터 총 2억2700만 달러(약 3100억 원)를 유치했으며 미국을 넘어 대만·홍콩·중국 등 주요 아시아 시장으로도 사업 영역을 넓혔다.
또한 지금은 해체된 대우그룹의 창업주, 고(故) 김우중 회장은 1989년 저서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에서 ‘세계경영’을 설파한 바 있다. 그로부터 어느덧 36년의 시간이 흘렀다. 당시 그 메시지의 주인공이 대기업이었다면 이제 그 바통은 K-스타트업으로 넘어왔다. 세상은 여전히 넓고 할 일은 여전히 많다. 해외 시장은 더 이상 국내 시장의 한계를 보완하는 선택지가 아니라 그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출발점이자 지속가능한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엔진이 되고 있다. K-스타트업이 세계 시장에서 길을 묻고, 세계를 무대로 자신만의 성장 공식을 직접 써 내려가기를 기대한다. 그 여정에서 필자의 원고가 작은 참고서이자 나침반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 해외 정보 부족 아닌 과다가 문제 한국식 ‘빨리빨리’는 독이 될 수도 [아티클 보러 가기]
차경진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DBR, 단순 매체 넘어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플랫폼”
필자가 지난해 CES를 관람하고 집필했던 글이 DBR이 선정한 ‘2025 베스트 아티클’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던 시점이 공교롭게도 막 ‘CES 2026’ 현장을 다녀와 기고문을 탈고한 직후였다.
매년 CES를 다녀오며 느끼는 것은 AI의 시대가 다가올 미래가 아니라 이미 시작된 현재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글을 다 쓰고 나면 늘 마음이 복잡해진다. 현장에서 본 변화의 속도와 밀도, 그걸 독자에게 제대로 전달했는지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그런 시점에 “지난해 가장 많이, 울림 있게 읽힌 DBR 베스트 아티클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무엇보다 안도했고 동시에 기뻤다. 내가 며칠간 열심히 뛰어다니며 보고, 인터뷰하고, 공부하며 붙잡았던 핵심들이 독자에게 어느 정도 전달되고 있다는 인정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CES 관련 기고를 할 때 단지 출품된 제품을 나열하거나 기술의 진보를 설명하는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기술은 매년 더 빠르고 더 똑똑해진다. 하지만 독자가 정말 궁금해하는 것은 ‘무엇이 더 좋아졌는가’가 아니라 ‘그 좋아짐이 우리의 삶과 산업현장을 어떻게 바꾸는가’라고 생각한다. AI가 실제 생활 속으로 어떻게 스며드는지, 고객의 시간과 선택과 관계를 어떻게 재배치하는지, 기업이 그 변화 앞에서 고객경험을 어떤 방식으로 다시 설계해야 하는지, 그 질문에 답하는 글을 쓰고 싶었다.
DBR은 단순히 원고를 싣는 매체가 아니라 생각이 만나 서로를 업데이트하는 플랫폼에 가깝다고 느낀다. 나는 DBR 지면을 통해서만 DBR을 만난 것이 아니다. 동아비즈니스포럼에서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DBR이 주최한 ‘CES 인사이트 투어’ 참관단의 어드바이저로 참여하며 함께 현장을 보고, 돌아와서 디브리핑을 하며 다시 생각을 정리하는 모든 과정 속에서 DBR을 ‘경험’해 왔다. 그 경험을 통해 내가 얻어가는 것이 더 많았다. 현장에서 내가 본 장면이 다른 산업의 질문과 만나 더 커지고, 내 해석이 다른 분들의 반론과 보완을 통해 더 정교해졌다. 한 편의 글이 완성되는 과정이 결국 ‘혼자 쓰는 작업’이 아니라 ‘함께 업데이트되는 과정’이라는 점을 DBR과의 인연 속에서 실감해 왔다. 그래서 이번 수상은 개인의 성과라기보다 그 업데이트 과정에 함께해 주신 독자와 DBR 커뮤니티가 만들어준 결과라고 생각한다. 글을 읽고 현장에서 적용해 보셨다는 피드백, 강연과 과정에서 나온 질문, CES 현장에서 함께 걸으며 나눈 대화들이 다시 다음 글을 쓰게 만드는 힘이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이 독자에게 닿을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 주신 DBR 편집진께 깊이 감사드린다. 한 편의 글이 더 많은 독자에게 더 정확하게 전달되도록 다듬는 편집의 과정이 더 책임감 있는 글을 완성한다는 것을 DBR과 함께하며 늘 배우고 있다.
CES 현장은 내년에도 계속 바뀔 것이고, AI는 더 빠르고 깊숙이 삶으로 들어올 것이다. 그 변화가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는 단순한 기술 트렌드로 소비되지 않길 바란다. 급변하는 AI 시대, 미래에 대비하고자 하는 기업에 꼭 필요한 인사이트로 이어질 수 있도록 현장에서 관찰하고, 질문하고, 인터뷰하고, 공부하고 이것을 다시 기업과 공유하는 일을 계속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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