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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경영 마스터클래스

CEO 개인보다 ‘CXO 팀’에서 답을 찾다

신지현,최호진 | 421호 (2025년 7월 Issue 2)
관리자가 ‘온도계’면 리더는 ‘온도조절기’
‘CXO 톱 팀’의 팀워크 조율해야 최고 성과
Article at a Glance

위기가 상시화되고 의사결정의 복잡성이 커지면서 명확한 역할 정의와 신뢰 기반의 의사결정 구조를 갖춘 톱 팀(Top Team)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견고한 톱 팀을 구축하기 위해서 CEO는 사소한 사안에 지나치게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기보다 조직의 변화를 가져올 중요한 항목만 의제에 올리고 나머지는 과감히 위임해야 한다. 또한 톱 팀은 각 부서 대표가 아닌 회사 전체를 위한 ‘퍼스트 팀(First Team)’이라는 마인드셋을 확립해야 한다. 퍼실리테이터를 동반한 오프사이트, 팀별 코칭, 성찰 훈련 등 팀 빌딩을 위한 시간을 마련해 함께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개선할지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CEO 개인의 카리스마가 아닌 집합적 리더십이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다.


필자주 | 이 아티클은 책 『Journey of Leadership』과 『세계 최고의 CEO는 어떻게 일하는가』를 참고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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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동안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이끈 중심축은 결단력을 갖춘 소위 카리스마형 리더였다. 그 정점에 있는 CEO는 늘 최종 결정권자이자 조직을 대표하는 얼굴로서 막중한 책임을 져왔다. 그런데 오늘날의 경영 환경에서 리더 혼자서 모든 것을 판단하고 이끌 수 없다. 기업은 단일 해법이 존재하지 않는 문제, 즉 적응형 과제(adaptive challenge)에 직면해 있다. 기술, 시장, 인재, 지속가능성 등 다양한 영역이 얽힌 문제를 해결하려면 하나의 정답보다 다양한 관점과 기능을 조율하는 집합적 리더십이 필수적이다. 이에 발맞춰 CEO리더십도 진화해야 한다. 맥킨지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최고경영진이 공동의 비전을 가지고 협력하면 기업이 평균 이상의 재무 실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두 배 이상 커진다. 오늘날 CEO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개인의 역량을 넘어서 최고경영진, 일명 톱 팀(Top Team)을 구축하고 조율하는 능력이다.

톱 팀을 구축하는 CEO의 능력은 위기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메리 바라 GM CEO가 취임한 직후인 2014년 1월 GM이 수년간 결함이 있는 점화 스위치를 생산, 판매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대규모 리콜로 이어진 이 사태가 터졌을 때 바라 CEO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다양한 부문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지휘본부를 가동한 것이었다. 경영진 중에는 보도자료만 내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바라 CEO는 위기의 원인을 신속하고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하루에도 몇 번씩 모여서 빠르게 의사결정하는 팀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지휘본부는 매우 높은 수준의 자금 지원을 받으면서 소규모로 민첩하게 운영됐으며 며칠이 아닌 몇 시간 안에 결정을 내리고 구현할 수 있는 의사결정 권한을 가졌다. GM은 지휘본부를 바탕으로 법률, 기술, 운영, 재무 등과 관련된 일차적인 리스크를 해결하고 고객과 다른 주요 이해관계자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 이는 위기 상황에서 조직을 회복시키는 것은 CEO 개인이 아닌 견고한 톱 팀이라는 점을 보여준 대표 사례다.

맥킨지의 리더십 프로그램 ‘바우어 포럼’1 에 참여한 글로벌 기업 CEO들의 일화를 담은 저서 『Journey of Leadership』2 에서 저자들은 기업을 판단할 때 ‘CEO가 누구인가’보다는 ‘CEO와 함께 일하는 팀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맥킨지의 2023년 글로벌 CEO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2%가 ‘견고한 C-레벨 리더십 팀의 구축이 향후 3년간 가장 중요한 경쟁력 요소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AI 및 ESG 대응에서 ‘톱 팀 간의 신뢰와 협업 수준’이 성과 차이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바우어 포럼에 참여한 한 글로벌 제조 기업 CEO는 생성형 AI 도입과 관련된 경험을 공유하며 “AI 기술의 도입 여부는 기술 부서만의 사안이 아니었다. 우리가 다룬 것은 고객 신뢰, 직원 불안, 브랜드 윤리, 비용 효율화 등 모든 것을 아우르는 전략적 판단이었다. 그래서 CFO, CHRO, CMO 모두가 초기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야 했다”고 말했다.


CXO의 등장과 톱 팀의 시대

많은 기업이 전략은 훌륭하지만 실행 과정에서 좌절한다. 계획은 완벽한데 현장에서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개별 리더의 역량이 아니라 팀의 작동 방식이다. 다시 말해 결정권자 한 명의 뛰어난 통찰보다 협업하는 팀이 얼마나 건강하게 기능하는지가 성과를 좌우한다. 맥킨지가 전 세계 5000개 이상의 팀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건강한 팀(healthy teams)’은 그렇지 않은 팀보다 효율성(effectiveness)이 2.3배, 실행 속도는 2.5배, 혁신력은 2.1배 더 높다. 건강한 팀이란 명확한 목표와 역할, 신뢰 기반의 소통, 심리적 안정감, 피드백과 학습이 일상화된 상태를 말한다. 즉 팀이 건강할수록 전략 실행력, 협업의 민첩성, 지속적인 개선이 가능한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다. 기업이 위기 속에서 생존하고 재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보고서나 지시가 아니다. 현장의 팀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이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이들이 바로 CXO3 다.

오늘날 기업 경영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CEO라는 용어는 1910년대에 탄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C-레벨이라는 용어를 비롯해 CTO, CFO, COO, CHRO 등 다양한 C레벨 직급이 하나씩 등장한 건 20세기 후반부터였다. 기업 경영의 복잡성이 증가하고 기술 발전의 속도도 빨라지면서 C레벨의 역할이 분화됐다. 맥킨지의 조직 전문가들은 CEO와 CXO로 구성된 오늘날의 확장형 리더십을 ‘톱 팀’이라고 정의한다. 단순히 직책 기준의 분류가 아니다. 톱 팀은 CEO를 중심으로 CFO, CHRO, CTO, CMO, CSO 등 주요 CXO들이 전략·조직·문화·실행을 통합적으로 이끌어가는 공동 리더십 유닛(co-leadership unit)을 일컫는다. 특히 CEO-CHRO-CFO으로 구성된 삼각 축이 중요하다.

이 같은 구조가 중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위기 속에서는 복잡한 의사결정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단일 시야로는 판단의 왜곡이나 실행의 실패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실제로 맥킨지의 조직 진단 데이터(McKinsey Global Org Survey 2023)에 따르면 C-레벨 간 협업이 ‘매우 효과적’이라 답한 조직의 82%가 3년 내 주요 전략 목표를 달성한 반면 협업 수준이 낮은 조직에서는 그 비율이 30%에 불과해 큰 격차를 보였다.

또한 톱 팀의 견고한 합의(Alignment) 수준은 조직 성과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맥킨지가 측정하는 조직 건강 지표(Organizational Health Index, OHI)4 에 따르면 상위 25%에 해당하는 기업은 하위 그룹 대비 총주주수익률(TSR)이 3배 이상 높았다. 또한 이들 대부분은 명확한 역할 정의와 신뢰 기반 의사결정 구조를 갖춘 톱 팀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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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교체에도 흔들리지 않으려면

기업의 리더십이 가장 크게 흔들리는 순간은 CEO가 교체될 때다. 통상 위기 상황이 장기화되거나 외부 환경 변화가 급격할수록 CEO 교체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조직 내의 불확실성은 더욱 고조되기 마련이다. CEO 승계의 성공 여부는 후임자의 역량뿐 아니라 그를 둘러싼 톱 팀이 얼마나 잘 준비돼 있느냐에 달려 있다. 실제로 바우어 포럼에 참여한 다수의 글로벌 리더도 “CEO 교체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진짜 문제는 리더십 시스템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체가 이뤄질 때 발생하는 공백과 혼란이다.

CXO 간의 합의와 명확한 책임 구조가 사전에 확립된 조직은 설령 CEO가 갑자기 교체되더라도 전략의 일관성이 유지되고 내부 혼란이 최소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견고히 합의된 톱 팀을 갖춘 기업은 CEO 교체 이후 2년간 전략 변경률이 20% 미만이었던 반면 CXO 간 역할 및 리더십 합의가 미흡한 기업은 평균 55% 이상 전략 방향이 흔들렸다.

이런 경향은 외부 후임자가 내부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채 기업에 합류해서 단독으로 방향을 전환할 때 더욱 두드러진다. 반면 승계가 내부에서 이뤄지더라도 톱 팀이 실질적으로 기능하지 않으면 조직 내 신뢰와 실행력이 저하되는 모습을 보였다.

맥킨지의 고객사였던 북미의 한 유통기업 사례를 살펴보자. 이 기업은 창립자 CEO가 은퇴를 앞두고 있었고 후임자 선정을 위해 외부 인재와 내부 COO를 두고 갈등을 겪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맥킨지는 리더십 팀 진단을 실시하고 6개월간의 전환 시뮬레이션을 운영했다. 그 결과 내부 COO가 CEO로 승진하면서 톱 팀 간 전략·문화·리더십 가치에 대한 합의를 통해 순조로운 승계가 이뤄졌다. 1년 후 조사에서는 조직 내 리더십 신뢰도 지수가 기존 대비 18%포인트 상승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CEO 승계의 핵심은 특정 개인이 아니라 리더십 시스템 전체가 변화에 대한 준비가 돼 있는지에 달려 있다.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톱 팀을 보유한 조직은 리더십 교체를 위기가 아닌 변화의 모멘텀이자 안정적 진화의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


견고한 톱 팀을 구축하는 법

그렇다면 견고한 톱 팀은 어떻게 구축할 수 있을까?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고위직 임원의 절반 이상은 회사의 최고경영진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종종 톱 팀이 독단적인 리더들로 구성돼 서로 다른 관점을 내세우고, 서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려고 겨루며, 희소한 자원을 놓고 싸우고, 최고 자리를 놓고 경쟁하기도 한다. 회의에서는 팀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정작 개인의 의지가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감시하며 배후에서 은밀히 공작을 벌이기도 한다.

탁월한 CEO들은 이런 어려움을 인식하고 있으며 리더들의 잠재력과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한다. 고민은 대개 ‘최고경영진과 얼마나 자주 만나야 할까?’ ‘의제로 무엇을 다뤄야 할까?’ 등의 질문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탁월한 CEO는 톱 팀이 ‘무엇’을 함께할지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할지를 더 많이 생각한다. 탁월한 CEO가 견고한 톱 팀을 구축하기 위해 실천하는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최고경영진만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라

영국의 해군 역사가 노스코트 C. 파킨슨은 저서 『진보의 추구(The Pursuit of Progress)』에서 팀이 사소한 일에 발목 잡히는 모습을 일화로 설명한다. 한 경영진이 세 가지 투자 결정을 내리기 위해 모였다. 먼저 그들은 1000만 파운드에 달하는 원자력발전소 투자에 대해 논의했고 이 결정은 2분30초 만에 승인됐다. 다음 안건은 약 350파운드의 비용이 드는 자전거 보관소를 어떤 색으로 칠할지에 관한 결정이었다. 45분간의 토론 끝에 결정이 내려졌다. 마지막으로 직원들이 사용할 약 21파운드짜리 커피머신에 대한 회의를 진행했다. 토론은 1시간15분 동안 이어졌고 결국 결정은 다음 회의로 보류됐다.

‘사소함의 법칙’으로 알려져 있는 이 일화는 팀이 사소한 이슈와 세부적인 문제에 과도한 관심을 쏟아붓는 경향을 보여준다. 맥킨지 연구 결과도 이런 현실의 역효과를 뒷받침한다. CEO에게 직접 보고를 올리는 직원 중 최고경영진이 회사의 이익에 집중하고 있다고 생각한 경우는 38%밖에 되지 않았다. 또한 CEO 중 35%만이 중요한 주제에 할당되는 시간이 적절하다고 느꼈다.

반면 탁월한 CEO가 운영하는 회사는 그렇지 않았다. 최고의 리더들은 변화를 가져올 중요 항목만 의제에 올린다. 서모 피셔 사이언티픽의 마크 캐스퍼 CEO는 자신의 경영철학에 대해 “우리의 성공 원인 중 하나는 함께 작업하는 것에 있어 ‘가차 없이 우선순위를 설정한다’는 점이다. 우선순위 목록에 없는 건 그냥 놔둬도 괜찮은 하찮은 일이다. 성공의 열쇠는 시간과 에너지를 정말 중요한 일에 쏟는 데 있다”고 말했다.

최고경영진의 우선순위 작업에 포함되는 내용은 일반적으로 사업 목표, 인수합병 등 기업 전략, 대규모 자원 배분, 모든 직원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 승인, 회사 재무 목표 이행, 주요 프로젝트의 방향 설정, 바람직한 회사 문화 강조(개인 및 집단 역할 모델 포함) 등이 있다. 최고경영진이 초점을 맞추지 말아야 할 의제는 개인 업무, 하위 그룹에서 더 잘 수행할 수 있는 업무 등이다. 예를 들어 분기별 비즈니스 성과 리뷰는 해당 리뷰를 하나의 통합 세션에서 진행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각 분야 리더(CEO, CFO, CHRO 등) 및 개별 사업부가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콜랩의 전임 CEO 더그 베이커는 CEO에게 필요한 역량을 이렇게 요약한다. “내 역할은 경영진이 중요한 일을 잘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회사를 살릴 결정과 망칠 결정을 구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나머지는 e메일로 해결한다.” 최고경영진은 모든 일에 관여하는 사람이 아니다. 조직 전체의 에너지 흐름을 결정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더더욱 ‘최고경영진만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나머지는 믿고 맡겨야 한다.

2. 최고경영진은 ‘퍼스트 팀’이다

톱 팀의 시간을 어떤 의제에 집중해 사용할지 정하고 나면 그 의제를 어떻게 다룰지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먼저 최고경영진이 회사 구성원의 ‘퍼스트 팀’이라는 마인드셋을 확립해야 한다. 탁월한 CEO들은 최고경영진 모두가 자신이 맡은 사업부나 업무보다 회사의 요구를 우선시할 것을 주문한다. 다시 말해 최고경영진의 마인드셋은 “나는 내 사업부나 업무를 대표한다. 그래서 경영진으로 참여한다”가 아니라 “나는 회사의 경영진이다. 그래서 이 사업부나 업무를 대표한다”여야 한다는 뜻이다. 베이커 전 CEO는 이콜랩에서 자신이 그 규범을 어떻게 설정했는지 이야기한다. “모든 경영진에게 한쪽 발은 회사 일에, 다른 발은 본인의 업무에 걸치고 있으라고 요구했다. 예를 들어 인사부장이라면 ‘(톱 팀에서) 내가 하는 일은 인사부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다. 인사부가 이콜랩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 내가 여기에 와 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들의 일은 회사를 돕는 것이지 회사가 인사부를 돕도록 모인 게 아니다. 우리 업무는 그런 식으로 이뤄진다.”

최고의 CEO들이 ‘퍼스트 팀’ 마인드셋에 집착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각 부문보다 기업 전체의 이익을 중시해 자원을 배분할 때 더 큰 이익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맥킨지가 100개국의 2000여 개 조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일관적인 관리 방식을 적용한 경우 평균 3.4배 더 높은 성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매우 높은 수준의 일관성이 적용됐을 때 성과 향상이 있었다. 최고경영진이 ‘퍼스트 팀’ 마인드셋으로 무장해야 하는 이유다.

웨스트팩은행의 전 CEO 게일 켈리는 ‘퍼스트 팀’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행동 헌장을 도입했다. 그는 “미팅 때마다 그 헌장을 자주 기준으로 삼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 행동을 되짚어 봤다”고 말했다. 행동 헌장에는 ‘누구라도 불만이 있으면 손을 들고 말하라’ ‘문제가 생기면 즉시 대면으로 대화를 나눈다’ ‘절대 뒤에서 누군가를 깎아내리지 않는다’ ‘회의에서 자신은 어떤 일에 동의하지 않았더라도 팀 전체가 동의했다면 어쨌든 지지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는 “이 원칙들이 사내 정치를 줄이고 팀에 책임감을 불어넣었다”고 회고했다.

결국 ‘퍼스트 팀’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조직 전체의 방향성과 실행력을 끌어올리는 리더십 구조이며 CEO가 만들어야 할 가장 강력한 문화적 기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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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고한 톱 팀 구축을 위한 네 가지 질문과 과제


맥킨지는 견고한 톱 팀이 갖춰야 할 조건을 네 가지 핵심 요소로 정리했다. 이 네 가지는 단순히 이론적이고 이상적인 특성이 아니라 실제로 고성과를 달성한 주요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작동 원리다.

1. 구성(Configuration)

톱 팀의 구성원이 적재적소에 배치돼 있고 역할과 책임이 명확한가? 견고한 톱 팀은 단지 유능한 사람들의 집합이 아니라 역할과 책임이 명확히 정리된 의사결정의 유기체다. 각자 본인의 역할을 정확히 이해하고 상호 간에 책임이 겹치지 않도록 톱 팀을 구성해야 한다.

2. 정렬(Alignment)

톱 팀의 구성원들이 공통된 목표와 방향성을 공유하는가? 공동의 목표가 없다면 조직은 쉽게 분열된다. 톱 팀 구성원들이 C-레벨 경영진으로서 각자 목표를 달성하는 동시에 회사 전체의 우선순위와 기대 성과에 대한 공감대를 지녀야 한다.

3. 실행(Execution)

톱 팀의 구성원들이 빠르게 실행하고 유연하게 움직이는가? 견고한 톱 팀은 명확한 의사결정 구조와 실행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중복된 승인 절차나 소극적인 책임 회피는 실행을 지연시킨다.

4. 재충전(Renewal)

톱 팀의 구성원들이 학습하며 성장하고 있는가? 위기 속에서 회복탄력성을 갖춘 조직의 리더는 정기적으로 스스로를 돌아보고 개선하는 루틴을 내재화하고 있다. 리더뿐 아니라 조직의 모든 구성원이 학습과 성장을 당연하게 여긴다. 맥킨지는 이를 ‘재충전 회로(renewal loop)’라 부른다.

위 4가지 핵심 요소를 가진 CXO들은 각자의 직무에 따라 구성원들이 자생할 수 있는 기업 조직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CEO의 주요 역할은 이들과 면밀하게 톱 팀을 이뤄 건강한 조직문화를 설계하는 것이다.


3. 팀 빌딩에 투자하라

탁월한 성과를 내는 CEO들은 공통점이 있다. 톱 팀만의 시간을 따로 확보해 어떻게 함께 일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한다는 점이다. 회의만 잘한다고 팀워크가 생기지 않는다. 최고의 팀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설계되고 훈련돼야 한다. 맥킨지가 10년간 5000여 명의 경영진을 인터뷰한 결과, 훌륭한 팀워크에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첫째는 방향 조정으로, 팀이 회사의 목표를 공유하고 자신들의 역할을 명확히 인식하는 상태다. 둘째는 신뢰와 질 높은 상호작용, 즉 갈등을 회피하지 않고 열린 소통을 시도하는 팀 문화다. 셋째는 회복탄력성, 다시 말해 위기를 학습과 도전의 기회로 바꾸는 태도다. 이 세 요소 중 하나라도 20% 개선되면 팀 생산성은 평균 두 배 증가한다는 분석도 있다.5

많은 톱 팀이 이 세 가지 요소를 강화하기 위해 최고경영진 코치 또는 퍼실리테이터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일례로 웨스트팩의 켈리 전 CEO는 이틀간 팀의 오프사이트 진행을 결정하고 퍼실리테이터를 데려왔다. 오프사이트에서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작은 책자를 만들어 각자 한 쪽씩 할애해 자신의 강점은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쓰게 했다. 그는 “‘우리의 비전은 무엇인가? 회사에 관한 비전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비전은 무엇인가? 개인으로서 자신을 움직이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적게 했고 이는 신뢰를 쌓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나아가 새로운 인물이 경영진에 합류할 때마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건네주며 조직이 지향하는 가치와 팀 문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했다.

실제 많은 톱 팀이 공정한 외부 퍼실리테이터, 팀 코칭, 성찰 훈련 등을 결합해 성과를 높이고 있다. 특히 탁월한 CEO는 중요한 의사결정 이후 반드시 팀과 함께 성찰의 시간을 가진다. 예를 들어 ‘팀 구성원들은 달성하고자 하는 일에 처음부터 공감했나?’ ‘도달한 결론에 대해 기대감이 드는가? 그렇지 않다면, 왜 그런가?’ ‘서로에게서 최고의 성과를 끌어냈다고 느끼는가?’와 같은 질문의 답을 찾는 일은 팀에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정답과 관계없이 팀의 깊은 신뢰와 유대감을 쌓게 해준다. 싱가포르 DBS 은행의 피유시 굽타 전 CEO는 “현금 보너스보다 오프사이트와 파티에 더 많은 돈을 쓴다”며 “사람들을 모을 때 얻을 수 있는 가치, 동료들과의 추억과 교감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보통 관리자를 온도계, 리더를 온도조절기에 비유한다. 관리자는 환경에 대응하고 관리하며, 측정하고, 결과를 보고한다. 반면 리더는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사람들의 믿음과 기대를 바꾼다. 리더는 그저 측정만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유발하고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톱 팀의 팀워크를 다지고 함께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해 CEO는 분명 온도조절기가 돼야 한다.


CEO 리더십,
개인에서 ‘팀’ 기반으로

“우리를 살린 건 계획이 아니라 서로 간의 신뢰였다.” 한 글로벌 소비재 기업 CEO가 팬데믹 위기 당시를 회고하면서 바우어 포럼에서 털어놓은 얘기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가장 결정적인 리스크 관리 자산은 개인의 전략이 아니라 톱 팀 간의 신뢰와 정렬된 협업이었다. 이 말은 한 명의 영웅보다 함께 움직이는 팀이 강한 조직을 만든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우리는 오랫동안 탁월한 CEO 한 사람에게 주목해왔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만들어내는 리더십의 핵심은 톱 팀이라는 공동체에 달려 있다. 복합적인 위기가 일상화되고 의사결정이 다층화된 오늘날, 리더십의 무게중심은 개인에서 팀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저 기업의 CEO가 누구인가?’가 아니라 ‘그 CEO는 어떤 톱 팀과 함께 일하는가? 그 팀은 얼마나 유기적으로 작동하는가?’가 돼야 한다. CXO는 단순한 기능 책임자들이 아니라 전략의 공동 설계자이자 실행을 이끄는 핵심 파트너가 돼야 한다.

톱 팀은 단순한 C레벨 명단이 아니다. 신뢰와 정렬, 실행의 원칙 아래 실제로 작동하는 리더십 시스템이며 CEO 못지않게 기업의 방향과 성패를 함께 책임지는 집합적 리더십의 실체다. “위대한 기업은 위대한 팀에서 시작된다. CEO의 성공은 더 이상 혼자 이뤄지지 않는다.” 이 문장은 단순한 통찰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에 조직이 리더십을 바라보는 기준이 달라져야 한다는 명백한 선언이다. 그리고 그 새로운 기준은 언제나 준비된 톱 팀에서 시작된다.

  • 신지현Jeehyun_Shin@mckinsey.com

    맥킨지 한국오피스 본부장

    신지현 본부장은 맥킨지 한국오피스에서 조CEO엑설런스 센터 및 조직 프랙티스(People &Organizational Performance Practice)를 리드하며 C-레벨 경영진 역량 개발, 리더십 코칭, CEO 포럼, 조직 혁신 등을 담당하고 있다. 고려대에서 학사 학위를, 하버드 MBA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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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호진hojin@donga.com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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