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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샐러드 프랜차이즈 1위 ‘샐러디’의 성장 전략

이규열 | 436호 (2026년 3월 Issue 1)
농장·공장 직접 세워 채소 공급망 안정화
샐러드를 ‘든든한 한 끼 식사’로 재정립
Article at a Glance

‘샐러디’는 2010년대 초반 미국에서 샐러드가 한 끼 식사로 소비되는 현상에 주목했다. 샐러디는 한국에서도 경제적 수준과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샐러드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 예상하며 한국에서 선도적으로 샐러드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고객이 메뉴를 직접 조합하는 미국식 주문 방식에서 벗어나 추천 조합을 중심으로 메뉴를 단순화하고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형식의 인테리어를 선보이며 국내 소비자들에게 샐러드가 메인 디시가 될 수 있음을 설득했다. 운영과 유통 시스템을 갖춘 이후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에 나섰는데 본사의 규모와 기능이 확대되며 고정비가 커지자 투자 유치에 성공해 스케일업을 이루고 ‘데스 밸리’를 극복했다. 팬데믹 이후 건강과 면역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급증하자 샐러디도 급속 성장을 맞이했다. 샐러디는 자체 농장과 공장을 설립해 안정적으로 원재료를 수급하고 이를 일관된 품질로 가공해 전국 매장에 납품하는 시스템을 형성했다. 이처럼 내실을 갖춘 이후 사모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아 대규모 자금을 수혈한 샐러디는 수제 버거 브랜드 ‘다운타우너’를 인수하고 미국, 대만 등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등 외연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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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을 주된 식단으로 삼는 베지테리언이나 비건이라는 말에 여전히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시계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한국 식문화의 뿌리에는 이미 채식의 전통이 깊게 자리하고 있다. 계절마다 돋아나는 각종 나물은 물론 해외에서는 독초로 여겨지는 식물들까지도 데치고 말리고 삭히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식재료로 활용해 왔다. 고기를 먹을 때조차 쌈채소가 빠지면 어딘가 허전하게 느껴질 만큼 한국인의 식탁에서 채소는 늘 우리 곁을 지켜온 일상적인 존재다. 그럼에도 채소가 식사의 ‘주인공’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고기 반찬의 자리를 넘어설 수는 있어도 든든한 식사 한 끼를 책임지는 ‘중심 음식’이 되기에는 어색하다.

샐러드 프랜차이즈 브랜드 ‘샐러디’는 이러한 편견을 넘어 샐러드를 식탁의 주연으로 내세운다. 샐러드를 본 메뉴에 앞서 가볍게 곁들이는 에피타이저가 아니라 충분히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될 수 있다고 제안하는 것이다. 랜치 콥 샐러디, 탄단지 샐러디처럼 이름만으로도 정체성이 분명한 메뉴는 물론 비빔 메밀면 누들볼처럼 얼핏 샐러드로 보이지 않는 메뉴에도 채소를 아낌없이 담았다.

특히 대표 메뉴인 우삼겹 메밀면 누들볼은 신선한 샐러드 채소 위에 메밀면과 우삼겹을 더해 영양의 균형은 물론 맛과 포만감까지 고려했다. 샐러드를 ‘가벼움’의 상징에서 ‘완결된 식사’로 재정의하려는 전략이 엿보인다.

샐러디의 제안처럼 정말로 채소는 든든한 한 끼 식사 메뉴가 될 수 있을까? 샐러디의 성과가 그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샐러디가 프랜차이즈 사업을 본격적으로 게시한 2016년 8억 원이던 매출액은 10년 후인 2025년에는 소비자 매출 기준 1000억 원을 돌파했다.

2013년 서울 선릉역 인근의 작은 골목에서 시작한 매장은 2020년 9월 100호점, 2021년 7월 200호점, 2022년 7월 300호점을 잇달아 돌파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2022년 이후 경기 둔화와 소비 위축으로 외식산업 매출지수가 3년 연속 하락하는 등 업황 부진이 구조화되는 상황에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샐러디는 성장의 보폭을 국내에만 두지 않았다. 2025년에는 수제 버거 브랜드 다운타우너를 인수하며 포트폴리오를 확장했고 같은 해 K푸드 열풍을 발판으로 미국, 대만, 필리핀 등 해외 시장 진출에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언뜻 보면 샐러디의 성공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경제적 수준과 삶의 질이 높아질수록 건강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특히 팬데믹 이후 면역력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채식을 찾는 소비자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샐러드 프랜차이즈는 생각보다 까다로운 사업 모델이다. 여름철 폭염과 장마, 가을철 태풍이 닥치면 채소 가격이 고기보다 비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원재료의 가격 변동성이 크다. 지역별로 생산되는 채소의 맛과 수급 물량에도 편차가 있어 균일한 품질을 지향하는 프랜차이즈 사업과는 구조적으로 충돌하는 측면도 있다.

이 때문에 샐러디는 단순히 신규 브랜드를 확장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농장과 공장에 투자하며 원물 생산부터 제조, 판매에 이르는 공급망을 내재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샐러디의 창업자 이건호 공동대표는 “샐러드 프랜차이즈가 세상을 단숨에 바꿀 혁신적인 아이템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며 “다만 시장의 선구자로서 마주하는 과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간다면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샐러디는 어떻게 고객들에게 샐러드를 ‘가벼운 선택’이 아닌 ‘든든한 한 끼’로 인식시켰을까. 해가 갈수록 더 크게 요동치는 원물 가격을 통제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세웠을까.


창업은 꼭 혁신을 외쳐야 할까?

샐러디는 각각 연세대 사회학과와 고려대 경영학과에 다니던 이건호, 안상호 공동대표가 의기투합해 창업한 기업이다. 어릴 적부터 창업을 꿈꾸던 두 사람은 연세대-고려대 연합 창업 동아리 ‘인사이더스’에서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은 동아리 활동을 함께하며 창업에 관한 가치관이 일치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두 사람이 그린 창업의 청사진은 통상적인 스타트업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었다. 스타트업이라 하면 흔히 세상을 뒤흔들 혁신적 아이디어를 앞세워 빠르게 성장하는 젊은 기업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들의 지향점은 속도보다 지속성이었다. 창업자가 물러난 뒤에도 살아남는, 오래 가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특히 이 대표는 사업가인 아버지를 보며 자랐다. 평생 일을 해야 한다면 남이 정해준 길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일을 주도적으로 해보고 싶었다. 안 대표 역시 IMF 외환위기 시기 직장인에서 사업가로 커리어를 전환한 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보며 기업가의 삶을 가까이에서 접했다. 그는 노력하면 노력한 만큼 그 보상이 자신에게 돌아오는 사업의 정직성을 매력적으로 느꼈다.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지향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한 두 사람은 공동 창업을 결심하고 아이템 물색에 나섰다. 정보기술(IT) 창업이 대세였던 만큼 지금의 ‘블라인드’와 같은 익명 게시판 서비스도 구상했다. 그러나 샐러드를 사업 아이템으로 선택한 데는 미국 여행 경험이 결정적이었다. 이 대표는 대학교 2학년 때 미국을 여행하며 ‘샐러드 전문점이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 국내 외식산업이 통상 3~5년의 시차를 두고 미국 트렌드를 따라간다는 경험에 비춰볼 때 머지않아 한국에서도 샐러드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전에 선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본 것이다.

또한 삶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건강에 대한 관심과 관련 소비가 확대되는 현상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구조적 흐름, 즉 메가트렌드에 가깝다고 봤다. 패스트푸드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샐러드가 단순한 사이드 메뉴를 넘어 햄버거와 피자의 대안이자 한 끼 식사로 자리 잡은 사실이 이를 뒷받침했다. 샐러드 전문점을 하나의 매장에 그치지 않고 빠르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패스트푸드형 프랜차이즈로 확장할 수 있다면 충분한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한다면 두 사람이 지향한 ‘건강하면서도 오래 가는 비즈니스’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샐러드 파는 프랜차이즈’ 정체성 세워

2013년 10월 당시 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이던 두 대표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샐러디 1호점인 선릉점을 열었다. 젊은 여성을 주요 소비자로 상정해 강남과 이대역 일대에서 샐러드 구매 의사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고,그 결과 직장인들의 수요가 더 높다는 사실을 확인해 선릉역 인근에 첫 둥지를 튼 것이었다. 구매력이 큰 대기업과 해외 트렌드에 밝은 스타트업 직원들이 배후 수요로 공존하는 상권인 만큼 샐러드에 대한 고객들의 수용도 역시 높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당시 정부, 지자체, 대학 등에서의 각종 지원이 몰렸던 IT 창업과 달리 프랜차이즈 창업에 대한 지원은 전무한 수준이었다. 외식업에서는 창업 청년 대출도 불가능한 때였다. 결국 두 대표는 대출을 받는 등 개인적으로 사업자금을 마련할 수밖에 없었다.

브랜드 이름인 샐러디(Salady)는 ‘샐러드(Salad)’에 ‘와이(y)’를 붙여 만든 일종의 형용사로 ‘샐러드와 같은 건강한 음식을 제공하고 건강하게 사업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단어다. 동시에 샐러드 전문점이라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드러냈다. 이 대표는 요리 학원에 등록해 요리의 기초를 배우면서 레서피를 구상했다. 이러한 연구 과정에서 탄생한 ‘크리미 칠리’는 현재도 샐러디의 대표 드레싱으로 통한다.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 매콤달콤한 스리라차에 고소한 마요네즈를 배합한 것이 특징이다. 안 대표는 세계 최고의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꼽히는 맥도날드에서 일하며 매장 운영과 프랜차이즈 관리 시스템을 익혔고 그 노하우를 샐러디에 맞게 재구성했다.

입지 조사와 브랜딩, 운영까지 직접 발로 뛰고 몸으로 부딪히며 만반의 준비를 거쳐 매장 문을 열었지만 영업을 계속할수록 샐러드로 성공하겠다는 꿈은 그들의 손에서 멀어졌다. 매장 오픈 전에는 일 매출이 적어도 150만 원은 나오리라 예상했지만 아침 6시에 출근해 자정이 될 때까지 일해도 6만 원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5000원 남짓의 샐러드를 하루 10~20개 정도 파는 수준이었다.

당시 한국에서도 건강과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었지만 ‘식사로 샐러드를 먹는다’는 것은 낯설었다. 2000년대 초반 양식 패밀리 레스토랑이 생겨나면서 샐러드가 본격적으로 식탁에 등장하기 시작했으나 애초에 채식을 기반으로 하는 국내에서는 특별한 메뉴로 여겨지지 않았다. 각종 채소에 고추장을 버무린 요리를 샐러드로 소개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후 미디어를 통해 서양의 식문화가 전파되고 다양한 드레싱이 도입되면서 샐러드가 하나의 메뉴로 인식됐지만 여전히 한 끼 식사 메뉴로는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샐러드 프랜차이즈가 세상을 뒤흔들 만큼 혁신적인 아이템은 아니었지만 샐러드를 ‘한 끼 식사’로 소비하는 시장은 사실상 미개척 영역에 가까웠다. 샐러드가 든든한 식사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형성하고 이를 확산시키는 일은 시장의 선구자를 자처한 샐러디가 풀어야 할 과제였다.

출발점은 역설적으로 사업의 아이디어를 얻은 ‘미국식 모델’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초기 아이디어를 미국에서 얻은 만큼 샐러디 역시 고객이 채소와 토핑, 드레싱을 직접 선택하는 주문 방식을 도입했다. 샌드위치 체인점 서브웨이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재료를 하나하나 조합해 주문하는 방식은 당시 한국 소비자에게 낯설고 번거롭게 느껴졌다. 매장을 찾은 고객들은 선택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스스로 구성하기보다는 직원의 추천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샐러디는 전략을 수정했다. 시저 치킨 샐러디, 멕시칸 샐러디 등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고 만족도가 높았던 메뉴 8종을 중심으로 선택지를 단순화했다. ‘맞춤형 조합’ 대신 ‘검증된 메뉴’를 전면에 내세우며 진입장벽을 낮춘 것이다.

매장 인테리어 역시 처음에는 카페 콘셉트로 꾸몄지만 이후 패스트푸드형 프랜차이즈에 가깝게 재설계했다. 2010년대 초반 카페 문화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예쁘게 꾸며진 카페를 찾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젊은 창업자들 역시 매장을 해외 카페처럼 세련되게 연출하면 자연스럽게 고객의 발길이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부 카페에서 샐러드를 판매하기도 했던 터라 샐러디와도 잘 어울리는 콘셉트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카페의 주력 상품은 커피다. 매장을 찾은 고객들은 샐러디의 핵심 상품이 ‘샐러드’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지 못했다. 카페를 기대하고 들어온 고객들은 샐러드 중심의 메뉴판을 보고 혼란을 느끼거나 샐러드는 주문하지 않은 채 커피만 마시고 떠나기도 했다.

두 창업자는 예쁜 인테리어가 곧 정답은 아니라는 점, 공간 디자인이 브랜드의 정체성을 전달하는 핵심 요소라는 점을 깨달았다. 이 대표는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를 단순하게 정비해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건강하고 간편한 식사를 위한 공간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업 오답 노트’는 적중했다. 고객들의 재방문율이 높아졌고 선릉역 인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는 간편한 샐러드 식당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매출은 오픈 전 예상치를 웃돌았고 점심시간에는 매장 앞에 줄이 늘어섰다. 첫 매장 오픈 이듬해에는 인근에 2호점인 역삼점과 연세대 캠퍼스 내 3호점을 잇달아 열며 사업은 안정 궤도에 올라섰다.


운영-유통 시스템 구축해 프랜차이즈로

직영점이 자리를 잡자 가맹 문의가 잇따랐다. 남들이 매장을 운영하고 싶어 하는 브랜드가 됐다는 사실은 고무적이었지만 두 창업자는 이를 정중히 거절했다. 아직 프랜차이즈를 전개할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두 대표는 프랜차이즈의 본질을 ‘운영’과 ‘유통’ 시스템에 있다고 봤다. 직영점을 테스트베드 삼아 이 두 축을 완성도 있게 구축하기 전에는 확장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2015년 샐러디는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프랜차이즈 시스템 구축에 착수했다.

운영 시스템의 핵심은 모든 매장에서 동일한 맛과 서비스를 구현하는 일이었다. 이 점에서 샐러드는 비교적 유리한 메뉴였다. 불을 사용하거나 복잡한 조리가 필요하지 않아 드레싱 레서피만 정교하게 표준화하면 짧은 시간 안에 일정한 맛을 구현할 수 있었다. 대형 주방 설비가 필요 없고 연기나 냄새가 나지 않는 점도 장점이었다. 안 대표가 과거 맥도날드에서 익힌 매뉴얼 시스템도 큰 자산이 됐다. 조리와 위생은 물론 유니폼 착용 방식과 인사 톤앤드매너까지 세세히 규정해 모든 매장에서 동일한 고객 경험을 제공하도록 설계했다. 고객 불만에 대한 대응 시나리오 역시 표준화해 점주와 직원의 부담을 줄였다.

유통에서는 ‘균일한 품질의 채소 확보’가 관건이었다. 드레싱이 직관적인 맛을 좌우한다면 신선한 채소는 샐러드의 근본인 영양과 재료 본연의 맛을 결정한다. 직영점 시절에는 가락시장 등 도매시장에서 직접 재료를 구매해 매장에서 손질했다. 그러나 가맹점 체제로 전환할 경우 매일 아침 시장에서 재료를 직접 수급하는 방식은 점주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매장마다 다른 원재료를 사용할 경우 동일한 맛을 유지하기 어렵다. 채소 가격의 계절·지역별 변동성도 변수였다. 2014년 여름, 직영점 매출이 최고치를 기록했음에도 영업이익이 기대에 못 미친 경험은 두 대표에게 충격이었다. 폭염과 장마로 일부 채소 가격이 2~3배 급등하면서 원가율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매출이 늘어도 수익이 남지 않는 구조의 위험을 체감한 순간이었다.

이에 샐러디는 유통 전략을 재정비했다. 공급받은 채소는 48시간 이내 사용한다는 원칙을 세우는 한편 양상추·로메인·적겨자 등 가격 변동 폭이 상대적으로 낮은 품종을 중심으로 메뉴를 재구성했다. 동시에 대량 공급과 세척·절단 등 전처리가 가능한 전문 공장을 찾기 위해 전국을 수소문한 끝에 협력 파트너를 확보했다.

운영과 물류 시스템을 갖춘 뒤인 2016년 6월 샐러디는 본격적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었다. 매장은 빠르게 늘어났다. 2016년 7개에서 2017년 16개, 2018년 38개, 2019년 70개로 해마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매출 역시 2016년 7억9000만 원에서 2017년 25억 원, 2018년 44억 원, 2019년 65억 원으로 성장했다. 이 시기 샐러디의 예상처럼 국내 샐러드 시장도 확대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샐러드·냉동과일 신선편의식품 시장 규모는 2008년 600억 원에서 2017년 1100억 원대로 늘어났다.

시장 확대와 함께 고객층도 다양해졌다. 창업 초기 약 20%에 불과하던 남성 고객 비중은 2016년 40% 수준까지 증가했다. 운동과 체형 관리에 관심을 두는 2030 남성, 건강관리를 시작한 4050 남성이 주요 고객으로 유입됐다. 샐러디는 ‘건강하지만 배고픈 음식’이라는 인식을 깨기 위해 2017년 곡물밥을 더한 ‘웜볼’을 출시했다. 차가운 샐러드에 따뜻한 밥을 결합한 메뉴는 겨울철 수요를 흡수하며 대안 메뉴로 자리 잡았다.

이후에도 메뉴는 계속 확장됐다. 2025년에는 메밀면과 파스타 등을 결합한 ‘누들볼’ 카테고리를 선보였다. 2023년 한정 메뉴로 출시했던 들기름 막국수 콘셉트의 메밀면이 호응을 얻자 정규 메뉴로 편입한 것이다. 대표 메뉴인 ‘우삼겹 메밀면 누들볼’은 이름만으로는 샐러드가 연상되지 않는다. 샐러드를 파스타처럼 소비하게 하려는 전략적 의도다. 이 대표는 “건강은 기본이고 맛과 포만감까지 충족해야 고객들의 재방문을 이끌 수 있다”라며 “특히 다양한 메뉴를 선보여야 상권별 인구 구조와 취향 차이에서 발생하는 매출 편차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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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업’으로 데스 밸리를 넘어

샐러디의 프랜차이즈 사업은 초반부터 순항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성장 과정에는 고비도 있었다. 창업 후 3~7년 차에 접어든 스타트업이 자금난과 성장 정체에 직면하며 생존의 갈림길에 서는 이른바 ‘데스 밸리(Death Valley)’ 구간에 들어선 것이다. 덴마크 코펜하겐경영대학원 교수인 토마스 리터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기고문 ‘스타트업이 데스 밸리를 극복하려면’에서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생존 전략이 달라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기업을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첫째, 시장·기술 변화로 성장 가능성과 비즈니스 모델의 작동성 모두에 제약이 걸린 기업은 ‘셰이프업(Shape-up)’ 전략을 택해야 한다. 이는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접근이다. 둘째, 비즈니스 모델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만 성장 여력이 제한된 기업은 ‘스탠드업(Stand-up)’ 전략을 통해 경쟁자를 방어하고 수익성을 지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 셋째, 성장 잠재력은 크지만 비즈니스 모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기업은 ‘스타트업(Start-up)’ 단계로 돌아가 타깃 고객이나 판매 방식을 수정하며 적합한 모델을 찾아야 한다. 넷째, 비즈니스 모델이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더 큰 성장 기회가 열려 있는 기업은 ‘스케일업(Scale-up)’ 전략을 통해 본격적인 확장에 나서야 한다.

리터 교수는 일정 수준 사업성이 검증된 프랜차이즈 기업이 데스 밸리를 넘기 위해서는 고객 기반을 확대하는 스케일업 전략이 적합하다고 진단한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단기적인 혁신을 잠시 멈추고 조직의 자원과 역량을 안정적으로 축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프랜차이즈 사업 초기 샐러디 역시 가맹점 확대에 맞춰 본사의 역할과 기능을 확장했다. 가맹점 유치와 관리, 물류 지원 등을 위해 인력을 보강하면서 본사의 몸집이 빠르게 커졌다. 문제는 고정비도 동시에 급증했다는 점이다. 매장 수가 늘며 가맹비와 유통 수익이 증가했지만 고정비를 안정적으로 흡수할 만큼의 규모의 경제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즉 샐러디는 리터 교수의 조언처럼 자원과 역량을 축적하는 단계에 진입했지만 스타트업에 가장 희소한 자원인 ‘자본’은 충분하지 않았다. 성장에 필요한 인프라는 갖춰가고 있었지만 이를 지탱할 자본이 부족했다. 그 결과 일부 시기에는 급여 지급이 빠듯해지거나 거래처 대금 결제가 지연되는 등 현금흐름에 경고등이 켜지기도 했다.

절체절명의 순간, 샐러디의 숨통을 트여준 것은 바로 투자였다. 샐러디는 창업 초기부터 몇 차례 벤처캐피털(VC) 등과 투자를 논의할 기회가 있었으나 실제 투자를 성사시키지는 못했다. 최근 스타트업 투자에서는 실제 돈을 벌 능력이 있는지, 즉 수익 실현 가능성을 강조하지만 당시에는 ‘10개 중 하나만 터져도 대박’이라는 기조가 강했다. 이에 성공을 담보할 순 없지만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이를 뒷받침할 기술로 한 방을 노리는 IT 스타트업에 투자가 쏠렸고, 개업 첫날부터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 외식업 및 프랜차이즈 사업은 투자처로서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때 샐러디에 손을 내민 것은 식음료(F&B) 업계의 굵직한 ‘선배 기업’인 진주햄이었다. 전 국민 스테디셀러인 ‘줄줄이 비엔나’ ‘천하장사 소시지’ 등을 선보이며 60년 넘게 육가공 업계의 대표 기업으로 자리 잡은 진주햄은 금융업 출신의 박정진 사장과 컨설턴트 출신의 박경진 부사장 형제가 2세 경영을 시작하면서 인수합병(M&A)과 투자에 적극 뛰어들었다. 2015년에는 수제 맥주 기업 카브루를 인수하며 편의점에서 인기를 끄는 수제 캔맥주 브랜드 ‘경복궁 에일’을 출시하기도 했다.

창업에 관심이 많았던 진주햄 형제 경영진은 창업가 네트워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샐러디를 알게 됐다. 식음료 업계의 선배 기업인 진주햄은 유통과 생산 분야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샐러디가 성장 과정에서 겪고 있던 시행착오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동시에 국내 샐러드 시장이 구조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공감했다. 시장을 선점한 샐러디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한 진주햄은 2017년 5억 원을 투자하며 전략적 파트너로 나섰다. 자본 수혈에 성공한 샐러디는 재무적 불안을 해소하고 출점 속도를 안정적으로 조절할 수 있었다. 매장이 약 50개를 돌파하면서부터는 고정비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며 스케일업에 성공했다.


조직문화 확립하고 공급망 사슬 구축해

제법 프랜차이즈의 구색을 갖춘 샐러디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으며 뜻밖의 폭발적 성장을 경험했다. 건강과 면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샐러드를 일상식으로 받아들이는 소비자가 급증한 것이다. 2021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1.3%가 팬데믹 사태 이후 샐러드 구매를 늘렸다고 답했다. 샐러드 시장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신선·편의 과일·채소 시장 역시 2010년 이후 연평균 20%씩 성장해 2020년 1조 원을 넘어섰다.

외식업 전반의 매출이 감소하던 시기였지만 샐러디는 샐러드를 ‘패스트푸드’ 관점에서 재해석한 덕분에 배달·포장 수요를 빠르게 흡수했다. 조리가 간편하고 포장이 용이하며 배달 과정에서 맛의 변형이 크지 않고 냄새 부담도 적다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했다.

운만으로 폭증하는 시장 수요를 흡수한 것은 아니었다. 데스 밸리 시기 부담으로 작용했던 인건비 투자는 오히려 팬데믹 이후 도약의 기반이 됐다. 샐러디는 고정비 압박 속에서도 핵심 인재를 적극 영입하며 매장 및 점포 관리 역량을 키웠다. 그 결과 가맹 문의가 급증한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고 2020년 9월 100호점, 2021년 7월 200호점, 2022년 7월 300호점을 잇달아 돌파했다.

그러나 급격한 성장은 또 다른 성장통을 낳았다. 인력이 늘어나면서 기존 구성원과 외부 영입 인재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새로운 제안이 ‘샐러디답지 않다’는 반발로 이어졌고 내부·외부 인재 모두 이탈이 발생했다. 조직문화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신호였다.

두 대표는 창업 당시의 초심을 되짚으며 수개월간 직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음식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즐겁고 건강하게 만든다”는 미션을 재정립했다. 이후 의사결정은 이 미션을 기준으로 이뤄졌다. 사내 제도 역시 개편했다. 직원들이 스스로 건강을 돌볼 수 있도록 건강증진비를 지원하고 주 2시간 개인 성장 시간을 보장하는 ‘비 베러 타임(Be Better Time)’을 도입했다. 고객의 건강을 말하기 전에 직원이 먼저 건강해야 한다는 철학을 반영한 것이다.

공급망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시장이 확대되고 매장이 급증하면서 채소 수요가 급격히 늘었고 원물 가격 상승과 품질 편차가 발생했다. 일부 협력업체는 주문량을 감당하지 못했고 업체별로 가공 품질 차이도 나타났다. 이에 샐러디는 계약재배를 확대하는 한편 근본적인 해법을 모색했다. 결국 선택한 해법은 ‘수직적 통합’이었다. 샐러디는 협력업체를 늘리는 대신 농장과 공장을 직접 구축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으로서는 막대한 투자였지만 오래 가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균일한 원물과 가공의 품질을 유지하는 게 필수적”이라며 “자체적인 농장과 공장을 갖추게 되면 후발 주자들의 추격에서도 압도적인 우위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팬데믹 전후 샐러드 전문 스타트업들이 등장했지만 원물 가격과 품질 관리의 벽을 넘지 못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샐러드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던 ‘프레시코드’ 역시 2023년 고금리와 투자 경색, 품질 관리 문제 등이 겹치며 사업을 접었다.

샐러디는 2021년 전북 진안에 3만3000㎡(약 1만 평) 규모의 자체 농장 ‘샐러디팜’을 설립하고 채소 믹스 가공 공장 ‘샐러디키친’을 세웠다. 샐러디팜은 하루 약 2t의 채소를 생산한다. 기존 농업법인 ㈜구름을 자회사로 편입해 지역 네트워크와 운영 역량을 확보했고 2022년에는 토경 재배에서 수경 재배로 전환해 계절 변동성과 병충해 위험을 줄였다.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샐러디키친은 하루 최대 10t의 채소를 자동화 설비로 세척·절단·소독·포장할 수 있다. 이곳에서 가공된 채소는 매일 전국 매장으로 공급된다. 이상 기후로 원물 가격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농장과 공장을 모두 보유한 샐러디는 원재료 가격 동결 또는 인하 계획을 밝히며 안정성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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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건강식 파는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

단단한 내실을 갖춘 샐러디는 본격적으로 외연을 넓힐 때가 왔다고 판단했다. 브랜드로서의 인지도를 올리기 위해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고 수도권에 집중된 가맹점도 전국구로 확장하고자 했다. 팬데믹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이 탄탄히 성장하고 있었지만 더욱 큰 확장을 위해서는 더욱 많은 자본이 필요했다. 이에 샐러디는 2023년 사모펀드인 하일랜드에쿼티파트너스(이하 하일랜드)로부터 약 3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사모펀드 업계는 프랜차이즈 업체를 선호한다. 제품 판매뿐만 아니라 유통 마진을 챙길 수 있어 풍부한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고 가맹점을 확대해 매출을 늘리기 유리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불경기에도 수요가 끊이지 않고 가맹점 창업 자본도 적게 드는 저가 커피 업계에서 사모펀드 인수합병 열풍이 일었다. 2021년 메가MGC커피는 사모펀드 ‘프리미어파트너스’와 카페 프랜차이즈 앤하우스의 모회사인 ‘우윤’으로 구성된 특수목적법인(SPC)으로부터 약 1400억 원에 인수됐고, 2024년에는 컴포즈커피가 필리핀 최대 외식기업 ‘졸리비’에 약 4700억 원에 인수되는 과정에도 사모펀드 ‘엘리베이션프라이빗에쿼티’가 투자자로 참여했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업체가 사모펀드와 손을 잡는 데는 명과 암이 공존한다. 사모펀드로부터 투자를 받거나 사모펀드에 인수합병된 기업은 막대한 자본 덕에 빠르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4~5년 안에 인수 및 투자 기업의 몸집을 불리고 이를 다시 매각해 수익을 얻는 사모펀드가 그 과정에서 빠르게 가맹점을 늘리거나 납품단가를 올릴 경우 가맹점주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재무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진행하거나 제품의 품질이 떨어지는 등 임직원과 고객에게도 여파가 미칠 수 있다. 이렇게 업체의 사세를 급격히 확장하고 재매각하는 사모펀드의 행위를 책임 의식 없는 ‘먹튀(먹고 튀기)’에 비유하기도 한다.

샐러디 역시 프랜차이즈 업계에 미치는 사모펀드의 부작용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고 투자를 받는 과정에 더욱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샐러디는 사모펀드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명확하다고 판단했다. 대규모 자본을 끌어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욱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경영을 위한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두 대표가 대학생 창업으로 시작했기에 회사가 커질수록 경영자의 경험과 지식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일들이 생겨났다.

이에 샐러디는 식음료 사업에 전문성이 있는 하일랜드로부터 투자를 받기로 결정했다. 하일랜드는 2021년 풀무원과 함께 펀드를 결성해 식음료 업계에서 풍부한 투자 경험과 네트워크를 지니고 있으며 식음료 및 소비재 산업 분야에서 컨설팅 및 자문을 제공하는 자회사 하일랜드F&B를 운영한 바 있다. 무엇보다 투자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하일랜드가 샐러디의 독자적인 공급망 사슬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을 보며 샐러디가 지향하는 사업의 방향성을 잘 이해하고 경영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투자를 받은 이후에도 두 대표는 지분을 일정 수준 유지하고 샐러디의 경영을 이어 나가기로 했다.

하일랜드로부터 투자를 받은 샐러디는 공격적인 확장에 나섰다. 2023년 자사 최초로 배우 이성경을 광고 모델로 발탁해 브랜드 인지도를 대중적으로 끌어올렸고 2025년에는 배우 박보검이 그 바통을 이어받아 광고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같은 해 샐러디의 국내 매장도 400호점을 돌파했다.

특히 2025년 1월 샐러디가 프랜차이즈 그룹 GFFG의 수제 버거 브랜드 ‘다운타우너’를 약 100억 원에 인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식음료 업계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샐러디는 직영점 위주로 사업을 전개하던 다운타우너에 샐러디의 프랜차이즈와 생산 시스템을 접목하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샐러디는 자사의 프랜차이즈 운영 노하우를 활용하면 이미 브랜드 인지도를 갖춘 수제 버거 브랜드 다운타우너 역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샐러디가 구축한 농장과 공장을 통해 원재료를 공급하고 패티를 직접 생산할 경우 원가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 이에 2025년 8월 서울 마포에 가맹 1호점인 상수점을 열며 다운타우너의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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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은 샐러디의 해외 진출 원년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미국을 비롯한 해외 샐러드 전문점들은 웰빙을 내세운 프리미엄 포지션을 지향하고 있다”며 “창업 초기부터 가성비 높은 패스트푸드형 샐러드 모델을 구축해 온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K컬처 확산과 함께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도 해외 진출의 적기로 작용했다.

샐러디는 2025년 6월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인근에 글로벌 1호점인 웨스트민스터점을 열었다. 이 지역은 로키산맥을 중심으로 하이킹·사이클링·요가 등 야외 활동을 즐기는 인구가 많고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젊은 층 비중도 높다. 현지 소비자 특성을 반영해 한국적 식재료를 활용한 ‘비빔 그레인 볼(Bibim Grain Bowl)’을 선보였다. 채소와 곡물, 김, 불고기를 고추장비빔·쌈장마요 소스와 함께 비벼 먹는 메뉴로 느타리버섯 대신 양송이버섯을 사용하는 등 현지 입맛에 맞춰 재료를 조정했다.

같은 해 9월에는 대만 가오슝에 1호점을 열며 중화권 시장에 진출했다. 가오슝은 대만 제2의 도시로 TSMC 생산시설이 들어서는 등 산업 기반이 확대되고 있는 지역이다. 이어 올해 1월 필리핀 마닐라에 매장을 오픈하며 동남아 시장까지 확장했다. 국내에서의 수직적 통합과 브랜드 다각화, 해외 진출을 동시에 추진한 샐러디는 2025년 매출 1000억 원을 달성하며 새로운 도약을 위한 걸음에 나섰다.

한편 올해 2월에는 대대적인 메뉴 개편을 추진했다. 샐러드와 포케 중심인 기존의 메뉴에서 샌드위치, 덮밥 등을 강화한 것이다. 이 대표는 “한때 샐러드가 건강식의 대표 주자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현재 건강식이 소비자들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으면서 그 카테고리가 세분화되고 있다”라며 “이번 개편을 통해 남녀노소 누구나 일상적으로 즐길 수 있는 ‘캐주얼 건강식’ 브랜드로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DBR mini box I : 성공 요인 및 시사점

수직 계열화로 공급망 탄탄히 다진 후 수평적 외연 확장


이동민 국립강릉원주대학교 해양바이오식품학과 교수 dongminlee@gwnu.ac.kr


샐러디의 성장세를 최근 건강식 트렌드의 수혜로만 본다면 핵심을 놓치기 쉽다. 물론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며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중요한 기회였고 실제로 샐러드를 주식으로 소비하는 소비자층이 빠르게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같은 환경에서 모두가 같은 성과를 낸 것은 아니다. 샐러디 사례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은 샐러드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이전부터 그들이 어떤 역량을 축적해 왔는가에 있다.

한국 사회에서 샐러드는 오랫동안 식사의 중심 메뉴라기보다 곁들이는 반찬이나 다이어트식에 한정된 메뉴로 인식돼 왔다. 샐러디가 1호점을 열었던 2010년대 초반만 해도 샐러드를 한 끼로 소비한다는 것은 일부 소비자에게만 설득될 수 있는 개념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샐러디의 창업은 단순히 샐러드 전문점을 연 것이 아니라 샐러드를 한국 사회 내에 한 끼 메뉴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모험에 뛰어든 셈이다. 이 여정 속에서 샐러디는 메뉴 및 매장 운영 역량뿐만 아니라 신선도가 핵심인 엽채류에 특화된 공급망 운영 역량을 차곡차곡 내재화해 왔다.


공급망 강화를 위한 수직적 연계

샐러디는 다른 외식 프랜차이즈와는 달리 신선도가 중요한 엽채류가 핵심 재료인 만큼 공급망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동일한 품질의 재료를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샐러디는 공급받은 채소를 48시간 이내 사용하는 원칙을 세우고 이에 맞춰 세척·절단 등의 전처리가 가능한 외부 공장과 계약하는 방식으로 초기 공급망을 구축했다. 이후 프랜차이즈 확장과 함께 수요 규모가 커지면서 조달과 생산의 안정성이 위협받자 계약재배를 추진했고 더 나아가 자체 농장과 전처리 공장을 확보하는 단계로 나아갔다.

이들의 공급망 관리의 흐름은 수직적 연계(Vertical Coordination)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수직적 연계란 원재료 생산, 가공, 유통, 소비까지의 가치사슬에 있는 단계 간의 협력을 의미하며 통제의 강도에 따라 [그림 1]과 같이 연속적인 스펙트럼을 형성한다. 샐러디는 이 스펙트럼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며 공급망을 점진적으로 통제해 온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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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물 시장(Spot Market): 거래 당사자들은 판매 시점에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결정한 가격을 바탕으로 거래 참여 여부를 결정하며 해당 거래는 단기적이고 정보 공유가 제한적인 특징을 갖는다. 물량이 적었던 초기 직영점 시기에 가락시장 등 도매시장에서 직접 재료를 구매하고 매장에서 손질한 것이 이에 해당한다. 초기 고정비를 낮추는 데는 합리적인 선택이었지만 매장 수가 늘어날수록 점포별 조달 방식의 편차가 커지고 동일한 품질을 안정적으로 맞추기 어려워진다는 한계가 있다.

· 상세 계약(Specifications Contract): 품질, 규격, 납기 등의 거래 조건을 명시해 공급망 통제 수준을 높인 거래 방식이다. 샐러디가 원재료를 대량으로 신속하게 공급하고 세척·절단 등 전처리를 수행할 수 있는 외부 공장과 계약한 것, 농가들과 계약재배를 시도한 것이 이에 속한다. 이를 통해 현물 시장보다 예측가능한 공급 체계를 갖출 수 있었다.

· 수직 계열화(Vertical Integration): 조달, 생산, 가공 등의 공급사슬 일부 단계를 내부화해 운영하는 방식으로 가장 높은 강도의 통제력을 가질 수 있다. 샐러디는 2021년 자체 농장인 샐러디팜과 전처리 공장인 샐러디키친을 확보했다. 이는 외부 계약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원물 수급 불안, 품질 편차 등의 문제를 완화하며 프랜차이즈 운영의 핵심 리스크를 통제 가능한 영역으로 옮기기 위한 선택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공급망 안정화 이후의 수평적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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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디는 2023년 사모펀드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후 2025년 수제 버거 브랜드 ‘다운타우너’를 인수하며 본격적인 외연 확장에 나섰다. 이와 같은 행보에서 주목할 점은 수평적 확장의 내용뿐 아니라 그 순서다.

수평적 연계는 동일한 사업군 내 브랜드 및 제품 범위를 넓히는 전략이다. 이론적으로는 기존 역량을 활용해 새로운 매출원을 확보하고 특정 단일 카테고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즉 이 관점에서 다운타우너 인수는 샐러디가 축적한 프랜차이즈 운영 노하우와 공급 인프라를 타 브랜드 및 메뉴군에 적용해보는 시도이다. 이와 동시에 샐러디 내부에서도 샐러드 중심 메뉴에서 샌드위치·덮밥 등으로 카테고리를 넓히며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샐러디 사례는 시간을 들여 공급망을 탄탄히 구축한 후 외연을 확장하는 순차적 성장을 보여준다. 신선식 외식 프랜차이즈의 경우 특히 성장의 지속가능성은 공급망에 달려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건강 지향 트렌드가 상승하는 현재, 유사한 업을 준비하거나 해당 메뉴군으로의 확장을 꾀하는 기업이라면 눈에 보이는 브랜드 인지도나 메뉴의 차별화뿐만 아니라 자사의 수직적 연계 수준이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 어느 단계까지 가야 할지에 대해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또한 더 높은 관리 강도의 수직적 연계를 고려한다면 원재료 수급 안정성을 높이는 대신 기후 변화와 식품안전과 같은 리스크를 내부화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실제로 샐러디는 자체 농장인 샐러디팜을 확보한 이후에도 토경 재배에서 수경 재배로 전환하며 계절 및 품질 변동성을 낮추려는 노력을 이어갔다. 수직 계열화 이후에도 저감 장치를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고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는 고려대 식품공학부를 졸업하고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푸드비즈랩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국립강릉원주대 해양바이오식품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생산 단계에서의 농식품의 가치가 구매 및 소비 단계로 잘 이어지지 못하는 점에 주목해 농식품 산업 및 마케팅 전략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농업인을 위한 국내외 농식품 마케팅 사례』 『2026 푸드트렌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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