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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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올해에만 벌써 4명입니다. 10명 남짓했던 저희 팀에서 퇴사한 사람들 말입니다. 퇴사의 이유도 제각각입니다.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자기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더 좋은 회사로 이직하기 위해, 휴식을 위해서라며 선후배와 동기가 회사를 떠났습니다.
팬데믹 사태로 약을 찾는 사람들은 많아졌는데 일할 사람이 없습니다. 실무와 관리 업무 모두를 맡아야 하는 과장 2년 차인 제가 자연스럽게 떠난 이들의 일을 도맡게 됐습니다. 상사들은 이미 막대한 업무량에 허덕이고 있고, 인력 충원을 위해 갓 입사한 신입들은 회사에 적응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황입니다. 전 기꺼이 ‘나 말고 누가 해. 내가 좀 더 고생하고 말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일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아지면서 몸과 마음이 지쳐가는 것 같습니다. 회사에선 시간도 입맛도 없어 끼니를 거르다가 늦은 시간 퇴근해 폭식을 합니다. 아침마다 속이 더부룩해 소화제를 끼고 살죠. 스트레스 탓에 안 하던 구토도 자주 하게 됐습니다.
지난달 창업을 하겠다고 퇴사를 결심한 후배의 송별회 자리에서는 후배가 너무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그의 선택은 존중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힘들 때 후배가 좀 더 힘이 돼 주길 바랐습니다. 평소 제가 잘 챙기고, 또 저를 잘 따르던 후배라 더욱 아쉬움이 컸던 것 같습니다.
저는 약이 필요한 환자들을 돕는 일에 보람을 느낍니다. 요즘처럼 워라밸을 선호하고, 조직에 대한 로열티도 높지 않은 시대에 흔치 않은 일로 보이겠지만 저는 밤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하게 될지라도 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서 뿌듯함을 느끼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함께 열심히 일하던 동료들이 하나둘 떠나는 현실을 직면하다 보니 제 스스로가 혹시 무능하거나 미련해서 남게 된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됩니다. 다들 뒤도 안 돌아보고 다른 인생을 개척하는데 저는 왜 이 자리에 목을 매고 있는 걸까요. 이대로 현상 유지를 하는 것만으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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